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유니버스에서 커피 한 잔

7월 29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좋아하는 걸 좋아하라는 스타벅스의 슬로건에 왜 소비자들은 실망했나?

  • 서머 캐리백 논란부터 K-감성까지, 스타벅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 스타벅스코리아가 이마트의 품에 안긴 지 1년이 지났다.
  • SSG타버스가 마주한 어려움은 단순한 품질 논란을 넘어선다.

BACKGROUND_ 스타벅스코리아
스타벅스와 신세계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스타벅스에 빠졌고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코리아 1호점을 들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와 스타벅스인터내셔널의 합작 법인으로 출발했다. 작년 7월, 이마트는 스타벅스의 지분 17.5퍼센트를 추가로 매입해 스타벅스코리아를 신세계 그룹의 양자로 들였다.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가 85퍼센트의 점유율을 보이고, 다방 중심의 문화가 형성돼 있던 한국 커피 시장에 스타벅스가 몰고 온 바람은 크고 꾸준했다.
ANALYSIS_ 스타벅스의 문화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스타벅스의 커피 문화는 200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낯설고, 또 때로는 이상한 것이었다. 고객이 직접 커피를 받으러 가는 것은 물론, 밥 한 끼 값에 달하는 커피 가격, 테이크아웃 서비스까지 모두가 새로웠다. 멤버십 카드를 통해 결제를 간편화했고, 사이렌 오더는 한국 지사에서 처음 도입해 본사로 역수출했다. 매장이 넓고, 번화가에 위치했기 때문에 편안하게 들르기 좋았고, 깔끔하고 편안한 매장의 분위기가 소비자를 끌었다. 덕분에 ‘카공족’이라는 새로운 군상을 만들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강점은 낯선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그것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능력이었다. 사치스럽다는 부정적 이미지마저도 새로운 소비 문화로 소화했다. 지난 20년간 스타벅스에서 신세계는 뒤편에 위치했다. 이마트의 인수와 신세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해지며 스타벅스 전면에 신세계 그룹이 드러났다.


EFFECT_ 인수 이후 행보

터닝 포인트를 맞은 스타벅스코리아는 채널 전략과 브랜딩 전략에 변화를 줬다. SSG닷컴이라는 이커머스 전략과 기존 강점을 가졌던 스타벅스의 굿즈를 결합시켰다. 또한 하워드 슐츠의 철학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점포 다양화에 힘썼다.

  • 굿즈와 이커머스 ; 스타벅스 매출의 10퍼센트는 텀블러로 대표되는 스타벅스의 제작 굿즈에서 발생한다. 신세계는 스타벅스 굿즈를 향한 소비자의 열광을 SSG닷컴과 연결했다. SSG닷컴에 스타벅스 카테고리를 만들고, 인기 식품과 한정 색상 굿즈를 판매했다. 신세계가 인수한 프로야구팀 ‘SK와이번스’는 ‘SSG랜더스’로 이름을 바꾸고, 스타벅스와 협업해 유니폼과 모자를 내놨다.
  • 유통과 오프라인 ; 스타벅스코리아의 야심은 점포 전략 다양화에도 닿았다. SSG랜더스필드의 인천 구장, 골프장 점포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지하철역에 테이크아웃 전문 점포를 내기도 했다. ‘커피가 아닌 문화와 공간을 판다’는 하워드 슐츠의 신조와는 다른 행보다.

CONFLICT_ 인수 이후 논란
이마트의 인수 이후 스타벅스를 둘러싸고 발생한 논란들은 단가 문제와 분리하기 어려웠다.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는 거대 흐름과 굿즈 매출, 스타벅스인터내셔널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한 곳에 모여 충돌한 결과에 가까웠다. 
  • 종이 빨대 논란 ; 지난 5월 스타벅스에서 환경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했던 종이 빨대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종이 빨대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코팅액의 배합 비율의 문제였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문제의 빨대를 전량 회수 조치했다. 일시적인 문제였지만 여파는 길었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종이 빨대가 정말 환경에 이로운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 노동 환경 ; 과도한 굿즈 마케팅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작년 10월에는 스타벅스 파트너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스타벅스 파트너는 소모품이 아니"라는 전광판을 들고 임금 제도 개선과 휴게 공간 확보, 인력 충원 등을 요구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송호섭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대책을 내세웠지만 고강도 이벤트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파트너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 서머 캐리백 논란 ; 스타벅스 매니아층은 매년 진행되는 프리퀀시 이벤트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벤트 시작 한 시간 만에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 여름은 처음부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신세계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클럽’에 가입한 회원만 굿즈를 구매할 수 있게 정책이 바뀐 탓이다. 가입 절차는 진입 장벽이 됐다. 서머 캐리백 증정이 시작된 이후에는 발암 물질 검출 논란까지 이어졌고, 이후 음료 3잔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스타벅스 측의 대응역시 입방아에 올랐다.

ANALYSIS_ 신세계 유니버스
다양한 논란과 매출액의 5퍼센트에 달하는 거액의 로열티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에게는 스타벅스가 필요하다. 정용진 부회장이 밝힌 신세계의 목표가 유니버스 건설이기 때문이다. 작년 7월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했고, 지난 5월에는 2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소비자들이 신세계 안에서 먹고 놀고 쉴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일종의 락인(Lock-in)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힘들게 마트를 돌아다닌 후 달달한 음료와 함께 지친 몸을 달래는 공간이다. 골프를 즐기고 출출할 때 샌드위치로 한 끼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고, 야구 응원으로 목이 마를 때 찾기에도 좋다. 신세계 유니버스의 콘텐츠와 커머스 옆에 항상 놓인 카페가 필요했다. 신세계는 들고 있던 스타벅스 카드를 꺼냈다.
RISK_ 충돌

그러나 신세계 유니버스와 스타벅스에 대한 기존 인식이 듣기 좋은 하모니를 내는 상황은 아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프리퀀시 이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프리퀀시 이벤트와 굿즈를 향한 소비자의 열광은 두 가지 욕망이 작용한 결과였다. 스타벅스 로고에 담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이 그것이다. 스타벅스가 신세계 유니버스에 들어오면서 전자는 위협받았고, 후자는 스마일클럽에 가입한 회원이라는 다른 희소성으로 대체됐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락인 전략이 외려 소비자의 마음을 위협했다.


REFERENCE_ 좋아하는 걸 좋아해
스타벅스의 여름 캠페인 슬로건 “좋아하는 걸 좋아해”는 스타벅스의 기존 감성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성’은 스타벅스에게 작지 않은 문제다. 지금의 소비자는 브랜드의 감성을 소비한다. 스타벅스는 분명 특유의 감성으로 한국의 커피 문화를 바꿨다. 그러나 그 다음을 만들지는 못했다. 오전 9시 업무를 시작하기 전, 정신을 깨우기 위해 찾는 커피는 사무실의 것이다. 공간이나 감성이 중요치 않다. 그러나 오후 4시의 커피는 다르다. 오후 4시의 커피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매개체다. 공간과 분위기, 커피의 맛과 창밖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스타벅스는 전자와 후자 모두에서 과거만큼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다. 런치 인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직장인은 싸고 간편한 저가형 커피를 찾고, 취향 인플레이션의 시대에서 소비자는 유니크한 감성과 시간을 제공하는 망원동의 카페를 찾는다.
INSIGHT_ 1999년과는 다른
1999년 한국에 착륙한 스타벅스는 시애틀의 감성과 고급 취향에 대한 갈망을 먹고 자랐다.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세상이 종말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상상력의 핵심은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와 연결된다는 감각이었다. ‘커피’를 통해 ‘글로벌’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Y2K와 스타벅스코리아는 유사하다. 그러나 2022년은 판데믹과 분열의 시대다. 글로벌 기업은 무너졌고 세계와 연결돼야 한다는 감각도 옅어졌다. 그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굿즈에 전사된 세이렌의 가치는 절대적이거나 영속적이지 않다. 지금까지의 스타벅스코리아는 세이렌의 얼굴이 박힌 굿즈와 글로벌에 엮이려는 열망의 역사로 자랐다. 그러나 미래는 사람과 감성이다.
FORESIGHT_ 신세계 유니버스를 넘어서
지금 스타벅스에 닥친 위기의 핵심은 서머 캐리백이 아니다. 점차 힘을 잃어가는 스타벅스 브랜드의 매력과 지속 가능성이다. 공격적인 이벤트와 굿즈 제작으로 인해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고 노동 환경과 관련한 문제 제기도 꾸준하다. 이들 문제는 일시적이거나 가시적이지 않다. 그래서 더 위협적이다. 신세계 유니버스에 진입한 이에게 스타벅스는 찾기 쉽고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지만 스타벅스에 가기 위해 신세계 유니버스에 진입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하나의 기업에서 해결하는 세계관 전략은 마트와 커머스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매력적이어야 하는 카페에게는 부족하다. 스타벅스의 미래는 스타벅스의 손에 없다. 다른 신세계의 자회사에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신세계 유니버스는 스타벅스의 지금을 지탱할 수 있지만 미래의 확장을 약속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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