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일 같은 이야기, 탄소

7월 4일 - FORECAST

C테크가 기후 위기의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우리 자신이다.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 몰디브에 떠다니는 5천 개의 부유 유닛으로 구성된 해상 도시가 건설된다.
  • 동화 같은 이 이야기는, 그러나 몰디브의 비극을 상징한다. 80년 안에 몰디브는 완전히 물에 잠긴다.
  • 해결책은 기술에 있을 수도 있으며 그린스완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우리 자신이 관건이다.

DEFINITION_ 해상 도시

몰디브에 해상 도시가 건설된다.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2027년까지 도시 전체를 완공할 예정이며, 첫 입주는 2024년 초로 예정되어있다. 원룸은 약 2억 원, 가족을 위한 주거 공간은 약 3억 2천만 원이다. 5천 개의 부유 유닛으로 구성된 이 수상도시는 총 2만 명을 수용하게 되며 각 유닛은 운하로 이어진다. 해상 도시에 관한 상상력은 그 역사가 길다. 그러나 21세기의 몰디브에서 이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일 뿐이다. 80년 안에 몰디브는 완전히 바다에 잠겨버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NUMBER_ 세계 최초

의외인 것은, 몰디브가 세계 최초의 '떠다니는 도시' 타이틀을 거머쥘 수는 없을 것이란 점이다. 세계 최초의 영예는 한국의 부산이 이미 차지했다. 내년, 부산 앞바다에 해상 도시가 착공된다. 일단 1만 2천 명에게 집을 제공하게 되는데, 향후 10만 명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 역시 해상 도시는 생존 전략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부산 앞바다의 해수면 높이는 연평균 2.76mm씩 상승했다.
  • 2022. 07. 07 내용 추가 ; 현재 보도되고 있는 완공기준으로는 몰디브가 부산보다 더 빠르게 해상 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4월 부산시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인간정주계획) 원탁회의에서 세계 최초 해상 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부산의 해상 도시 완공 시기는 2030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다만, 해상 도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한 것은 부산시이기 때문에 각종 언론 보도에서는 대부분 부산시의 경우를 최초 사례로 꼽고 있다.

CONFLICT_ 불평등한 온난화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이며 이는 급증하고 있는 탄소 배출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상식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의 주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원인의 주체는 서구의 이른바 ‘선진국’들이다. 데이터가 증명한다. 산업 혁명 시기 이후로 지구의 탄소 농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석탄과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 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혁신’과 부를 일구어냈던 지난 백여 년간 이 지구는 뜨거워졌다. 그렇다면 그 결과를 감당하고 있는 주체는 누구인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 가뭄에 시달리며 식량 부족으로 기아를 겪고 있는 이른바 ‘저개발 국가’들이다. 백여 년의 시간 동안 어떤 인류가 저지른 과오의 결과를 또 다른 인류가 감당하고 있다. 이 과정은 몹시 불평등했다.
MONEY_ 21세기의 면죄부

그렇다면 원인과 결과를 데이터뿐만 아니라 생생한 현실로서 실감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인류의 대응은 어떠할까. 교토 의정서에서 파리협약까지, 정치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강제성도 없는 이러한 서명들은,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국내 정치 사정, 경제 환경 등에 속절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경제적인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돈을 주고 죄사함을 받는 면죄부의 21세기 버전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 제도나 유럽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세’ 등이 그것이다. 모든 것이 선진국에는 유리하고 신흥국에는 경제적 난관이 된다. 여전히 환경 문제는 불평등하다.
RISK_ 전쟁

그리고 인간의 정치가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전쟁은 비상사태다. 그리고 비상사태는 인간의 합리적인 생각과 실천 의지를 미뤄 둘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따라서 전쟁은 필연적으로 모든 면에서 ‘퇴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기후 위기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원자력이나 LNG가 녹색인지 아닌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던 올해 초의 택소노미 논쟁은 정말 멀고 먼 옛날, 호시절의 한가로운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렇게 불공평과 힘의 논리에 기후 위기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휘청거리는 동안 몰디브의 섬들은 점점 잠겨갈 뿐이다.
INSIGHT_ C테크

그렇다면 퇴보를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막다른 골목에 접어들었을 때, 인류는 언제나 혁신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하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러한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바로 C테크다. 기후(Climate), 탄소(Carbon), 청정(Clean) 기술 등을 포괄한다. 기후변화가 명징한 위기라면, 그것은 동시에 명징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인류는 이번에도 기술에서 찾고 있다.
 
  • Climeworks ; 지난 4월 테슬라, 아마존 등에서 대형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다.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그중에서도 특히 DAC(Direct Air Capture, 직접공기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아이슬란드에 연간 4000톤 규모의 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36000미터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두 번째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물과 섞은 뒤 현무암과 반응시켜 돌로 만든 후 지하에 저장한다. 아이슬란드를 기반으로 한 까닭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탄소 포집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것은 모순이다.
  • Marine Permaculture ;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1억 달러를 쾌척하면서 성사된 탄소제거 기술경연 대회 ‘엑스프라이즈 탄소제거’(XPRIZE Carbon Removal)에서 1차 본선 진출에 오른 기업이다.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영구적(permanent)이라는 말과 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로,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관계를 모방해 지역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개념이다. 기업명이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바다의 해조류 생태계를 재생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바다 깊은 곳에 격리한다. 이를 통해 해양 생태계 전반의 재생, 식량 안보 등의 효과를 함께 노린다.
  • 8Rivers ; 국내 기업 SK(주)머티리얼즈가 1억 달러 지분 투자에 나선 기업으로, 엑스프라이즈 탄소제거 본선에 오른 또 다른 스타트업이다. 공기가 수산화칼슘으로 채워진 창고를 통과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이산화탄소가 수산화칼슘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탄산칼슘 결정을 만드는 방식이다. 별도의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설치하지 않기 때문에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 회사는 또, 별도 설비 없이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하는 ‘초임계’ 발전 기술과 수소 생산과정에서 CO₂를 저온 냉각·분리하는 ‘블루수소 제조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C테크는 과연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기술은 언제나 인류를 위기로부터 구해냈다. 다만, 이번에는 기술만으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KEYPLAYER_ 타인의 고통

탄소 배출을 줄여갈 능력이 인류에게 없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인간이 타인의 고통에 한정 없이 무감각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미국의 작가 수전 손택은 자신의 책 《타인의 고통》에서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느끼는 한 타인의 고통에 무심해질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을 고발했다. 전쟁에 관한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현대인들이 그 고통에 온전히 공감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물속에 잠겨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역설하는 한 국가의 외무장관을 바라보며 그 어떤 위기감이나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REFERENCE_ 흠뻑쇼

전 지구적인 문제까지 갈 것도 없다. 지금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금 도시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장마철을 겪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아직도 극심한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한 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물 부족의 불평등이다. 그러나 비가 아주 오랬동안 오지 않았던 얼마 전에도 도시는 무감각했다. 그 누구도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뉴스 화면으로 만나게 되는 소양강의 쩍쩍 갈라진 바닥은 그저 ‘타인의 고통’일 뿐이다. 그래서 한 가수의 ‘흠뻑쇼’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논의해 볼 만한 ‘우리의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에 유난을 떠는 시끄러운 목소리로 치부될 뿐이다.
FORESIGHT_ 그린스완

결국, 공감이다. 공감할 수 없다면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미루거나 외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정부의 포괄적 온실가스 규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기후 위기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그저 ‘쪼개진 미국’의 문제이다. 위기와 고통에 공감한다면 이렇게 사회적, 정치적인 의견이 출렁일 때라도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감이 어렵다면 적어도 그 고통을 ‘체감’할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그린스완’ 논의를 끌어올리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린스완’은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위기를 일컫는 경제 용어다. 폭염과 홍수 등은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금융·부동산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위험이 발생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021년 6월 공개한 ‘기후변화 이행 리스크를 고려한 은행 부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보면, 2021~2050년 저탄소 경제 이행 과정에서 국내총생산(GDP)은 2.7~7.4퍼센트 감소, 국내 은행 자기자본비율은 2.6~5.8퍼센트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와 자본이 위기를 현실로 인정하면 이는 경제적인 체감이 된다. 기온이 오를 수록 체감의 강도는 심해질 것이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한도를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지금처럼 호사스럽게 에너지를 사용하는 삶을 지속해서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당장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내 주변의 전자기기 중 어떤 것의 전원부터 끌 것인지,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되어 온 먹거리를 선뜻 사 먹을 것인지, 늦은 퇴근 길에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탈지를 말이다.


무엇이 녹색인가에 관한,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의 논의가 궁금하시다면 〈그린의 정의〉를 추천합니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가 아닌 에너지 안보의 시대, 기후 위기를 대하는 인류의 자세에 관해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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