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다?

7월 14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일론 머스크로 대변되는 재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문화적 힘을 모두 지닌 그는 무적일까? 

 
  • 트위터가 인수 계약을 파기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일론 머스크는 ‘파워트위터리안’이란 정체성을 이용해 여론을 이끌고 있다.
  • 경제적·문화적 힘을 모두 지닌 그는 무적의 존재일까?

BACKGROUND_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440억 달러짜리 변덕을 부렸다. 트위터 인수를 전격 철회한 것이다. 인수 의사를 밝힌 지 3개월, 인수계약 2개월 만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식을 접한 트위터 직원들은 불안을 표한 바 있다. 그의 변덕스러운 발언이 트위터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5월 중순부터 ‘스팸봇’이라 칭하는 가짜 계정을 문제 삼으며 인수 보류 가능성을 보여왔다. 트위터의 소송 제기 위협에도 조롱 트윗으로 맞서는 등 공방을 벌여왔다. 그리고 마침내 트위터 직원들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현지시간 9일 서면을 통해 트위터 측에 인수 철회 의사를 전했다. 3일 뒤,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론 머스크-트위터 거래 타임라인
MONEY_ 400억 달러

자그마치 400억 달러가 걸린 소송이다. 트위터는 기업 합병법 전문 대형로펌 왁텔·립턴·로즌&캐츠(WLRK)를 고용하며 거물급 변호인단을 꾸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론 머스크-트위터 법정 공방의 세 가지 가능성을 전망했다. 
  • 첫째. 일론 머스크 승소, 위약금 없이 계약 파기한다.
  • 둘째. 트위터 승소, 일론 머스크가 위약금 10억 달러를 지불한다.
  • 셋째. 트위터 승소, 일론 머스크가 당초 합의한 대로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한다.
경우에 수에 따라 트위터는 각각 0원, 10억 달러, 400억 달러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일 뿐이다. 일각에선 일론 머스크가 오히려 이번 소동을 통해 얻어낼 것은 다 얻어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계약 파기 변수로 트위터의 주가는 11.3퍼센트 하락한 상황이다. 악시오스는 머스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평판 상실’이라고 지적한다. 일론 머스크가 더 저렴한 가격에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DEFINITION_ 재벌 인플루언서

400억 달러가 걸린 싸움에서도 일론 머스크는 ‘마이웨이’다. 법정으로 가도 자신 있다는 태도다. 그는 여론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가진 가장 큰 힘은 지지자, 즉 팔로어다. 일론 머스크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집계 상 세계 1위 재벌이자 1억 팔로어를 거느린 세계 6위 ‘파워트위터리안’이다. 경제적, 문화적 힘을 모두 가진 재벌 인플루언서다. 

STRATEGY_ 머스크 스타일

  • 외부인이 집주인보다 집을 더 잘 아는 상황이다. 그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실제 트위터가 소송 위협을 해왔을 때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위터를 조롱했다. 액션 배우 척 노리스가 말 1개로 말 16개를 모두 상대하는 체스 게임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처크메이트'(Chuckmate)라 썼다. 체크메이트(checkmate)는 체스에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트위터가 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팔로어들에게 이번 계약 파기는 ‘머스크 스타일’로 이해된다. 머스크는 그런 사람인 거다. 400억 달러 짜리 계약을 아무렇지 않게 파기할 수 있는. 팔로워들은 그 점에 열광한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CEO로서 계약을 맺었지만, 트위터를 위협하는 건 그의 다른 정체성이다. 머스크가 트위터보다 트위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인플루언서라는 점이다.

REFERENCE_ 정용진

우리나라에도 돈이 많고 SNS를 잘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론 머스크와 비슷한 이가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과거의 재벌은 쉽게 볼 수 없어야 이따금의 행보에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한동안 그랬다. 석상에서나 볼 수 있는 베일에 싸인 재벌 3세였던 그는 2019년부터 SNS에 등장했다. 현재 77만 팔로어를 거느린 재벌 인플루언서가 됐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와 정용진을 비교하는 기사는 대부분 ‘닮은 듯 다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차이를 두고 있다.
OPINION_ 생존 전략

두 인물 모두 논쟁적 행보를 보인다. 일론 머스크 CEO의 행보는 혁신적이지만 불안하고, 정용진 부회장도 SNS상에서 몇 차례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인플루언서로서 CEO의 소통은 기행일까 개성일까. 오너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동에 열광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두 인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관련해서 《문화로 읽는 세상》의 저자인 김헌식 문화평론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재벌 인플루언서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저마다의 기준에 의해 CEO의 행동을 기행으로 판단할 수도, 개성 있는 행동으로 느낄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의 경우는 기존의 상식 체계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CEO였다. 소신 있고 확신에 찬 의사 표현이 ‘쿨’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CEO의 행동이 기업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위험은 없나.

기업적으로 오너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지금 일론 머스크에게서 보여지듯 말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영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성공 요인이 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인이 자기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장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멸공 논란이 있었지 않나. 중국 매체에서도 정 부회장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중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해 있는 계열사가 타격을 입었다. 그래도 위험성보다 얻는 게 크다고 보나.

재벌 3세의 소통수단으로써 SNS 이용은 바람직하다. 1~2세대 재벌은 은둔하고 은폐하고 소통하지 않았다. 일방향적으로 상품 개발만 하고 소비자와 대화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권위주의 문화 속에서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경영진이 젊어졌다. 사회·문화적 트렌드에 적응해야 한다. 그게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CEO가 경영 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바람직할 거라 보나.

소신이라는 건 자기 경험이나 깨달음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터득한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공유해야겠다’가 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관심, 팔로어 확보를 위하다 보면 튀는 발언이 되는 경우가 있다. 모바일 문화 자체는 오픈되어 있는 공간이다. 진정성 없거나 허위의식에 차 있으면 대중은 바로 떠날 것이다.

재벌의 경영방식이 전 세대와 달라졌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1~2세대가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면, 3세대는 자기가 이룬 게 없다. 소통은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다. 소통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트렌드가 3세대 재벌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 것 같다. 소통을 통해 소비자와 고객들의 수요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자기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내세우기보다 듣고 수용하는 쪽으로 운영해야 할 것 같다.

재벌 인플루언서들이 가져야 할 책임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의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공간에서 발언하는 순간,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CEO란 기본적으로 많은 팔로어를 확보할 수 있는 지위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ANALYSIS_ 타고난 정체성

대화 중 한국의 재벌 인플루언서가 가진 한계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1세대 재벌은 권위주의가 강했다. 그들이 가진 자수성가 서사는 여러 자기계발서로 출판되며 재벌 신성화에 일조했다. 긴 시간 동안 우리나라 재벌가는 세대교체를 거쳤다. 3~4세대 재벌은 대중들에게 더 이상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1세대 재벌 누군가의 딸, 아들, 손주로 기억된다. 소위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대중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다. 애초에 기업가가 아닌 인플루언서의 정체성으로 시작한다.
RECIPE_ CEO 행동주의

기업가들은 과거와 같이 은둔과 침묵을 요구받지 않는다. 대중은 인플루언서로서의 기업가가 행동하길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책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자신의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우리나라 3~4세대 재벌은 각기 다양한 CEO 행동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 정주영의 손주; 현대가 재벌 3세 정경선은 루트임팩트 CIO다. 현대 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손주이자 현대해상화재보험 정몽윤 회장의 아들, 상속자이며 동시에 자선가다.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와 소셜 벤처 투자사 HGI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스타트업에 후원과 투자를 하고 있다.
  • 최태원의 딸; 최태원 SK회장의 딸, 최민정 중위는 입대를 택했다. 해군장교 임관 전 중화권을 타겟으로 한 온라인쇼핑몰 '판다코리아닷컴'을 설립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아덴만에 이어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의 2함대 사령부로 발령되어 임무를 마치고 장교로 전역했다. 재벌가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모았다. 

RISK_ 위험한 비즈니스?

북저널리즘의 전자책 〈CEO 행동주의〉은 CEO 행동주의의 이면을 설명한다. CEO들의 정치·사회적 행동과 발언의 목표는 선할지 몰라도, 결국 비즈니스의 역할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CEO 행동주의를 기업이 정치화될 수 있는 위험한 비즈니스라고 설명한다.

INSIGHT_ 주주 행동주의

  • CEO 행동주의는 때로는 위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건 대중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주주까지 움직이게 한다는 점이다. 트위터 인수를 둘러싼 이번 일론 머스크의 행보는 ‘머스크스러움’의 일부인 기행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영향력을 지닌 일론 머스크의 행동 하나하나가 주가에 영향을 주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 실제로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 참여 선언을 번복했을 때, 트위터의 주주들은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머스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일론 머스크의 행동이 주주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CEO의 행동은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주주 행동주의’로 이어진다. 어떠한 기업도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주가 있기에 CEO가 있고 대중이 있기에 인플루언서가 있다. CEO의 지위와 영향력이 어디서 왔는지 잊어선 안 된다.

FORESIGHT_ 지지와 견제

우리나라 재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재벌을 외치면서도 삼성은 자랑스럽고, 재벌은 우리 경제에 없어선 안 될 한 축으로 여겨지는 이상한 구조다. 우리나라에서 재벌은 어쩌면 애증의 존재다. 쏟아지는 관심만큼 대중의 요구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CEO의 기행에 대한 자연스런 견제가 가능해진다. 지지와 견제는 한끗 차이다. 일론 머스크는 경제·문화적 파워를 모두 지닌 무적의 존재로 보인다. 하지만 김헌식 평론가가 말했듯 그가 가진 게 “개인의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CEO의 행동은 반드시 주주와 대중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일론 머스크의 행동에 따라 지지와 견제를 오갈 것이다.


이 글은 〈플랫폼이 필요해서 트위터 좀 샀어〉〈CEO 행동주의〉와 함께 읽으시면, 더 깊이있는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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