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 프리워커
3화

김민지 ;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김민지는 스물 아홉 살 목수다. 대학 모델과에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 중퇴 후 유럽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났다. 한국에 돌아와 내일배움카드 직업 훈련 프로그램으로 목재 가구반 수업을 듣다 목공의 매력에 빠졌다. 목조 주택을 짓는 외장 목수로 시작해, 현재는 실내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내장 목수로 일하고 있다. ‘팀 아홉시반’ 소속이다. #인스타그램


나무를 다듬어 공간을 만들다



본인을 한 문장으로 소개해 달라.

현장에서 일하는 스물아홉 살 목수 김민지다. 2019년 7월 목조 주택 빌더로 시작해 현재는 내장 목수로 일하고 있다.

목수치고는 젊은 편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했나.

대학에서 모델과를 전공했다. 학교를 통해서 일이 많이 들어와 프리랜서 개념으로 모델 일을 했다. 주로 패션을 전공한 학생들의 졸업 작품 쇼나 뮤직비디오, CF 등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때 장신(長身)에 압도 당했다. (웃음) 누군가는 선망하는 직업일 텐데 모델 일은 왜 그만뒀나.

옷 입는 것은 좋아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싶었다. 캐주얼한 옷을 좋아하는데,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입었을 때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옷을 표현하는 법 자체를 잘 모르겠더라. 다른 친구들은 나와 달리 동작이나 표정을 활용해 패션을 잘 살리는 것을 보며 내가 모델 일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휴학하고 몇 년간 유럽과 동남아 등지를 여행 다녔다. 근로 비자를 취득해 파트타이머로 일도 했다. 그러다 몇 년 후 한국에 돌아와, 취미 삼아 내일배움카드 직업 훈련으로 가구 만들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모델과 목공,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관련 지식이 없어도 가능한 일이었나.

처음 수업을 등록할 때 전공은 무관하다고 안내를 받았다. 실제로 수강생 전원이 비전공자였다. 첫 한 달은 계속 디자인 프로그램만 만졌다. 건축 도면을 만드는 캐드와 공간 내부를 디자인하는 3D 맥스를 배우고 어도비 포토샵과 일러스트 다루는 법도 익혔다. 처음 나무를 만져 본 것은 등록 후 한 달이 지나서였다. 나무끼리 폼(form)을 만들어 직각 짜맞춤을 만드는데, 그 단순함 속에서도 깔끔한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했다.

취미반으로 시작한 케이스인데 어떻게 업으로 삼을 결심을 했는지 궁금하다.

학원을 다니며 스스로 소질이 있다고 느꼈다. 전체 수강생 중 1등을 할 정도였고 선생님들도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니 자신감이 더 붙었던 것 같다. 문제는 실제로 취업을 하기까지였다. 사업자 등록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자격증은 불필요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공부보다 취업을 우선순위로 뒀으나 막상 여자는 잘 뽑지 않았다. 무거운 자재를 운반하는 등 물리적인 힘을 요하는 일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꼭 목수가 아니라도 건설 현장에선 여성을 잘 뽑지 않는 공정들이 많다. 어떻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나?

인터넷에 ‘여자 목수’를 검색하다 목조 주택을 짓는 한 목수분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발견했다. ‘여자 목수를 키워 보고 싶다’는 글을 읽고 연락 드렸다. 어쩌면 운이 좋았다. 그분에게서 현장 일을 배우며 목조 주택 빌더(builder)로 일을 시작했다.

빌더는 어떤 일을 하나?

주택의 뼈대를 세우는 역할이다. 두껍고 무거운 구조재를 사용해 건물 전체의 하중을 견디는 구조물을 주로 만들었다.

손수 만든 주택이 결과물로 나오면 애정이 무척 클 것 같다. 누군가 실제로 몸을 담고 살아가는 공간이 되지 않나.

물론 애정이 가지만 개인적으로는 주거 공간보다 가게 건축물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 가게를 오픈하려는 사장님들로부터 목수를 찾는다는 연락이 종종 온다. 본인이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함께 매장 오픈 준비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와인 바, 이자카야, 카페, 책방 등 다양한 공간을 작업했지만 그중에서도 한 이자카야 사장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처음 만드는 자신만의 공간인 만큼 잘 꾸며 보겠다는 사장님의 진심이 보였다. 그런 경우 목수들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빌더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특정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기보단 높은 구조물 위에 올라가 풍경을 감상하며 목자재를 만지는 것이 좋았다. 빌더 초반엔 여름 별장이나 주말 주택을 주로 작업했는데, 그런 곳들은 보통 조용한 시골에 있다. 산 중턱에 위치한 터에 목조 프레임을 세우고, 높이 5미터 정도 되는 지붕 위로 올라가 작업하곤 했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하늘이나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넋 놓고 앉아 있던 적도 많다.

외부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날씨 영향을 받지는 않나.

그게 약간 단점이다. 한창 작업하다가 하늘이 흐릿흐릿해지면 주택 위로 천막을 높게 쳐놓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먼저 하는 편이다. 장마철에는 보통 작업을 중단했다가, 비가 멈춘 틈을 타 빠르게 목재에 방수 처리를 한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눈송이들을 입김으로 솔솔 불어 내면서 작업하기도 한다.

 

외장 목수에서 내장 목수로


현재는 내장 목수로 일을 하고 있다. 외장 목수와 내장 목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외장 목수, 즉 빌더는 집의 뼈대를 만드는 반면 내장 목수는 집 안을 목재로 꾸미는 모든 작업을 담당한다. 내부 인테리어를 떠올리면 쉽다. 도배된 벽과 벽 사이에 몰딩을 하고, 없던 벽을 만들고, 공간에 딱 들어맞는 목조 가구를 짜맞추기도 한다. 쓰는 재료도 다르다. 빌더일 땐 90밀리미터나 140밀리미터의 두껍고 무거운 구조재를 사용했던 반면 내장 목수가 되면서는 30밀리미터 두께의 훨씬 얇은 각재로 벽을 세우는 법을 배웠다.

같은 목수라도 하는 일이 아예 다른데, 적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새로운 규격에 적응하는 것 외에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다. 빌더에 비해 내장 목수는 다양한 작업들을 하는 편인데, 나는 내가 지금 하는 내장 목수 일이 더 잘 맞아서 빌더로 돌아갈 것 같진 않다.
인테리어 현장에서 목조 계단을 마감하고 있다. ⓒ사진: 김민지
현재 ‘팀 아홉시반’에서 일하고 있다. 어떻게 만들어진 팀인가?

팀장님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만나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팀이다. 나는 2021년 3월에 합류했다. 빌더로 일할 때 내장 목수 일을 배워 보고 싶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의 소개로 들어오게 됐다. 팀장님과 나를 포함해 총 열 명으로 이뤄져 있다.

팀원들의 나이대가 궁금하다.

20대 후반인 내가 제일 어리고 그다음은 30대 초반, 그다음은 40대 초중반 분들이다. 목수 팀 중에선 젊은 편이다. 최근엔 우리 팀 외에도 20, 30대 목수 팀이 간혹 보인다. 유튜브나 매체에 현장직이 종종 소개되며 흥미를 갖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개인 목수로 일할 때에 비해 팀으로 일하면 무엇이 좋은가?

우선 일이 계속 들어온다. 혼자서 일을 구하는 것보다 여러 반장님들과 한 팀에 있으면 작업 간 공백이 적다. 개인적으로도 작업이 들어오지만, 함께 일할 인원은 내가 속한 팀에서 구한다. 그만큼 실력도 있고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다. 목수를 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나.

배경은 각기 다양하지만 이전에도 몸 쓰는 일을 했던 팀원분들이 꽤 많다. 체육 교육을 전공한 팀원이 셋이나 된다. 한 명은 체육 교사를 하다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기며 교직을 그만뒀고, 또 다른 한 명은 육상 선수 출신인데 체육을 계속할지 새로운 진로를 찾아볼지 고민하다 목수 일에 뛰어든 케이스다. 어떤 분은 아버지가 목수인 집안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목수 일을 알음알음 시작하셨다. 벽돌이나 돌을 쌓는 조적공 일을 6년 정도 하다가 목공 기술을 배워 목수로 전향한 분도 있다.

현장에는 수많은 공정이 있는데, 아홉시반의 팀원들이 굳이 목수를 택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제각기 다를 거다. 나는 재밌어서 시작했고, 재밌어서 계속하고 있지만 돈이 우선이라 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만든 작업물에 뿌듯함을 느끼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 목수라는 직업의 특성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목수는 정말 정답이 없는 일이라고들 많이 말한다. 같은 마감이라도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응용하고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공정들에 비해 반복이 덜하고, 배워야 할 기술들이 많다.

팀 소속이지만 나름의 프리랜서인데,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나.

보통은 아침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다. 작업 의뢰인의 일정에 맞춰야 할 때는 야근도 한다. 한 번은 새벽 1시까지 한 현장의 작업을 마감한 뒤, 새벽 5시에 바로 다음 현장으로 출근한 적이 있다. 야근 수당은 하루 일당의 50퍼센트이며, 야근 시간이 길어지면 하루 일당이 추가로 지급된다. 한 현장이 끝날 때 일당을 기준으로 공수(일정한 작업에 필요한 인원수를 노동 시간 또는 노동일로 나타낸 수치)를 확인하고서 한 번에 받는 편이다.

목수의 초봉이 궁금하다. 다른 공정들보다 기술이 중요한 만큼 보수도 높을 것 같은데.

경력 없이 처음 목수 일을 하면 일당 8~12만 원 선에서 시작한다. 인력소 일보다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일을 가르쳐 주면서 하다 보니 현장 전반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목수는 보통 입문-초목-중목-기공 단계를 거친다. 나는 지난해 3월부터 팀에서 내장 목수로 시작해 현재는 초-중목 단계라 생각되지만, 팀장님의 권유로 현장에서 반장 역할을 하고 있다.

빠르게 승진한 편인 것 같다. 반장의 일은 일반 목수에 비해 무엇이 다른가?

현장에 필요한 자재, 부자재를 파악하고 현장에 투입된 인원에게 각자 역량에 맞게끔 업무를 분배한다. 또 현장 관리자 혹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현장을 풀어 나간다. 그만큼 ‘반장대’라는 일당 외 추가금이 지급된다. 보통 3~5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맡는데, 지금 있는 팀에서 나를 좋게 봐주신 덕이다. 반장에서 승진하면 팀장이 된다. 거래처 관리와 업체와의 소통, 일정에 따라 인원을 배분하는 일을 하는데, 팀장급은 잘하면 한 달에 1000만 원씩도 번다.

현장 일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단 말은 익히 들었으나 상상을 뛰어넘는다. 돈 모으는 재미가 있겠다.

현장의 다른 공정과 비교해서도 목수가 인건비가 센 건 사실이다. 아마 실력이 눈에 드러나는 작업이라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니다. 일이 재밌고 사람이 재밌어서 한다.

사람이 재밌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매번 같은 동료와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사무직과 다르다. 팀원도, 업체도, 고객도 모두 유동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목수들이 내가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마감을 만드는 과정을 볼 때면 신기하다. 또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걸 보는 것도 재밌다. 예를 들어 내가 보기엔 이 현장에선 이런 모양의 문이 예쁠 것 같다고 제시했는데, 고객은 완전히 다른 문 디자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같은 현장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사무직과 달리 성장에 대한 압박이 없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꼭 그렇지도 않다. 목수를 시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어느 정도의 작업 속도를 내야 한다는 업계의 암묵적인 요구는 있다. 조금 전 말한 초목, 중목, 상일꾼과 같은 제도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역량을 토대로 단가가 책정되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서 스트레스가 완전히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주 말한다. 지금 다니는 직장 말고, 좀 더 잘 맞는 일을 찾아보면 안 되나. 그만한 스트레스 안 받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을지 모른다.

 

생각한 대로 나오는 일


목수라는 직업의 장점이 궁금하다.

생각한 대로 나온다. 사무직도 그렇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목수가 상상하는 일은 현실이 된다. 단, 생각을 진짜 많이 해야 한다. 목수가 머리를 쓰지 않고 몸만 쓰는 직업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람이 이동하는 동선과 통과할 수 있는 치수, 신체 구조에 맞는 가구 규격과 길이 등 모든 종류의 숫자에 예민해야 한다. 수직과 수평을 잡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늘 작업하기 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작업한다. 그걸 생각 안 하고 시작하면 나중에 모든 공정과 팀이 힘들어진다.

시뮬레이션을 돌린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예를 들어 타일 벽과 맞닿은 곳에 목재 작업을 한다고 치자. 도장을 하면 어떤 모양새가 나올지, 그 벽에 붙일 타일의 두께는 몇 밀리미터고, 타일과 벽 중간에 쓰는 접착제의 두께는 어느 정도일지, 그 본드의 종류에 따라 여유 치수는 최대 몇 밀리미터까지 둘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후 공정들이 편하고 마감이 잘 나오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감이 잘 안 되면 결국 다 뜯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여러 공정을 거쳐 완성하는 일인 만큼 팀원 간의 소통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결과물이다. 방식의 차이가 있으나, 현장 책임자가 원하는 모양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마감이 나오게만 하면 된다. 그런데 작업자와 소통의 착오가 생겨 수직, 수평이 틀려 버리면 골치 아프다. 팀원들끼리는 대체로 소통이 수월한데, 현장에서 새롭게 만나는 팀 외부 사람들이 어렵다. 어딜 가나 제일 힘든 것은 사람인 것 같다.

현장 일이라 몸이 가장 힘들 줄 알았다. 사람이 어렵다니 의외다.

경력을 속이는 사람들이 제일 골머리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매번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하는데, 기술직이다 보니 실력을 입증하기도 어렵다. 기술자라고 해서 불렀는데 알고 보니 경력은 길어도 안 해본 작업이 수두룩해 속도가 안 나면 처음 예상했던 공사 기간에 마감을 맞추기 어렵다. 혹은 수직, 수평 같은 기본을 무시해 버리고 작업하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 그 사람이 해놓은 일이 내일의 내 일이 될 수 있다.

체력은 괜찮나. 무거운 자재를 옮기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힘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외장 목수로 일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힘을 훨씬 덜 쓴다. 사용하는 자재부터 목조 주택 자재에 비하면 한결 가볍다. 석고 보드 한 장이 9킬로그램인데 나는 한 번 나를 때 네 장 정도 운반한다. 경력 많은 어르신들이 무리하지 말라, 두 장씩만 옮기라 해도 빨리 옮기고 빨리 작업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한 번에 여러 장을 옮긴다.

9킬로그램짜리 네 장이면 36킬로그램 아닌가? 내장 목수라 해도 어느 정도 힘이 세야 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생각해 보니 원래 체력이 좋은 편인 것도 맞다. (웃음) 내 기준에선 할 만하지만 주변 목수분들 얘기를 들으면 힘들어 하시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예를 들어 목수가 하는 작업 중 천장에 석고 보드를 한 손으로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타카(못이나 스테이플러 심과 유사한 고정용 핀을 벽에 박는 도구)를 쏘는 작업이 
있다. 남자분들 중에서도 이 작업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힘도 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요령과 기술이 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가르쳐 준다고 잘하는 일이 아니겠다. 업계에서 생각하는 ‘일 잘하는 목수’의 기준이 있다면?

아까 말한 것처럼 시뮬레이션을 잘 돌려야 한다. 내가 처음 계획했던 것이 정확한 결과물로 나올 수 있도록 치밀하게 상상해야 한다. 가끔 현장에서 변태처럼 치수를 계산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보면 신기하다. (웃음) 벽 하나 두께를 잡을 때도 나무+판지+공백의 치수를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없이 계산한다. 또 집 지을 때 자재 로스(loss)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능력이다.

로스를 줄인다는 것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재료를 최소화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목재를 어떤 선으로 어떻게 자를지, 또 어떤 도구를 어떤 방식으로 쓸지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예컨대 똑같은 아치형 문을 제작하더라도 그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은 목수의 실력에 따라 수십 가지가 된다. 원형 선을 따기 위해 컴퍼스처럼 생긴 트리머라는 공구를 쓸 수 있지만, 그 공구가 없을 때는 다른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현장에 내가 원하는 공구가 없을 때를 대비해 최대한 다양한 작업 방식들을 익혀 두는 것이 목수의 실력을 결정한다.
현장에서 목재의 치수를 재는 모습. ⓒ사진: 김민지

나만의 기준을 찾아라


아무리 타 공정에 비해 기술이 중요하다고 해도, 목수는 체력이 많이 소진되는 직업 같다. 이 일은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

보통 50~60대까지도 많이들 하신다. 70대까지도 봤다. 다른 공정은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웬만한 현장 일이 힘든 건 사실이다.

그만두고 싶을 때는 없는가.

딱히 없다. 힘든 것은 순간이다. 이건 목수라는 직업보단 내 성격과 맞닿아 있는 부분 같다.

나이와는 별개로, 목수라는 직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시장 자체는 미래가 매우 밝다. 수도권 중심으로 상가를 계속 짓는 추세고, 가게들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기존 상가나 주거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요즘은 취향에 투자하는 분들이 점점 느는 것 같다. 아무리 새로 이사하는 집이 원래 깔끔하고 좋다고 해도 내가 오래 살아갈, 일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공간을 나에게 알맞게 꾸미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 아니겠나. 그런 분들을 위해 우리가 있다.

수요는 확실하단 말로 들린다. 혹시 본인의 집을 직접 짓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다른 사람의 취향만 충족시키기엔 본인이 가진 기술이 아까울 것 같다.

목조 주택 빌더로 처음 일할 때는 ‘내 집을 만들어서 내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더 배우고 싶고, 그래야 할 것 같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일이 너무 재밌다. 팀 내에서도 워커홀릭이라 불린다. 팀장님이 “주말에는 좀 쉬자” 해도 나는 나가서 일하자고 하는 편이다. 내가 어떤 결과물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보단, 다른 사람을 위한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아직 크다.

단순 반복보단 기술이 중요한 분야인데, 실무 외의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없나?

예전에 빌더로 일할 땐 건축학과에 진학해서 건축을 공부할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당장의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게 재밌다. 그래서 아직은 보류다. 목수들 중에 유럽, 북미, 호주 등으로 유학 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보통은 그 나라의 스타일을 배우기 위해 가는 것이다. 스타일도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한국에서도 배울 게 너무 많고, 한국의 스타일을 익히고 싶다.

최근 현장 일을 하시는 분 중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겸하는 분도 많아지고 있다. 혹시 유튜브 생각은 없나.

‘여성’ 목수라는 이유로 주목받을까 봐 아직은 조심스럽다. 한 번은 주변에서 ‘여자라서 우대한다’는 시샘을 받은 적 있다. 나는 남녀 상관없이 실제로 다른 사람보다 일을 빨리 배우는 편이다. 그 때문에 억울할 때가 종종 있다. 여자라고 이슈화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방송 출연 제의가 와도 거절하는 편이다. 내가 이미 이 업계에서 충분히 잘하고 인정받은 사람이면 ‘여자 목수 중에도 기술자가 있다’며 기분 좋게 인터뷰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 교육 커리큘럼상, 목수를 진로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목수라는 직업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고 싶은 일이라면 우선 도전했으면 좋겠다. 특히 여성분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미 현장에 남자들이 많아서인지 젊은 남성분 중에는 목수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여성분들 중에선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게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종종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의 비율은 아직 매우 낮다. 고민을 충분히 한 뒤 확신이 생긴다면, 걱정은 잠깐 제쳐 두고 현장 일을 시작해 보라.

충분히 고민하라는 것은 몸이 힘들기 때문인가?

그건 아니다. 최근 유튜브에 ‘목수 연봉 1억 원’과 같은 콘텐츠가 많이 올라온다. 그런 영상을 보고 ‘현장 일, 별것 아니겠는데? 나도 몸 쓰는 일을 해서 돈 벌어 볼까?’라는 마음으로 쉽게 일을 시작했다가 금방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무를 만지고 공간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면 뛰어들어 볼 만한 일이다.

과거엔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를 고민했다면, 요즘 20, 30대들은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아직 가슴 뛰는 일을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실적인 조건도 고려해야 하고, 주변인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누구나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어떤 직업을 택하든 그 전에 자신만의 기준을 먼저 세워 뒀으면 좋겠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을 때 선택한 직업일수록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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