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직원 찾기 프로젝트

6월 29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경력직 채용 플랫폼이 커진다. 이 성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 경력직 채용 플랫폼이 커지고 있다.
  • 인력난과 불안정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투입 비용이 적은 경력직을 선호한다.
  • 경력직 채용 플랫폼의 성장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나?

BACKGROUND_ 인재난

전 세계가 경기 침체로 신음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공급망 혼란, 물가 상승에 맞춰 채용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 지난 6월 21일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내 정규직 직원이 3개월에 걸쳐 10퍼센트 감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전 직원들은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었다며 링크드인을 비롯한 구인, 구직 SNS에 잇따라 항의했다. 테슬라는 부당한 해고가 아닌 실적에 근거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 IT업계는 개발자 공급난을 겪고 있다. 신규 채용이 어려워지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개발자 몸값이 치솟았다. 기존 기업들은 확보한 인력을 유출하지 않기 위해 연봉 1.5배, 스톡옵션 1억 원 등 파격적 혜택을 내놨다.
  • ADP 급여 데이터에 따르면 직원이 50명 미만인 회사의 직원 수는 꾸준히 줄었다. 대기업의 급여와 복지 혜택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에서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

경기 침체는 대규모 공채를 줄인다. 중소 사업체는 적은 인력으로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업무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찾는다. 큰 사업체도 신입 채용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한다. 인당 생산성이 높은 경력직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NUMBER_ 53.3퍼센트

HR 서비스인 사람인에서 조사한 결과 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경력직을 우선 채용한다고 밝혔다. 신입보다 경력직을 우선적으로 채용한다는 답변은 53.3퍼센트로, 경력에 상관없이 채용한다는 응답 비율인 35.5퍼센트보다 약 17퍼센트포인트 높았다. 경력직 채용을 우선하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업무에 즉각적으로 투입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점이었다. 불확실성이 큰 신입 사원 대신 효율적 구조를 택하는 기업이 늘면서 나타난 구조다.
DEFINITION_ 경력직 채용

경력직 사원과 신입 사원 채용의 가장 큰 차이는 레퍼런스 체크 과정 유무다. 레퍼런스 체크란 이전 재직 회사에서 해당 직원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였으며, 업무 스타일은 어떤지 등을 조사하는 작업이다. 이전에 일했던 회사나 함께 일한 직장 동료 등에게 확인 작업을 거친다. 대부분 회사의 HR팀이 담당하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레퍼런스 체크 전문 기관에게 아웃소싱하기도 한다. 지원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비동의 레퍼런스 체크는 지원자의 SNS를 참고한다거나 지원자와 같은 회사에 근무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묻는 식으로 진행된다.
RECIPE_ 실패 가능성 최소화

레퍼런스 체크는 기업의 채용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기존의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도 페인 포인트는 존재했다. 평판 공유 플랫폼인 ‘스펙터’는 그 페인 포인트를 네 가지로 분석한다.
 
  • 지원자가 모르는 평판 조회는 100퍼센트 불법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정보 수집에 부담감이 있다.
  • 1회 평균 100만 원의 부담스러운 금액이 든다.
  • 평판을 제공하는 이를 지원자가 뽑기 때문에 과도하게 긍정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 수작업으로 진행돼 레퍼런스 체크에 평균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레퍼런스 체크에만 페인 포인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업무에 즉각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사원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고액의 헤드 헌터를 거치거나, 직접 인재를 찾아야 하는 등의 불편이 존재했다. 이 난점을 간편하게 해소시키는 방법은 플랫폼이었다. 레퍼런스 체크, 헤드헌팅, 이력 확인, 매칭 등의 작업은 점차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STRATEGY_ 플랫폼화
 
  • 원티드랩 ; AI 
채용 플랫폼 중 하나인 ‘원티드랩’은 이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테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이력서를 400자 정도 작성하면 원티드의 채용 AI가 구직자와 어울리는 직종을 찾아 합격 확률을 보여준다. AI를 통해 유연한 직군 선택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원티드랩은 올해 1분기 매출 110억 원, 영업 이익 12억 4000만 원으로 28분기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리멤버 ; 이용자 데이터
본래 명함 등록 플랫폼으로 이름을 알린 ‘리멤버’도 채용 시장에 뛰어들며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명함 등록을 통해 기확보한 개인 이용자의 데이터를 기반 삼아 채용 솔루션으로 나아갔다. 리멤버에 프로필을 등록한 이용자는 현재 100만 명 이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멤버의 채용 서비스를 이용하면 경력직 100만 명의 프로필을 살펴볼 수 있는 셈이다.
  • 스펙터 ; 객관적인 평판
스펙터가 내세우는 강점은 객관성이다. 지원자가 자신의 평판 등록을 요청 받으면 지원자는 스펙터를 통해 이전 직장과 동료에게 평판 작성을 요청한다. 평판 작성을 요청받은 이직 준비자의 동료는 업무 성향과 성과를 정량적으로 체크한다. 기업은 2일에서 3일 내 지원자의 평판을 열람할 수 있다. 지원자는 공개를 원하지 않는 평판은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다. 전화나 대면 인터뷰로 이뤄졌던 평판 수집을 간편하게 바꾸고, 정량적인 수치로 업무 스타일과 성과 등을 평가할 수 있다. 스펙터가 내세우는 것은 편리함과 정량적 지표다.

경력직 채용 플랫폼이 내세우는 것은 투명성과 효율성이다. 원티드랩은 AI 서비스를 통해, 리멤버는 기존에 확보했던 데이터를 통해, 스펙터는 편리한 과정을 통해 기업과 구직자의 페인 포인트를 극복하려 한다.
CONFLICT_ 법적 문제

지원자의 동의 없이 지원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파일을 요구하거나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또한 지원자가 재직 중인 회사에 지원자에 관한 정보를 묻거나 지원자의 동의 없이 레퍼런스를 체크하는 경우 비밀준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체크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명예훼손죄도 성립 가능하다. 경력직 채용과 레퍼런스 체크를 담당하는 플랫폼은 기업과 개인에게 법적 문제를 빗겨나가기 좋은 방안이 됐다. 그러나 플랫폼을 통해 쉽게 피할 수 있는 건 법적 문제뿐이다. '매우 아니다'부터 '매우 그렇다'의 스펙트럼 속 점수가 무조건적인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혹은 성공적인 채용을 보장할 수 있을까? 회사가 찾고 있는 완벽한 인재는 존재할 수 있는 걸까?
RISK_ 오컴의 면도날

오컴의 면도날은 경제성의 원리라고도 불린다. 하나의 현상이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논리 구조에서 군더더기가 되는 논거를 잘라내는 방식의 선택 방법을 말한다. 결론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분명 효율적이지만 때때로 효율성은 발전 가능한 다른 선택지를 가린다. 오컴의 면도날의 반대편에는 브레너의 빗자루가 있다. 브레너의 빗자루는 복잡한 과정을 잘라내지 않는 것이 때로는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ANALYSIS_ 빗자루보다는 면도날

지금의 기업들은 분명 브레너의 빗자루보다 오컴의 면도날을 택한다. 경력직과 중고 신입은 효율적이고 투입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은 한 명의 잘못과 한 번의 실패가 커다란 결과로 이어지기에 좋은 자양분이 됐다. 도움닫기로서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성공한 기업 대표의 경구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에서 경쟁사가 더 좋은 인재를 데려가면 그만큼 다른 기업에는 손해가 된다. 기업에게 인재 영입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됐다.
INSIGHT_ 평가사회

한 번의 실수가 커다란 실패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 속에서 평가 제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작게는 음식점과 택시 기사에 별점을 매기는 것, 나아가서는 최선의 소개팅과 결혼 상대를 만나기 위해서도 평가와 점수를 활용한다. 그러나 언제나 사람은 다면적 존재다. 카카오의 동료 평가 제도가 '다면 평가'를 위시했으나 큰 비판을 받았던 것처럼 사람은 몇 가지 수치로 계량화될 수 없다. 특히나 새로운 일을 꾸려 나가야 하는, 미개척지를 발견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호기심을 갖고 탐색하는 정도와 일을 즐기는 정도는 수치화될 수 없다. 무모한 시도와 뒷받침이 공존해야만 혁신적인 기업이 태어난다. 평가는 건설적인 다음을 위한 경우에 효과적일 수 있다. 한정된 지표와 이미 닦여진 길은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기에 완벽한 답이 아니다.
FORESIGHT_ 확장

평가와 안전함이 최우선적인 지표가 된 지금, 경력직 채용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 실패 없는 중개는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설립된 프리랜서 마켓 ‘크몽’은 현재 B2B 아웃소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리멤버 역시 최근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이안손앤컴퍼니’를 인수하며 전문가를 회사에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확장세라면 더 이상 레퍼런스 체크는 경력직만의 통과 절차가 아닐 수 있다. 다녔던 학교의 교사, 동창, 잠시 아르바이트했던 카페의 주인까지도 지원자를 평가하는 미래가 올 수 있다. 안전함이 최선이라는 제로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득히 먼 미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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