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깨우는 식사 음식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오감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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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비 윌슨
에디터 신아람
발행일 2022.08.03
리딩타임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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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600원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판데믹이 일깨운 것은 연결의 감각만이 아니다. 코로나19는 후각도 일깨웠다. 오감을 동원해 음식과 소통하라.

오늘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 돌아 보자. 식당의 정갈한 요리, 편의점의 포장된 조리 음식, 아이스팩과 함께 배송되어 오는 밀키트, 플라스틱 용기에 든 요거트와 비닐 봉지에 담긴 시리얼…

우리는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나고 자란 것처럼 깨끗하게 손질된 먹을거리를 구매하고 먹는다. 장바구니로 들어오기까지 이것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쳤을지에 대한 생각은 차단된다. 온갖 일회용품을 두른 식재료를 고르는 이 과정에 살아 있는 감각이 개입할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잊혀진 감각이 후각이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후각은 점점 더 평가절하됐다. 그러다 판데믹이 세상을 휩쓸었다. 코로나19는 만남과 이동, 출근과 등교를 멈췄고 수많은 사람의 후각을 앗아갔다. 우리는 부재를 통해 연결의 감각을, 코가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오감을 동원해 먹을거리와 소통할 때, 새로운 감각 문화에서 새로운 식문화가 출발한다. 먹을거리를 온몸으로 만끽할 때 삶이 생동으로 가득 차고, 나를 둘러싼 세상을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원문: 완결

저자 소개
저자 비 윌슨은 음식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식습관의 인문학》, 《식사에 대한 생각》 등을 썼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음식과 단절된 아이들
2. 냄새의 언어를 잊다
3. 영양의 전환, 그 후
4. 오감을 동원하라


에디터의 밑줄 

“인간에겐 대표적인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엄지가 다른 손가락들을 마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마주 보는 엄지손가락은 우리 인간을 비롯하여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 사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우리의 엄지손가락이 애초에 이렇게 진화한 이유가 과일이 익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인류의 대부분은 손을 더 이상 그런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잘 익은 과일이 먹고 싶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손의 감촉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가서 이미 손질되어 있는 패키지를 구입하면 된다.

“제이슨 오루크(Jason O’Rourke)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 아이들에게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물어보면, 지금까지는 슈퍼마켓이라고 대답하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의 아이들은 ‘엄마의 아이패드’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멕시코의 세리(Seri)라는 유목민 공동체에서는 바다사자의 특정한 냄새, 상한 콩 냄새와 타버린 콩 냄새, 덜 자란 푸른바다거북을 익히는 냄새, 부패한 꿀 냄새 등을 구별하는 다양한 단어들을 사용한다. 세리 부족에게는 후각 풍경(smellscape)이 일상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UNC)의 배리 팝킨(Barry Popkin) 교수가 ‘영양의 전환(nutrition transition)’이라고 부르는 특성이 있다. 이는 한 끼의 식사에서 간식의 형태로, 짭짤한 음식에서 달달한 음식으로,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에서 다국적 식품 기업이 균질하게 만드는 초가공 식품으로의 전환이다.”

“우리가 가진 다섯 가지의 감각을 모두 동원해서 먹을거리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좀 더 다양하고 즐거운 방식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아마 예전보다 먹는 양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자신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우선 몸과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고, 몸과 먹을거리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먹는 방식을 바꾸고자 한다면, 그 원동력은 대부분 경이로운 엄지손가락을 가진 우리의 손과 코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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