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은 이제 제 겁니다

7월 19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스포티파이가 음악 퀴즈 게임 허들을 인수했다. 스포티파이의 비즈니스 전략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늦었다.

  •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가 음악 퀴즈 게임인 ‘허들(Heardle)’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 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스포티파이에게 허들은 단순한 퀴즈 게임 이상이다.
  • 그러나 스포티파이의 한국 시장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않다.

STRATEGY _ 스포티파이의 비즈니스 전략

그 어느 때보다 스트리밍 시장이 치열하다. 굳건한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는 스포티파이에게도 이 과열은 유쾌하지 않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다변화와 경쟁 플랫폼의 성장세에 맞서 새로운 수익 구조가 필요했다. 스포티파이가 주목한 핵심은 크리에이터와 이용자에 있었다. 스포티파이의 허들 인수는 그들의 주요 비즈니스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 개인화 ;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무엇보다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개인화 서비스였다. 사용자는 스포티파이에 자신의 음악 취향을 기록할 수 있었고 스포티파이는 기존 기록을 토대로 사용자에게 새로운 아티스트를 추천했다. 실제 스포티파이 청취자가 가장 큰 만족도를 보이는 것이 개인화 서비스다. 81퍼센트 이상의 청취자는 스포티파이의 강점을 강력한 개인화와 다변화된 검색 서비스로 꼽았다.
  • 오디오 콘텐츠 ; 이제는 개인화 서비스만으로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다. 알고리즘 기반 개인 추천 서비스는 대부분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누릴 수 있게 되었고, 경쟁 플랫폼인 유튜브 뮤직과 애플 뮤직은 각자의 뚜렷한 강점이 있다. 스포티파이의 전략은 오디오 콘텐츠 강화였다. 스포티파이는 작년 11월 오디오북 업체인 ‘파인드어웨이(Findaway)’를 인수하고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새로운 수익 구조를 형성했다. 출판사와 크리에이터를 스포티파이에 끌어 오고 플랫폼에 머무는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 상호 작용 ; 아티스트와 팬 사이 상호 작용을 강화하는 것 역시 스포티파이의 전략이었다. 스포티파이에 의하면 아티스트는 어플 내에서 직접 라이브 공연 방을 열 수 있고, 신보를 홍보하거나 특별한 순간을 팬과 함께 기념할 수 있다. 콘서트 티켓이나 굿즈 홍보는 물론 직접 팁을 받으면서 아티스트는 저작권료 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DEFINITION_ 허들

허들은 단어 추론 게임인 ‘워들(Wordle)’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 퀴즈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음악의 첫 부분을 듣고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맞춰야 한다. 총 여섯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스포티파이가 허들을 인수하면서 플레이어는 퀴즈가 끝난 후 스포티파이에서 무료로 전곡을 들을 수 있게 됐다. 퀴즈로 나온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면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손쉽게 저장할 수 있다.
EFFECT_ 스포티파이 + 허들
  • 발견과 확장 ; 단순한 퀴즈 게임의 장점은 낮은 진입 장벽이다. 스포티파이는 음악과 퀴즈 게임을 연결한 허들을 통해 더 큰 확장을 노리고 있다.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개인화된 플레이리스트는 청취자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추천했다. 허들 역시 비슷한 야심을 공유한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고 취향을 확장할 수 있다.
  • 데이터 ; 허들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접한 청취자가 특정 음악을 자신의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했다면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새로운 데이터가 쌓인 셈이다. 매일 제공되는 수많은 음악 퀴즈 중에서 청취자가 특정 음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의 게임 기록은 장기적으로 스포티파이의 개인화 서비스를 정밀하게 고도화한다. 새로운 발견과 합쳐진다면 청취자는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자신의 취향을 더 넓게 탐색한다. 스포티파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 홍보 ; 허들은 청취자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에게도 새로운 창구다. 대형 기획사나 광고, 차트 진입이 아니면 새로운 청취자와의 접점을 만들기 어려웠던 아티스트에게 허들은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 스포티파이는 허들 인수를 밝히는 보도 자료에서 허들 서비스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허들을 통해 사람들은 잊었던 오래된 트랙을 재발견하거나, 놀라운 신인 아티스트를 발견하거나,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던 음악의 제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REFERENCE_ 워들

올해 1월, 뉴욕타임즈는 단어 추론 게임인 워들을 인수했다. 개발 한 달차인 11월에는 하루 이용자가 90명에 불과했으나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올해 1월 기준 30만 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워들과 허들 모두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웹 기반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접근이 쉽고 빠르다. 게임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필요도 없다. 유저들은 정답을 공개하지 않고도 자신의 플레이 기록을 공유할 수 있다. 접근이 쉽다는 지점 덕분에 워들은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고, 네트워킹을 형성할 수 있었다. 트위터에는 자신의 워들 플레이를 공유하는 해시태그가 수도 없이 업로드 된다.
RECIPE_ 다각화
  • 구독의 한계 ; 스포티파이의 전 세계 점유율은 35퍼센트다. 2위인 애플 뮤직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괄목할 만한 성과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확장이 어렵다는 말과도 같다. 태생적인 구독 서비스의 한계이기도 하다. 수익 구조 다변화는 스포티파이에게 있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 콘텐츠 ;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양과 질이다. 스포티파이는 오디오 북과 팟캐스트를 강화해 콘텐츠 풀을 확장했다. 높은 음악 저작권료에서 자유로워지는 전략이기도 했다. 최근 한국의 오디오 스트리밍 시장도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플로’와 ‘지니뮤직’, ‘벅스’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은 ‘윌라’, ‘밀리의 서재’ 등 오디오 북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 커뮤니티 ; 허들과 같은 퀴즈 게임은 청취자와 다른 청취자를 연결하는 하나의 네트워킹 사다리가 될 수 있다. 플레이어는 SNS를 통해 오늘의 퀴즈를 링크와 함께 공유하고, 음악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남긴다. 게임은 플레이어와 플레이 과정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낸다. 독특한 사용자 네트워킹 경험을 줄 수 있다.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게임을 홍보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러운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

INSIGHT_ 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창립자 다니엘 에크(Daniel Ek)는 오페라 가수인 외할머니와 재즈 피아니스트인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냅스터’와 같은 무료 P2P 사이트의 등장 이후 음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크리에이터에게 직접 적합한 수익을 제공하는 스포티파이 모델은 에크에게 있어 하나의 원칙이었다. 결국 스포티파이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이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팬과의 접촉 공간을 늘린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강화는 스포티파이만의 전략이 아니다. ‘핀터레스트’는 크리에이터와 쇼핑을 연결하는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틱톡’ 역시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켓 전략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 허들은 스포티파이에게 단순한 퀴즈 게임이 아니다. 마켓 플레이스를 위한 보조적 도구이자 팬과 크리에이터 모두를 만족시키는 핵심 전략이다.
ANALYSIS_ 한국 시장

한국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 아직 한국 스포티파이는 갈 길이 멀다. 작년 2월 국내 시장에 진입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와 제휴를 이어왔던 LG U+는  7월 18일 스포티파이 제휴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음원 추천 서비스는 이미 다른 토종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게다가 높은 이용료와 초기 저작권 확보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의 경우 통신사가 직접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유료 구독을 이끌기 쉽지 않다. 외국의 경우 광고가 포함된 무료 멤버십이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음원 저작권료가 높게 설정돼 있어 무료 멤버십 개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RISK_ 한국의 팬덤 문화

팬과 아티스트 사이의 상호 작용 역시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형성된 것들이다. 디어유의 ‘버블’, 하이브의 ‘위버스’는 수많은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창구를 제공하고 있다. 7월 18일에는 위버스가 브이라이브와 점진적으로 통합하며 팬덤 라이브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팬덤 문화가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K팝 시장의 경우 새로운 진입이 쉽지 않다. K팝의 파급력이 높아질수록 스포티파이가 활용할 수 있는 상호 작용 기회는 줄어드는 셈이다.
FORESIGHT_ 시간 싸움

지난 7월 15일 KT는 ‘기가지니 송퀴즈’ 서비스를 출시했다. 허들과 비슷한 형태다. 다만 더 빠르다. 게다가 송퀴즈는 KT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지니뮤직의 인기차트를 기반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노래를 제공한다. 이미 스포티파이의 허들은 시간 싸움에서 지니뮤직에게 밀렸다. 허들만 늦은 것이 아니다. 이미 한국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멜론을 비롯한 토종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와의 협업을 통해 아티스트 홍보 역시 진행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는 이미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 창구를 장악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 부진을 넘어 진정한 글로벌을 섭렵하기 위해서는 더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오디오 북과 팟캐스트 등의 콘텐츠를 한국 시장에 도입해야 하고, 기존 기획사 및 아티스트와의 강력한 협업이 필요하다. 스포티파이만의 강점이었던 개인화 서비스에서의 초격차까지 노려야 한다. 이미 스포티파이는 뒤처졌다. 뒤처진 만큼 잡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결국은 시간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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