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고, MZ입니다
2화

일본 청년층의 시선으로 한국과 세계를 바라보다

3. 일본 청년층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2021년 9월 일본 내각부에서 조사한 한국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 조사를 살펴보면,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는 비율이 37.0퍼센트(‘친밀감을 느낀다’ 10.0퍼센트+‘다소 친밀감을 느낀다’ 27.0퍼센트),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비율이 62.4퍼센트(‘다소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 28.9퍼센트+‘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 33.6퍼센트)로 나타났다. 2020년 조사 결과와 큰 차이는 없지만 2019년 최저점을 찍은 후 약간 반등하고 있다. 도시 규모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으며 친밀감을 느낀다는 비율은 여성과 18~29세에서 높다.

‘현재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전체적으로 양호하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18.6퍼센트, ‘양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81.1퍼센트로 나타났다. 역시 여성과 18~29세에서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향후 일본과 한국의 관계 발전이 양국 및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62.1퍼센트,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37.4퍼센트로 나타났다. 전년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58.4→62.1퍼센트). 도시 규모별로 보면 큰 차이는 없으며 여성과 18~29세에서 중요하다는 답변이 높았다.

 
일본 내각부의 호감도 조사 중 세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특히 19~29세의 한국 호감도가 다른 세대나 전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일본 젊은 세대의 호감도 증가가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호감도 평균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2020년 이후 작게나마 반등할 수 있었던 요인은 19~29세 층의 호감도 증가에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겐론NPO의 공동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유사한 추세가 나타난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은 가운데, 2019년 최악의 한일 관계 이후 조사한 2020년 결과에서 한국에서는 호감도가 급락하였으나[1],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이 오히려 상승하였고 2021년에도 비슷한 수치가 유지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 조사에서도 20세 미만과 20~30대의 긍정 인식이 다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한일 관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가장 높은 층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일 양국 국민 1000명에게 상대국의 대중문화를 즐기는지 물어본 결과 일본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긴다는 대답이 많았고, 대중문화를 즐기면 상대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다는 응답은 한국은 67퍼센트, 일본은 81.2퍼센트로 높게 나타났다. 최근의 다소 긍정적인 변화에서 나타나는 일본 젊은 세대의 영향력 강화에 주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MZ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소비로 연결하고, 성장하고 충족해 나가면서 응원하고, ‘나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를 표출한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중복응답)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와 식문화, 쇼핑에 관심이 많다는 의견이 다수였다[2]. 세대별로 살펴보면, 20대 미만에서 문화 관련 항목 수치가 가장 높았는데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어서’가 80퍼센트였고, 매력적인 식문화와 쇼핑도 70퍼센트로 나타났다. 세대별 응답을 살펴보면, 한국 대중문화 소비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로 19~29세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소비하고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고 답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세대보다도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3].
 
  
그렇다면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소비를 통해 다중적 정체성과 다양한 가치를 표출하며 ‘나다움’을 드러내는 일본 MZ세대는 코로나19 판데믹 시대 한국을 어떻게 경험하고 이를 소비로 표출하고 있을까?

2021년 11월 29일 주식회사 AMF는 2021년 하반기 전국 여자 중고생 내에서 유행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2021년의 유행어 대상’을 발표했다. 젊은이들 사이에 올해 무엇이 유행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이 트렌드로 자리잡을지를 총괄적으로 전망하는데, 한국에서 방영된 한중일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인 〈걸스플래닛999〉가 인기 있었고, 〈오징어 게임〉, 한국에 놀러간 것처럼 즐기는 〈도한놀이(渡韓ごっこ)〉 등이 유행어로 선정되었다.

도한놀이는 호텔에서 파자마를 입고 한식과 소품 등으로 장식하여 마치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즐기는 놀이이다. 최신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거리로 젊은이들이 모이는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 광장’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먹거리를 특별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짜파구리, 〈사랑의 불시착〉의 맥심 모카골드, 〈더 킹〉의 고구마와 김치, 〈도깨비〉의 대롱과자, 〈구르미 그린 달빛〉의 약과, 〈이태원 클라쓰〉의 소주 등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련 상품을 포장하여 판매하기도 했다. 신오쿠보가 하라주쿠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2020년 10월 25일 기준, 하라주쿠 방문객 수는 1만 4444명, 신오쿠보 방문객 수는 2만 6868명으로 집계되었다. 신오쿠보의 한국 음식점, 굿즈, 화장품 등의 구매에 일본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오사카 코리아타운 내 한국풍 식당, 카페, 미용실 등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마케팅 회사인 TesTee는 한국 화장품의 실제 사용에 대해 매일 메이크업을 하는 10~30대 여성 4029명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 67.9퍼센트, 20대 64.3퍼센트, 30대 50.9퍼센트가 한국 화장품을 사용한 적이 있거나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뷰티 유튜브에서 보게 되었거나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확산하고 있다.

Z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소비로 연결하고 응원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기호를 충족해 나가면서 다양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 케이 팝 아이돌을 응원하며 한국의 식문화와 분위기를 즐기는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도한놀이는 판데믹 시대와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맞물려 등장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2021년 일본 신조어, 유행어 대상에서도 언급한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에 대한 관심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BTS는 유엔 지속 가능 개발 목표 고위급회의 개회식에서 “지속 가능 개발 목표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간 균형을 맞추고, 모두가 공평한 혜택을 누리기 위한 공동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지속 가능 개발 목표의) 17개 목표 가운데 인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SNS에) 의사를 표명하고 발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4]. 판데믹에 이어 앞으로 겪게 될지 모르는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은 MZ세대에게 중요한 사회 문제이자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와 환경을 고려한 소비와 사고방식은 앞으로 마주하게 될 포스트 판데믹 시대, 불공정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응 방식일 수 있다. 가상화폐나 NFT(Non-Fungible Token) 등 역시 2021년 유행어 후보로 언급되었는데, 이전과는 다른 고용 방식, 주식, 코인, NFT 등 새로운 자본주의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도전과 과제가 다가오고 있다.

MZ세대는 가치에 기반한 사고 방식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국가마다 우선하는 가치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공정, 친환경, 기후 대응, 차별 반대, 지속 가능한 미래, 미래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 균형적인 사회 등 가치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5]. 판데믹 시대를 청년기로 살아가고 있는 2030세대는 안정적이고 가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세계와의 연결을 통해 자신을 다양하고도 적절하게 표출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실력도 의욕도 저하된 세대로 평가 받던 일본의 젊은 세대는 전 지구적 판데믹 시대를 맞아 이루어지는 디지털로의 전환 속에서 좋아하는 대상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자기의 선호를 표출하고 있다.

케이 팝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 접속이 급증하면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빈센조〉, 〈오징어 게임〉, 〈지옥〉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제4차 한류 붐과 더불어 한국인과 일본인 멤버가 함께 구성되어 양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친근감도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최악인 한일 관계를 복원해 나가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좋아하는 콘텐츠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가치와 연결하는 MZ세대의 특징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어떤 가치가 어떤 경험과 연계되느냐에 따라 그 방향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다.
 

4. 연대의 시각으로 한일 관계를 재조명하다


일본의 MZ세대는 ‘나다움’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판데믹 이전까지도 MZ세대는 부모 세대와 함께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체험 소비, 참가형 소비, 가치 소비 등으로 표출해 왔다. 디지털 시대, SNS가 발달하며 온오프라인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가치와 공감, 스토리가 이미지와 영상으로 시각화되어 발신되고 있다. 소비 양식으로 자신의 선호와 가치를 표현하며 응원하고 싶은 대상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대상에 돈과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한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친근감이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응원 소비, 친근감 소비, 탄력 소비, 실패하지 않는 소비를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온오프라인으로 주변과 소통하고 공유하며,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소신과 가치를 담아내며 자신과 사회를 연결하고 있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에서도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반감은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한일 관계에서도 구조적으로 일본의 젊은 세대가 한일이 동등하다고 인식하거나 심지어 한국을 선망하는 국가로까지 여기는 반면, 일본의 기성세대, 특히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한국의 저개발을 경험하고 인식한 세대는 이제까지의 한일 관계의 구조적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한 위상 변화는 각 세대가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괴리를 재차 확인해준다. 일본 기성세대가 한국에 대해 느끼는 우월감 그리고 MZ세대가 도한놀이를 즐기며 한국을 선망하는 인식의 차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이제까지 한일 간에 혐오와 멸시, 그리고 불통이라는 악순환에 놓여 있었다면, 이제는 한일이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의 스토리를 연결하여 더불어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앞으로 일본 사회를 이끌어갈 일본 MZ세대의 세계관과 한국관이 어떻게 형성되고 표출되어 나타날지 계속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의 여론 조사는 매년 5월 실시되며, 2019년 조사도 5월에 진행되어 2019년 7월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의 영향력은 2019년 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2020년 조사는 코로나19로 인해 10월에 진행됐다.
[2]
동아시아연구원(EAI), 2021.
[3]
동아시아연구원(EAI), 2021.
[4]
《세계일보》, 2022. 2.21.
[5]
《세계일보》, 2022.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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