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아트로 읽는 뉴밸류에이션 시대
1화

프롤로그 ; JPG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

2021년 3월 미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사건이 있었다. 디지털 아트 한 점이 무려 773억원에 판매된 것이다. 해당 작품은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으로, 세계적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s Auction New York)가 주관한 경매에서 낙찰됐다. 사람들은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작품이 그 정도 작품가에 해당하는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이는 곧 논란으로 번졌다. 이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전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Grimes) 역시 〈워 님프 (War Nymph)〉라는 제목의 디지털 그림 컬렉션 10점을 온라인 경매에 부쳤고, 이는 불과 20분 만에 65억 원에 판매됐다. 이 같은 디지털 이미지들이 바로 NFT 아트의 한 형태라는 것이 언론에서 화제가 되며, 대중은 ‘NFT’라는 것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NFT(Non-Fungible Token, NFT)의 사전적 정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token)’이다. 기술로 존재하던 NFT는 언어의 장벽 없이도 이해가 가능한 시각 언어인 예술과 결합하며 그 이름을 알렸다. 즉 NFT 아트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창작한 예술 작품이다. 하지만 디지털 아트는 무한하게 복제될 수 있다는 단점 때문에 독립적인 장르로 입지를 굳히지 못했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NFT 기술 덕분에 디지털 아트는 위변조를 방지함과 동시에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NFT는 소유권 인증이 어려운 디지털 세상에서 가치를 증명하고, 그 고유한 가치를 거래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아트의 소유권 취득을 시작으로 NFT는 현실 세계가 디지털 기반의 가상 세계로 확장되어 가는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는다. 또한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며 주목받게 된 가상 공간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자산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에서는 현실에서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가능하다. 다가올 미래의 자산인 NFT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NFT의 가장 큰 장점은 거래와 보관의 용이함이다. 거래 과정과 출처의 투명성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신뢰로 이어진다. 또 아티스트 입장에선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판매 채널에서 직접 창작물을 거래할 수 있다. 아티스트가 더 큰 자율성을 갖고 자신의 작품에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품을 재판매할 때 발생하는 로열티도 시장을 공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토록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창작물의 판매 금액에 집중한다. 단기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언론이나 수익만을 위해 NFT를 매매하는 사람들에겐 이런 특장점과 디테일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NFT는 언론에 거듭 언급되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으나 그 개념과 가치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NFT의 사회적 의미가 계속 변화함에 따라 업계의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간단치도 않다. 또 NFT의 높은 가격과 기술적인 정보 너머의 근본적인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하고 있지 않다.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을 구입할까? 무엇이 이토록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걸까?

이제 우리는 NFT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NFT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기능하는지, 실제 NFT 시장에서 거래된 주요 프로젝트들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NFT 아트를 예술의 측면에서 설명하고 이후 보다 넓은 범위인 콘텐츠로 바라보며 이야기할 것이다. NFT가 미술 시장의 거품일지 아니면 대안적 혁신이 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으나, NFT 창작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그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쟁쟁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암호 화폐의 적정 가격을 전망한다거나 버블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과 거리가 멀다. 기술에 대한 세세한 설명보단 시장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려 한다. 좁게는 암호 화폐에서 파생할 수 있는 금융 상품에서부터 넓게는 새로운 기술이 각종 산업에 침투해 그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관점까지, NFT 아트 탄생의 기술적, 경제적 배경 및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할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랬던 것처럼 NFT 아트는 디지털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분명한 가치가 있고, 예술 산업에 새로운 개념과 가치를 도입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 책이 NFT 아트 시장에 종사하는 세대에게 흥미로운 레퍼런스로서, 디지털 전환으로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기성세대에게 유용한 참고서로서 읽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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