장관님은 나트륨이 싫다고 하셨어

6월 23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보건복지부의 배달 앱 ‘덜 짜게’ 계획이 비판 받는다. 짜고 단 음식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 보건복지부가 6월 20일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발표했다.
  • 5대 중점 과제 중 하나인 ‘배달 앱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 구현’ 항목이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 영양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ANALYSIS_ 영양 관리

국민의 영양 수준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지속적인 보건 관리를 위한 출발점이다. 음식을 먹을 수만 있었다면 다행이었던 과거를 지나 지금은 음식을 어떻게, 잘 먹을지 고민하는 시기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영양 관리는 생애주기, 가구 형태, 사회 계층 뿐 아니라 물가, 문화의 변화, 노동 형태의 변화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DEFINITION_ 제1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

최소한의 안전 관리가 전부였던 과거를 지나 지속적인 건강 증진을 위한 영양 정책 고도화를 위해 설립된 첫 기본 계획이다. 1960년대에는 영양 구호, 1980년대에는 영양 개선이 문제였다면 90년대 이후 영양은 ‘관리’ 차원의 문제였다. 다시 말해, 국가보다는 개인의 선택이 중요해졌고, 개인이 건강한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정책 방향이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영양 관리 로드맵을 담은 제2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도 큰 변화는 없었다. 개인의 영양 관리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국민 인식 제고, 영양 취약 계층 지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DEFINITION_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

보건복지부가 작년부터 준비했던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만성 질환자 증가, 코로나19가 가져온 환경 변화와 정책 여건을 고려해 ‘건강식생활 실천 인구 증가’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중점 과제는 다음 다섯 가지다.
  • 최신 영양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한 포털 구축
  • 배달 앱 나트륨, 당류 조절 기능 추진
  • 영양 취약 계층 대상 영양 보충 및 지원
  • 국가적 재난 상황 대응 방안 마련
  • 식품, 영양 성분 데이터 확대 및 활용 강화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두 번째 중점 과제인 배달 앱 나트륨, 당류 조절 기능이다. 배달 어플을 통해 주문할 때 덜 짜게 해달라는 선택 박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배달 플랫폼 측은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들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의문을 표하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음식 조리에까지 관여하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장기적 계획이고 협의체를 마련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BACKGROUND_ 변화의 싹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외식이 어려워지자 배달 시장이 커졌다. 2022년 1분기 기준 배달 음식 거래액은 약 7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일곱 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코로나만 배달 음식 산업을 키웠던 건 아니다. 코로나는 꿈틀대던 변화의 싹을 무럭무럭 키운 것에 가깝다. 사람들은 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게 됐을까?
EFFECT1_ 가구의 변화

1980년대 가장 많은 가구 형태는 5인 이상 가구로 전체의 49.9퍼센트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1인 가구 비율은 31.7퍼센트로 가장 많다. 과거 가족 단위의 가구에서는 가사를 부담하는 이가 정해져 있었다. ‘밑반찬’이라 불리는 요리를 만들어 놓으면 가족 모두가 함께 식사를 했다. 배달 음식과 외식은 특별한 행사였다. 이사한 날에 짜장면을 시켜먹는다거나, 생일에 가든형 식당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 외식을 즐겼다. 1인 가구가 가장 큰 가구 형태를 차지하는 지금, 식습관과 식문화 전반이 바뀌었다. 1인 가구에게는 파와 당근을 각각 사는 것보다 볶음밥용 손질 야채 믹스를 사는 게 더 간편하고 저렴하다.

EFFECT2_ 집의 변화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대다수가 사는 집도 변했다.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절반은 12평 이하의 집에 거주한다. 그 중 77퍼센트는 연소득이 3천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작은 원룸에서 요리를 해먹는 일은 번거롭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 생선을 굽기 어렵고, 도마를 올리기에는 조리대가 비좁다. 1인분을 만들면 남은 식재료는 고스란히 작은 옵션 냉장고에 들어간다.

EFFECT3_ 경로의 변화

음식을 해먹기는 불편해진 반면 사 먹기는 너무도 쉬워졌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 잇츠’와 같은 배달 플랫폼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밀키트, 즉석 식품 등을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언제든 손닿는 곳에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굳이 요리를 해먹고 남은 식재료 처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EFFECT4_ 문화의 변화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더외식’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지역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7367원으로 작년 5월에 비해 약 천 원이 올랐다. 편의점은 외식을 꺼리는 직장인을 위해 점심 구독 쿠폰 등을 내놓기도 했다. 혼자 밥을 먹는 문화도 자연스레 정착했다. 혼밥하는 비율은 2019년에 비해 1.9퍼센트포인트 늘었다. 이제 혼자 밥을 먹는 건 외로운 것이라는 의미가 뒤따르지 않는다. 상황과 여건, 여유에 따라 자연스레 혼자 밥을 먹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됐고, 물가는 혼밥을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된 셈이다.
MONEY_ 참치김치볶음밥
1인 가구가 모든 재료를 구입해 한 그릇의 참치김치볶음밥을 먹기 위해서는 3만 5600원이 필요하다. 한편 한 그릇을 사 먹거나 배달을 시켜 먹는다면 1만 원 내에서 참치김치볶음밥을 즐길 수 있다. 1인 가구의 배달 선택은 합리적이다. 보건복지부의 선택은 거대한 문제를 건드리기 어려워 다른 곳을 바라본 결과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식당 사장님들이 있다.
KEYPLAYER_ 백종원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외식 자영업자들에게 강조했던 것은 무엇보다 정량과 빠른 시간이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설탕은 미개하다”고 일축했지만, 자영업자에게 설탕과 조미료는 없애기 어려운 존재다. 식당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피크타임 장사를 준비하며 사용할 수 있는 양념이나 육수를 준비해 놓는다. 만든 재료에 맞는 정량 레시피도 존재한다. 보건복지부의 중점 과제에 맞춰 ‘덜 짠’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는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한 가지만 준비해도 됐던 양념을 두 가지로 만들어야 한다. 그 뿐 아니다. 선택받기 위해서는 맛있어야 한다. 조미료와 설탕을 줄인 만큼 그 맛을 낼 수 있는 다른 재료와 분석이 필요하다.
CONFLICT_ 만능 체크박스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배달 앱 업그레이드 계획은 누구에게도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주기 어렵다. 이미 배달 음식은 1인 가구에게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물론 한시적인 차원에서 그렇다. 결과적으로는 지출이 또 다른 지출을 부르는 순환 속으로 들어간다. 배달 음식을 건강하게 만들기에는 자영업자가 짊어진 짐이 많다. 배달 대행, 식자재 가격 상승, 최저 임금, 일회용 컵 보증금, 플랫폼 광고비 모두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선택 박스’는 구조의 문제를 개인에게 아웃소싱 하는 것과 같다. 모두가 짊어지는 무게는 결코 같을 수 없다.
INSIGHT_ 원인의 원인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지 않는 사회역학을 말한다.

“보통 ‘원인의 원인을 찾는다’고 표현하거든요. 물론 폐암의 원인 중에 가장 흔히 이야기되는 것은 흡연일 것이고요. 그런데 동시에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동등한 수준으로 흡연하지 않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어떤 계층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많이 흡연하고 있어요. 흡연 앞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환경, 조건들에 대한 언급 없이 흡연하는 당사자들을 자꾸 비난하게 되고, 이런 지점이 놓치는 것들이 있습니다.”[1]


FORESIGHT_ 누군가에게는

하버드와 조지워싱턴대학은 2030년 미국 성인 49퍼센트가 비만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 예측했다. 고도 비만 중 32퍼센트는 흑인, 32퍼센트는 저소득 성인이었다. 연 가계 소득이 2600만 원 이하일 경우 체중 분포에서 고도 비만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유 없는 이들에게 싸고 짠 음식은 경제적이다. 복잡하게 꼬인 역학 관계 속에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피해자가 된다. 덜 짜게 해달라는 선택지가 풀기에는 너무도 큰 매듭이다. 원인의 원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음식은 누군가에게 더 달고, 더 짤 것이다.


판데믹 이후 사회 조직 변화의 흐름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사회는 무너지고 있는가〉를 추천합니다.
코로나가 드러낸 사회 문제와 사회와 정부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1]
출처: YTN 라디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