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우크라이나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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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이 ; 안드레이 클류치코, 테탸나 부리아노바,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정소은 譯)
에디터 이현구
발행일 2022.08.15
리딩타임 20분
키워드
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폭격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한복판에서, 난민이 밀려오는 국경 밖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이들이 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게 했나.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14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동부와 남부 일대는 러시아가 점령한 상태이며 접전 중이다. 러시아군이 물러났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제2 도시 하르키우(Kharkiv)에는 여전히 간헐적으로 폭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매일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

침공의 긴장감이 고조될 때만 해도 전쟁 그 자체가 이슈였다. 수도인 키이우(Kyiv)에 쏟아지는 미사일에 세계는 경악했고 지도자들은 전방위로 커지는 전쟁의 규모 때문에 확전을 우려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선 수많은 사람이 반전 시위와 함께 연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가 더 큰 관심사다. 전쟁은 심각성은 어느새 잊혔다.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 기구의 구호가 닿지 않는 사각 지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다. 포탄이 떨어지는 도심에서, 잔해로 뒤덮인 고향에서, 난민이 밀려오는 타지에서 그들은 묵묵히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원은 말라가고 모두가 지쳤지만 이들은 지칠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민간 자원봉사자 세 명을 화상 인터뷰로, 서면으로 만났다. 죽음 앞에서, 위험한 잔해와 때로는 자국의 위협 앞에서 이들은 왜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나.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 이들의 발을 묶고 있나.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봉사를 이어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 소개
안드레이 클류치코(Andrey Klyuchko, 32세)는 하르키우(Kharkiv) 북부에 거주하던 IT 기업의 시스템 아키텍처다. 전쟁 발발 이후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민간 자원봉사 단체에 합류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안전한 도피를 돕는 단체 ‘헬핑 투 리브(Helping to leave)’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지만 러시아와 인접한 곳으로, 지역에 따라 아직도 간헐적으로 폭격을 당하고 있다.

테탸나 부리아노바(Tetiana Burianova, 26세)는 ‘리페어투게더(Repair Together)’라는 단체에 소속된 자원봉사자다. 리페어투게더는 IT 기업에 근무하는 친구들과 파티 플래너였던 친구들 일곱 명이 만든 자원봉사단체다. 이들은 체르니히우(Chernihiv)를 중심으로 폐허가 된 지역의 부서진 잔해를 수습하고 망가진 건물을 수리한다. 모두 레이브(Rave) 같은 파티 문화를 사랑하는 만큼, 봉사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자 디제이와 함께 파티를 열어 마치 파티에 초대하듯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 모인 이들은 다함께 춤을 추며 잔해를 청소하고 지역 사회에 음식을 나눈다.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Anastasia Chukovskaya)는 선생님이자 러시아 독립 언론사의 기자 출신인 러시아인 교육자다.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남편 알렉세이 젤렌스키(Alexey Zelensky)와 함께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pest)에 살고 있다. 이 부부는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헝가리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지낼 숙소를 마련하고 아이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열었다. 현재는 식료품 카드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나스타샤의 증조부는 러시아의 유명 작가이자 번역가인 코르네이 추콥스키(Kornei Chukovsky)다. 이 때문에 러시아 언론으로부터 러시아와 증조부를 망신시킨다며 비난 받지만 그는 도움을 멈추지 않는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화 하르키우의 안드레이 ; 방탄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3화 체르니히우의 테탸나 ; 레이브 톨로카(Rave Toloka)
4화 부다페스트의 아나스타샤 ; 우크라이나인을 돕는 러시아인
5화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에디터의 밑줄

“대체로 민간인들이 도시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하게 되는 이유는 파편 조각을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보통 헬멧을 쓰거나 방탄조끼를 입고 이동한다. 나 역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일 헬멧과 방탄조끼를 구하는 것이었다. 처음 그것을 입었을 때의 기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밖에 이동할 때 훨씬 더 안심된다는 것이다.” -안드레이 클류치코

“사실 자원봉사는 어떻게 보면 생각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많은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험하다고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극복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이더라도 위험을 감수한 봉사의 대가로 얻게 되는 과실은 값지다.” -안드레이 클류치코

“우리는 어떻게 하면 유익하게 봉사를 하면서 우리 자신들도 쉬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우리의 삶이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고 예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 자신부터 필요했다. 그러다 테크노 음악을 떠올렸고 마치 자원봉사 현장을 파티처럼 만들어보고자 했다.” -테탸나 부리아노바

“5월쯤 되어서 난민들의 상황이 무척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헝가리의 난민들이 사실상 제대로된 보살핌과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들의 삶은 매우 고단했다. 일단 복지비를 거의 지원받지 못했고, 인도적 지원도 날이 갈수록 적어졌다. 사람들이 말 그대로 굶고 있었다.”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

“기차역에서 난민을 만났을 때 그들이 내게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나는 부다페스트에 살고 있는데 원래 모스크바 출신이라고 답했다. 그때 공기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침묵이 아픈 침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절절하게 깨닫게 하는 침묵이었다.”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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