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든 MZ세대
1화

세대명으로 읽는 MZ세대의 궤적

MZ라는 엉성한 분류는 기성세대의 허술한 구획이다. 편협한 인식이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고 있다. 성긴 이름 아래 다양한 면면을 봐야 한다.

MZ세대로 명명되는 2030 연령 집단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이러한 관심은 2030 연령 집단의 증대된 사회적 영향력과 그 맥을 같이한다. 이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이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으며, 제20대 대선에서도 이들의 요구와 표심의 향방이 판세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의 하나로 부상했다.

 

1. 한국의 MZ세대는 누구인가


MZ세대라는 용어는 M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이다. M은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의 첫 글자를 취한 것으로, 새로운 천년을 목전에 둔 1991년 미국 세대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세대, 미국 미래의 역사(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1]. 알 수 없는 미지의 세대,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는 의미에서 명명된 X세대의 다음 세대라는 점에서 Y세대라고도 불리고,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메아리(echo)처럼 다시 출생 붐을 일으켰다고 해서 에코붐 세대라고도 불린다. Z세대는 Y세대의 뒤를 잇는 집단으로, X세대의 자녀 세대이며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를 지칭한다. 

베이비붐 세대, X세대, 밀레니얼 세대(M세대), Z세대 등 서구 사회에서 만든 세대명을 사용하면, 서구 사회에 우리 사회에서 각 세대 범주에 포함되는 연령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만 밀레니얼 세대, Z세대는 거의 동일하다. 한국의 M세대는 1980년에서 1994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 집단이며 2021년 기준 1061만 7024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1퍼센트다. Z세대는 1995년에서 2004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 집단으로, 2021년 기준 610만 455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1퍼센트를 차지한다. 두 세대를 합친 소위 MZ세대의 비율은 총 32퍼센트 이상을 점한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현시점에서 대략 20, 30대이며 40대 초반에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는 연령대라 사실상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것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그러나 세대 연구 자체가 기성세대가 새롭게 등장하는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세대 구분에 있어 기성세대와 신세대라는 이항대립적인 틀은 늘 존재해 왔다. 

즉, MZ세대를 동일한 특성을 가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이항으로 나눴을 때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젊은 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또 소비자나 유권자의 측면에서 수적으로 의미 있는 집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구분이기도 하다. Z세대가 아직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전이며, 인구학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에코붐 세대로 인구 비중이 크고 이후 세대부터는 출생률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MZ세대는 기성세대의 시각과 관점에서 그들과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세대로 간주될 뿐,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하위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이질적으로 구성된 세대이다. 

첫째, 사회 변동이 빨라지면서 세대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둘째, 한국 사회에서 부모 세대의 부의 세습을 지나 조부모의 부까지도 세습되는 계급 공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많은 지표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MZ세대는 자산 분포의 격차가 큰 세대로, 기성세대보다 계급이라는 사회적 경계가 명확하다. 셋째, 기성세대는 옳든 그르든 사회적 힘에 밀려 대부분 비슷한 연령에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비교적 동질적인 생애 주기를 공유했고 이에 따라 공통적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MZ세대는 결혼, 출산 등 생애 주기에 있어 선택의 영역이 확장되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때문에 향후 MZ세대 내부의 하위 집단 간의 경계가 부각될 것이며 이를 포착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을 연령 기준으로 구분하고 세대명을 부여하는 것은 세대론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업이다. 세대를 구분 짓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사회과학적으로는 ‘코호트’ 개념으로 세대를 이해하고 경계선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코호트란 세대 연구에 가장 큰 학문적 영향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칼 만하임(Karl Mannheim)이 제안한 개념[2]으로,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특정한 기간에 중요한 사건들을 공통으로 경험함으로써 심리적 속성을 공유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의미한다. 그리고 학계나 저널리즘은 이 공통의 경험이나 특징을 직관적으로 가장 잘 잡아낼 수 있는 명칭을 잡아내고자 많은 공을 들인다.

결국 특정 연령대에 부여된 다양한 명칭은 결국 각 시대에 벌어진 주요 사건·사고의 장면들과 그 연령대의 특징을 체화하고 있는 하나의 표상이자 상징이며, 그렇기 때문에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우리 사회의 경우, 1949년 이전에 출생하여 전쟁을 겪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낸 연령 집단은 탈식민지 세대, 전쟁 체험 세대, 산업화 세대로 명명됐다. 1950년부터 1969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 집단은 인구학적인 측면의 베이비붐 세대 외에도 유신 세대, 586세대, 민주화 세대로 호명되었다. X세대라 불리는 1970년에서 1979년 사이 출생의 연령 집단은 최근 한류를 포함하는 한국 대중문화 장의 중심 세력으로 인정받으며 ‘문화 세대’라는 명칭이 붙었다[3].

 

2. 디지털 네이티브 ; 온라인 유전자를 공유한 새로운 종족


MZ세대를 둘러싼 수많은 세대명이 쏟아진다. 그중 주류는 디지털 네이티브[4], 디지털 노마드[5], N(네트워크)세대[6], 사이버 세대, 스마트폰 세대 등 성장기를 혁명에 가까운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한 코호트적인 특성을 반영한 세대명이다. 이는 MZ세대를 이해하는 데 기반이 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웹이 부재하는 세상에 대한 기억이 전무하고, 인터넷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 준다고 생각할 만큼 스마트폰은 이들 세대의 분신이다. 디지털 혁명과 관련된 세대 명칭은 서구 사회에서 고안된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적용했을 때 매우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세대명이다.

MZ세대의 삶의 궤적이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는 것은 이 세대를 기존의 기성세대와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MZ세대가 유년기를 보내던 시절 한국에서는 1995년 PC 통신의 도입과 케이블TV 첫 방송, 1996년 국내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 첫 서비스 시작, 1997년 무료 이메일 서비스 시작, 1998년 가정용 PC의 보편화, <스타크래프트1> 발매, 2002년 싸이월드 성장 등 각종 IT 산업 및 게임 산업이 활기를 띠며 급속히 성장했다. 그리고 “디지털화가 심화된 세상의 도래는 수많은 새로운 습관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낸다”는 말처럼[7], MZ세대는 가치관, 생활 양식, 사회 문제에 대한 태도 등 전반에 걸쳐 기성세대와는 다른 특징을 형성했다.

특히 MZ세대의 인간관계 형성과 유지 측면에서 기성세대와 차이점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MZ세대는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 등 SNS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익숙하며, 엄지족이라 불릴 만큼 모든 관계를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기성세대에게 중요했던 ‘의리’, ‘정’, ‘연줄’의 개념은 희박해졌을 뿐만 아니라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취향, 재미, 원하는 목표에 따라 한시적으로 인간관계를 만들고 선택적으로 반응한다. MZ세대가 기존의 학연, 지연, 혈연을 통한 관계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취향을 중심으로 형성하는 취향 공동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MZ세대, 특히 Z세대의 경우는 게임이 삶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며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을 모르고서는 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한동안 MZ세대의 인기를 끌었던 ‘부캐’는 한 사람이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따라 본명과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스타일, 말투, 성격까지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는 것이다. 분명히 같은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시청자는 그들의 부캐를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처럼 생각하며 즐긴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주력으로 육성하는 캐릭터인 ‘본캐’ 외에 따로 육성하는 캐릭터를 의미하는 게임 용어이다. ‘세계관’이란 용어 역시 게임의 시나리오를 이루는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의미한다. MZ세대는 부캐를 비롯하여 아이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둘러싸고 구현한 가상의 세계를 즐긴다. 이는 게임이 ‘가상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며,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창의적이고 다양해질 수 있다. MZ세대는 이런 세계를 만들어 일상 속으로 들여온 것이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 사회 대중문화의 장 역시 그 위상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며, 이전 세대에선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많은 풍경을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를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시작됐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2010년 김연아의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 스포츠를 통해 국가 위상이 고양됐다. 또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영상이 10억 뷰를 달성했고, 작금의 BTS와 봉준호 감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지난해 <오징어게임> 이 큰 인기를 얻는 등 한국 사회의 대중문화는 세계적인 트렌드의 정상에 이르렀다. 이 과정을 체험하고 성장한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해외 문화에 대한 동경이 없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한국의 첫 세대다. 또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각지와 물리적인 거리감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1997년 초등학교 교과목에 영어 추가, 2000년 자비 해외 유학 자율화 대상의 확대 및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한국의 MZ세대는 글로벌리스트의 소양을 갖춘 디지털 네이티브로 성장했다. 

 

3. 88만원 세대 ; 반짝이는 세상 속 암울한 세대 정체성


88만원 세대란 개념은 2007년 우석훈과 박권일의 동일 제목의 저서[8]에서 처음 사용됐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 원에 20대의 평균적 소득 비율 74퍼센트를 곱해 나온 88만 원을 사용한 단어로, 그 당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 용어이다. 88만원 세대란 용어가 나오기 전까지 이 세대는 축복받았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이 용어의 등장과 폭발적인 공감은 MZ세대에 대한 사회적 논점을 ‘축복의 세대’에서 ‘절망의 세대’로 전환시켰으며, 이후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N포 세대(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의미), 절망 세대 등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용어들이 연달아 등장했다.

2016년 한국 사회의 전 세대 대상자들에게 자신의 세대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세대명이 무엇인지를 질문한 연구가 있었다. 그 당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연령대에 많이 호명되는 여러 세대명을 주고, 본인을 어떤 세대로 규정하는지 물었다. 응답자 12명 전원이 자신을 88만원 세대로 규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응답자 중에는 고액 연봉의 의사 그리고 금융업과 같은 전문 직종 정규직 종사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코호트 개념을 주창한 만하임은 공통의 경험을 경유한 ‘세대 위치(social location)’를 함께 점하는 한 세대는, 이를 바탕으로 공동 운명체로서 구체적 연대의식과 동질감을 가질 때에 ‘실제 세대(generation as an actuality)’로 전환된다고 주장한다[9]. 이런 측면에서 88만원 세대라는 세대명은 MZ세대의 자화상이자 이들이 ‘실제 세대’로 전환할 수 있는 기표로 작용한다. 

MZ세대는 산업화 세대가 일궈 놓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성장하며,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높은 교육열로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에 더해 외국어와 디지털 능력까지 장착한 창조적이고 능력 있는 세대다. 이렇게 한국 사회의 풍요 속에 태어나 가장 많이 배우고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88만원 세대를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사회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와 자녀인 MZ세대가 겪은 국가 경제 상황의 차이에 기인한다. 1인당 국민 총소득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청소년 시기였던 1950년대의 1인당 국민 총소득은 60달러 중반에서 80달러 초반에 불과했으나, 사회에 진출하여 직업을 갖게 되는 시기인 1960년대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1969년에는 221달러로 처음 200달러를 넘어섰으며, 20년이 지난 1989년에는 580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가 최소 70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같이 급속한 경제 성장 시기에는 구조적 계급 이동이 가능하다. 계층 구조상 상위 계층의 구성원이 하나 내려와야 하단의 구성원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으로 좋은 직업군이 생겨나고 계층 구조의 상단부가 확장되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구조적으로 계층 상승의 기회가 넓어진다. 특히 1980년까지도 대학 진학률은 10퍼센트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므로, 유교 사상의 뿌리 깊은 학문 숭상 기조를 등에 업고 계층 사다리의 상승 이동에 있어 우선권을 점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대학 학위의 중요성은 베이비붐 세대에게 깊이 각인됐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은 열심히 노력했다. 국가의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개인적인 성공을 쟁취해 나가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성실과 근면의 신화를 체화해 온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에 근거한 ‘대학 학위=사회적 성공의 치트키’라는 공식은 한국 사회의 가족주의와 접목하면서 한국의 교육 열풍을 몰고 왔다. 가족 단위에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자녀의 수를 줄여서라도 최고의 교육을 시켜주고자 하게 됐다. 그 결과 MZ세대는 70퍼센트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뿐만 아니라 어학, 컴퓨터, 예체능 등 기성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문화 자본을 축적하게 됐고, 부모 세대―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기대를 받는 세대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가 경제 상황은 완전히 반대였다. MZ세대가 출생하고 성장하는 시기인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경제는 외환 위기 등 경제 위기가 있긴 했지만 상승 기조를 유지했다. 2006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2만 1663달러로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어선다. 그러나 이후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사회의 경제 성장은 부침을 반복하며 둔화했다.

물론 2021년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5168달러란 수치는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보다 비교할 수 없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계급 구조는 이미 공고화되어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비중이 커져 있다. 2006년과 비교했을 때의 성장세가 두 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의 환경이 기회가 풍부했던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 경제 환경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MZ세대의 높은 교육 수준과 문화 자본은, 어려운 경제 시기에 충분한 양질의 직업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선 적절한 직업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MZ세대가 좌절하는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평등과 분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전문직으로 입성하더라도 부모 세대의 같은 직업군에 비해 경쟁도 심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위상에도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부모 세대의 한국 사회는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여겼고 자신과 다른 계층 사람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의 발달과 더불어 자기와 소비의 급이 다른 사람들의 삶, 그것도 편집해서 아름답게만 보이는 모습을 너무 쉽게 접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화된다. 88만원 세대라는 세대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이유다.

그럼에도 MZ세대의 자기 계발에 대한 투자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기업에 취업해서도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투자한다. 부모 세대와 다른 것은 성공에 대한 정의다. 기성세대의 성공이 어떤 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로켓형으로 수직 상승하여 입신양명하는 것이었다면, 이들에게 성공이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자율적인 선택권을 존중받고 많은 경험을 하면서 방사형으로 확장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여러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로켓처럼 성공을 향해 수직 상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찍 깨달은 MZ세대의 적응 방식이기도 하다.
[1]
William Strauss and Neil Howe, 《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 1584 to 2069》, William Morrow, 1991.
[2]
Karl Mannheim, 《The Problem of Generations》, in Essays on the Sociology of Knowledg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52., pp. 276-320.
[3]
최샛별,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연대기》, 이화여대 출판부, 2018.
[4]
미국의 마크 프렌스키가 고안한 용어로, 컴퓨터와 각종 인터넷 매체,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언어의 원어민처럼 배우지 않아도 자신에게 체화되어 있어 자유롭게 활용하는 세대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Marc Prensky, 2001a,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 Part 1〉, 《On the Horizon》 9(5), pp. 1-6.
   Marc Prensky, 2001b, 〈Digital Natives, Digital Immigrants Part 2: Do They Really Think Differently?〉, 《On the Horizon》 9(6), pp. 1-6.
[5]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1997년 자신의 저서 《21세기 사전(Dictionaire du XXIe siecle)》에서 21세기는 디지털 장비를 가지고 지구를 떠도는 디지털 유목민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물이 있는 초원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의 자유로움에 초점을 둔 개념으로 디지털 기기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보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세대라는 의미와 더불어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함의를 가지고 있다.
   자크 아탈리(이효숙 譯),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웅진닷컴, 2005. 
[6]
1998년 캐나다의 기업가이자 작가인 돈 탭스콧(Don Tappscott)이 고안한 것으로, 인터넷 기술과 함께 성장하고 디지털 매체에 둘러싸여 성장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Don Tapscott, 《Growing Up Digital: The Rise of the Net Generation》, McGraw-Hill, 1998.
[7]
하워드 가드너, 케이티 데이비스(이수경 譯), 《앱 제너레이션: 스마트 세대와 창조 지능》, 와이즈베리, 2014.
[8]
우석훈·박권일, 《88만원 세대》, 레디앙, 2008.
[9]
Karl Mannheim, 《The Problem of Generations》, in Essays on the Sociology of Knowledge. Oxford University Press, 1952., pp. 276-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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