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관계의 뉴 노멀

9월 2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새로 쓰는 양안 관계에서 대만은 주연을 노린다. 시진핑의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 대만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 무인기에 실탄을 쐈다.
  • 험악했던 양안 관계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의 방문을 필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 TSMC로 무장한 대만은 새로운 양안 관계의 주연이 되고자 한다.

DEFINITION _ 양안 관계의 뉴 노멀

지금 대만은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의 화약고 중 가장 뜨거운 곳이다. 미중과 양안(兩岸)[1], 이름만 들어도 무거운 두 이해관계가 타이밍 좋게 맞물려 동시 상영 중이기 때문이다. 세 나라의 셈법과 대전략이 얽혀 한반도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논란 속에 결국 대만을 방문했다. 펠로시는 미국 의전 서열 3위이자 중국 인권 문제와 홍콩 시위 등에 적극적 활동을 해왔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무력 도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무인기와 군용기가 대만 영공을 날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전략소통관은 중국의 이러한 시도가 대만 해협에서의 ‘뉴 노멀’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NUMBER _ 425

8월 한 달, 대만 해협을 도발한 중국의 군용기는 무려 425대다.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무력 시위는 늘 있었지만 이 숫자는 이례적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대만 해협을 비행한 중국 군용기는 950여 대였다. 8월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 전년도에 투입된 군용기 전체의 절반 가까운 수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를 비행한 것이다. 문제는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는 비행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만 해협 중간선은 미국-대만 상호 방위 조약 이후 1955년 미국 공군 장군인 벤저민 데이비스가 선언한 비공식 경계선이다. 양안은 이를 암묵적으로 지켜왔으나 중국은 이 경계를 무력화하려 한다.
CONFLICT _ 강력 대응의 딜레마

‘강력 대응’은 안보에 민감한 한국인에게 소위 쉽게 ‘소구’되는 단어다. 우리 정부가 인내심을 보이는 동안 북한은 결국 핵을 개발했다. 그들이 전술핵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전력 우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상대 전력이 명백히 달리는 상황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중국을 마주한 대만이 그렇다.
  • ; 현지시간 8월 24일, 웨이보와 트위터 등에서는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중국 민간 무인기를 발견하고는 돌을 던져 내쫓는 대만 병사 둘의 모습이 무인기의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이들은 진먼다오(金門島·금문도)에 딸린 부속섬 얼단다오(二膽島·이담도)의 초병들이었다. 웨이보에서는 이들의 무른 태도를 가리켜 “딸기 병사”라며 조롱했고, 대만 입법원[2] 외교국방위원회의 왕딩위 위원은 이를 두고 ‘직무 태만’이라 꾸짖었다.
  • ; 같은 달 30일 오후 여섯 시 경, 대만군 진먼방위사령부는 진먼다오에 접근한 중국 드론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대만의 첫 실탄 경고 사격이다. 대만중앙통신(CAN)은 이 조치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강경 대응 주문에 따른 것이라 보도했는데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웃 나라와 갈등 국면에 있는 국가들은 상대국이 도발하면 주로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고, 지도자가 상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입장을 낸다. 진먼에서의 실탄 사격은 차이 총통이 보증하는 대만 안보 정책의 뉴 노멀인 셈이다.

STRATEGY 1 _ 투 트랙 차이나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오랜 양안 관계에서 이 질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제 관계가 오리무중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던 작년 말부터 모두가 주목한 것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속내였다. 지금은 중국,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
  • 3연임 ; 시 주석은 다가오는 10월 16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전대)[3]를 앞두고 있다. 여기서 시 주석의 총서기직 3연임이 결정된다. 이미 비밀리에 진행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이 19기 7중전회[4]를 거쳐 전대로 하달되는 것에 가깝지만 명목상 대외 행사고 3연임을 천명하는 자리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국부 마오쩌둥을 제외하고 10년 이상 연임하는 첫 사례가 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대만에 휘둘리는 모습을 절대 보여선 안 된다.
  • 대만 백서 ; 시 주석 아래 홍콩은 빠르게 중국화 되어갔고 중국 공산당(중공)에게 있어 대만 역시 그래야 한다. 지난 8월 10일, 중국이 22년 만에 발간한 ‘대만 백서’에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대만의 독립 추진 시도가 21세기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 두 차례의 백서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이번엔 대만을 상대로 군대·행정 인력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 대만이 독립을 포기할 경우 모든 협상이 가능하다는 약속이 빠졌다.
  • 선전전 ; 중국의 전략은 투 트랙이다. 하나는 무력 도발이고 하나는 선전전이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8월 8일 중국공산당이 같은 달 1~8일 동안 272회의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고 밝혔다. 대만은 11월 26일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무력 도발로 여론에 불안감을 조성하며 차이 총통의 민진당(민주진보당)을 흔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만의 홍콩화에 민진당을 위시한 이른바 ‘범록 연맹(Pan-Green Coalition)’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STRATEGY 2 _ 왓 차이 원트

그렇다면 대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납작하게 보면 중국의 영향력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중국의 이해관계와 정확히 상충한다. 아무리 미국의 지원이 있어도 중국과의 전면전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게다가 대만은 미국과 정식 수교국도 아니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수교를 맺는 국가마다 중국식 ‘하나의 중국’[5]을 지지하고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만이 꼭 ‘독립’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대만의 해결책을 보려면 국론을 뜯어봐야 한다.
  • 범람과 범록 ; 대만 정치의 한 축인 범록 연맹은 민진당 중심의 진보 정당 연맹으로 반중 성향이 짙고 대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주장한다. 다른 한 축인 ‘범람 연맹(Pan-Blue Coalition)’은 중국국민당 중심의 보수 정당 연맹이다. 이들은 대만 버전의 ‘하나의 중국’ 기조 아래 중국과의 통일을 원한다. 즉, 대만 중심의 ‘일국양부(一國兩府)’를 원하는 세력이다.
  • 타이완 독립 운동 ; 범록 연맹의 전통적 기조는 ‘타이완 독립 운동’이다.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지금의 대만으로 도망쳐 오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와중에 태동했다. 이들은 국제 사회가 자신들을 부르는 칭호인 ‘타이완(Taiwan)’의 정체성을 원하며, ‘중화민국(中華民國)’ 정체성의 소멸을 주장한다. 즉,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뿐 아니라 중국 정체성에서 완전히 독립된 국가의 건설을 원하는 것이다. ‘홍콩 독립 운동’과 유사한 기조다. 중국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대만의 국론이다.
  • 두 개의 중국 ; 일국양부도, 타이완 독립 운동도 아닌 ‘두 개의 중국’은 둘 사이의 중간 즈음에 놓인 절충안과 같다. 통일을 반대하지만 중국의 정체성에서 완전히 해방하는 것도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즉,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형태다. 차이 총통은 범록 연맹이지만 이제껏 공식 석상에서의 발언을 미루어 보면 두 개의 중국, 즉 중화민국 지지자에 가깝다. 중국은 이조차 극구 반대하지만 미국까지 끼인 상황에서 양안이 도모해볼 법한 선택지임은 부정할 수 없다.
  • TSMC ; 차이 총통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위시해 대만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TSMC는 2022년 8월 기준, 시가 총액이 4462억 달러로 전 세계 11위의 기업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가 탐내는 TSMC를 두고 중국이 TSMC를 갖기 위해서라도 무력 통일을 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를 의식한 류더인 TSMC 회장은 “아무도 TSMC를 무력으로 장악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모리스 창 TSMC 창립자는 대만의 숨은 총통이다. 차이 총통은 TSMC에 의존하는 강대국들과의 정식 수교를 노리고 있다.

STRATEGY 3 _ 반도체 프렌즈

양안의 동상이몽에 미국은 어떤 속내를 감추고 있을까? 미국의 최근 행보는 많은 의문점을 남긴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미국의 전통적 대만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만 정책은 1970년[6] 이래 ‘전략적 모호성’이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엄청난 양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자치는 보장하려 한다. 달라진 미국의 정책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중간 선거 ; 바이든 정부는 중국에 무르지 않다. 그럼에도 바이든이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이 많은데 이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대중 정책 때문이다. 무역 관세로 중국과 화려한 전쟁을 치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아프간 철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대응, 고(高)인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앓는 바이든 대통령 덕에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바이든 정부는 다시 한 번 대중 강경책을 꺼낼 필요가 생겼다.
  • 견제구 ; 요동치는 지정학적 세력 구도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은 중국을 위시한 반미 노선에 큰 구심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7년은 중공군 창설 100주년이고 중국에서는 공공연히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논의되는 상황이다. 동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공고히 하려면 대만을 확실히 끌어들이고 미국이 이를 수호해주는 그림이 필요하다. 믿음직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 기정학 시대 ; 게다가 반도체는 이미 패권 경쟁의 영역에 들어왔다. 기정학 시대의 반도체는 국가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앞서 말한 TSMC의 세계적 영향력은 지대하다.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등에 제시하는 ‘칩 4(Fab 4)’ 동맹은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겼다. TSMC의 존재는 미국에 있어 대만의 중요성을 키운 계기가 됐다.

RISK _ 군사 위기만큼 무서운 기후 위기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위험은 경제·군사적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두 나라가 싸우면 기후도 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제재로 지난 8월 5일 8개 항의 조치를 발표했다. 대화 협력 채널의 단절이 골자다. 
  • 구체적으로는 군 수뇌부 간의 전화 통화 중단, 국방부 실무 회담과 해상 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취소, 그리고 미중 간 불법 이민자 송환 협력, 다국적 범죄 퇴치 협력, 마약 퇴치 협력, 기후 변화 협상의 잠정 중단이다. 
  • 눈여겨 볼 것은 기후 변화 협상이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 와중에서도 기후 문제에서만큼은 큰 틀에서 뜻을 함께 해왔다. 두 나라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양국이 탄소 배출의 1~2위를 다투기 때문이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악화일로의 미중 관계 속에서 기후 변화 대화는 보기 드물게 “긍정적인 접점(bright spot)”이었다고 평하며 팰로시 하원의장의 방문이 이 접접을 사라지게 했다고 논평한 바 있다. 두 나라의 충돌은 군사 위기만큼 무서운 기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BACKGROUND _ 샤먼과 진먼
샤먼과 진먼 ⓒGoogle Map
각국의 이해관게는 첨예하다. 양안 관계는 이대로 파국을 맞을 것인가? 희망의 불씨는 역설적으로 실탄이 발사된 진먼에 있다. 무인기가 침공한 진먼은 지리적으로 언뜻 서해 5도의 숙명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대만 본토에서 200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지만 중국 남동부 푸젠성의 항구 도시인 샤먼시(厦门市)와는 최단 거리가 1.8킬로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늘 군사 도발에 시달려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며, 과거엔 그랬다. 냉전의 섬이던 진먼은 양안 관계 회복에 따라 샤먼과 함께 두 나라의 경제 협력을 상징하는 곳이 됐다. 지금도 진먼과 샤먼의 교류는 활발하다.
  • 샤먼 ; 샤먼은 중국의 1세대 경제특구로 덩샤오핑발(發) 개혁 개방의 혜택을 온몸으로 받은 도시다. 중국과 해외를 연결하는 중요 허브이자 다양한 신산업의 클러스터다. 2020년 기준 샤먼의 수출입 규모는 118조 5022억 원에 달한다.
  • 진먼 ; 진먼은 중화민국이 대만으로 건너오기 전 중국 본토와 같은 생활권이었다. 푸젠 지역의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 샤먼에서 진먼을 다녀간 관광객은 150만 명이다. 백령도의 3.3배 되는 섬의 무엇이 그리 특별할까? 역사적 특수성과 더불어 ‘금문고량주’와 식칼이 특산품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식칼엔 아픈 비하인드가 있다.
  • 진먼 포격전 ; 국공내전이 채 아물지 않은 1950년대, 진먼은 서해 5도와 같은 대만의 방어 최전선이었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번번히 진먼 점령을 노렸으나 패퇴했다. ‘미국-대만 상호 방위 조약’이 체결될 1954년 즈음 ‘제 1차 대만 해협 위기’가 일어난다. 중국이 진먼에 포격을 퍼부은 사건이다. 4년 뒤인 1958년, 갈등은 다시 촉발되어 ‘제 2차 대만 해협 위기’로 불리는 ‘진먼 포격전’이 일어난다. 양안은 서로에게 약 55만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이 간헐적 포격은 1981년까지 이어졌는데 이때 떨어진 포탄이 진먼의 특산품 식칼의 원재료다.

REFERENCE _ 분란의 바다

샤먼과 진먼의 각별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진먼은 지금 중국이 대만에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노리는 표적이다. 여기서 ‘하나의 중국’을 지우면 영토 분쟁이 드러난다. 중국은 무려 14개의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다양한 영토 분쟁을 겪고 있다. 이중 중국이 가장 탐을 내는 곳이 ‘남중국해(South China Sea)’다. 잠시 사그라든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군사 행동은 진먼에서의 분쟁을 핑계 삼아 다시 활발해질 수 있다.
  • 구단선 ; 대만과 중국을 비롯, 여섯 나라가 남중국해의 군도들을 두고 자신의 섬이라 우긴다. 남중국해는 천연 자원이 풍부하고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허브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운송로 중 하나인 ‘말라카 해협’과 인접하여 경제적 이점이 크다. 중국은 1947년 대만이 주장한 ‘남해11단선’을 ‘남해구단선(Nine Dash Line)’으로 수정하며 소유권을 주장해왔다. 
  • 도련선 ; 문제는 이 구단선이 중국 해군력의 작전 지역을 표기한 가상의 선인 ‘도련선(island chain)’ 중 제1도련선과 겹친다는 것이다. 제1도련선은 남중국해와 대만을 넘어 일본까지 닿아 있는데 이는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확장을 저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실제 해군 작전을 수행하는 선은 아니지만 해양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도련 전략’의 일환으로 제시된 선이다.
  • 남중국해 ; 이를 의식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중국의 대(對)대만 군사 행동이 있을 때 남중국해로 해군력을 보내 무력 시위를 하곤 했다. 진먼에서 대만의 도발이 심해질 경우 중국은 이를 문제 삼아 진먼뿐 아니라 남중국해의 열도에서 군사 행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에 하나 미국과 중국의 군사 충돌이 일어난다면 남중국해일 가능성이 크다.

INSIGHT _ 투키디데스의 함정

일련의 사건은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을 답습하고 있다. 신흥 강대국에 대한 기존 패권의 견제가 결국 전쟁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저명한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의 저서 《예정된 전쟁》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15년에 미국 저널인 《디애틀랜틱(The Atlantic)》에 미중 경쟁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인용한 바 있다. 그의 연구팀은 역사적으로 이와 유사한 패권 경쟁 16건을 분석했는데 이 중 12건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밝힌다. 시 주석이 3연임을 천명하는 순간 미국은 기존의 패권으로서 더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예정된 전쟁은 생각보다 더 코앞에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FORESIGHT _ 침공할 것인가?

그럼에도 중국의 대만 침공은 불투명하다. 이유는 러시아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는 가혹했다. 연료 판매로 간신히 상쇄할 뿐 러시아는 금융 제재와 더불어 엄청난 무역 보복을 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일종의 ‘현상 변경’이 필요했다. 중국이 러시아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이것이다. 글로벌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2022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약 3퍼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굳이 미국이 상대 우위에 있는 군사 영역에서 미국과 맞붙을 동기가 적다. 대만은 미국 때문에 중국이 무력으로 강탈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중국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진먼을 필두로 대만 내 중국 우호 지역을 늘리며 가급적 넓은 대만 영토를 분쟁 지역화하는 것이다. ‘제4 대만 해협 위기’는 아직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한국이다. 산발적 도발이 장기화할수록 한국은 사드 등 방어형 전술 무기 추가 배치의 리스크를 짊어지게 될 수 있다. 한반도 지정학의 뉴 노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갈등의 양상이 궁금하다면 〈미·중 전쟁을 막아라〉를, 미중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고 싶다면 《미중 갈등의 구조》를, 최근의 반도체 패권 경쟁을 더 알아보고 싶다면 〈반도체의 기정학개론〉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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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이나 바다 따위의 양쪽 기슭을 뜻하며 주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을 일컫는다. 본 글에서는 중국과 대만을 함께 이르는 말로 사용했다.
[2]
한국의 국회와 같은 기관이다.
[3]
명목상 중국의 최고 권력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당 버전이다. 5년에 한 번 열린다. 중국 공산당은 정부 조직에 그림자처럼 맞는 당 기구가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중국 공민(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라면 전국대표대회는 중국 공산당원이 참여하는 의결 기관이다.
[4]
열 아홉 번째 기수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일곱 번째로 여는 회의다. 중앙위원회 역시 당 기구로 1년에 한 번 열린다.
[5]
중국은 하나라는 뜻의 정책이다. 대만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한다. 대만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은 대만 본토를 포함, 중국 대륙 전체가 대만 땅이라는 의미다.
[6]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시점이다. 대신 대만과는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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