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프리워커
2화

이이람 ; 뭘 하든 멋있게 하면 돼

이이람은 청년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연예인을 꿈꾸며 춤을 배우고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직업 생태계와 맞지 않음을 느끼고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났다. 주얼리 공방을 거쳐 아버지가 페인트 도장에서 일하셨던 것을 떠올리고는 목수의 길에 들어섰다.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현장에서 익혔고 젊은 사람에게도 멋진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됐다. 소진되는 것을 싫어하고 즐겁고 편하게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댄서에서 목수로

ⓒ사진: 이이람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목수에서 시작해 지금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다. 인테리어 요청이 들어오면 고객과 미팅하며 구체적으로 견적을 낸다. 어떤 자재를 쓸지, 어떤 구조로 만들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최종으로 샘플링 한다. 현재는 시공 단계에서 직접 일하진 않지만 예전에는 현장에서 소장으로 모든 일을 맡아서 했다. 최근에 회사를 옮기면서 고객과 상담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이 주요 업무가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전까진 소장이란 타이틀이 더 적합했는데 지금은 스스로를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소개하고 있다. 현장 소장들의 일정을 조율하고 과정을 총괄한다.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다. 어릴 적 꿈꾸던 직업은 무엇이었나?

연예인이 꿈이었다. (웃음) 중학생 때 춤을 추기 시작했고 스무 살까지 대전에서 공연 기획단에 있었다. 시市나 단체의 행사에서 공연을 필요로 할 때 예산을 받아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기획하는 일이었다. 대학도 문화 예술 경영학 쪽으로 갔다. 그러다 기획사 오디션에 붙어 서울로 올라오게 됐고 흔히 말하는 아이돌 연습생으로 1년 정도 있었다. 그런데 나랑은 잘 안 맞더라. 적성에 안 맞던 것은 아닌데 직업 생태계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흥미가 떨어졌던 것 같다.

아이돌 연습생이라니 육체노동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일이다. 어떻게 목수 일을 시작하게 됐나?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춤추는 것도 몸 쓰는 일이라는 점이다. 연습생을 그만두고 나서는 당시 주얼리 디자인이 굉장히 뜨고 있어서 1년 정도 배워 봤다. 거기서부터 뭔갈 만드는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같다. 내 브랜드를 만들려고 공방에서 연습하며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3D 프린팅이 급상승하더라. 핸드메이드 제품의 경쟁력이 하락했다. 그러고 나니 뭘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 대전에서 페인트 도장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생각났다. 대전에서 직업 전문학교에 들어가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현장 ⓒ사진: 이이람

목수를 선택한 데 있어 아버지의 영향이 컸겠다.

사실 어릴 땐 아버지가 하는 일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래 희망으로 육체노동을 꿈꾸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잦으셔서 아버지가 피부도 까맣고 주름도 많으시다. 페인트 도장이다 보니 옷 여기저기 페인트를 묻히며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고돼 보였다. 그런데 크고 나니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게 보이더라. 내가 저 일을 하면 어떨까를 오버랩했던 것 같다. 페인트나 공구 등 현장이 주는 느낌이 꽤 괜찮게 다가왔다. 아마 아버지가 아녔다면 목수 일이나 인테리어는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목수 일을 배우긴 했지만 그 일에 스스로를 한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 현장을 나갔을 때 “굳이 이걸 해야 하나” 하는 것들이 많았다. 게다가 난 숫자에 참 약한 편인데 목수는 숫자에 강해야 한다. 아무리 규격대로 작업해도 현장에서 치수의 오차라든지 하는 각종 변수가 난무한다. 적응이 꽤 어려웠다. 게다가 당시는 지금처럼 힘이 세지도 않았고 허리 디스크도 있었다. 목수는 자재가 도착하면 일단 들고 옮겨야 하는데 자주 삐끗하기도 하고 육체적으로 좀 힘들었다. 지금도 자재를 옮기거나 하는 일은 따로 사람을 쓸 수 있는지 알아 본다. 개인적으로 스포츠 외에는 몸에 무리가 되는 일을 안 하려는 성격이다 보니. (웃음)

육체를 쓰는 일인데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평생 먹고살 수 있는 천직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원래 하던 일이 모두 몸 쓰는 일과 조금은 관련이 있다 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체력적으로 그렇게 부담된다고 느끼진 않았다. 게다가 일은 일머리가 생길수록 쉬워진다. 오래지 않아 적응했다. 육체노동이라고 생각하면 정년이 짧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 제한이 없다.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현장에 여럿 계시니까. 기력이 다할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젊은 사람에게도 멋진 일


지금은 목수가 아닌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전향의 계기가 있을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젊은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던 게 컸다. 당시 하던 목수 일을 넘어 더 뾰족한 전문성을 가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공정 중 ‘젊은 사람이 했을 때 멋진 일’은 뭘까를 고민했다. 내가 하던 일의 연장선에서 아무래도 인테리어 디자인이 가장 ‘영young’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니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목수는 자신이 담당한 부분을 맡을 뿐이지 전 공정을 볼 순 없다. A/S가 있을 때나 재방문해 결과물을 볼 수 있었다. 목수 일을 하며 모은 돈 약 800만 원으로 인테리어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아카데미에서 참스승을 만났다고 들었다.

그렇다. 아카데미에는 여러 인테리어 업체가 입점해 있는데 그중에서 자기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혹은 적합한 지역의 멘토를 붙여준다. 그 업체에 가서 인턴처럼 배우는 것이다. 처음엔 거절당하기도 했다. 왕복 세 시간 거리인 서울 방학동에 위치한 업체였는데 나이가 어리고 당시 기준 군 미필이라며 다소 무시하더라. 외제 차에 태우고 현장에 가서 나를 차에 혼자 두고 자기 업무를 보러 갔다 온 뒤 현장 구경시켜 줬다고 생색이었다. 아카데미에 항의하니 새 멘토를 붙여 줬는데 그분이 지금의 스승님이었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 없이 진정성 있는 분이었다. 최근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그분 밑에서 일했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직업이 바뀐 만큼 새로 배워야 할 것이 많았을 텐데.

사실 아카데미에 등록했다고 새롭고 대단하게 배우는 것은 별로 없다. 대부분 이론 수업에 가깝고 알맹이는 멘토에게 있기 때문이다. 스승님 회사에서 필요한 일들을 배웠지만 당시엔 3D를 맡아 줄 디자이너도 있었고 견적도 일차적으론 대표님이 냈다. 그래서 도면과 견적을 받고 자재를 발주하는 일, 현장 업무를 총괄하는 일 등이 주요 업무였는데 오히려 회사를 옮긴 지금 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3D 공부 등 지금도 배우고 있는 일이 많다.

목수 경력이 도움이 됐나?

매우 도움 됐다. 현장 업무를 이미 경험하고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장을 총괄하려면 페인트 도장 등 기능공들의 업무를 자세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도면과 견적, 자재에도 미리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인테리어 현장 ⓒ사진: 이이람
인테리어 디자인만의 매력은 뭔가?

아무래도 고객과 직접 접촉하고 상담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작업만 하는 것보다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벽에는 돌 타일을 써서 색을 입혀 볼 수도, 어떤 공간엔 철제 프레임으로 색다른 것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디 가서 본 것들을 실제 접목해 볼 수 있다 보니 좋은 곳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딱 알맞은 일이었다.

수입은 괜찮은 편인가?

잘 버는 편이다. 같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해도 회사마다 급여가 다르다. 보통 직장인들과 비슷하게 받는 것 같긴 하다. 아무 기반 없이 일을 시작했을 경우 월 200만 원 선에서 월급이 결정된다. 자격증이 많을수록 급여가 올라간다. 이렇게 회사 고정급으로 받는 방법 말고 현장 단위로 받을 수도 있다. 현장 단위로 받을 때도, 현장당 고정급으로 받는 분도 있고 견적에 자신 있는 분들은 공사에서 남는 퍼센티지를 가져가는 분들도 있다. 회사와 상관없이 자기 일도 할 수 있으니 사실상 임금이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랜서처럼 일하는 만큼 벌 수 있다.

업계에서 젊은 편인가?

매우 젊은 편이다. 그렇다고 딱히 특수한 케이스는 아니다. 팀장치고 젊은 것뿐이다. 요새 젊은 분들이 이쪽에 많이 뛰어드는데, 전 회사만 해도 얼마 전 나와 같은 또래인 29살 친구가 하나 들어왔고, 가장 최근에 들어온 친구는 27살이다. 물론 타 직업군에 비해 평균 연령이 높긴 하지만 확실히 현장이든 디자인 쪽이든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을 체감한다. 30대분들도 많다. 요새 인스타그램 등으로 인테리어와 관련한 게시물들을 보는데, 기능공분들이 다 젊으시다. 타투도 많으시고. (웃음)

청년들이 이쪽 일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뭘까?

같은 육체노동이라도 기술적인 부분이 각광 받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된 것 같다. 인테리어에 관심 가지는 젊은 분들이 많아서 요새 학원도 점점 생겨나는 추세다. 수료하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그래도 돈을 쓴 만큼 확실히 번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보통 젊은 분들은 배우는 것에 욕심이 많아서 고급 공정을 하시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쭉 해오셨던 연배 있는 분들보다 금액을 더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군가 이 일을 하고자 한다면 추천할 것인가?

추천한다. 생각보다 자유도가 높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다. 인테리어는 코로나 영향도 안 받거니와 누군가 사업을 시작하거나 결혼을 할 때, 이사 갈 때 등등 리모델링의 수요는 넘친다. 일이 끊기지 않아서 오히려 일할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미 괜찮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어 현장 인력이 더 필요하다. 우리도 사람을 키워 써야 하는 지경이다. 일에 대한 만족도도 대부분 높다.

 

경쟁력은 만들기 나름


현재 직업에서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

일단 목수 시절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람을 상대한다는 점이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고객에게 어떻게 더 신뢰감과 만족을 줄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게 된다.

지금은 팀장이다. 디자이너의 직급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사무직은 직급이나 연차가 중요하지만 현장에선 팀장이니 과장이니 하는 그런 이름이 별로 쓸모가 없다. 전 회사에서는 과장 타이틀을 달고 있었고 지금 회사에서는 팀장이지만 별로 내세우지 않는다.

팀장보다 디자이너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이유는 뭔가?

스승님의 조언이 있었다. “나이가 너의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고객이 보기에 일단 나이가 어리다 보니 팀장이나 소장·대리 등의 수직적 직급 체계가 이름 뒤에 붙는 것보다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붙는 편이 더 자연스럽고 감각 있어 보일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명함에는 팀장으로 적혀 있긴 하지만 고객에게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묘한 게 고객에게 명함을 드릴 때 “디자이너입니다. 팀장이고요.”라고 말하면 신뢰도가 높아지는데, “팀장입니다. 디자이너예요.”라고 말하면 왠지 신뢰도가 떨어지고 견적을 낼 때 결정 권한이 축소되는 느낌이 있다.

나이가 어린 게 유리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젊은 감각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지 않나?

요새 젊은 창업주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확실히 인테리어를 맡기시는 분들은 주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이다. 인테리어를 맡길 정도의 돈이 있는 분들은 연령대가 아무래도 높기 때문이다. 물론 어린 나이가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보여지는 것에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된다

나름의 퍼스널 브랜딩 전략이 있나.

퍼스널 브랜딩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은 없는 것 같긴 한데. (웃음) 일단 내가 소속된 회사는 여러 큼직한 브랜드나 건물을 리모델링 했기 때문에 이미 업계에서 좀 유명하다. 다만 회사 외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으니 여러모로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일단 외적으로 세련되게 하고 다니려고 노력한다. 옷도 좀 멋지게 입고. 머리를 기르는 이유도 그렇다. 예술적으로 보이니까. 게다가 책도 업계 사람들보다 많이 읽는 편이다. 건축가 유튜브나 〈조승연의 탐구생활〉 같은 인문학 유튜브도 자주 챙겨 본다. 건축의 기본 요소에 대한 인문학적, 역사적 지식을 조합해서 고객에게 설명하면 신뢰도가 높아진다. 고객과 상담할 때 “조명은 주황색으로 많이들 하세요”와 같은 얘기보다 “보통 아파트 천장은 2.4미터 정도인데 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제한할 수 있으니 3미터 이상으로 하셔라”와 같은 얘기를 해볼 수 있다. 언변이 좋은 게 큰 도움이 된다.

비즈니스용 소셜 미디어를 계획적으로 운영해볼 생각은 없나.

앞서 말한 것처럼 요새 젊은 목수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 계정이 많긴 하다. 멋지게 워크 웨어도 입으시고 멋지게 PR하시지만 왠지 그런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게 어색하다. 물론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거기엔 내 작업물이나 자기 홍보보다는 내 시선을 담은 사진을 올려 보고 싶다.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포스팅하는 계정 말이다. 어떤 건물의 화장실에 갈 때마다 거기에 실리콘 자재는 무얼 썼는지, 멋진 카페에 갔다면 인테리어에 사용된 부자재는 어떻게 사용되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등을 관심 있게 보니까 유용한 계정이 될 것 같다.
인테리어가 완료된 현장 ⓒ사진: 이이람
‘나에게 의뢰하면 이런 점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고객마다 원하시는 게 다양한데 최대한 그에 맞춰 디자인을 뽑아낼 수 있다. 뭐든 시도해 보는 것을 좋아하고 정보 검색력이 좋은 게 강점이다. 견적으로 금액을 남겨야 하지만 금액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해 드리려고 노력한다. 기존에 해왔던 대로, 의도대로만 풀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아마 회사에 소속되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이미 회사에서 다들 알 만한 브랜드나 팝업 스토어 등을 많이 해봤고 그게 다 나의 포트폴리오가 되다 보니 개인적인 욕심이 그렇게 크지 않다.

지금과 같이 되기까지 업계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궁금하다.

현장에서의 성장과 업계에서의 성장은 분명히 다르다. 현장에서는 일머리가 좋고 견적을 잘 내는 법을 익히는 게 성장이다. 회사마다 전문성이 다른데 아파트만 하는 회사도 있고 상가만 하는 회사도 있다. 보통 아파트는 규격화되어 있어 인테리어도 비슷하게 들어가는데 상가는 매번 공간이 다르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니 한계를 계속 뚫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계속 다른 자재를 써보는 게 경험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데, 아파트는 대개 고객들이 어떤 사진을 들고 와서 “이렇게 해주세요” 하는 경우가 많다면 상가는 내가 직접 지시해서 꾸며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상가를 많이 다뤄본 게 도움이 됐다. 업계에서의 성장은 또 다른데 그야말로 능구렁이처럼 여러 대표님과 두루두루 친해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모이는 소모임도 많으니 그런 데 나가 보는 것도 좋다.

나이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 있을까?

타성에 젖지 않고 발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목수 경력으로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속속들이 조율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단순한 육체노동이라도 경쟁력은 만들기 나름이다. 이 업계도 누구든 발전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더 다양한 기술과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자재든 모티브든 지금도 계속 새로운 게 나오고 있고 나도 계속 배우고 있다. 대표님이 알지만 내가 모르는 게 있고 나는 알지만 대표님이 모르는 것도 있다. 한계를 스스로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커리어 패스를 갖추려면 어떤 경로로 입문하는 게 좋은가?

일단 국비 지원을 받아서 직업 전문학교에 들어가라. 이게 첫 시작이다. 신입을 키우기 위해 투자할 의향이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아무런 기술도 없는 사람을 써주진 않는다. 아무래도 다칠 위험성도 있고 사람을 키우는 것도 리스크가 있으니까. 물론 처음부터 전문성을 갖추기는 어려우니 일단 어느 한 공정을 맡아서 일을 해보는 게 좋다. 그래서 직업 전문학교를 추천한 거다. 여긴 지원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많아 사실상 무료나 다름없다. 일이 본인한테 맞는다면 추가적인 기술을 배우면 좋은데 나의 경우 돈을 투자해서 인테리어를 배운 것이다. 이 돈도 목수 일을 하면서 번 것이었다.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현장은 없나.

직업 전문학교에 가서 기술부터 배우는 것이 빨라서 추천한 것이지 사실 도제식으로 배우는 방법도 있다. 현장에서 기초적인 일부터 배워 나가는 방식이다. 주변에 기능공분들한테 물어 보면 가르칠 사람이 없어서 못 가르친다고 말씀하신다. 현장의 숙련된 기능공분들은 연배가 있다 보니 나이가 젊은 일꾼을 선호하신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다. 처음부터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혼나면서 힘들게 배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 때문이다. 아예 인테리어로 가닥을 잡았다면 ‘인테리어 기술자 통합모임(인기통)’ 카페 같은 곳에서 구해 볼 수도 있다.

 

젊게, 오래, 안 다치고 일하기


건강은 괜찮은 편인가?

일 특성상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어서 생각보다 건강해진다. 물론 현장에 계신 분들은 나 빼고 대부분 건강이 안 좋으신 편이다. 그런데 그건 그분들이 굉장히 열심히 장시간 노동하기 때문이다. 대표님과 그분의 동기들은 새벽 4~5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 스타트업에서 그야말로 한 가닥 했던 분들이다. 안 그런 곳이 있겠냐만 건설 쪽도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술을 먹는 일이 잦은데 그렇게 마시고 아침 일찍 일어나 또 일을 가신다. 새벽에도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시는데 대체 언제 주무시는 건지. (웃음)

일을 하며 가장 유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물론 다치지 않는 것이다. 몸이야 당연히 그렇고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마음이다. 생각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현장은 변수가 난무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견적 오류로 추가 비용을 지출한다거나 공정은 이미 끝났는데 고객의 말이 달라질 때라든지. 몸을 챙기는 것뿐 아니라 마음 챙김도 필요한 이유다. 신경이 늘 날카로워져 있다 보니 차에서 명상을 많이 한다.

자신만의 워라밸 기준이 있나?

“저녁의 삶이 네 시간”이다. 나는 워커홀릭이 되고 싶진 않다. 지금도 편하고 널널하게 일하는 편이다. 대표님이 매번 핀잔을 줄 정도다. 물론 일을 더 타이트하게 할수록 마감이 빨라지기 때문에 계약 건을 늘릴 수 있고 이게 수입과도 직결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일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진되고 싶지 않다.

젊은 세대다운 마인드다. 다만 현장에선 팀워크가 있으니 모두가 적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기능공이라면 공사 일정을 맞춰야 하니 보통 바쁘고 치열하게 일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열심히 하지 말란 말이 아니다. 자기 쉼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직접 자재를 가지러 자처해서 간다든가. 현장에서 벗어나 환기도 좀 하고 틈틈이 잘 쉬셨으면 좋겠다. 현장 소장님들도 그렇지만 나도 억지로라도 꼭 쉬는 시간을 갖는데, 쉬지 않고 일하면 뭐랄까, 시야가 협소해진다. 나무만 보는 것과 같다. 숲과 같이 전체적인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조율하는 동력은 쉼에서 나온다. 현장을 하나만 할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청년 세대에게 육체노동은 대부분 단기 업무라는 인식이 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고 ‘일용직’, ‘노가다’와 같은 단어로 단편적으로 인식하는 게 아쉽다. 보통 건설 현장에서 ‘잡부’라고 하면 물건을 수평으로 나르는 ‘양중’과 수직으로 나르는 ‘곰방’을 하는 분들을 뜻한다. 일용직은 대부분 이쪽에 포함되는데 현장엔 목수와 같은 기능공도 많다. 기능공은 종류도 많고 여타 육체노동처럼 단기로 하기 어려운 전문직이다.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한 번 배워 두면 장기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오히려 단기 업무와는 거리가 가장 멀다. 기능공이냐 아니냐에 따라 수입이나 불려 가는 현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진로도 정할 수 있다.

‘노가다’와 같은 단어가 풍기는 편견의 뉘앙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목수 일을 결심하기 전 이러한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배우고자 하는 의지 없이 투신했다면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수도 있다. 다만 나는 멀리 보고 뛰어들었다. 누구에게는 높은 하루 일당을 받을 수 있는 험한 일일지 몰라도 나에겐 천직이었으니까. 사회적 편견 때문에 커리어가 될 수 있는 일에 애초부터 벽을 두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무엇보다 일용직은 일용직이다. 스스로를 ‘잡부’나 ‘시다’라는 말 속에 가두면 거기서 더 못 나간다. 사회적 시선에 겁먹고 도망칠 생각부터 하지 말라.

어떤 일을 시작하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에게 이 일이 맞는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실제로 근무하는 분들의 얘기도 들어 보고 일도 배워 보며 내가 원하는 일이 맞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몸이 힘든 것은 논외로 하겠다. 이쪽 일에 어떻게 접근하든 육체노동을 한 번은 거치게 될 텐데 체력적인 부분이 안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오히려 나는 입문 당시에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게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잡무처럼 느껴지는 일이 많았고 그걸 견디는 게 어려웠다. 그래도 그런 일이 영원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차근차근 배워 가게 될 테니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이 잘 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안 느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적성에 맞는지 배워 보며 진로를 정하는 것도 괜찮다.

 

평생직장은 없다


육체노동 비율이 높은 일이다. 땀 흘려 일하는 것에 특별함을 느끼나?

굳이 그렇지 않다. 공방 시절에도 같은 생각이었다. 주얼리를 만들든 도자기를 만들든 에어컨 틀고 일하지 굳이 땀 흘려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폭염일 때는 일하는 게 너무 힘든데 에어컨이 잘 갖춰진 시설에서 일하면 행복하다. 물론 그 ‘땀’이 다른 의미인 것은 안다. 세상에 하고많은 직업 중에서도 특히 더 ‘노동스러운’ 것에 가까운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특별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직업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쪽인가?

어차피 요즘 세대는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하고 초·중·고교 시절부터 주식을 공부하는 세대 아니겠나. 꼭 모든 가치를 일에서 찾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몸 쓰는 일을 해본 사람들은 소득의 크기와 상관없이 노동 자체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 그건 사무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일이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직업을 가지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즐길 수 있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인가?

그렇다. 천직이라곤 했지만 이게 평생직장이라고 생각진 않는다. 다만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창조하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가상의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어 낸 것이 내 눈에 보이는 실물이고 결과물이 명확할 때 더 동기 부여가 된다.

노동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 가치가 급등하는 시대다. 투자와 저축 중 어떤 것을 선호하나?

둘 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산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른데 원래 투자도 즐겨 했다. 주식, 코인, NFT 등 안 하는 게 없을 정도로. 최근까지는 NFT 관련 메신저 방을 만들어서 활동했다. NFT 특성상 여기저기 전파가 많이 되어야 하므로 주변에 추천도 하고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투자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보면서 변수를 고려해 분산 투자를 하기도 하고 유동적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아시겠지만 지금은 단연 실물 자산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웃음) 금 ETF도 고려 중이고,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지켜보는 뉴스가 많다.

투자에 진심인 것 같다. 육체노동 종사 이전부터 주식을 했나?

학창 시절부터 했다. 심지어 비트코인의 존재를 비트코인이 30만 원일 때 알았다. 당시엔 암호 화폐 개념 자체가 생소해서 고점이라고 생각했다. 평생의 후회다. (웃음) 같은 건물 1층에 살던 분이 당시 비트코인 투자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들었다.

투자로 쉽게 돈 버는 것을 보면 노동 의욕이 떨어지지 않나?

딱히 그렇지 않다. 투자에 익숙하고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동시에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투자는 내게 파이프라인 같은 것이다. 내게 투자 시장이라는 파이프라인이 있다는 게 오히려 힘이 된다. 애초에 리스크가 있으니 이것에만 기대서 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빼서 투자하는 것이니 당연히 본 직업과 노동 소득에 더 집중한다.

안정적인 자산을 보유하게 되어도 일을 계속할 것인가?

글쎄. 육체를 많이 쓰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직업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지금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며 매번 새롭게 태어나는 현장을 보는 것이 즐겁지만 앞으로는 또 모른다. 하고 싶은 것들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전혀 다른 분야의 스타트업도 해보고 싶다.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은 또 어떤 게 있나?

인테리어 디자인 안에서는 앞서 말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며 퍼스널 브랜딩에 힘써 볼 생각이다. 가끔 사업 계획서를 써보곤 하는데 플랫폼 앱 사업에 관한 것이다. 키오스크 관련해서도 구상해 본 적이 있다. 소속된 회사에서도 앱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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