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뉴 시티

8월 30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미국 사막에 미래형 도시 텔로사가 들어선다. 세계 억만장자들은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나?

  • 억만장자 마크 로어가 미국 사막 지역에 유토피아 도시 텔로사(Telosa)를 건설한다.
  • 단순한 도시 건설이 아니다. 새로운 사회 모델의 실험이다.
  • 완벽하게 설계된 도시는 인간의 역할에 질문을 던진다.
©City of Telosa
BACKGROUND_ 탐험
나사는 달을 탐내고, 스페이스엑스는 화성 식민지를 꿈꾼다.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로 여행가고 일론 머스크는 땅 밑으로 터널을 뚫는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 단순히 또 하나의 주거 공간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다. 겪어 본 적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한다. 국가가 갖지 못한 자본과 기술, 아이디어 3박자를 갖춘 억만장자들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 한다.
DEFINITION_ 텔로사
마크 로어(Marc Lore)가 미국 사막 지역에 유토피아 도시 텔로사(Telosa)를 건설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존재의 목적’이란 뜻으로 사용한 고대 그리스어 ‘텔로스(Telos)’에서 따온 이름이다. 세계적인 건축 설계 사무소 비야케잉겔스그룹(BIG)이 참여한다. 미국 네바다 주, 유타 주, 애리조나 주 세 개 지역이 최종 후보군이다. 36개 구역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각 구역은 모든 편의 시설에 15분 내로 도달할 수 있는 ‘15분 도시(15-minute city)’를 목표로 한다. 총 460조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KEYPLAYER_ 마크 로어
1971년생이다. 억만장자(billionaire)로 흔히 소개된다. 2014년 전자 상거래 업체 제트닷컴(Jet.com)을 창업했다. 2016년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하며 월마트 이커머스 부문 책임자 자리를 맡았다.[1] 당시 인수 금액은 33억 달러였다. 로어는 5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월마트 앱 재설계, 2일 내 배송 서비스 론칭, 온라인 채널 확대 등 이커머스 부문 혁신을 다수 실험한 인물이다. 2021년 3월 월마트를 떠난 후, 불과 6개월 뒤인 2021년 9월 텔로사 건설 계획을 처음 밝혔다. 현재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NBA 소유주이며 최근 VCP라는 벤처 캐피탈을 창업했다. 주로 문샷 아이디어에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항공 우주 관련 개발사 아처(Archer)의 최대 주주다.
STRATEGY_ 교통, 탄소, 다양성
텔로사 시티가 소개하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 교통 ; 도로에서 커브를 없앤다. 동선의 효율을 높이고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전기차와 자율 주행차가 기본값이며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보낸다. 보행자 중심의 도시를 만드려는 것이다.
  • 탄소 ; 지붕 위 태양 전지판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물의 저장 및 재사용 과정을 혁신한다. 그린 하우스에서 농산물을 자급자족하되, 경작의 양을 제한해 식량 낭비를 방지한다.
  • 문화 ; 다양한 인종·국적·성별·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들을 모은다. 2030년까지 5만 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RECIPE_ 빅데이터
텔로사는 일종의 스마트시티다. 계획된 공간 설계와 촘촘한 통신망으로 기존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한다. 스마트시티의 핵심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 중 제일은 빅데이터다. 철저한 계산으로 인구 밀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1에이커에 33인), 의료 교육 등 각종 분야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CONFLICT_ 기업 국가
  • 공간을 설계하고 권역을 나누는 것은 근대 국가의 역할이었다. 이젠 개인과 기업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기업 인큐베이팅 단지가 그렇다. 애플이 캘리포니아에 만든 애플파크, 텐센트가 선전 시에 만든 넷시티, 라 프렌치 테크가 파리에 만든 스타트업 단지 스타시옹F가 대표적이다.
  • 단순히 산업 중점 도시만 조성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거주하는 사회 모델을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도요타 우븐 시티(Toyota Woven City)는 도요타가 일본 후지산 자락에 건설 중인 실험 도시다. 완전 자율 주행 교통 시스템을 도입하고 로봇 서비스가 일상 속으로 침투한다. 다양한 계층의 2000명 주민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특정 계층과 취향을 공략하기도 한다. 골든 오크 맨션은 디즈니 파크 내 위치한 거주 공간이다. 400여 채의 집이 모여 있으며 언제든지 디즈니랜드와 헐리우드 스튜디오에 갈 수 있다. 직접 농작물을 길러 먹는 자급자족 시스템, 구글맵 거리뷰에도 노출되지 않는 극도의 프라이버시가 특징이다.[2]

RISK1_ 환경
많은 미래형 도시는 친환경 도시를 표방한다. 그러나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환경 파괴를 담보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6년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자국 북서쪽 지역에서 네옴(Neom) 프로젝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담수화 플랜트로 물을 공급하고, 수직 농업과 온실로 식량 자급자족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이다. 네옴 프로젝트의 일환인 ‘더 라인(The Line)’ 도시 계획은 홍해에서 사막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170킬로미터의 긴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바다 위 존재하는 부유식 산업 단지 ‘옥사곤(Oxagon)’도 구상안에 있다. 사막에 살던 기존 원주민을 내쫓고, 바닷속 산호초를 해쳐야 하는 프로젝트다. 누구를 위한 친환경 도시인가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RISK2_ 데이터
  • 크리스 잘터 취리히대 교수는 도시 관련 데이터 수집 기술이 가장 많이 발전한 것은 전시 상황에서였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베트남 전쟁 당시 미 국방부는 베트남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호치민 루트에 2만여 개의 센서를 설치하고 물류 이동을 실시간 감시했다. 목적은 북베트남군의 보급을 막는 것. 이후엔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이라 명명될 정도로 전쟁 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 일상 속 편의를 도모하는 많은 기술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나온다. 인터넷의 모태인 아파넷(ARPANET)은  전쟁 시 통신망 유지를 위해 개발됐고, 애플의 시리(Siri)나 디램(DRAM) 장치 역시 DARPA에서 유래했다. GPS, 자율 주행 등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되는 많은 기술도 마찬가지다. 한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한 도시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같다. 다르게 말하면, 치밀하게 설계된 도시일수록 쉽게 무너진다.

RISK3_ 솔루션
  • “만약 텔로사 사회 모델이 성공한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존 도시에는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지난 7월 25일 타운홀 미팅에서 위 질문이 나왔을 때, 프릿 바라라(Preet Bharara) 텔로사 고문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현존하는 도시를 개선하려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문샷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크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는 성장한다.”
  • 미래형 도시 설계는 성공적인 후대를 다지기 위한 기반이다. 다르게 말하면 현실의 도시 문제에 대한 솔루션과는 거리가 멀다. 마크 로어가 외치는 개방, 공정, 포괄(Open, Fair, Inclusive)[3]이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전 세계 도시의 장점을 모아 설계한 억만장자들의 사회 실험은 좋아하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 골라 담아온 뷔페 접시와 같은 모양이다. 유토피아를 외치는 사회에서 현실의 디스토피아는 외면 받는다. 마리우폴, 키예프와 같은 이름들이 그렇다.

REFERENCE_ 용산
유토피아를 꿈꾸는 도시 계획은 해외만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7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 밝혔다. 직주 혼합의 도시, UAM이 상용화된 모빌리티 허브, 녹지 공간 조성 등이 핵심이다. 가장 큰 화제는 법적 상한 용적률 1500퍼센트를 넘는 초고층 건물을 세우겠단 계획이었다. 청계천, 서울로 등 자신만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은 역대 서울시장의 공통된 꿈이었다. 용산 르네상스 계획은 시장의 꿈에서 시민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INSIGHT_ 유토피아
  • 완벽하게 설계된 사회는 인간의 역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알맞게 반응하는 사회에서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가? 스마트시티 실험의 한 참가자가 되어 데이터를 아카이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에 그친다면 사람과 데이터, 사람과 인공지능 간의 경계는 불분명해진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유토피아인가? EIU 조사에 따르면 2022 살기 좋은 도시 순위 1위는 오스트리아 빈, 2위는 덴마크 코펜하겐, 3위는 스위스 취리히 순이었다. 상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도시들이다. 이상적인 삶의 조건은 오크 맨션의 우아함이나 넷시티의 최첨단 기술이 아닐지 모른다. 모두의 행복이 혁신적일 필요는 없는 것처럼, 억만장자와 대중이 같은 유토피아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

FORESIGHT_ 큰 정부
텔로사 시티는 성공할까? 텔로사의 핵심 가치, 공정성(equity)을 달성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현재 텔로사 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의 68퍼센트가 백인, 63퍼센트가 남성, 77퍼센트가 35~54세다. 기술 전문직(tech pro)이 밀집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문화에 관한 비판도 있다. 계획된 다양성, 설계된 공정성 속에서 그 집단만의 취향과 문화가 탄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텔로사 측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과 비슷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더 많이 개입(intentionality)하겠다”고 답했다. 텔로사 시티가 성공한다면 큰 정부와 개인의 자유가 공존하는 역설이 성공하는 것이다. 역설적인 유토피아 실험의 성패를 가름하기까지, 8년의 시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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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트닷컴은 인수 1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월마트가 온라인 채널로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다.
[2]

정식 분양은 오래 전 끝났으나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리세일가로 950만 달러짜리 매물이 하나 올라와 있다.

[3]
텔로사 시티 프로젝트의 세 가지 핵심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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