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화이트 큐브의 꿈을 꾸는가?

8월 10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인스타그램이 NFT 게시 서비스를 확장한다. 막바지에 다다른 소셜 미디어 모델에서 탈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 지난 8월 5일,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의 NFT 지원을 국제적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 유저들은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이 구매한 NFT를 게시하고, 크리에이터와 콜렉터 정보를 태그할 수 있다.
  • NFT는 NEXT-소셜 미디어를 꿈꾸는 인스타그램에게 새로운 먹거리다.

BACKGROUND_ 시그널

지난 7월 28일 메타가 발표한 2분기 매출은 37조 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1퍼센트 하락한 수치였다. 이는 메타에게 위험한 시그널이었다. 2012년 페이스북이 상장한 이후 처음 발생한 매출 하락이었기 때문이다. 틱톡의 약진과 소셜 미디어에 대한 피로감은 광고 수익 부진으로 이어졌다. 메타의 지향은 그들이 건설한 공간에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들이 모이는 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선보일 상품은 다름 아닌 NFT 콘텐츠였다.
CONFLICT_ 300조 원과 5조 원 사이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VMR(Verified Market Research)은 NFT 산업의 성장세를 연 평균 33.7퍼센트로 전망했다. 전망대로라면 2030년, NFT는 약 300조 원 규모의 시장 가치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지난 5월 전 세계 NFT 시장 거래액은 5조 원 규모였다. 네 달 전의 수치와 비교해 76퍼센트 줄어든 수치다.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자 투기 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NFT 시장도 자연스레 쪼그라들었다. NFT는 자신에게 덧씌워진 투기 수단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를 강조해야 했다. 희귀한 수집품인 NFT 콘텐츠를 자랑할 수 있는 간편한 공간도 필요했다. 인스타그램의 시도는 NFT의 가치 상승과 대중화를 바라는 홀더들에게도, NFT가 겨냥하는 잠재 고객에게도 소구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RECIPE_ 인스타그램+NFT
  • 크리에이터 유치; 탈중앙화와 투명성 제고를 모토로 삼은 웹3.0은 크리에이터에게 유토피아처럼 보였다. 경매 시장이나 별도의 프로듀서를 거치지 않고도 작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NFT 콘텐츠는 2차 판매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를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한다. 때문에 작품이 유명해질수록 크리에이터에게도 이득이다. 엄청난 수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대중적인 홍보 공간이 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입장에서는 NFT 게시 기능을 통해 양질의 크리에이터를 유치할 수 있다.

  • 수집과 자랑; 크립토펑크와 BAYC 등의 PFP NFT(프로필 형 NFT 콘텐츠)는 이 자신의 수집품을 자랑하고 싶은 보편적 욕망에 답하는 발명품이었다. 트위터는 올해 1월부터 NFT를 직접 프로필로 지정할 수 있게 하면서 이 흐름을 선점했다. NFT 프로필은 원형이 아닌 육각형으로 표시되면서 티내기 좋은 모양새도 갖췄다. 예술품은 누군가에게 보여야 가치가 올라간다. 게다가 NFT 콘텐츠는 희귀하다. 세상에 몇 개 없는 나만의 수집품은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야 하는 NFT에게도 화이트 큐브로 기능하는 인스타그램은 기회일 수 있다.


EFFECT_ 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의 NFT 로드맵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까? 북저널리즘에서 BAYC와 관련한 책을 집필 중이자 ‘라인’에서 블록체인 사업 개발 업무를 맡았던 황의석 저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인스타그램의 NFT 계획은 어떤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나?


인스타그램의 강점은 사진을 간편하고 예쁘게 게시해 팔로워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의 NFT 게시 기능 추가는 시장의 공급 측인 크리에이터들을 먼저 끌어들이기 위한 접근으로 보인다. 메타는 이미 올해 1월 가상화폐 ‘디엠(구 리브라)’ 의 발행을 중지하기로 했고, 다가오는 9월에는 전자 지갑인 ‘노비(Novi)’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웹3.0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진출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에 조금 더 가볍게 접근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NFT를 제작하는 작가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홍보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지금 NFT 아티스트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주된 홍보 공간이 아니다. 대신 트위터나 디스코드 등의 플랫폼이 활발했다. 인스타그램이 NFT 게시 기능을 도입하게 되면 NFT 아티스트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난다. 타 플랫폼에 비해 유의미한 관심을 이끌어낸다면 인스타그램이 NFT 콘텐츠 시장에 필수적인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다.


STRATEGY_ 커뮤니티

NFT 콘텐츠 시장이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성공 사례에서 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2022년 초,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PFP NFT(프로필 NFT) 컬렉션은 ‘BAYC(Bored Ape Yacht Club)’였다. BAYC는 사전 판매 기간부터 멤버십과 커뮤니티를 강조하며 홀더 각각을 멤버이자 리더로 내세웠다. 홀더들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를 조직했고, 소유한 캐릭터에 대한 상업적 활용을 허락했다. 커뮤니티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BAYC 홀더들은 자발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황의석 저자는 메타의 시도가 성공적인 트래픽을 이끈다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이미 형성된 NFT 커뮤니티를 더 공고히 하고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NFT 콘텐츠에는 크리에이터와 콜렉터가 태그된다. 계정을 클릭하면 그들의 취향과 관심사로 채워진 피드가 나타난다. 피드를 옮겨다니며 취향과 콘텐츠를 통한 네트워킹을 즐길 수 있다.
RISK_ 지속 가능성

너도 나도 NFT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과열됐다. 그러나 성급한 움직임은 지속되기 어려웠다. 글로벌 게임 회사 ‘유비소프트(Ubisoft)’는 생태계 없는 NFT 계획을 발표하자 유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아직 NFT 시장의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NFT에 대한 인식 제고와 대중화는 필수적이다. 인스타그램이 NFT 시장의 화이트 큐브가 되고자 한다면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신뢰도 높은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INSIGHT_ SNS시대, 그 이후

커뮤니티는 NFT의 미래 뿐 아니라 메타의 도약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악시오스는 인스타그램이 틱톡을 따라하려 했던 7월을 기점으로 SNS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인스타그램 경영진은 지인의 일상을 온라인으로 전해 듣기보다 무작위적인 콘텐츠 추천이 광고 수익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인스타그램은 틱톡을 꿈꿨지만 큰 반발을 맞고 업데이트 계획을 취소했다. 틱톡을 넘어설 수 없다면 SNS의 다음 스텝은 소규모의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이다. 악시오스는 다음 단계의 SNS 혁신을 커뮤니케이션 기반의‘메시징(Messaging)’이라고 언급했다. NFT 콘텐츠는 커뮤니티 조직의 시작점이자 자연스러운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결국 NFT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만날 이들의 대화 내용, 즉 콘텐츠인 셈이다.
FORESIGHT_ 민팅 플랫폼[1]

지난 3월 진행된 SXSW 컨퍼런스에서 마크 주커버그는 “바라건대(hopefully) 몇 달 안에 인스타그램 안에서 NFT를 직접 민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저커버그가 그리는 미래 인스타그램의 모습에는 수억 명의 수집가와 수백만 명의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민팅도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황의석 저자에게 인스타그램의 민팅 계획이 실현 가능한지 물었다.

인스타그램이 작품 게시 공간을 넘어 민팅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이 추가한 NFT 아트 게시 기능은 수용자의 관심도를 점검하는 차원에 가깝다. 공급 뿐 아니라 수요에서도 유의미한 수치가 보인다면 사람들이 이 시장을 원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 낸 셈이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도 NFT를 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직은 다음 단계의 이야기다. 인스타그램에게도 접근하기 어려운 암호화폐와 전자 지갑 문제가 남아있다. 암호화폐 사업과 전자 지갑 서비스를 이미 실패했기 때문에 조금은 높은 벽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NFT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어려운 UI와 사용 방법 때문이었다. 이 지점을 무사히 넘어야만 대중화와 갤러리의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NFT 시장의 미래와 전략이 궁금하다면 〈어서 와, NFT 민팅은 처음이지?〉를 추천 드립니다. 황의석 저자와 준비 중인 BAYC 관련 종이책은 9월 내 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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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팅(minting)은 블록체인 자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암호화폐가 다른 체인에 연결되고 교환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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