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상품 사이

8월 8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네이버 블로그 주간일기 챌린지가 화제다. 소셜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블로그를 쓰는 심리는 무엇인가.

  • 갓생을 선망하는 트렌드, 엔잡과 부수입에 대한 열망이 네이버 블로그를 성장시켰다.
  • 협업툴과 뉴스레터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블로그의 역할을 넘본다.
  • 네이버 블로그는 이때까지 네이버에 의존했다. 이제는 블로그에 집중해야 한다. 

DEFINITION_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는 2003년 시작했다. 다음 블로그와 경쟁을 겨루다 2000년대 후반부터 메일링 서비스 확대, 검색 고도화 등 네이버 포털 자체의 급속한 성장으로 국내 블로그 서비스를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 사용자는 주로 2030이다. 지난 6월 한 달간 ‘네이버 블로그’ 앱 사용자 수는 316만 명을 기록했다. 그중 20대가 34퍼센트, 30대가 23퍼센트를 차지했다. 총 사용 시간은 약 3억 분(500만 시간)으로 드러났다. 그 중 20대가 35퍼센트, 30대가 31퍼센트를 차지했다. #네이버블로그앱사용자조사
  • 텍스트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글자 수 제한이 있는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달리 긴 글을 쓸 수 있다. 긴 글의 장점은 맥락이다. 한순간에 사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감정과 근거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용인된다. 이미지와 영상이 주지 못하는 경험이다.

STRATEGY1_ 네이버
  • 네이버는 국내 검색량의 점유율 절반을 차지한다. 구글을 제친 한국 1위 포털 사이트다. 그래서 블로그 진입 장벽도 낮다. 별도의 앱을 깔거나, 주소를 검색할 필요 없다.
  • 네이버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도 유용하다. 블로그를 쓰며 지난 주말 방문한 커피숍을 네이버 지도로 소개할 수 있고, 추천하고 싶은 비타민 제품의 네이버 쇼핑 링크를 걸 수 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이 기록만을 위한 소셜 미디어에 없는 기능이다. 슈퍼앱의 강점이다.

STRATEGY2_ 갓생
  • 네이버 블로그의 ‘주간 일기 챌린지’가 화제다. 매주 한 번 이상 전체 공개 포스팅을 작성하는 프로젝트다. 블로그 글 작성 시 ‘주간일기 챌린지’ 카테고리를 택해서 주 1회 이상 기록을 남기면 자동 참여된다. 지난 7월 초 시작했다. 3주 만에 참여자 수 58만 명을 돌파했다.
  • 일주일에 한 번만 써도 그 주의 스탬프를 찍어 준다. 한 달에 한 번만 써도 그 달의 스티커를 지급한다. “8월 갓생러 특: 고심 스티커 씀”. 네이버 블로그 공식팀이 사용한 홍보 문구에서 주목할 것은 ‘갓생’이다.
  • ‘여유 없는 삶 = 피로 사회’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누군가는 일상을 기록하고 인증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갓생의 탄생 배경이다. ‘습관 만드는 앱’이 인기를 얻은 것도 그 때문이다. 네이버는 루틴 있는 삶에 대한 선망을 지금의 트렌드로 읽어 냈고, 그 기반으로 블로그를 제시한다. 오랜 시간이 만들어 낸 습관, 또 다른 나로 살아가기 위한 시작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STRATEGY3_ 부업
  • 블로그로 물질적 혜택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계좌에 수익이 입금되는 포스팅과,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협찬 및 광고 포스팅이다.
  • 네이버 애드포스트는(Adpost)는 블로거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광고 상품이다. 원하는 키워드를 택하면 그에 맞는 광고가 본인 포스팅에 삽입된다. 블로그를 보던 사람이 해당 광고를 클릭하면 블로거들에게 수익이 발생한다.[1]
  • 제품과 서비스 협찬은 블로그 생태계의 오랜 관례다. 브랜드와 블로거를 잇는 매개 플랫폼도 속속들이 등장한다. 파워 블로거라면 강남맛집, 레뷰, 르뷰를 통해 일주일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 ‘수익형 블로그 만드는 팁’이 책과 영상과 블로그로 재생산된다. 프로엔잡러와 슬기로운 주부 생활을 장려하는 트렌드 속에서 네이버 블로그는 기록과 습관과 돈을 챙길 수 있는 일석삼조다.

RECIPE_ 취사선택
긴 글만 고집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글쓰기 툴을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이미지와 영상 임베드, 도표 서식 등 다양한 툴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각 형식이 주는 다양한 이점을 종합한 ‘포스트(post)’라는 새로운 포맷이 탄생했다.[2] 난독증의 시대로 희화화되는 오늘날, 블로그의 성공 요인이 ‘MZ세대 텍스트가 좋아하기 때문’일 수는 없다. 각각의 정보를 생산, 전달, 소비하는 데 최적화된 기능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마련한 것이 네이버 블로그의 생존 전략이다.
CONFLICT_ 카카오
카카오의 텍스트 플랫폼 브런치(brunch)는 네이버 블로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완성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플랫폼의 접근성과도 이어지는 문제다. 네이버 블로그의 게시물들은 네이버 포털 검색의 결과, 즉 정보로 소비된다. 반면 브런치에 올라오는 것은 주로 유용한 ‘정보’가 아닌 잘 쓴 ‘글’이다. 그래서 네이버에서든 구글에서든 검색 결과로 잘 걸리지 않는다. 브런치는 결국 모두의 블로그가 아닌 작가 지망생들의 등용문, 콘텐츠 제휴를 위한 레퍼런스와 같은 형태로 자리잡았다.
RISK1_ 협업툴
네이버 블로그를 위협하는 것은 블로그가 아닌 새로운 서비스다. 대표적으로 노션과 같은 협업툴이다.
  • 노션에선 업무 계정 외에도 블로그처럼 쓸 수 있는 개인 계정을 만들 수 있다. 표, 타임라인, 캘린더 등 다양한 탬플릿이 마련돼 있어 일상을 비즈니스처럼 촘촘하게 기록하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무엇보다 타고 타고 들어갈 수 있는 무한 페이지 생성 기능은 다른 툴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노션의 강점이다. 심지어 무료다.
  • 일과 삶을 하나의 플로우로 관리하고 싶은 사람에게 업무툴의 개인화는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업무 공간에서 사용한 자료를 개인 공간으로 쉽게 연동하고, KPI를 관리할 수 있다. 일과 삶의 온오프(on-off)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나의 페이지 안에서 개인적인 기록 공간과 비즈니스적인 포트폴리오가 섞이지 않도록 쉽게 섹션을 나눌 수 있다.

RISK2_ 뉴스레터
협업툴이 블로그의 아카이브 기능을 위협한다면, 뉴스레터는 블로그의 퍼스널 브랜딩 성격을 넘본다. 대표적으로 스티비(Stibee)다.
  • “이메일을 주로 어떤 목적으로 발송하시나요?” 스티비의 개인 사용자들에게 위와 같이 질문했을 때 “자신만의 전문성 확보와 홍보를 통한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응답이 34.0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비콘텐츠가 아닌 콘텐츠 발송 목적으로 스티비를 사용하는 비율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3]
  • 스티비는 최근 ‘페이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페이지는 뉴스레터 제작자가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발송했던 이메일을 리스트업하고, 유료 구독자 전용 콘텐츠도 따로 만들 수 있다.
  • 뉴스레터의 단점은 정보의 휘발성이 크고 여러 메일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페이지’는 이 단점을 보완한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홈그라운드의 탄생이다.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2차 플랫폼에 메일 내용을 옮겨 두는 수고로움을 던다. 뉴스레터를 보내면 페이지에 쌓이고, 소비자는 필요할 때 페이지에 들어와 다시 읽을 수 있다. 소수의 인플루언서가 네이버 블로그 시장에 숨을 불어넣어 왔듯, 스티비도 크리에이터 경제를 꿈꾼다.

RISK3_ 소비자
지난 2018년 9월 네이버는 검색 결과 카테고리를 개편했다. 그때 탄생한 것이 기존의 ‘블로그’와 ‘카페’ 탭을 통합한 새로운 탭, ‘VIEW(뷰)’다. 네이버 측은 “문서의 출처와 관계없이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검색 결과의 품질에 집중”하고자 두 탭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보의 생산자 입장에서 기록 툴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을 찾아 읽는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다. 20년간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가 유지되어 온 이유는 일상을 기록하는 개인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부 블로그에서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든 노션이든 스티비든, 사용자의 사용성뿐 아니라 소비자의 정보 소비 패턴을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INSIGHT_ 상품
네이버는 쇼핑 회사다. 쇼핑으로 성장했고, 쇼핑을 뿌리에 둔 생태계를 꿈꾼다. 주간일기 챌린지에 4주 연속 참여 시 1000명을 추첨해 네이버페이 포인트 5만 원을 지급한다. ‘네이버 장보기 만렙 챌린지’에선 네이버 장보기로 쇼핑 후 블로그에 글을 쓰면 네이버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50퍼센트 할인 쿠폰과 더불어 네이버페이 포인트 3만 원을 선물한다. 블로거의 입장은 다르다. 정보성 콘텐츠도 업로드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오간다. 개인에게 블로그는 쇼핑 생태계를 구성하기 위한 코너 중 하나가 아니다. 나를 기록하고 보여 주는 나의 공간이다. 네이버가 목표로 하는 원플로우 서비스는 추억을 상품화한다. 피로를 느끼는 유저들은 다른 공간을 찾아나설 것이다.
FORESIGHT_ 블로그
다음(Daum) 블로그는 올해 9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티스토리와 합병해 운영될 예정이다.[4] 다음 블로그가 실패한 결정적인 원인은 다음이라는 플랫폼 전반의 쇠퇴다. 주목할 것은 티스토리다. 다음 블로그와 운영사는 같은데 여전히 유지된다. 개발자 블로그를 비롯해 티스토리 유저만이 공유하는 생태계가 확고하기 때문이다.[5] 네이버 블로그에겐 없는 것이다. 다음의 흥망성쇠와 함께 쇠락한 다음 블로그처럼,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이 안겨 주는 혜택들에 의존한다면 네이버 블로그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 소셜 미디어 판은 분주하다. 트위터는 글자 수 제한 폐지를 검토하고 메타는 쇼핑과 메타버스를 아우르는 슈퍼앱을 꿈꾼다. ‘네이버 + 블로그’에서 네이버가 사라지는 날 블로그는 힘을 잃는다. 지금까진 네이버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블로그에 집중해야 할 때다.


네이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뉴스의 미래〉,〈81년생 최수연〉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협업툴 시장이 궁금한 분에겐 〈협업툴 4.0〉을, 뉴스레터 크리에이터의 생각이 궁금한 분에겐 〈숙련된 이야기 가공자의 ‘사랑과 용기’〉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1]
콘텐츠 생산자에 대한 리워드는 또 다른 문제다. 네이버 블로그엔 구글의 광고 서비스 '애드센스'를 달 수 없는 점, 애드센스에 비해 애드포스트의 수익이 낮은 점 등이 지적된다.
[2]
‘포스트’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또 다른 서비스의 이름이기도 하다. 콘텐츠 전문가가 블로그 형식으로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3]
2018년 31.2퍼센트, 2019년 37.9퍼센트, 2020년 48.9퍼센트로 나타났다.
[4]
다음 블로그가 출범한 것은 네이버 블로그보다 4년 앞선 1999년이었다. 2007년 티스토리의 운영권을 가져왔고, 2014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즉 현재 카카오가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 둘 다 운영 중이다.
[5]
티스토리 블로그는 수익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네이버 검색에서 거의 노출되지 않고, 티스토리 블로거는 제품 체험단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결과 자연스레 블로그 커뮤니티에 애정을 갖고, 자신의 지식이나 이야기를 공들여 포스팅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티스토리에 남았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