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 서바이벌

7월 2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토종 과자 회사들이 사업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쏟아지는 먹거리 속에서 과자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 물가 상승과 다양한 먹거리의 등장이 토종 제과 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 콘텐츠화, FOMO 마케팅, 해외 시장 진출 등 과자 브랜드들이 사업 전략을 다각화한다.
  • 제과 회사의 미래는 유통사와의 경쟁에 달렸다.

BACKGROUND_ 새우깡과 초코파이
과자는 서민 경제를 읽는 바로미터 중 하나다. 과자값은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며, 다양한 계층이 소비하는 가장 일상적인 소비재 중 하나가 과자다. 국내 과자 시장은 농심, 오리온, 크라운, 롯데, 해태 5개 기업이 쥐고 있다. 농심과 오리온이 1, 2위를 앞다툰다. 농심과 오리온의 2021년 상반기 스낵 과자 제조 시장 점유율은 각각 23.61퍼센트, 23.52퍼센트로 비등했다. 다음은 크라운(11.47퍼센트), 롯데제과(10.22퍼센트), 해태(9.82퍼센트) 순으로 3~5위의 경쟁 또한 치열하다. 다만 농심은 라면 등 제과 외 식품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제과 업체를 논할 때 열외로 분류된다. 즉 ‘제과 업체’ 4대장은 사실상 오리온, 크라운, 롯데, 해태다.[1]
NUMBER_ 3조 6997억

2016년 국내 과자 시장 규모는 3조 1719억 원이었다. 2021년엔 3조 6997억 원을 기록했다. 5년 간 약 16퍼센트 성장세를 보였다. 판데믹이 오히려 양산 과자 수요를 촉진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26년에는 4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CONFLICT1_ 물가

문제는 물가 상승이다. 과자 산업은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환율 및 국제 곡물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류망 마비로 세계 소비자 물가는 고공했고, 국내 과자 업체는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 새우깡은 1300원에서 1400원이 됐다. 롯데 빼빼로는 1500원에서 1700원이 됐다. 몇 백원 차이지만 인상율로 따지면 10퍼센트를 웃도는 인상이다.[2]


CONFLICT2_ PB
  •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PB제품 과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편의점 CU와 연세우유의 합작으로 탄생한 연세우유크림빵이 화제다. 올해 3월 한 달에만 50만 개가 팔렸다. CU에서 판매하는 디저트 60여 종의 총 매출액의 20퍼센트를 차지했다. GS25의 대표적인 PB 과자 초코렛타는 2011년 출시 이후 20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이마트의 PB브랜드 노브랜드(No Brand)는 지난해 2021년 매출액 1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액은 5900억 원이었다. 3년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 PB의 핵심은 작은 제조사와 큰 유통사의 협업이다. 노브랜드의 대표 상품 ‘감자칩’의 제조사는 킬랑 마카난 마미(Kilang Makanan Mamee)라는 말레이시아 회사다. 초코렛타의 제조사는 구어메이라는 중소 식품 가공 업체다. 제조비를 절감하고 유통망을 확보한 리테일 PB상품은 오리온, 롯데와 같은 토종 제조사를 고민에 빠트린다.

CONFLICT3 _ 상향평준화
  • 대중의 입맛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출범한 노티드 도넛은 필링과 식감을 내세우며 인기를 끌었다. 도넛 한 개 가격은 3000~3800원 선이다. 제조사 GFFG는 과자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푸드 브랜드를 지향한다. 미국발 랜디스도넛 또한 2020년 여름 서울 연남점을 오픈하며 화제가 됐다. 팝한 색감과 강한 당도가 특징이다. 개당 2200~3200원 선이다.
  • 프리미엄 디저트와 스낵은 시장이 다르다. 그러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먹거리는 소비자의 눈을 높인다. 기존 과자의 역할은 저렴한 가격에 포만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프리미엄 디저트의 등장은 새로운 간식의 기준을 제시한다.

CONFLICT4_ 나쁜 습관

로푸드 시장이 커지고 있다. 나트륨, 당, 알콜 등 특정 성분의 함량을 줄였다는 의미의 로푸드(low-food)다.[3] 글루텐 프리 과자, 제로 칼로리 탄산 음료, 무알콜 맥주 등이 대표적이다. 대중이 숫자에 주시하는 시대에서 탄수화물로 가득한 과자는 힘을 잃는다. 인스턴트 스낵은 ‘나쁜 간식’을 넘어 ‘나쁜 습관’이 됐다.


STRATEGY1_ 콘텐츠
  • 맛과 성분 경쟁이 어렵다면 주력할 분야는 마케팅이다. 지난 2020년 9월 논란의 빙그레우스 등장 이후 빙그레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9만 7000명에서 14만 8000명으로 급증했다. 당시의 국내 제과 업계 계정 기준으로는 최다 구독자 수를 기록했다.

  • FOMO도 공략한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신조어가 대표적이다. ‘할매니얼’은 할매 입맛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를 뜻한다. 할매니얼 푸드라는 이름으로 누룽지 과자와 흑임자 우유 등을 내세운다. 유명 약과점들의 주문이 급증하며 ‘약케팅(약과+티켓팅)’이란 말도 생겼다. 언제나처럼 트렌드 세터는 대중이 아닌 마케터다.


STRATEGY2_ 해외
  • 글로벌 시장도 공략한다. 국내 과자 산업 4대장 중 해외 시장을 선점한 것은 오리온이다. 오리온 초코파이 글로벌 매출의 85퍼센트는 해외에서 온다. 작년 한 해 초코파이 총 매출액 5029억 원 중 2164억 원이 중국 매출이었다. 이어 베트남과 러시아에서 각각 1000억 원, 720억 원 매출을 올렸다. 국내 매출은 870억 원에 그쳤다. 
  • 바나나맛, 말차맛, 민초맛. 초코파이의 변종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의 시선은 시큰둥하다. 익숙한 오리지널을 선호한다. 해외 시장은 다르다. 지난해 중국에 출시한 초코파이 딸기맛은 전년 대비 58퍼센트 성장세를 기록했다. 오리온 러시아 지사는 라즈베리맛, 체리맛을 비롯해 무려 12종의 초코파이를 판매한다. 제품 개발의 결과가 이벤트성 신상품에 그치는 내수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에선 국내 제과 브랜드가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주어진다.

STRATEGY3_ 피벗
  • 완전히 다른 시장을 꿈꾸기도 한다. 바이오 산업에 진출하는 오리온이 대표적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 2월 국내 백신 기업 큐라티스와 결핵 백신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이번달 중국 산둥성 지닝시와도 백신 개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1만 5000평 면적의 부지도 확보했다.
  • 아직은 국내 바이오 기술을 중국에 수출하는 플랫폼 역할 단계다. 장기적으로 의약품 및 신약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오리온 측은 밝혔다. 제약 및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는 시장의 흐름에 따라 국민 간식을 만들던 과자 회사도 바뀌고 있다. 기존 식품업과 바이오 신기술의 시너지로 새로운 먹거리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첫발을 내딛은 곳이 중국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INSIGHT_ 트렌드 장사
맛은 혁신이 어렵다. 더 나은 기술은 존재하지만 더 맛있는 과자는 찾기 어렵다. 혹은 이미 너무 많다. 그래서 과자가 아닌 트렌드를 판다. 과자는 트렌드로서 소구하기 좋은 시장이다. 진입 장벽이 낮다. 배경 지식이 없어도, 돈이 많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상품을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다. 가장 보통의 시민이 얼리 어답터가 되어 볼 수 있는 시장이다. 수명이 짧은 게 단점이다.
FORESIGHT_ 유통
  • 주목할 것은 유통사와 제조사의 협업이다. 올해 6월 출시된 메이플빵은 메이플스토리를 만드는 넥슨과 GS리테일의 합작이다. 막상 제조사는 롯데제과다. 즉 유통사 GS리테일의 PB제품을 중소 제과 회사가 아닌 롯데제과가 만든 것이다.
  • 많은 제품이 마트와 편의점에서 묶음 판매 및 가격 할인을 감행한다. 점유율 싸움이기 때문이다. 팔리지 않는 제품은 발주하지 않는다. 유통 창구 확보를 위해서라도 제조사 대리점은 상품에 이벤트를 붙인다. 과거 농심과 오리온을 비롯해 국내 대규모 식품 업체들은 잃을 것이 없었다. 대리점을 통해 전국 유통망을 구축하고 직접 물건을 공급했다. 그러나 이커머스를 비롯해 각종 유통 업체의 성장으로 제조사의 우위는 흐려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영국 테스코는 미국 크래프트하인즈를 자사 유통망에서 퇴출시켰다.
  • 즉 과자 회사의 미래 경쟁사는 미국 제과 회사도, 다이어트 식품 제조사도 아닌 유통사다. 제조사-유통사 간 경쟁 속에서 가치와 가격의 충돌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결국 제과 회사에게 중요한 것은 맛도 가격도 아닌 소비자와의 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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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자 시장은 흔히 스낵, 비스킷, 파이, 기타로 분류된다. 본 글에선 네 개 분야를 통틀어 ‘과자’로 썼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는 사실상 한 식구다. 1988년 설립된 크라운베이커리는 2005년 해태제과식품을 인수한 이후 크라운해태홀딩스가 함께 운용하고 있다.
[2]
참고로 2003년, 90g 한 봉지 기준 새우깡의 소비자 물가는 390원이었다.
[3]
‘생채식 요리’를 뜻하는 비건 용어 로푸드(raw-food)와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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