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미래는 배달에 없다

7월 11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아마존과 미국 음식 배달 서비스 그럽허브가 협력안을 발표했다. 배달 시장은 하락세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아마존과 미국 음식 배달 서비스 그럽허브가 협력안을 발표했다.
  • 글로벌 배달 시장은 위기다. 코로나 특수가 종료했고 라이더 인력난, 정부 규제에 시달린다.
  • 음식 배달 시장에도 더 높은 가격의 프리미엄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DEFINITION_ 그럽허브 플러스
  • 지난 7월 6일 아마존이 그럽허브의 주식 2퍼센트를 인수했다. 그럽허브(Grubhub)는 미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이다. 2004년 미국 시카고에서 출범해, 전화 주문이 익숙하던 미국 음식 배달 시장에 온라인 주문의 개념을 도입했다. 2013년도엔 경쟁사 심리스(Seamless)를 인수했다. 2020년엔 경쟁사 저스트잇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에 인수됐다.
  •  그럽허브 플러스(Grubhub+)는 2020년 그럽허브가 출시한 유료 구독 모델이다. 핵심 혜택은 배달비 무료다. 월 9.99달러를 내면 12달러 이상 주문 건에 한해 배달 수수료가 면제된다.  
  • 아마존과 그럽허브가 체결한 계약이 바로 이 그럽허브 플러스-아마존 프라임간의 연동에 해당한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면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그럽허브 플러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1]

BACKGROUND_ 아마존 레스토랑
아마존이 외식 배달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테이크 아웃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갈 수 있도록 했다. 2015년엔 ‘아마존 레스토랑(Amazon Restaurant)’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식당의 메뉴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영국으로도 점포를 늘리며 확장을 꾀했으나 2018년 말부터 서비스를 종료했다. 2016년부터 운영하던 직장인 점심 배달 서비스 데일리 디쉬(Daily Dish) 또한 비슷한 시기에 폐쇄했다. 점포 수를 빠르게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럽허브나 우버이츠처럼 음식 배달에 집중하는 딜리버리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경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ANALYSIS_ 딜리버루 플러스
그러던 아마존이 다시 음식 배달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미 배송 인프라를 확보한 아마존 입장에서 음식 배달은 리스크가 적은 시장이다. 영국 음식 배달 스타트업 딜리버루(Deliveroo)에 투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아마존은 2020년 8월 딜리버루의 지분 16퍼센트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2021년에는 영국 및 아일랜드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위한 혜택으로 딜리버루 플러스를 제공했다. 그럽허브 플러스처럼 1년간 음식 무료 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즉 아마존-그럽허브의 계약은 아마존이 감행하는 새로운 서비스라기보단, 배달 시장의 하락세에서 고전하던 그럽허브 입장에서 위기의 돌파구로 삼고 싶은 기회다.
CONFLICT_ 우버이츠와 도어대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럽허브는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의 강자였다. 지금은 아니다. 우버이츠(UberEats)와 도어대시(Doordash)가 현 미국 배달 시장의 1, 2위를 다툰다. 2020년 기준 미국 음식 배달 플랫폼 1위는 도어대시로 시장 점유율 45퍼센트였다. 2위는 그럽허브(23퍼센트), 3위는 우버이츠(22퍼센트), 4위는 포스트메이츠(8퍼센트)였다. 포스트메이츠 또한 우버이츠가 2020년 하반기에 인수한 회사다. 즉 그럽허브는 사실상 도어대시와 우버이츠라는 음식 배달앱 양대산맥 사이에 끼어 고전하는 제 3의 배달앱이다. 사실 우버이츠는 2014년, 도어대시는 2013년 출범으로 둘 다 그럽허브의 후발 주자였다. 꾸준히 몸집을 키워 2018년을 기점으로 10년 선배 그럽허브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ANALYSIS _ 출혈경쟁
승승장구하던 그럽허브는 왜 시장 1위에서 밀려났을까. 배달업의 특성이다. 브랜드 로열티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어디가 더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배달해 주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2010년대 중반 우버이츠와 도어대시를 비롯해 새로운 배달앱들이 등장했을 때 이렇다 할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할인 쿠폰과 무료 배달 프로모션 등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쏟았다. 큰 성과 없이 수익성만 감소했고, 그 결과 2021년 41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KEYPLAYER_ 손정의
음식 배달은 마진이 낮은 사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어대시의 수익률은 고객 구매 금액의 2.5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초기 투자가 중요하다. 도어대시가 그럽허브를 제치고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의 1위를 꿰찰 수 있던 것도 바로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 영향이다. 2018년부터 도어대시에 투자해 온 소프트뱅크의 투자 규모는 7469억 원이었다. 소프트뱅크의 전격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그럽허브가 독점하던 영미권 배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참고로 그 시점 소프트뱅크는 우버의 지분 또한 12퍼센트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영향력은 영미권만의 얘기가 아니다. 인도 음식 배달의 시장 점유율 45퍼센트를 차지하는 스위기(Swiggy) 또한 소프트뱅크가 최대 투자처다. 국내 배달 3사가 마케팅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것 또한 소프트뱅크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업은 쿠팡이츠 때문이다. 전 세계 음식 배달 시장 중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곳은 없다.
RISK 1_ 상한선
코로나 특수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며 음식 배달 서비스는 전폭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과 동시에 굵직한 위기들을 마주했다. 그럽허브만의 문제가 아닌 음식 배달앱 공통의 문제다. 대퇴사의 시기로 라이더 인력이 부족했고, 정부의 규제가 심화된 것이다. 
  • 우선 높은 배달비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배달 수수료와 팁을 포함해 메뉴 가격의 최대 30퍼센트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에 시민의 반발이 컸다. 1만원짜리 국밥을 주문하고 배달비 3000원을 내는 우리나라 배달 시장을 떠올려 보면 놀랍지 않은 금액이다.  
  • 그런데 2021년 10월 26일, 뉴욕시 의회는 음식 배달 앱의 수수료 상한선을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식당에서 받을 수 있는 배달비와 광고비가 각각 메뉴값의 15퍼센트와 5퍼센트 미만이도록 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또한 2020년 6월 배달 수수료가 음식값의 15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외에도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워싱턴 DC, 라스베가스 또한 임시 배달 수수료 상한선을 정했으며 이를 영구 법안으로 만드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RISK 2_  긱 노동자
  • 긱 노동자들의 근무 조건 또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9일, 프랑스 법원은 딜리버루에게 수천 명의 배달원들을 노동자로 등록하지 않은 죄로 약 5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들을 노동자로 사용하면서도 프리랜서로 간주함으로써 노동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 스페인 정부는 지난 2021년 3월 딜리버루, 우버이츠 등의 모든 플랫폼 배달원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노동법 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딜리버루는 작년 11월부로 스페인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 지난해 5월 도어대시의 주가가 3분의 2 수준으로 급락했다. 발단은 마티 월시 미국 노동부 장관관의 발언이다. “긱(gig) 근로자들은 독립 사업자가 아니라 직원으로 분류돼야 한다.” 음식 배달원들도 기업 소속의 근로자라는 점에서 보험과 연금 등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요지다. 긱 이코노미의 수혜자로서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긱 이코노미 시스템의 일부로 보는 것이 음식 배달업의 장점이었다. 드라이버를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진다면, 이 장점은 빛을 잃는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배달앱에겐 큰 위기다.

INSIGHT_ 노 모어 페인 포인트
배달업의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해결할 페인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다. 배달 서비스는 이미 그 최상단에 도달했다. 충분히 빠르고 따뜻하고 편리하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를 만들고, 트립어드바이저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콜라보하며, 친환경 용기를 고민한다. 게다가 판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하며 전 세계 음식 배달 수요도 한풀 꺾였다. 즉 배달의 미래는 배달에 없다. 음식 배달 서비스가 살아남기 위해선 최소 주문 금액을 높이거나, 수익률이 높은 신규 사업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지역을 탐색하는 수밖에 없다.
REFERENCE_ 인도
  • 주목할 새 시장은 인도다. 이제 막 음식 배달 산업이 성장 중이다. 인도는 대중 교통 인프라가 부재한 반면 오토바이나 릭샤 등 개인 교통 수단이 발달했다. 전화로 물건을 배달시키던 문화가 익숙하던 와중 등장한 것은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기준 인도 스마트폰 사용 인구는 4억 3000만 명이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현재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이 유일한 상승세를 보이며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까지 도입되며 온라인 음식 배달 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도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3억 5000만 달러다. 스위기의 하루 평균 음식 배달 건수는 10만 건이다.   
  • 인도 음식 배달 시장은 스위기(Swiggy)와 조마토(Zomato)라는 두 자국 브랜드가 거머쥐고 있다. 각각의 시장 점유율은 47퍼센트, 45퍼센트로 비등하다. 스위기의 콘셉트가 ‘배달’이라면 조마토의 콘셉트는 ‘음식’이다. 스위기는 배달의 시간과 조건을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등 모든 배달을 관리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다. 반면 조마토는 점주들을 위한 고객 데이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외식업과 관련된 각종 분야로의 확장을 꾀한다.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에 부딪친 영미권 및 국내 배달 시장이 새롭게 주목할 시장이 인도에 있다.

FORESIGHT_ 프리미엄
기존 고객 유지도 신사업 확장도 실패한다면 다음 단계는 가격이다. 결국 프리미엄 전략이다. 택시가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카카오 택시 앱을 켜면 차량 종류와 가격대에 맞춰 다섯 가지도 넘는 택시들을 볼 수 있다. 타다의 드라이버는 클래식 음악을 틀고, 출발 전 승객에게 어떤 경로를 택할지 질문한다. 아이엠에선 ‘쉿! 조용히’, ‘천천히 안전 운전’과 같은 옵션을 고를 수 있다. 음식 배달도 마찬가지다. 기본 옵션을 제공하되 고객의 니즈에 맞춰 음식을 배달하는 유료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라이더 또한 프리랜서가 아닌 회사 소속 드라이버를 고용해 프리미엄 배달을 선보일 수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배달앱 ‘덜 짜게’ 옵션이 무수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그렇듯,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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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프라임의 가격은 월 14.99달러, 연 139달러 선이다. 참고로 기존 월 12.99달러, 연 119달러에서 올해 2월 한차례 인상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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