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세대가 온다

7월 5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구매력 있는 노년층, A세대가 주목받는다. MZ세대에 이어 유의미한 시장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 2039년이면 국내 고령자 가구가 1000만을 넘어선다.
  •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갖춘 노년층, A세대가 새로운 소비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 노후 준비의 영역이 자산 관리에서 자기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

BACKGROUND_ 고령화

2039년이면 국내 65세 이상의 노인이 가구주인 집이 1000만을 넘어선다. 가구주의 연령도 높아진다. 2020년 가구주 중위 연령[1]은 52.6세였다. 2050년은 64.9세로 전망한다. 노년층이 경제 활동 및 소비에서 점유하는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10년 뒤 기업의 경쟁력이다. #장래가구추계:2020~2050년
DEFINITION_ A세대
 
  • 구매력 있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노년층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흔히 ‘A세대’로 불린다.
  • 영단어 ‘에이스(Ace)’에서 유래했다. 기존 실버 세대의 이미지와 달리 자신감이 강하고 구매력 있는 면모를 보인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45~64세, 50~70세 등 다양한 연령으로 정의된다.
  • 시장은 노년층을 주고객으로 본 적 없었다. MZ 세대에 비해선 절약 정신이 강하고, X세대만큼 경제력이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생의 3막에서 자산과 자유 시간을 확보한 A세대는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STRATEGY 1_ 라이프스타일
 

기존의 실버 세대를 위한 헬스 케어 산업이 주목받던 것과 다르다. 단순히 더 긴 삶을 지속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더 나은 현재를 즐기기 위한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패션, 미용, 가전 제품, 문화 생활 등이 해당된다.

STRATEGY 2_ 국산과 반복
 

특히 국내 브랜드의 타깃이 된다. A세대는 외국 제품보다 국산 제품을, 새로운 브랜드보다 익숙한 브랜드의 물건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2021년 12월 TBWA와 한국리서치센터가 50~64세의 A세대 17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같은 상표만 사는 편”이라고 답한 A세대는 34.5퍼센트로 MZ세대(28.9퍼센트)보다 높았다. “외국 제품보다 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A세대의 비율 또한 82퍼센트로 압도적이었다.
REFERENCE_ 액티브 시니어
 
  • 더뉴그레이는 ‘멋진 아저씨를 만들어가는 에이전시’를 표방한다. 패션 및 메이크업 지원, 퍼포먼스 교육을 통해 시니어 인플루언서를 양성한다. 60대 남성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패션 크루 아저씨즈(Ahjussis)가 대표적이다. 더뉴그레이 권성현 대표의 포부는 이들을 중장년계의 BTS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 LG전자는 최근 신제품 ‘퓨리 케어 에어로타워’ 홍보 모델로 80대 유튜버 부부를 택했다. 해당 가전 제품을 노부부가 실제 사용해 보고, 원리를 익히고, 본인이 느끼는 점을 편하게 설명하는 것이 콘셉트다. 또박또박 흘러나오는 나레이션, 큼직한 자막 또한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 중장년층을 공략한 커스터마이징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들의 타깃은 모든 6070세대가 아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 생활과 여가를 즐기며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다.

ANALYSIS 1_ 언니열풍
 
즉 A세대는 자신을 돌볼 줄 알고, 꾸밀 줄 아는 실버 세대 한정이다. 지난해 지그재그의 모델로 발탁된 배우 윤여정, 코리안 그랜마로 성공한 박막례, 패션 인플루언서 밀라논나 등이 주목받았다. 올해로 75세, 75세, 80세다. 중노년 여성 롤모델들의 등장이다. “멋있으면 다 언니”라는 말을 다른 의미로 유행시켰다. 이들은 무기력하거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할머니가 아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큰언니들이다.

ANALYSIS 2_ 비혼주의
 
  •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60.7퍼센트는 기혼 가정이었다. 가구주 기준 미혼이 19.6퍼센트, 이혼이 9.6퍼센트였다. 2050년의 기혼 가정은 45.3퍼센트로 절반 아래로 줄어든다. 대신 미혼 29.6퍼센트, 이혼 14.0퍼센트로 배우자 없는 가구는 늘어날 전망이다
  •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의 〈Summer 2020 Global Attitudes Survey〉에 따르면 “코로나19 동안 가족 간 유대가 강화됐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한 한국인은 18퍼센트로, 경제 대국 14개의 평균(32퍼센트)보다 훨씬 낮았다. 오히려 “약화됐다”라는 답변이 10퍼센트를 기록했다.
  • 다양한 관계 맺기가 가족이라는 이름의 오랜 제도를 대체하고 있다. 배우자 내조, 자식 교육에 자금을 지출하는 것이 소비의 정석이었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균열은 나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고민하게 했고, 소비 습관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가족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나의 현재를 위한 소비로 변하고 있다.

RISK_  세대론을 다룰 때 주의할 점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의 고승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세대는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개념이자 변수임을 강조하고 싶다’며 무분별한 세대론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한 세대가 ‘썰의 소재이자 주제’로 소비될 때, 그보다 중요한 개인적 요소들이 지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 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가 대표적이다.
MONEY_ 3386만원
 
  • 2020년 노년층의 가구총소득 평균은 65~69세 기준 3886만 원, 70~74세 기준 2967만 원, 75~79세 기준 2568만 원, 80~84세 기준 2114만 원이었다. 개인이 아닌 가구 기준이다. #노인의경제활동과경제수준보고서
  • 2020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경제 활동 참여율은 35.3퍼센트였다. OECD 평균(15.5퍼센트)의 두 배 이상이다. 동시에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3.4퍼센트였다. OECD 평균(14퍼센트)의 세 배 수준이다. 많이 일하지만 빈곤한 사회가 대부분의 노년층이 마주한 현실이다.
  • 2020년대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가 노인 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시기다. A세대와 같은 일부 집단의 영향으로 노인의 경제 수준은 향상되는 동시에, 노인 집단 내 양극화도 심화될 예정이다. 누군가를 할머니, 누군가를 큰언니로 나누는 기준은 연령이 아닌 자본으로 옮겨가고 있다.

INSIGHT_ 정체성

A세대와 MZ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정체성의 유무다. MZ세대는 디지털 리터러시나 가치 소비 등 뚜렷한 정체성이 있다. 그러나 미디어가 주목하는 A세대는 그들만의 문화를 확보한 세대라기보단 소위 ‘젊게 사는 노년층’에 가깝다. 멋의 기준은 철저하게 젊음의 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젊은 세대가 공감하지 못하는 멋은 트렌드가 아닌 습성에 그친다. 즉 A세대가 시장의 타깃을 넘어 유의미한 세대론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만의 정체성이다. 다만 타 세대와 달리 노인 세대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이기 요원해 보인다. 너무 오랜 시간을 다르게 살아온 집단이기 때문이다.
FORESIGHT_ 인생 3막

노인은 그 자체로 존중받았다. 외모와 능력 등의 가치 판단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세대였다. 이젠 인생 2막 너머의 인생 3막을 요구하는 시대다.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왔듯, 가치 판단이 적용되는 나이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A세대의 등장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커져 가는 사회를 보여 준다. 노후 준비의 영역은 자산 관리에서 자기 관리로 확장하고 있다. 21세기의 은퇴는 해방이 아닌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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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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