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가 아니면 죽음뿐

8월 23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아마존이 SNS까지 손을 뻗는다. 아마존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이다.

  • 아마존이 아이로봇을 인수하고, 손바닥 결제를 지원하고, 틱톡과 유사한 SNS를 내부 시험 중이다.
  • 소비자들에게 빅테크는 더 이상 기업이 아닌 신체의 일부다.
  • 데이터 확보와 슈퍼앱이 미래인 지금, 확장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ANALYSIS_ AWS

지난 7월 발표된 아마존의 성적표는 의미심장했다. 주력이었던 온라인 사업 매출은 4퍼센트 줄었지만, 클라우드 사업인 AWS의 매출은 33퍼센트 늘었다. 아마존에게 새로운 주력 사업이 된 클라우드는 신생 기업들이 온라인 인프라를 통해 아마존의 품 안에 안길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였다. 초기 AWS에 합류한 기업들은 넷플릭스와 에어비앤비, 슬랙으로 자랐고, 아마존은 그들의 성장에 힘입어 함께 커졌다.
MONEY_ 41조 원

아마존이 그간 쌓아온 커머스 데이터도 AWS와 공명을 이뤘다. 수억 명 규모 고객의 의사 결정 방식을 파악한 것은 기업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강점이었다. 데이터는 많을수록 아마존에게도 좋다. 인공지능 ‘알렉사’는 데이터 수집에 드는 노력이 두 배로 늘어날 때마다 3퍼센트씩 정확해졌다. 광고 알고리즘도 마찬가지였다. 아마존의 2021년 광고 매출은 약 41조 원 규모다. AWS와 아마존,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불가능한 수치다.
CONFLICT_ 양날의 검

그러나 그 공명도 오래가지 못했다. AWS의 덩치가 커지고, 아마존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신의 목소리가 오갔다. 아마존이 더 많은 사업에 발을 담글수록, 더 많은 기업들이 경쟁 업체가 됐다.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를 경쟁 업체에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마존의 사업 확장은 양날의 검이 됐다. 경쟁 업체인 월마트는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이후 기술 공급 파트너 기업에게 AWS에서 떠나라고 지시했다. 사업 확장은 경쟁 업체를 늘렸고, 그만큼 데이터는 빠져나갔다.
REFERENCE_ 애플

모든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건 애플의 사용자 추적 선택 기능과 광고 확대를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다. 애플은 사용자의 정보 수집 여부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은 조치 이전만큼 정보를 획득할 수 없었다. 애플이 내세운 명분은 개인 정보 보호였지만 속마음은 광고 수익을 위한 애플만의 독점적인 정보 수집에 가까웠다.
STRATEGY_ AWS 없이도

그런 와중에 AWS의 1위 자리는 꾸준히 위협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의 시장 점유율은 21퍼센트로 38퍼센트인 AWS의 뒤를 바짝 좇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는 작년 63.7퍼센트 성장하며 공격적으로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정보를 빌리지 않아야 했고, 그들이 확보할 수 없는 정보를 가져야만 했다. 아마존에게 남은 카드는 결국 인수 합병을 통한 데이터 확장과 기존 커머스 데이터 강화였다.
  • 룸바의 뇌 ; 지난 8월 5일, 아마존은 로봇 회사인 아이로봇을 인수했다. 아마존이 특히 주시한 것은 로봇 청소기인 ‘룸바(Roomba)’였다. 룸바는 인공지능을 통해 변화하는 집의 환경을 인식하고, 기억한다. 집에는 물건들이 놓여있다. 어떤 물건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지, 어떤 물건이 없어졌고 새로 생겼는지가 룸바의 뇌에 저장된다. 아마존이 원한 건 룸바 자체라기보다는 룸바의 뇌에 가까웠다.
  • Just Walk Out ; 2018년 1월 문을 연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 벽에 “그냥 나가세요(Just Walk Out)”라는 내용이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 아마존 고는 무인 결제 매장이다. 그냥 걸어 나가도 결제가 된다는 사실은 아마존이 이 매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과 같았다. 고객이 하나의 물건과 다른 물건을 비교하는 이유, 시간, 결국 선택하는 물건까지 모두 데이터로 남았다. 편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민감하지도 않았다.

RECIPE_ ‘나’의 정보

아마존이 커머스를 통해 가지게 되는 정보는 아마존의 옴니 채널 전략과 맞물려 더 강력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를 오가는 한 개인의 데이터는 경쟁 업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비접촉 기술을 지원하는 ‘아마존 원(Amazon One)'은 최근 미국 홀푸드 매장의 65곳에 손바닥 스캔 결제 기술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의 데이터가 아닌 나의 손바닥과 연결된 정보는 유일무이한 정보값이다. 불특정한 정보는 내 전부를 꿰뚫지 못하지만 내 손바닥과 연결된 모든 정보는 나만의 것이다. AmaZon은 내 삶의 A to Z를 파악하려 한다.
FORESIGHT_ 확장이 아닌 생존

결국 아마존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시도는 아마존만의 것이 아니다. 아마존의 중심이 커머스인 것처럼, 메타의 중심은 SNS다. 애플에게는 하드웨어 생태계가, 구글에게는 검색 생태계가 그렇다. 겉모습은 다를지라도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고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를 위해 다른 비즈니스 분야를 넘본다. 한 번 경쟁에서 밀리면 갖고 있던 주력 사업마저 잃어버린다. 빅테크에게 사업 분야 확장은 더 이상 확장이 아닌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 됐다. 그럴수록 충돌은 예견돼 있다. 빅테크 사냥꾼 리나 칸(Lina Khan)과의 싸움,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을 노리는 월마트와의 싸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협하는 실리콘 밸리의 공룡 기업들과 싸워 이겨야만 하기 때문이다. 뒤처지면 미래가 없는, 절벽 위 싸움이다.
INSIGHT_ 그래서 아마존도 SNS를 원한다

지금의 독점이나 확장은 단순한 매출이나 지분과 같은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다. 독점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데이터가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지 않게끔 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최근 메타가 낙태 혐의로 기소된 한 학생의 메시지를 당국에 제공했던 것처럼, 법과 국가의 문제까지 개입하면 갈등 양상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미래의 데이터는 개인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나’와 ‘나의 삶’은 조각난 채 수많은 기업 사이를 유랑한다. 아마존이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시험 중인 SNS는 틱톡,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모습이다. 인플루언서의 사진과 아마존의 커머스가 연결된다. 아마존에서 구매한 물건을 자랑하는 태그인 #amazonfinds의 조회수는 259억 회에 이른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태그 기능을 활용해 커머스 기능에 손을 뻗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이 살아남기 위해 SNS를 시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아마존의 미래와 지금의 갈등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마존의 둘째 날〉을 추천합니다.
AWS의 막대한 수익과 이로 인한 갈등을 더 자세히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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