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청년 세대
1화

중국 청년 세대와 민족주의

한중 청년 세대는 서로 혐오하지만 사실은 닮아 있다. ‘갓생’을 살고 ‘노오력’한다. 두 닮은꼴 세대의 갈등은 어디서 비롯됐나.

1. 한중 청년 갈등과 반중 정서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반중의 시대다. 시진핑 집권 이후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부터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홍콩 시위 유혈 진압, 위구르 지역의 인권 탄압 문제에 이어 코로나19 판데믹으로 반중 정서는 세계적인 대세가 되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이후 반중 정서가 고조되기 시작했고 문화 영역에서 빚어진 여러 논쟁 이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판정 시비에서 거의 정점에 달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의 반중 정서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은 유독 젊은 세대에서 반중 감정이 높다는 사실이다.[1] 심지어 온라인에서의 발화들은 반중을 넘어 심각한 중국 혐오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청년 세대의 반중 정서 고조는 최근 몇 년간 온라인상에서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 하나의 원인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조선족 가무단이 한복을 입고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왜 한복이 논란이 된 것일까? 2008년에는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고 2022년에는 비호감도가 높아져서 그렇다는 단순한 이유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중장년층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갈등의 배후에는 양국 청년층이 즐기던 온라인 서브 컬처에서의 논란이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2020년 가을에 트위터에서 인기가 있던 중국의 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중국 전통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림을 하나 올렸는데 그 그림에 갓을 쓴 남성의 이미지가 있었다. 여기에 한국 네티즌이 그 복식은 한국 문화라고 댓글로 항의하기 시작했고 중국 네티즌은 중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갈등은 바로 이어서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중국 온라인 게임인 ‘샤이닝니키’ 한복 사태로 번졌다. 중국의 해당 게임업체는 한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기념 이벤트로 한복을 아이템으로 내놓았고, 이미 한 차례 한복 논쟁으로 과열되어 있던 한중 양국의 젊은 네티즌들은 한복의 원조가 어디인지를 놓고 강하게 충돌했다. 결국 게임 업체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로 한국에서의 게임 서비스를 일주일만에 자체 종료해 버렸다. 이러한 한복 기원 논쟁에 이어서 중국 언론의 오보로 비롯된 김치 원조 논쟁으로 번지게 되었고 BTS의 한국전쟁 발언 논란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사소한 온라인 서브 컬처에서의 젊은 세대 사이의 충돌이 국가 간의 공식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반중 및 혐중 정서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청년 세대는 과연 어떤 배경에서 성장해 왔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의 청년 세대는 기존 세대와 어떻게 구분되며, 문화적 특성은 어떠한지 알아보고 현재 이들의 강한 애국주의가 어떠한 사회적 문제에 기인해서 발생한 것인지 분석하는 동시에 한중 청년 세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간략하게나마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중국의 청년 세대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세대’라는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한 생물이 태어나서 생명을 마칠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하지만, 사회학적으로는 특정한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여 일정한 경향성을 갖게 되는 연령 집단을 의미한다. 즉, 각 세대는 특정한 역사적 경험을 하면서 다른 세대와는 구별되는 정체성 혹은 집합 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기에 어떤 나라든 ‘세대’라는 틀을 통하면 그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의 본질적 특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그 지리적, 인구학적 규모가 커서 지역별로는 문화적 특성이 다양하고 계층별로는 격차가 심한 편인데, 세대별로도 그 정체성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중국이 문화대혁명에서 개혁 개방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사회적 전환을 경험했으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압축적인 근대화 과정
을 거쳐 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청년기에 문화대혁명을 경험한 지금의 기성세대는 보통 라오싼제(老三屆)와 신싼제(新三屆) 세대로 일컬어진다. 라오싼제 세대는 문화대혁명이 발발하여 그 절정기였던 1966년에서 1968년 사이에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이들은 주로 그 시기에 홍위병으로 활동했고, 그 직후에는 지식 청년(知靑)이라 불리며 농촌으로 하방(下放)되어 농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시기에 대학은 문을 닫아서 이들은 학업을 그만두거나 독학할 수밖에 없었다. 신싼제 세대는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후 대학 입시가 부활하면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년간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입학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 세대는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여겨지며, 청소년 시절부터 마오쩌둥이라는 독재자에게 동원되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서 기층 인민과 함께 고생하면서 중국의 낙후한 현실과 민생의 어려움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깨달은 실용적 세대로 평가받기도 한다. 즉 이들은 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어도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향후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하여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젊은 시기부터 격렬한 논쟁을 벌여 온 세대다. 이들 세대는 이후 중국의 개혁 개방을 주도해서 그 성과를 이끌어 낸 주축 세대로 현재 정치, 문화, 기업계 등 각 방면에서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2].

개혁 개방 이후 출현한 세대는 보통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10년 단위로 끊어서 1980년대 출생자를 80허우(80後), 1990년대 출생자를 90허우(90後), 2000년대 출생자를 00허우(00後) 세대로 호명한다. 이들 세대는 개혁 개방 직후인 1979년부터 실행된 국가의 계획생육(計劃生育), 즉 일가구 일자녀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 외동으로 태어나 형제자매 없이 성장했다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에 비교적 풍요로운 청소년기를 보냄으로써 기존 세대와는 달리 시장 경제와 소비 문화에도 익숙하게 자라난 세대이다. 이 시기에 중국에서 대중매체와 인터넷 등이 발달했기에 이들 세대는 해외의 대중문화를 즐기며 자라났고, 웨이보와 위챗을 비롯해 각종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IT 문화에도 능숙하다. 그렇기에 이들은 개성이 강하고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가지고 있으며 탈권위적이라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때때로 소비를 탐닉하고 서구화되어 개인주의에 빠져 있으며, 어려움을 겪지 않아 자립심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3].

한편, 라오싼제 등 기성세대인 문혁 세대가 문화대혁명이라는 국가의 정치적 동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들 80허우와 90허우 등 개혁 개방 이후 세대는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라는 다른 종류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 문혁 세대는 비교적 동질한 경제적, 문화적 조건 속에서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반면, 개혁 개방 이후 세대는 시장 경제를 수용한 이후 분화한 경제적, 지역적 조건 속에서 다양한 계층적 기반으로 나눠지므로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묶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기회를 잘 잡아 부를 축적한 집단과 가난을 대물림해야 하는 집단으로 갈라져 버렸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빈부 격차에 불만이 많이 쌓여 있으며 세대 간 세습 문제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유행하고 있다. 

 

3. 소비와 애국의 심리학


이른바 MZ세대라는 기준으로 중국의 세대를 정의하면 80허우, 90허우, 00허우가 그에 속한다. 다만 80허우 중 빠른 세대는 이미 40대에 접어들었기에 청년 세대라고 호명하기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여기선 주로 중국식 기준으로 청년 세대를 90허우와 00허우로 규정하겠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를 일컫는 Z세대의 기준으로 보면 중국에서 95허우와 00허우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국의 95허우와 00허우는 현재 대략 2억 6000만 명에 달하며 중국 전체 인구의 약 19퍼센트를 차지한다.

상술했듯이 이들은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고속 성장 시기에 성장해 왔기에 소비 문화에 아주 익숙하다. 실제로 통계 조사를 살펴 보면, 중국 95허우와 00허우는 가계지출액 부문에서 세계 평균보다 더 많이 지출하는 반면, 저축률은 세계 평균 수준보다 낮다.[4] 심지어 월급을 저축하지 않고 모두 소비한다고 해서 위에광족(月光族)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이들의 소비 성향을 살펴보면 개인의 취미 생활 비중이 높고 주로 전자 상거래 플랫폼으로 물건을 구입하며, 이를 자신의 SNS에 올려 과시하는 데서 만족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난다[5].

한편, 중국의 청년 세대는 개인의 가치나 소비를 중시하면서도 G2라는 세계 초강대국으로 다시 부상한 자신의 조국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애국주의는 심지어 소비에서 국산품 애용으로 번지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다른 나라 청년들과 부딪히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국가가 주도하는 애국주의 교육 확대이다. 중국은 1980년대 후반 소련 및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해체와 천안문 사건을 거치면서 체제의 위기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학생들에게 애국주의 교육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애국주의 교육은 중국 청년 세대의 가치관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6]. 두 번째 배경으로는 급격한 사회 유동화를 들 수 있다.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수용한 중국에서는 안정된 직장과 사회 속에서 높은 경제 성장을 구가하면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고도성장형 민족주의’와는 달리 급격한 사회 유동화 속에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개별불안형 민족주의’의 특성이 나타난다[7].

이런 측면에서 중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민족주의는 처음에는 ‘경제 성장의 조(躁)’와 ‘정치·사회적 무력감의 울(鬱)’이 만나 발생한 현상이기도 했다. 당시 등장한 애국주의적 민족주의에 불타는 열혈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표현이 분노한 청년이라는 뜻의 ‘펀칭(憤靑)’이었다. 이들은 주로 80허우, 90허우 세대로 어릴 때부터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났고 사회, 정부, 국가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이를 대안적 정치 체제 구축이라는 열망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력한 집단 정서를 표출하는 방향으로 불만을 해소했다.

한편, 중국의 온라인 민족주의는 청년 세대 안에서도 그 결이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주로 M세대에 속하는 80허우와 90허우 앞 세대가 상술한 ‘펀칭’이었다면, Z세대인 95허우와 00허우는 이른바 ‘샤오펀홍(小粉紅)’이라 불린다. 샤오펀홍은 분홍색이란 뜻으로 이들이 처음 등장하게 된 온라인의 인기 팬덤 사이트의 배경색이 분홍이었기에 그런 명칭이 붙게 되었다. 펀칭이 비교적 현실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국제관계에서 정치적 사건이 터졌을 때 보다 진지하게 민족주의적 분노를 표출했다면, 샤오펀홍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일종의 유희적인 방식으로 다른 입장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조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이들의 행동은 이른바 ‘디바출정(帝吧出征)’이라고 불린다. 디바는 중국의 가장 큰 검색 포털인 바이두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여기서 모인 샤오펀홍들은 중국과 관련된 민감한 국제 이슈가 터지면 해외 사이트로 몰려가서 게시물 도배 등과 같은 사이버 테러를 자행하는데 이 행위를 디바출정이라 부른다.[8] 샤오펀홍들은 기존의 펀칭이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달리 중국이라는 조국을 마치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돌을 대하듯 하는 특성이 있으며, 이는 이른바 ‘팬덤 민족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9]. 이렇게 독특한 중국 특색의 온라인 민족주의는 역시 마찬가지로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주변국의 젊은 네티즌과 지속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1]
2020년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개국 중에서 한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서 젊은 세대보다는 50대 이상 세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2021년 〈시사인〉의 조사에서도 한국의 2030세대의 반중 정서가 4050세대보다 확연히 높았다.
[2]
하남석, 〈오늘의 중국 청년들〉, 《인문잡지 한편: 세대》, 민음사, 2020., 110-112쪽.
[3]
하남석, 〈오늘의 중국 청년들〉, 《인문잡지 한편: 세대》, 민음사, 2020., 112-114쪽.
[4]
Z세대의 소비와 저축과 관련한 통계 자료를 보면 가계 소비에서 Z세대와 관련한 직접 지출 비중이 전 세계 평균은 5퍼센트인 반면에 중국은 10퍼센트이다. 또 저축 습관이 있는 Z세대 인구 비중을 보면 전 세계 평균은 85퍼센트인데 중국의 경우는 76퍼센트에 불과하다(무역협회 2022).
[5]
[6]
이홍규·하남석, 〈중국의 온라인 민족주의와 한국의 대응: 디지털 공공외교 전략 방안을 중심으로〉, 《동아연구》67, 2014., 203-205쪽.
[7]
다카하라 모토아키 (정호석 譯),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 불안형 내세널리즘의 시대, 한중일 젊은이들의 갈등 읽기》, 삼인, 2007.
[8]
한국과 관련해 유명한 디바출정 사건으로는 이른바 ‘쯔위 국기 사건’이 있다. 2015년 국제적으로 인기 있던 K-pop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인 쯔위가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들고 있었는데 이후 이것이 중국에 알려지며 샤오펀홍들이 트와이스 소속사인 JYP를 공격하고 보이콧한 사건이다. 그즈음에 샤오펀홍들은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페이스북 계정에도 디바출정을 나가서 여러 모욕적인 댓글들로 도배하기도 했다.
[9]
Liu, Hailong (ed.), 《From Cyber-Nationalism to Fandom Nationalism: The Case of Diba Expedition in China》, Routledge, 2019., pp. 14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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