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네임 아르테미스

8월 2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이 시작됐다. 달 탐사의 속사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오는 8월 29일 달 궤도에 진입할 우주선을 발사한다.
  • 이는 달 탐사 및 궤도의 우주 정거장 설치를 목표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발사다.
  • 커다란 가치의 달 탐사 앞에서 NASA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DEFINITION _ 문러시
아폴로 11의 달 착륙 ⓒNASA
1969년 7월 21일, 미국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사령관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고요의 바다에 뛰어들어 미국의 스푸티니크 쇼크[1]를 치유했다. 2022년 인류는 새로운 달 탐사 시대의 원년을 알렸다. 유일하게 사람을 달에 보낸 미국이 반세기 만에 우주로 다시 사람을 보내는 초국적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의 첫 발사가 올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같은 계획에 참여한다고 같은 기술력을 공유하는 건 아니다. 세계는 달을 향한 경쟁, ‘문러시(Moonrush)’ 중이다.
NUMBER _ 106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향후 10년 내 19개 국가 및 유럽 우주국(ESA)이 106개의 미션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 궤도 공간(Cislunar)과 달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주 탐사 프로젝트 현황을 분석한 결과였다. 주요국의 우주 개발 기관과 현시점에서 그들이 주력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는 아래와 같다. 살펴보면 신냉전의 연장선이다.
  • 미국 ; NASA,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
  • 중국 ; 중국 국가항천국(CNSA), 창어 계획(CLEP), 달 연구기지(ILRS) 건설 계획.
  • 러시아 ; 러시아 연방 우주국(로스코스모스, FKA), ‘루나 25호’ 개발 중. ILRS 공동 개발.
  • 유럽 ; 유럽 우주국(ESA), 달 남극의 ‘문 빌리지(Moon Village)’ 건립 계획 발표 이후 현재는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중.
  • 인도 ;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 개발 중.
  • 이란 ; 이란 우주국(ISA), 러시아 발사체로 8월 9일 정찰·관측 위성인 ‘하이얌’ 발사.
  • 아랍에미리트(UAE) ; 아랍에미리트 우주국(UAESA), 무인 우주선 ‘라시드’ 개발 중.
  • 일본 ;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중. 달 착륙선 슬림(SLIM) 개발 중.

EFFECT _ 선점의 이점

세계가 우주, 특히 달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와 다르다. 미국이 달에 꽂은 깃발은 자존심이자 냉전 승리의 상징이었다. 20세기 우주 경쟁의 목표는 안전한 발사체로 위성을 궤도에 올리거나 달에 닿는 것에 머물렀다. 지금 꽂으러 가는 깃발은 선점의 깃발이다. 1967년 제정된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 이용 자유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자유로운 탐사가 가능하지만 우주에 대한 주권 주장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자원 채취가 불법이라는 말은 없다. 줍는 사람이 임자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문러시는 선점의 이점을 노린 경주다.
MONEY _ 560경 원

달에는 마그네슘, 실리콘 등의 광물을 비롯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와 핵융합 에너지의 원료인 헬륨3(He3), 우라늄 등이 풍부하다. 특히 이 헬륨3는 1그램의 열량이 석탄 40톤과 맞먹는 기적의 자원이다. 석유 1그램의 열량과 비교하면 1400만 배다. 약 370톤의 헬륨3는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져 있는데 달의 북쪽 동경 18~43도 지역의 표토에 최소 1만 톤의 헬륨3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융합기술연구소는 달 표토에 총 110만 톤의 헬륨3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돈으로 환산하면 전 세계 GDP의 57배 수준인 5000조 달러, 우리 돈 약 560경 원에 해당하는 숫자다. 다만 이를 활용하려면 핵융합 기술이 필요하고, 해당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50년쯤으로 예상된다. 비관론이 적지 않은 이유다.
RECIPE _ 인프라

달 표면 물질 채굴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1~2미터가량 채굴해 섭씨 600도로 가열해 분리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문제는 이동이다. 확보한 자원을 이동시키려면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넘어 달 궤도에 우주 정거장이 필요하다. 물자와 연료 공급, 우주 비행사의 교대, 과학 실험 등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의 선점보다 우선할 것은 자원 채취를 위한 인프라를 선점하는 것이고 그게 달 탐사의 주요 목적이다. 인프라가 한 번 갖춰지고 나면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로 사용될 수도 있다. 화성에 직접 가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어진다.
NUMBER _ 3.8센티미터

인류가 달을 외면하는 동안 달은 연간 3.8센티미터씩 지구로부터 멀어졌다. 중국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닿은 지 38년만인 2007년에 ‘창어 1호’를 발사해 달 궤도에 진입시키고 달 표면의 3D 지도를 만들었다. 미국은 뒤이어 ‘컨스텔레이션 계획(Project Constellation)’을 발표했다. 유인 우주 탐사 계획으로 미국의 새로운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아폴로 계획 이후 개발된 우주왕복선은 이름처럼 우주를 쉽게 왕복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효율적이며 안정성도 떨어져 퇴역했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을 교체할 때마다 미국은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에 한 좌석당 6800만 달러를 내고 타야 했다. 다만 이 컨스텔레이션 계획은 2010년에 금융 위기의 여파로 취소됐다. 오바마 정부는 대신 달을 건너뛰고 화성에 직접 가자는 ‘마스 퍼스트(Mars First)’를 주장했는데 이때 ‘SLS(Space Launch System)’라는 발사체의 개발이 시작됐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가 다시 되살린 것이 지금의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STRATEGY _ 아르테미스 계획
아르테미스 1 계획 ⓒNASA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으로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다.[2] 아폴로 계획의 공식 승계인 셈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최초의 여성 및 다인종 우주 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것, 21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 협정[3]의 존재, 달 궤도를 도는 우주 정거장의 건설이다. 
  • NASA의 계획서는 총 세 가지 장으로 구성돼 있다. 지속 가능한 달 탐사 체계 구축,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기, 달 탐사 미션의 연장 및 화성 탐사 준비가 그것이다. 
  • 이 계획의 첫 번째 발사 미션이 8월 29일에 예정된 ‘아르테미스 1’이다. 앞서 개발 과정을 언급한 오리온 캡슐에 마네킹을 태우고 SLS 발사체를 통해 달 궤도를 돌고 온다. ‘아르테미스 2’는 2024년에 사람을 태운 채 달 궤도 운항을, ‘아르테미스 3’은 2025년에 여성 및 유색인종 등 두 명의 비행사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한다.
  • 달 궤도에 띄우는 우주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는 2024~2027년쯤 건설을 완료해 2030년에 실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NASA, ESA, JAXA, PTK, CSA(캐나다 우주국) 등이 공동 개발하고 있었으나 러시아가 2021년 5월에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했다.

RISK _ 두 개의 SLS

이 거국적 프로젝트엔 치명적 문제가 있다. 존재의 이유다. 11년의 오랜 연구 개발 기간 동안 투여된 예산은 238억 달러로 추산된다. NASA는 이를 118억 달러로 보고했으나 이는 첫 발사와 관련된 비용만 책정한 금액이다. 실제론 42.5퍼센트의 비용이 더 들었다. 오리온 역시 지금까지 204억 달러가 투입되어 예상보다 37.4퍼센트의 추가 비용 지출이 있었고 발사를 통제하고 총괄하는 시스템인 ‘탐사 지상 시스템(EGS)’은 40퍼센트나 예상 금액을 초과했다. 보도에 따라 다르지만 SLS와 오리온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41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면 경쟁자는 다름 아닌 ‘스페이스X’가 된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스타십(Starship Launch System·SLS)’은 화성의 테라포밍을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 발사체다. 1회 운용 시의 비용을 100만 달러 대로 낮추려는 스타십이 상용화되면 SLS의 존재 이유뿐 아니라 달 궤도의 인프라의 필요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INSIGHT _ 페이로드

아르테미스 계획은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우주 산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전술한 스타십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휴먼 랜딩 시스템(HLS)에 사용될 예정이며,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는 루나 게이트웨이를 실어 나르는 무인 화물선 ‘드래곤 XL’의 발사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NASA가 그린 밑그림에는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 기관이 가져야 하는 포지션이 있다.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이 상업적 용도로서 지구 궤도를 담당하고, NASA는 달이나 심우주에 대한 탐사 주권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스페이스X는 NASA를 다방면에서 압도하고 있으며 NASA의 자존심을 구긴다. 악시오스는 이를 “NASA 최후의 보루”로 표현했다. 고인플레이션과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소모되는 거대 예산 등을 고려하면 이번 발사의 실패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올드 스페이스의 마지막 유산이다.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페이로드(payload)[4]는 우주 패권 경쟁 이전에 ‘존재의 증명’이다.
FORESIGHT _ 사슴 사냥 게임

우주 패권 경쟁의 미래는 ‘사슴 사냥 게임(Stag Hunt)’과 닮았다. A와 B가 사슴 혹은 토끼를 사냥한다. 사슴은 A, B 혼자서는 잡을 수 없어 협동해야 잡을 수 있고, 토끼는 A와 B가 단독으로 잡을 수 있다. 사슴은 토끼보다 보상이 크다. 이 게임의 내쉬 균형은 “둘 다 사슴을 잡거나 각자 토끼를 잡는 것”이다. 토끼라는 보험이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편익이 큰지를 계산하는 이론이다. 미-소의 우주 경쟁은 치킨 게임이었지만 우주 개발은 늘 협력의 이점이 큰 게임이다. 특히 국제 우주정거장(ISS)는 초국적 컨센서스에 대한 믿음이자, 인류 공통의 위기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는 약속이었다. 러시아는 ISS의 노후화를 이유로 2024년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서방과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것 역시 한몫했다. ISS를 운항하고 추진 제어 시스템을 담당하는 러시아가 철수하면 ISS는 운영되기 어렵다. 중국은 이미 유인 우주 정거장인 2011년 ‘톈궁’ 시리즈를 발사해왔고 러시아와는 달 표면 기지 계획을 세운다. 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민간 우주 산업의 등장은 많은 국가에 하나의 보험이 됐다. 문러시는 앞으로 토끼를 잡으려는 동상이몽으로 더 파편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과 스페이스X의 스타십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주에 투자합니다》의 〈소란해진 고요의 바다〉, 〈애드 아스트라〉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1]
냉전의 우주 경쟁 시대인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며 미국과 서방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충격으로 미국의 기존 항공 기술 연구 기관인 NACA가 NASA로 재편되며 우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
중국의 달 탐사 계획인 창어는 달의 여신인 ‘상아’에서, 일본의 달 탐사선 카구야는 달에서 온 카구야 공주 설화가 담긴 타케토리모노가타리에서 각각 따왔다.
[3]
1967년의 우주 조약을 기초로 평화로운 우주 활동 및 투명성을 골자로 하지만 다소 미국 중심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한 상태로 아르테미스 계획의 10번 째 참여국이다. 해당 우주 조약의 문제는 외계 행성의 자원에 대한 상업적 이용 금지를 명시한 유엔의 1979년 ‘달 조약(Moon Agreement)’ 비준안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4]
발사체에 실리는 모든 하중을 의미한다. 발사체가 실어 나르는 대상이자 발사체가 감당해야 할 짐이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