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어디인가

6월 24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새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집값을 잡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 지난 6월 22일, 새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 이번 대책은 발롱 데세(ballon d'essai)이다. 집값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려다가는 거품 지옥에 빠질 수 있다.

BACKGROUND_ signal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전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에 있어 가장 큰 요인이 치솟는 집값이었던 만큼, 새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에 이목이 쏠렸다. 이번 발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빚내서 집 사라 season 2’ 이다. 주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상생 임대인 1가구 1주택 양도세 면제
  • 실수요자 주거 사다리 형성 지원
  • 분양가 상한제 개편

CONFLICT_ 임대차 3법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임대차 3법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때문에 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에는 이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조는 ‘폐지’가 아니라 ‘조정’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 여소야대: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이다. 현재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인데다가 원구성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즉, 국회의 협조를 얻어 법 자체를 손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결국 시행령 정도로 추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
 
  • 시장교란: 금리 상승의 영향 등으로 올해 들어 6개월째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급진적인 변화로 시장에 충격을 준다면 지금까지 이전 정부를 향해 이어왔던 ‘시장교란’의 논리가 무너진다. 정부도 발표에서 이와 같은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모두발언에서 “금리인상 등으로 전국 주택 매매·임대차 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임대차 시장에 불안 요인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 전세사수: 여기서 말하는 ‘단기적인 임대차 시장 불안요인’이 바로 8월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대란’이다. 지난 2020년 7월에 시행된 임대차 3법에 따라 전·월세 계약(2년)을 한 차례 연장해 4년을 거주하고, 전·월세 인상률도 최고 5% 한도 안에 묶여있던 계약이 이번에 만기를 맞게 되면, 오는 8월 보증금과 월세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위해 이번 대책에 담긴 내용이 바로 ‘상생 임대인’에 대한 혜택 확대다.

DEFINITION_ 상생 임대인

쉽게 말하면 전셋값을 자발적으로 5%만 올린 ‘착한’ 임대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센티브의 내용을 살펴보면 의문을 갖게 된다. 정책 방향에 관한 의문이다.
 
  •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2년 거주요건 면제

지금까지는 자신이 구입한 집에 2년 동안 실제로 거주해야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봤다. 따라서 이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소유하고 있던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겼다. 10억 원을 초과하면 세율은 45%고,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지정된 지역의 경우나 다주택자인 경우에는 2~30%가량 가산 세율이 붙는다. 그런데 이것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상생 임대인’의 경우 거주요건 중 1년을 인정해 주는 혜택을 줬다. 이번에는 아예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상생 임대인들은 마음 놓고 집을 팔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얘기다.
RISK_ 갭 투자

그런데 주택 임대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목적에 이러한 대책이 부합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장 8월에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서 매매가와 함께 전세가를 잡아두고, 조만간 집을 팔고자 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상생 임대인이 되기를 자처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읽힌다. 문제는 이 정책은 상생 임대인들이 지속해서 상생하며 임대 사업을 하도록 독려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오히려 상생 임대인들이 집을 팔도록 부추기는 정책이다. 즉, 2년간 상생 임대인으로 버티면 부동산 매매에 따른 시세 차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는 얘기다. 부동산 카페에 ‘갭 투자’에 관한 질문이 쇄도하는 이유다. 각종 언론이 그러한 질문을 모아 기사를 써내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KEY PLAYER_ 실수요자

집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 나왔으니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집을 빌려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번에 내놓은 내용은 한마디로 빚을 쉽게 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앞으로 1년간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에 대해서는 8월부터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버팀목 전세대출’의 보증금과 대출한도를 늘려준다. 또, 월세나 보증금 대출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도 확대한다. 이런 기조는 집을 ‘빌려서 거주하는’ 임차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임차인들을 잠재적인 매수자로 봤다. 그리고 ‘실수요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생애 최초로 집을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제 집값의 80%, 6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소득, 지역, 집값과 무관하다. DSR 산정 시에도 연령대별 소득 흐름 평균을 고려해 미래 소득을 반영한다. 즉, 젊을수록 빚 갚을 능력을 더 크게 봐준다는 얘기다.
MONEY_ 고금리 시대

작년, 집값이 오르면서 청년층에서 터져 나왔던 볼멘소리는 대출까지 규제에 묶이면서 ‘빚을 지고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까지 막아섰다는 것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영끌족’이 되었고 실패한 사람들은 ‘벼락거지’가 되었다. 얼마 전까지 이어진 저금리 시대, 유동성 잔치의 시대에는 이런 목소리에 일리가 있어 보였다. 대출 규제가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책이라는 한탄에 언론이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불행히도 저성장, 고금리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영끌에 성공한 사람들은 이제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직면했다. 오죽하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6월 16일 기준금리 0.75%P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재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을 정도다. 금리는 더 오를 것이니 빚내서 집 사려는 사람들은 상황을 좀 지켜보라는 얘기다.
STRATEGY_ 발롱 데세

그렇다면 이 와중에 집 살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풀어주겠다는 우리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일단 ‘발롱 데세(ballon d'essai)’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기상 상태를 관측하기 위해 띄워 올린 기구처럼, 무주택자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택 자금을 풀어 시장의 반응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올라버린 집값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책을 써도 괜찮을지 간을 보겠다는 의도다.
INSIGHT_ 집값의 정치학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집값의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또한 1년 10개월 뒤 치러질 총선을 고려하면 집값이 오르는 것만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집을 가진 사람들의 표심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구조를 들여다보면 약 70%가량이 주택에 집중되어있다. 집값이 빠지면 자산 총액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주택 담보로 빚까지 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결국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집값을 유지하는 것이다.
FORESIGHT_ 버블 버블?

결국 이번 정부의 대책은 매매 심리를 살려 집값은 유지하되 전세 대란만은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집 파는 사람들의 세금을 깎아 줄 방법이 나오고 집 사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풀어주는 대책이 포함되었다. 결국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빚내서 집 사라 season 2’쯤 되는 것이다. 그런데 season 1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저금리 시대였지만 지금은 고금리 시대다. 6억 원을 빚을 내서 4%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으려면 한 달에 2백만 원씩 고정 지출이 생긴다. 한국의 30대 직장인 중 이를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되어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데 한국이 안 올릴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달라진 경제 상황에 맞게 부동산 가격도 조정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적 선택으로 집값을 무리하게 떠받치려 하다가는 거품이 낄 수 있다. 그때 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달라진 경제 상황 속 생존 전략을 고민하신다면 〈잔인한 S의 계절〉을 추천합니다.
유동성 잔치가 끝난 세계 경제 흐름과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