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랩스, NFT 파워하우스
3화

BAYC의 네 가지 차별화 요인 ; 2021년 5월~11월

유가랩스는 BAYC를 토큰 당 0.08ETH에 판매했다. 당시 기준으로 대략 20만 원이었다. 이후 BAYC의 바닥 가격(Floor Price)은 끝없이 치솟았다. 바닥 가격은 한 NFT 컬렉션 내에서 거래소에 리스팅된 매물의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을 뜻한다. 예를 들어, BAYC 1만 개 중에 100개가 거래소에 리스팅됐고 그중 가장 낮은 가격이 10ETH라면 이 가격이 바닥 가격이다. BAYC의 바닥 가격이 상승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중 다른 PFP NFT들과 BAYC를 구별 지은 네 가지 요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BAYC는 멤버십 기능, 즉 유틸리티를 최초로 도입했다. BAYC는 홀더들에게 BAYC 구매 비용 대비 월등한 가치의 멤버십 혜택을 제공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기존 홀더들의 이탈을 막았다. 동시에 외부의 잠재 고객들에게 BAYC 커뮤니티 합류에 대한 FOMO(Fears of Missing Out・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BAYC는 홀더들에게 그들이 보유한 NFT 이미지에 한해 상업적 사용권(Commercial Use)을 부여했는데, 이는 홀더들이 스스로 BAYC의 파생 프로젝트(Derivative Project)를 론칭하는 계기가 되었다. 파생 프로젝트들은 BAYC의 콘텐츠를 확충하는 한편 BAYC의 브랜드 매력도를 제고하는 데에 기여했다.

다음으로 BAYC는 웹3.0 시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상당한 대중화를 이룬 암호 화폐 시장과는 달리, 아직은 대중에게 낯선 NFT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BAYC는 특히 ‘아디다스’와 협업해 NFT를 발행하여 잠재 고객의 저변을 넓혔고, 동시에 웹3.0 시장에서 선구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다.

끝으로 BAYC 커뮤니티에는 글로벌 셀럽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들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 이미지를 BAYC로 교체할 때마다 BAYC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단단해졌다. 세계 최고의 셀럽들이 앞다퉈 가입하는 클럽인데 전 세계에서 단 1만 명만이 가입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지금 BAYC를 구매하기에 충분한 재력이 있다면 구입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지금부터는 이 네 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BAYC의 성장기를 살펴보려 한다. 이를 통해 BAYC의 바닥 가격이 상승한 이유와 NFT 컬렉터가 NFT를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멤버는 VIP다


BAYC는 사전 판매(Pre-sale) 기간부터 잠재 고객들에게 BAYC를 사는 것은 단순히 어떤 수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클럽의 멤버십을 획득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들이 멤버로 합류한다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반복해서 보여 줬다. BAYC가 홀더들에게 첫 반년간 제공한 주요 혜택들을 살펴보자. BAYC는 먼저 자신들의 로드맵에 따라 멤버 전용 스토어부터 공개했다.
BAYC의 첫 번째 홀더 전용 상품들 ⓒBAYC 트위터
2021년 6월에는 이더리움 기반 샌드박스형 게임 ‘샌드박스(Sandbox)’[1]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면서, BAYC가 보유한 샌드박스 토지에 BAYC 홀더만 입장할 수 있는 클럽 하우스를 개설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리고 BAYC 홀더들에게 또 다른 샌드박스형 게임 ‘디센트라랜드(Decentraland)’에서 3D 아바타가 착용할 수 있는 후드 티셔츠 NFT를 에어드롭(Airdrop・무료 제공)하기도 했다. 이 두 게임은 흔히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알려진 형태의 게임이다.

같은 달 18일에는 홀더들에게 ‘BAKC(Bored Ape Kennel Club·보어드 에이프 켄넬 클럽)’를 무료로 획득할 기회를 제공했다. 강아지 집을 의미하는 켄넬(Kennel)이라는 단어와 위에 강아지 이미지를 보면 추측할 수 있듯, BAKC는 강아지 이미지를 담은 NFT이다. BAKC는 BAYC 원숭이들에게도 반려동물이 필요하다는 콘셉트였다.
BAKC #1902 ⓒOpenSea 홈페이지
BAKC의 무료 제공은 프로젝트 성공의 결실을 독차지하지 않고 홀더들과 나누겠다는 유가랩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유가랩스는 BAKC를 무료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2차 거래에서 발생하는 로열티 수수료도 처음 6주 동안만 수취했다. 6주간 수수료로 거래 금액의 2.5퍼센트를 받았는데 이마저도 동물 보호 단체에 전액 기부했다.[2] 6주 후에는 수수료를 완전히 없앴다. PFP NFT 프로젝트의 수익 발생과 배분 구조를 이해한다면 BAKC의 사례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PFP NFT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먼저 ‘민팅(Minting)’이라 불리는 1차 판매 수익이다. 이 수익은 PFP NFT 프로젝트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벤처 캐피털 등으로부터 별도의 자금을 유치하지 않은 대다수의 프로젝트는 민팅 수익으로 운영 비용을 충당한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첫 번째 NFT 컬렉션 판매 후 신규 컬렉션을 추가 판매하여 민팅 수익을 늘리기도 한다. 유가랩스 또한 BAYC 판매 후 뒤에서 소개할 ‘MAYC(Mutant Ape Yacht Club・돌연변이 원숭이 요트 클럽)’등의 신규 NFT 컬렉션을 계속해서 추가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프로젝트 극초기에 수익의 대부분이 발생하는 사업 구조로 인해 PFP NFT 시장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프로젝트 운영 팀이 사전에 비용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해 실제 운영 과정에서 자금난에 봉착한다거나, 최악의 경우 민팅 이전에 약속했던 로드맵을 이행하지 않고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를 ‘러그 풀(rug pull)’이라 부른다. 러그 풀은 러그를 당겨 빼버린다는 뜻으로 웹3.0 업계에서 속된 말로 ‘먹튀’ 혹은 사기를 의미한다.

다음은 2차 거래 로열티 수수료다. NFT 시장이 기존 예술 시장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작품이 2차 시장, 즉 세컨더리 마켓(Secondary Market)에서 거래되었을 때 NFT를 처음 제작한 아티스트가 해당 거래 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수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수수료가 2차 거래 로열티 수수료다. 수수료율은 아티스트들이 언제든지 직접 설정하고 변경할 수 있다. 2차 거래상의 자금의 흐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어떤 NFT 홀더가 세계 최대의 NFT 거래소 오픈씨에서 그가 보유한 NFT를 1ETH에 판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홀더의 실제 수익은 1ETH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픈씨가 거래 금액의 2.5퍼센트를 서비스 수수료로 가져가고, 해당 NFT를 발행, 즉 1차 판매한 프로젝트 운영 팀이 5퍼센트 내외의 2차 판매 로열티 수수료를 수취하기 때문이다.

2차 판매 로열티 수수료는 BAYC와 같은 블루칩 프로젝트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익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프로젝트는 민팅과 리빌(reveal)[3] 이후 NFT 컬렉션의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익이 되지 못한다.
마지막은 IP 사업 수익이다. NFT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팀은 보유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권)를 바탕으로 굿즈 또는 콘텐츠 사업 등을 전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금은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수익 모델에 비해 비중이 매우 작은 편이나 향후 NFT 산업의 전개 양상에 따라 비중이 무한히 커질 수 있다. 유가랩스는 BAKC의 민팅 수익뿐만 아니라 2차 거래 로열티 수수료까지 완전히 포기했다. 대신 그만큼의 금전적 혜택을 온전히 BAYC 홀더들에게 돌려 커뮤니티 충성도를 제고했다.

BAKC 배포로부터 두 달여 후인 2021년 8월 29일, 유가랩스는 BAYC 프로젝트 초기부터 공언해 왔던 MAYC의 론칭을 알렸다. 유가랩스는 BAYC 론칭 단계부터 추가 회원 모집을 위한 새로운 NFT 컬렉션을 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던 것 같다. MAYC는 BAYC 다음의 세컨 티어(Second Tier) 멤버십으로서 둘의 홀더 전용 혜택에는 차이가 있다. 홀더들에게 제공되는 상품도 MAYC 홀더와 BAYC 홀더가 모두 수령할 수 있는 것과 BAYC 홀더만 수령할 수 있는 것이 구분되어 있다. 이같이 등급을 구분하는 조치는 멤버십 공급량의 확대로 인해 BAYC의 가치가 희석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했듯이, BAYC의 바닥 가격은 민팅 이후 줄곧 상승했는데, 이로 인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BAYC 홀더들은 바닥 가격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했으나 상승분의 차익 실현을 위해서는 그들의 BAYC를 2차 거래 시장에서 판매하고 클럽을 떠나야만 했다. 한편 BAYC 커뮤니티 외부에서는 BAYC를 초기에 구매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유가랩스가 MAYC를 출시하던 시점에 BAYC의 가격은 이미 60ETH에 달했다. BAYC의 가입 문턱이 너무 높아진 것이다. 유가랩스는 BAYC 홀더들에게 그들의 BAYC를 판매하더라도 커뮤니티에 남을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는 한편, 잠재 고객들의 커뮤니티 진입 장벽을 낮출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총 2만 개의 MAYC를 판매하되, 절반은 BAYC 홀더들에게 에어드롭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격 조건 없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퍼블릭 세일(Public Sale) 형태로 판매했다. 퍼블릭 세일 가격은 당시 BAYC 가격의 20분의 1 수준인 3ETH였다. 이후, MAYC의 바닥 가격은 한 때 40ETH까지 치솟았으나 2022년 6월 초 기준, 20ETH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MAYC #22770 ⓒOpenSea 홈페이지
유가랩스가 홀더들에게 MAYC를 에어드롭한 방식도 일반적인 토큰 에어드롭과는 달랐다. 유가랩스는 홀더들에게 세럼(Serum・혈청)이라는 NFT를 BAYC 토큰당 한 개씩 에어드롭하고 홀더들이 수령한 세럼을 그들의 BAYC에 사용하면 MAYC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마치 MMORPG 게임에서 캐릭터에 아이템을 적용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세럼은 M1, M2, Mega Mutant(M3)라는 세 가지 티어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개수는 순서대로 7500개, 2492개, 8개였다.

세럼은 1회용인데 그 안에서도 티어가 구분되다 보니 일부 홀더들은 에어드롭으로 받은 세럼을 그들의 BAYC에 적용하지 않고 오픈씨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미사용 상태로 남은 두 개의 M3 중 하나는 2022년 1월 2일에 1542ETH으로 한화 65억 원(당시 1ETH는 420만 원)에 거래돼 화제가 됐다. 유가랩스는 이후에도 이와 같이 낮은 티어의 NFT를 추가 판매하여 신규 멤버를 늘려 나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후속 투자자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돌려주는 폰지 사기와 다름없다고 부정적으로 평하고 있다.
M1, M2, Mega Mutant Serum ⓒOpenSea 홈페이지
2021년 10월, 유가랩스는 NFT 업계 최대 행사인 NFT.NYC 2021 기간에 맞춰 미국 뉴욕에서 APE FEST를 개최했다. 디스코드와 트위터 중심이었던 그들의 활동 공간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는 BAYC 커뮤니티가 온라인에서 보여준 열기를 현실 세계로 옮겨 오는 한편, 커뮤니티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APE FEST는 BAYC의 멤버십이라는 유틸리티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APE FEST는 BAYC 및 MAYC 홀더들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축제(FEST)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프로그램의 수준 또한 전체 NFT 커뮤니티를 놀라게 했다. APE FEST 기간 동안 트위터,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 NFT 컬렉터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에는 APE FEST 참가자들의 영상과 사진이 넘쳐났는데 이는 BAYC, 나아가 새로운 블루칩 PFP NFT 프로젝트에 대한 FOMO를 불러일으켰다.

핼러윈 데이인 10월 31일에는 뉴욕 소호에 위치한 ‘브라이트 모먼트 갤러리(Bright Moment Gallery)’에서 ‘APED NYC’라는 행사가 열렸다. 오후에는 BAYC 홀더 커뮤니티의 아티스트들이 전시회와 경매를 진행했고, 이후 코스튬 콘테스트와 핼러윈 파티가 열렸다. APE FEST는 다양한 행사로 구성됐다. 같은 날 저녁,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피어 40’[4]에서 출발한 요트에서는 Bored Ape Yacht Club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선상 파티 ‘APE FEST YACHT PARTY’가 열렸다. 발행된 티켓 1000장은 APED NYC에 참석한 BAYC와 MAYC 홀더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지급되었다. 다만 지급 수량의 차이가 있었다. BAYC 홀더들에게는 500장이 배정되었으나 MAYC 홀더들에게는 절반인 250장만 배정되었다. 나머지 250장은 750명의 홀더 중 먼저 도착한 250명에게 한 장이 추가 제공되는 형태로 배포됐다. BAYC와 MAYC 홀더만이 행사에 참가할 수 있었고, 상위 티어 멤버십인 BAYC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 것이다.

BAYC는 다음 날인 11월 1일부터 11월 2일까지 양일 동안은 팝업 상품점인 ‘APE FEST MERCH POP-UP’을 운영했고, 11월 3일에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창고 파티인 ‘APE FEST WAREHOUSE PARTY’를 개최했다. 이 파티에는 1800명이 입장할 수 있었는데, 역시 BAYC와 MAYC 홀더들에게는 티켓을 무료로 배포했으며 남은 티켓은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했다. 이 티켓 또한 선착순으로 판매되었기 때문에 행사 당일 행사장 건물을 둘러싸고 늘어선 대기 행렬이 큰 화제가 됐다. 마지막으로 11월 4일에는 VIP 자선 저녁 식사 행사인 ‘APE FEST VIP CHARITY DINNER’가 있었고 오직 50명의 홀더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BAYC의 1차 판매 기간에 토큰 하나를 0.08ETH에 구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무엇보다도 BAYC의 바닥 가격이 60ETH로 증가함에 따라 이 투자는 이더리움 개수 기준으로 약 7만 5000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한 게 된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투자자는 BAYC 홀더로서 홀더 전용 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전용 상품을 에어드롭 받을 수 있으며, NFT 컬렉터라면 누구나 참여하고 싶어하는 멤버 전용의 온·오프라인 이벤트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한 BAKC[5]와 MAYC라는 최소 몇 백에서 몇 천만 원 가치의 새로운 NFT 컬렉션을 무료로 지급받는다. BAYC의 가치 상승과 별개로 BAYC를 구매하기 위해 지불했던 0.08ETH보다 월등한 가치의 혜택을 제공 받은 것이다.

이 같은 BAYC의 혜택은 초기 비용에 비해 월등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나 신용 카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회원들은 주로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 받기 위해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무료 배송 뿐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뮤직, 포토, 트위치 등의 서비스를 전체 또는 부분 무료로 제공하며 가입 대비 큰 혜택을 준다. 이 혜택으로 인해 회원들은 아마존 생태계를 떠나기 어렵다. 유가랩스 또한 BAYC 홀더들에게 민팅 금액보다 월등한 가치의 혜택을 제공해 커뮤니티 멤버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편 신용 카드 업계는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혜택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BAYC 출범 이후 등장한 PFP NFT 프로젝트들이 각자의 멤버십 혜택을 경쟁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은 신용 카드 업계와 닮아 있다. 다만 많은 경우 혜택들이 천편일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향후 BAYC와 같이 차별화에 성공하는 프로젝트만이 암호 화폐 시장의 침체기,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프리 투 유즈, 마음대로 사용하세요


BAYC는 공식 웹 사이트의 약관(Terms and Conditions) 페이지 내 소유권(Ownership) 항목에서 홀더들에게 각자 보유한 NFT에 한해 상업적 사용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유가랩스가 아닌 홀더들이 자체적으로 주도하는 다양한 파생 프로젝트의 출범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간혹 NFT를 구매하면 저작권을 이전받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NFT를 구매하면 해당 NFT의 소유권만을 이전받는다. 상업적 사용권 또한 이와 별개의 개념으로 프로젝트마다 부여하는 범위에 차이가 있다. BAYC는 상업적 사용권을 무제한으로 부여한 경우다.

일부 홀더는 그들의 BAYC와 MAYC를 기존에 운영해 왔던 F&B(Food & Beverage・식음료) 브랜드에 접목하거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다. 2021년 9월에는 ‘큐 브루(Cue Brew)’라는 커피 로스팅 업체가 BAYC #3433을 캐릭터로 내세워 원두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BAYC 홀더들이 열성적으로 구매해 준 덕분에 첫 번째 버전의 BAYC #3433 원두커피는 완판됐고 현재는 두 번째 버전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에 위치한 ‘노스 피어 브루잉(NORTH PIER BREWING)’은 2021년 7월 ‘Bored Ape IPA’ 맥주를 출시했다. 노스 피어 브루잉의 주인 제이 페티그(Jay Fettig)는 BAYC #671과 #2538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느 날 트위터에서 한 BAYC 홀더가 다른 홀더들에게 보어드 에이프 브루잉 컴퍼니(Bored Ape Brewing Company)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고, 제이 페티그가 자신이 브루어리를 운영하고 있다며 실행에 옮겼다.
(좌)노스 피어 브루잉NORTH PIER BREWING의 ‘Bored Ape IPA’ ⓒNORTH PIER BREWING 홈페이지 (우)Cuebrew 커피 ⓒFonzGm 트위터
이는 차후에 다른 사업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는 2022년 4월 21일부터 90일간 ‘보어드 앤 헝그리(Bored & Hungry)’라는 햄버거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F&B 분야에서 수차례 창업을 해왔던 앤디 응우옌(Andy Nguyen)은 BAYC #6184와 MAYC 두 개를 약 3억 원에 구매했고 이를 이용한 팝업 레스토랑을 기획했다. 그는 패션지 ‘하입비스트(HYPEBEAST)’와의 인터뷰[6]에서 “대중에게 웹3.0 및 NFT에 대해 알리고 싶었고, NFT가 단순히 JPEG 이미지가 아니라 그 IP를 활용하여 브랜드나 사업도 전개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보어드 앤 헝그리는 토큰 프루프(Token Proof)라는 토큰 기반의 인증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는데, QR 코드를 찍어 고객의 암호 화폐 지갑인 메타마스크(MetaMask)[7]를 스캔하고 지갑 속에 유가랩스가 만든 코인인 ‘에이프코인(ApeCoin)’, BAYC, MAYC, BAKC 등의 보유 여부에 따라 차별화된 무료 콤보 메뉴를 제공한다. 또한 이더리움이나 에이프코인으로 식사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APE FEST 2022에서의 보어드 앤 헝그리와 보어드 타코
헝그리는 또한 ‘보어드 타코(Bored Taco)’라는 이름의 타코 브랜드와 ‘닥터 봄베이의 달콤한 탐험(Dr. Bombay’s Sweet Exploration)’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선보였다. 닥터 봄베이의 달콤한 탐험은 유명 래퍼 스눕 독(Snoop Dogg)과 협업하여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보어드 앤 헝그리는 곧 한국에도 진출한다. 세계 두 번째 매장이 서울 강남구에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또한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들을 발판 삼아 앤디 응우옌과 그의 팀은 ‘푸드 파이터스 유니버스(Food Fighters Universe)’라는 NFT 프로젝트를 론칭하기도 했다. 푸드 파이터스 유니버스는 세계 최초의 NFT 레스토랑 그룹을 자처하고 있다. 총 발행되는 토큰은 1만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홀더에게는 매달 무료 음식이 제공된다. 또한 홀더 전용 이벤트와 숨은 레스토랑 방문, 추가 NFT나 상품을 받을 수 있다.
ⓒKiKi_Blockverse 트위터
국내에서는 BAYC #6711을 보유한 홀더가 2022년 5월 27일부터 2주간 강남 코엑스에서 ‘덕덕덕 베이커리’와 협업하여 ‘키키 도넛(KiKi Donuts)’이라는 도넛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다. 키키 도넛은 BAYC와 MAYC 홀더들에게는 도넛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외에도 와인, 스파클링 워터, 애리조나 티(Tea)와 같이 음료 사업을 전개하는 홀더도 있다.

BAYC의 파생 프로젝트는 음반 업계에서도 탄생했다. 유명 NFT 투자자 지미 맥넬리스(Jimmy McNelis)는 2021년 11월 자신이 보유한 BAYC 중 네 개를 이용하여 유니버설 뮤직 그룹(Universal Music Group)의 레이블 ‘10:22PM’과 함께 ‘킹십(KINGSHIP)’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했다. 이는 마치 최초의 가상 밴드인 ‘고릴라즈(Gorillaz)’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캐릭터들로 만들어진 가상의 걸그룹 ‘K/DA’를 연상시킨다. 킹십은 실제 뮤지션들처럼 음악을 녹음하는 한편 메타버스 공간에서 공연도 할 예정이다.
Kingship ⓒ유니버설뮤직 홈페이지
더 주(TheZoo)의 멤버들 ⓒAIP 홈페이지
같은 달에 미국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 팀발랜드(Timbaland)가 직접 BAYC를 구매하고 몇 명의 BAYC 홀더와 ‘AIP(Ape-In Production)’라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BAYC 6개로 구성된 힙합 그룹 ‘더 주(TheZoo)’를 첫 번째 아티스트로 계약했다. 더 주는 현재까지 〈APESH!T〉, 〈TAKE OFF〉, 〈ROLL CALL〉이라는 제목의 음악 세 곡을 발표했으며, 〈APESH!T〉는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BAYC의 또 다른 파생 프로젝트 ‘젠킨스 더 발렛(Jenkins The Valet)’의 젠킨스도 출연하여 BAYC 커뮤니티의 주목을 끌었다.

BAYC의 파생 프로젝트를 논할 때 앞서 언급한 젠킨스 더 발렛을 빼놓을 수 없다. 2021년 5월 23일, BAYC 출범으로부터 불과 한 달 후 ‘Jenkins The Valet’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짧은 소설을 담은 네 장의 이미지를 업로드했다. 젠킨스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었고 그의 직업이 요트 클럽의 주차 요원인 ‘발렛(Valet)’이었다. 젠킨스 더 발렛은 BAYC 홀더이자 오랜 친구 사이였던 젠킨스와 사파(SAFA)가 공동 창업한 탈리랩스(Tally Labs)에 의해 쓰인 소설이다. 
Jenkins The Valet의 첫 번째 소설 ⓒjenkinsthevalet 트위터
Jenkins The Valet이 트위터에 업로드한 첫 번째 소설의 1페이지 ⓒjenkinsthevalet 트위터
젠킨스는 BAYC #1798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한편, BAYC #1798의 평범한 외모에서 착안하여 요트 클럽의 발렛이라는 설정을 더했다. 사실 BAYC #1798은 희귀도(rarity)가 높은 NFT는 아니다. 보통 1만 개 내외의 PFP NFT 컬렉션에서는 각 NFT들이 보유한 특성값(trait)에 따라 희귀도 순위가 1등부터 1만 등까지 계산되는데, 상대적으로 평범할수록 바닥 가격을 형성하는 NFT가 될 가능성이 높다. 탈리랩스는 BAYC #1798에 스토리를 입힘으로써 IP로서의 가치를 제고했다.

탈리랩스는 이후 트위터에 꾸준히 소설을 업로드하다가 젠킨스 더 발렛을 더 이상 트위터의 짧은 소설이 아니라 NFT와 실물 버전의 책으로 출판할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출판물들을 탈리랩스가 단독 저술하기보다는 BAYC 커뮤니티 멤버들과 집단 창작할 방안을 마련했다. 탈리랩스는 ‘작가의 방(The Writer’s room)’이라는 집단 창작을 위한 웹 사이트를 만들고 2021년 8월 해당 웹 사이트에 접근 권한을 가지는 동명의 멤버십 NFT를 판매했다. 이 NFT는 ‘요트(Yacht)’, ‘발렛 스탠드(Valet Stand)’, ‘발렛 키(Valet Key)’, ‘발렛 티켓(Valet Ticket)’이라는 네 개의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순서대로 69개, 297개, 1371개, 5205개가 판매됐다.
BAYC #1798, Jenkins The Valet ⓒOpenSea 홈페이지
작가의 방은 크게 세 가지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홀더들은 작가의 방 웹 사이트에서 투표[8]를 통해 콘텐츠 제작 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9] 그 외에도 작가와의 타운홀 미팅을 통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홀더가 만약 BAYC나 MAYC도 보유하고 있다면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그들의 BAYC나 MAYC를 콘텐츠에 출연시킬 수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의 멤버십인 ‘요트’를 보유한 경우 주연으로, 다음 등급인 ‘발렛 스탠드’를 보유한 경우에는 조연으로 출연시킬 수 있다. 그 아래 등급인 ‘발렛 키’를 보유했다면 출간될 책에 포함되는 “Where’s Jenkins(‘젠킨스를 찾아라’: 90년대에 유행했던 게임인 ‘월리를 찾아라’와 같이 젠킨스를 찾는 게임)”에 출연시킬 수 있으며, 마지막 등급인 ‘발렛 티켓’을 갖고 있다면 감사의 글의 명단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발행 예정인 NFT 책을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고 멤버 전용 상품에 접근할 수 있다.
ⓒjenkinsthevalet 홈페이지
탈리랩스는 그들의 콘텐츠에 출연을 원하는 수천 명의 홀더와 일일이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는데, 홀더들은 이 계약을 통해 미래에 그들의 NFT가 출연한 콘텐츠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로열티로 배분받을 예정이다. 이 콘텐츠들이 출판물로 그치지 않고 TV 시리즈나 영화 등으로 확장된다면 홀더들에게 배분되는 수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같이 젠킨스 더 발렛은 트위터의 짧은 소설로 시작하여 BAYC 커뮤니티가 함께 만들고 소비하는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창업자 젠킨스는 탈리랩스의 뉴스레터 플랫폼 ‘발렛 콘피덴셜(Valet Confidential)’과의 인터뷰에서 “탈리랩스는 커뮤니티가 만들고 소유하는 콘텐츠가 미래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탈리랩스는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이자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영화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 가수 비욘세(Beyonce)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등이 소속된 ‘CAA(Creative Artists Agency)’와 젠킨스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NFT 컬렉터들이 그들에게 부여된 상업적 사용권을 이상적으로 활용해 낸 사례였지만, 상업적 사용권 부여에 대한 BAYC와 크립토펑크의 대조적인 접근이 극명히 드러난 사례이기도 했다. 젠킨스가 CAA와의 계약 체결을 발표하기 며칠 전 크립토펑크를 만든 라바랩스는 또 하나의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UTA(United Talent Agency)’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했다. BAYC가 홀더들에게 그들이 보유한 NFT의 상업적 사용을 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BAYC의 파생 프로젝트인 젠킨스 더 발렛이 주체적으로 CAA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반면, 크립토펑크는 홀더들에게 그들의 NFT의 상업적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락해 왔고 에이전시와의 계약 또한 그들이 직접 체결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 차이는 몇 달 후 PFP NFT 시장에 뜻밖의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탈리랩스는 이후 발표한 로드맵 2.0에서 오디오 미디어 회사인 ‘솔트(SALT)’와 협업해 젠킨스 더 발렛의 오디오북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2022년 5월 벤처 캐피털 ‘a16z(Andreessen Horowitz・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의 리드로 유수의 VC들로부터 시드 투자 금액 1200만 달러(150억 원)을 유치해 BAYC의 파생 프로젝트라는 위치를 넘어 독자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탈리랩스는 상업적 사용에 대한 유가랩스의 과감한 정책에 부응해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했다. 그 결과 BAYC 커뮤니티에게 또 하나의 세계를 제공할 수 있었다. 세계관의 자연스러운 확장은 유가랩스가 그려왔던 BAYC의 모습이었다. 또한 젠킨스는 그리 높지 않은 희귀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러티브를 통해 남다른 캐릭터가 됐다. 탈리랩스는 그를 바탕으로 사업화까지 해내는 사례를 보여 주며 다른 커뮤니티 멤버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 준 셈이다. 덕분에 BAYC 세계관은 더 큰 확장을 위한 발판까지 마련했다.

앞서 소개한 파생 프로젝트들 외에도 BAYC 커뮤니티 내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NFT를 바탕으로 파생 예술 작품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일부 홀더들은 POD(Print On Demand・맞춤형 인쇄)[10] 서비스를 이용하여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었다. 나아가 BAYC 유니버스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인터넷 매체인 ‘더 보어드 에이프 가젯(THE BORED APE GAZETTE)’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는 BAYC를 따라 대다수의 PFP NFT 프로젝트가 홀더들에게 그들이 보유한 NFT에 한해 제한적이라도 상업적 사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BAYC뿐만 아니라 다른 PFP NFT 프로젝트의 홀더들도 다양한 파생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있다. 작가의 방과 같이 NFT 컬렉터들이 그들이 보유한 NFT를 손쉽게 라이센싱할 수 있는 서비스가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그들은 직접 사업을 전개하는 수고로움 없이 다른 이의 유망한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NFT를 라이센싱하면서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IP 사업의 민주화’를 이끌 수도 있다. 일각에서 예측하는 대로 유가랩스가 미래에 디즈니와 같은 회사로 발전한다면, 디즈니의 모든 캐릭터들이 디즈니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지금과 달리 미래의 미키마우스, 알라딘, 그리고 아이언맨 등을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소유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상업적 사용권 부여에 대한 얘기를 마치기 전에 한 가지 더 언급할 사항이 있다. BAYC는 홀더들에게 상업적 사용권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 초기에 ‘커뮤니티 보조금 프로그램(Community Grant Program)’[11]을 운영해 홀더들의 파생 프로젝트를 장려했다. 일정 기간 동안 BAYC 홀더들은 BAYC 커뮤니티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출했고, 선발된 프로젝트에 최대 3000달러를 지원해 주었다. 이후 다른 PFP NFT 프로젝트들 또한 이와 유사한 형태의 보조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디다스, BAYC의 돛을 달다


BAYC는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해 왔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멤버십 혜택을 제공했다. 2021년 7월에는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스포츠 용품과 NFT를 판매하는 브랜드인 ‘라운드21(round21)’과 함께 농구공 NFT(BAYC X round21 Basketball NFT)를 제작하여 모든 BAKC 홀더에게 에어드롭했다. 해당 NFT 홀더는 한정판으로 출시된 실물 농구공을 사전에 예약해 주문할 수 있었다.
BAYC가 round21와 제작한 실물 농구공 ⓒround21 홈페이지
2021년 8월에는 스트릿 웨어 브랜드 ‘더 헌드레즈(The Hundreds)’와 러그, 티셔츠, 후드티를 제작했다. 검정색 티셔츠와 후드 티셔츠는 BAYC 홀더 전용 스토어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고, 로열 블루 색상의 티셔츠와 후드 티셔츠는 더 헌드레즈에서 일반인들 대상으로도 판매됐다. 참고로 더 헌드레즈 또한 ‘아담 봄 스쿼드(Adam Bomb Squad)’라는 자체 NFT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12]
(좌)BAYC X The Hundreds 티셔츠 (우)Adam Bomb Squad 티셔츠 프린트 ⓒThe Hundreds 홈페이지
이어서 2021년 11월에는 APE FEST 기간 즈음 유명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RollingStone)》과 BAYC 및 MAYC의 잡지 표지 NFT를 만들고 세계 최고의 NFT 예술품 거래소 중 하나인 슈퍼레어(SuperRare)[13]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참고로 2022년에도 APE FEST 2022 기간에 맞춰 롤링스톤과 같은 프로젝트를 한 번 더 진행했다.
(좌)Rolling Stone X Bored Ape Yacht Club Cover (우)Rolling Stone X Mutant Ape Yacht Club Cover ⓒSuperRare 홈페이지
같은 달 28일에는 BAYC 공식 트위터 계정이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3D 모델링된 BAYC의 원숭이 캐릭터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의 형광색 트랙 탑을 입은 모습을 담고 있었다. BAYC가 아디다스와의 파트너십 발표를 예고한 것이다. 이는 한 달 전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한 데 이어 웹3.0과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BAYC 트위터
12월 2일 아디다스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BAYC, 지머니(Gmoney)[14], 펑크스 코믹(Punks Comic)[15]이 공동으로 작업한 프로젝트, ‘인투 더 메타버스(Into The Metaverse)’가 발표됐다. 같은 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공식 트위터 계정은 프로필 이미지를 BAYC 공식 트위터 계정이 올렸던 3D 모델링된 BAYC 원숭이 캐릭터의 2D 이미지로 교체했다. 이미지의 주인공은 BAYC #8774였다. 아디다스는 BAYC #8774를 구매한 후 ‘인디고 허츠(Indigo Herz)’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디다스는 12월 17일 인투 더 메타버스의 NFT를 판매했다. 개수는 총 3만 개였고 개당 판매 가격은 0.2ETH였다. 그중 2만 개는 BAYC, MAYC, 픽셀 볼트(Pixel Vault), 지머니 홀더들에게 배정되었다. 홀더들은 사전 구매 기간(Early Access Period)이었던 12월 17일에 해당 NFT를 구매할 수 있었다. 뒤이은 일반 구매 기간(General Access Period)에는 누구나 NFT를 구매할 수 있는 퍼블릭 세일이 진행됐다. 인투 더 메타버스 NFT는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고, 당일 오픈씨에서는 민팅 가격의 네 배에 달하는 금액에 2차 거래되기도 했다. 필자도 일반 구매 기간에 민팅을 시도하였으나 가스 워(Gas War)[16]로 인해 가스 피(Gas Fee)[17]만 날리고 말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좌)ⓒ아디다스 홈페이지 (우)ⓒOpenSea 홈페이지
(좌)펑크스 코믹 2화의 한 장면 ⓒ아디다스 홈페이지 (우)adidas Originals: Capsule Collection ⓒOpenSea 홈페이지
인투 더 메타버스 NFT를 소유하면 다음과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아디다스가 2022년부터 커뮤니티와 만들어 나갈 오픈 메타버스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추가 비용 없이 여러 실물 아이템을 받을 수 있었다. 물품은 인디고 허츠가 입은 아디다스 트랙 수트, 펑크스 코믹 2화에서 지머니가 입었던 그래픽 후드티, 그리고 지머니의 오렌지 색 비니로 구성됐다. 실제 행사(claim)는 2022년 4월에 진행되었으며, 홀더들은 페이즈1(Phase1) NFT를 소각(burn)[18]하여 실물 아이템들과 페이즈2 NFT를 수령할 수 있었다. 2022년 6월에는 페이즈2 NFT 홀더들에게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캡슐 컬렉션(Adidas Originals: Capsule Collection)NFT’를 에어드롭했다. 해당 NFT의 용도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19], 2022년 6월 중순 기준으로 약 0.3ETH에 거래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베노이트 파고토, 스티븐 바실레브, 크리스 레 ⓒCNBC TV
인투 더 메타버스는 빅 브랜드가 NFT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사례였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아디다스는 웹3.0 커뮤니티에 대한 존중과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도 NFT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데 이때 아디다스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BAYC는 인투 더 메타버스에서도 BAYC와 MAYC 홀더들에게 경쟁 없이 편하게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사전 구매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이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잠재 고객의 저변을 넓힐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론칭한 이후 아디다스는 블로그를 통해 아디다스 고객들이 웹3.0 세계로 진입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더불어 아디다스가 웹3.0 시장 진출 파트너로 다른 PFP NFT 프로젝트가 아닌 BAYC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BAYC는 다시 한 번 웹3.0 시장의 선구자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좌)2022년 7월 5일 기준 오픈씨에 등록된 매물 중 최저 가격의 FEWO SHOE RARE 스니커즈. 2.2ETH에 등록되어 있다. ⓒOpenSea 홈페이지 (우)무라카미 타카시 ⓒYamashita Yohei, CC BY 2.0
그런데 BAYC와 아디다스가 인투 더 메타버스를 발표하고 일주일 후 NFT 업계에는 또 하나의 놀라운 뉴스가 전해졌다. 나이키(NIKE)가 NFT 스튜디오 ‘아티팩트(RTFKT)’를 인수한 것이다. 

아티팩트는 최신 게임 엔진, NFT, 블록체인 인증, 그리고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등의 기술과 제조 전문 지식을 결합하여 디지털 스니커즈를 포함한 디지털 아이템을 만드는 회사다. 자본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나이키에 인수되기 전 아티팩트의 직원 수는 15명이었고 9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다. 시드(Seed)투자는 a16z가 리드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아티팩트의 기업 가치는 3300만 달러 규모였다. 유가랩스의 공동 창업자들과는 달리 아티팩트의 공동 창업자들은 2020년 창업 시점부터 모두 실명을 공개하고 있는데, 그들은 베노이트 파고토(Benoit Pagotto), 크리스 레(Chris Le), 그리고 스티븐 바실레브(Steven Vasilev)이다.

아티팩트는 이미 2021년 5월에 NFT 아티스트 ‘푸오셔스(FEWOCiOUS)’와 만든 디지털 스니커즈 400억 원어치를 단 7분 만에 판매해 화제가 됐다. 또한 2021년 11월에는 일본의 앤디 워홀(Andy Warhol)이라 불리는 유명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Murakami Takashi)와 함께 PFP NFT 프로젝트 ‘클론(Clone X)’를 론칭했는데 출시 직후부터 2차 시장에서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아티팩트를 나이키가 전격적으로 인수한 것이다.
Clone X의 오픈씨 배너 이미지 ⓒOpenSea 홈페이지
나이키의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는 성명을 통해 아티팩트의 브랜드에 투자하고 기여함으로써 그들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커뮤니티를 성장시키고 나이키의 디지털 사업 역량을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존 도나호 ⓒJD Lasica, CC BY 2.0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모두 웹3.0 시장에 단독 진출하기보다는 시장 내 기존 플레이어와 손을 잡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아디다스가 BAYC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과 달리 나이키는 아티팩트를 인수했다. 이러한 선택의 차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디다스는 사내에서 팀을 조직하여 직접 사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 반면 나이키는 그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춘 가장 우수한 팀을 외부로부터 들이기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머니가 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인투 더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발족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아디다스는 한 직원이 먼저 지머니에게 접촉해 자문을 구한 후 사내에서 이미 웹3.0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던 직원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아디다스 사내에 프로젝트 추진을 담당할 적임자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머니(Gmoney), 크립토펑크 #8219를 사용하고 있다. ⓒOpenSea 홈페이지
나이키는 2018년 이베이(ebay)의 CEO였던 존 도나호를 신임 CEO로 영입한 후 적극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나이키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을 갖춘 회사들을 적극 인수해 왔는데 아티팩트의 인수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머니는 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같은 주에 NFT 시장에 공식 진출한 것이 2021년 암호 화폐 시장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평하기도 했다.

 

셀럽을 사로잡다


유가랩스는 BAYC 출범 전 판매 예정된 1만 개의 물량 외에 추가로 제작한 NFT를 유명 크립토 트레이더나 크립토 OG(Original Gangster)[20] 등의 인플루언서에게 전달하고 그들을 BAYC의 명예 멤버로 위촉했다. 추가 제작된 NFT들은 인플루언서들의 기존 프로필 이미지를 BAYC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만들어졌는데, 이는 최근 패션 업계에서 유행하는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를 연상시켰다. BAYC는 크립토 업계의 인플루언서를 멤버로 합류시키며 잠재 고객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BAYC 출범 이후에는 크립토 업계를 넘어 글로벌 셀럽들이 BAYC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유가랩스가 먼저 그들에게 접근했는지, 그들이 자발적으로 BAYC를 구매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21] 다만 셀럽들이 다른 PFP NFT가 아니라 BAYC를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BAYC의 가치를 높였다. 덕분에 잠재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인스타그램(Instagram)의 초기 성장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인스타그램은 셀럽들을 끌어들이면 대중이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 CEO였던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까지 나서 셀럽들의 인스타그램 사용을 적극 지원했는데, 결과적으로 빠르게 많은 초기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좌)캐머런 윙클보스 ⓒTechCrunch, CC BY 2.0 (우)BAYC #5703 ⓒOpenSea 홈페이지
BAYC에는 어떤 셀럽들이 가입했을까? 2021년 9월 25일, 페이스북의 창업 아이디어를 냈으며, 암호 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를 창업하고, 세계 최고의 NFT 거래소 중 하나인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를 인수한 캐머런 윙클보스(Cameron Winklevoss)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BAYC 구매 소식을 알렸다. 그는 BAYC #5703을 47.6ETH에 구입했다. 이는 당시 환율 기준으로 14만 달러, 한화 1억 8000만 원에 이른다. 당시 환율은 1ETH = 350만 원 선이었다.[22] BAYC #5703은 이후 “니프티-게이트웨이-옴니버스(nifty-gatewayomnibus)”라는 이름의 이더리움 지갑으로 옮겨졌는데, 당일 해당 지갑에는 여덟 개의 BAYC, 열한 개의 MAYC, 그리고 한 개의 BAKC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머런 윙클보스가 BAYC #5703뿐만 아니라 추가 구매를 진행했으리라 추정된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인 NBA(The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의 스타들 또한 BAYC에 가입했다. 가장 먼저 BAYC에 합류한 스타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Golden State Warriors)’에 소속된 선수 스테픈 커리(Stephen Curry)였다. 그는 2021년 8월 28일 BAYC #7990을 55ETH에 구매했다. 이후 그는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BAYC #7990을 사용해 큰 화제가 됐다. 스테픈 커리를 통해 대중들은 NFT에 조금 더 친숙해질 수 있었다.
(좌)스테픈 커리 ⓒCyrus Saatsaz, CC BY-SA 2.0 (우)BAYC #7990 ⓒOpenSea 홈페이지
캐머런 윙클보스가 BAYC를 구매했던 그 날, NBA의 전설적인 센터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은 MAYC 하나를 구매했다. 이후에도 NBA 선수들의 BAYC, MAYC 구매는 이어졌다. 10월 18일에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Philadelphia 76ers)’의 포워드 토비아스 해리스(Tobias Harris)가, 11월에는 ‘유타 재즈(Utah Jazz)’의 센터 하산 화이트사이드(Hassan Whiteside)가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BAYC로 변경했다.[23] 11월 5일에는 하산 화이트사이드의 팀 동료 루디 고베어(Rudy Gobert) 또한 BAYC 하나를 구매했다. 이후에도 ‘피닉스 선즈(Phoenix Suns)’의 자베일 맥기(JaVale McGee), 스테픈 커리의 팀 동료 앤드류 위긴스(Andrew Wiggins) 등이 BAYC를 구매했다.

2022년에는 NBA를 넘어 다른 계열의 스포츠 스타들도 BAYC에 합류했다. 1월에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배우자인 알렉스 오하니언(Alexis Ohanian)으로부터 BAYC #5797을 선물 받아 화제가 되었다. 알렉스 오하니언은 소셜 뉴스 웹 사이트인 레딧(Reddit)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좌)세레나 윌리엄스 ⓒEdwin Martinez, CC BY 2.0 (우)BAYC #5797 ⓒOpenSea 홈페이지
같은 달에는 브라질의 축구 국가대표 네이마르(Neymar)가 BAYC #6633을 159.99ETH에, BAYC #5269를 189.69ETH에 구입했음을 공개했다. 2022년 1월에 이더리움 하나당 가격이 300만원 내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각각 4억 8천만 원과 5억 7천만 원에 이른다. 또한 NFL에서도 ‘뉴 오를레앙 세인츠(New Orleans Saints)’ 팀의 라인 브레이커 드마리오 데이비스(Demario Davis), 러닝백 마크 잉그램(Mark Ingram),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톰 브래디(Tom Brady)가 BAYC를 구매했다.
(좌)네이마르 ⓒКирилл Венедиктов, CC BY-SA 2.0 (우)BAYC #6633 ⓒOpenSea 홈페이지
BAYC는 연예계에서도 인기였다. 앞서 소개했듯이 유명 음악 프로듀서 팀발랜드는 BAYC를 구매하고[24] 다른 BAYC 홀더들과 AIP(Ape-In Production)이라는 이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했다. 2021년 11월에는 글로벌 셀럽들이 출연하는 ‘지미 팰런 쇼(Jimmy Fallon Show)’의 진행자 지미 팰런이 유명 NFT 아티스트 ‘비플(Beeple)’[25]과의 인터뷰에서 BAYC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지미 팰런은 암호 화폐 구매 서비스인 ‘문페이(Moonpay)’[26]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BAYC는 #599였으며 지미 팰런 역시 트위터 프로필 이미지를 그의 BAYC로 변경했다.
(좌)지미 팰런 ⓒMontclair Film Festival, CC BY 2.0 (우)BAYC #599 ⓒOpenSea 홈페이지
셀럽들이 비교적 낮은 허들로 BAYC에 합류한 것에는 문페이의 역할이 컸다. 문페이는 지미 팰런이 BAYC를 구매했던 시기에 릴 베이비(Lil Baby), 포스트 말론(Post Malone), DJ 칼리드(DJ Khaled), 퓨쳐(Future), DJ 디플로(DJ Diplo), 릴 더크(Lil Durk) 등 다수의 셀럽에게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했다. 컨시어지 서비스란 BAYC를 구매할 때 필요한 지갑 설치, 암호 화폐 구매, BAYC 구매 및 보관 등 전 과정을 대행해 주는 것이다. 덕분에 많은 셀럽은 어렵지 않게 BAYC 커뮤니티에 올라탈 수 있었다. 문페이는 이듬해에도 패리스 힐튼(Paris Hilton),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스눕 독 등이 BAYC를 구매하는 것을 도왔다. 이들은 문페이의 5.55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 투자[27]에 투자자로 참여하여 또 다른 화제가 되었다. 문페이의 본업은 셀럽에게만 소구하지 않았다. 신용카드, 은행 송금, 애플 페이(Apple Pay) 등으로 암호 화폐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대중에게도 닿았다. 문페이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셀럽이 BAYC 커뮤니티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내용이 기사화될 때마다 문페이는 대중에게 신뢰를 쌓는 동시에 본업을 홍보할 수도 있었다.

문페이의 CEO 이반 소토 라이트(Ivan Soto-Wrigh)t는 ‘더 블록(THE BLOCK)’과의 인터뷰에서 문페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우연히 시작됐으며 셀럽 사이에 퍼진 입소문을 통해 성장했다고 언급했다.[28] BAYC의 구매 알선자로서의 문페이가 입소문을 탔을 수도 있지만, 문페이와 BAYC 사이에 파트너십이 존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좌)마크 류반 ⓒGage Skidmore, CC BY-SA 2.0 (우)BAYC #1597 MAYC #13195 ⓒOpenSea 홈페이지
기업인들 중에서는 억만장자 기업가이자 NBA 팀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의 구단주이기도 한 마크 큐반(Mark Cuban)이 2021년 5월 22일 BAYC 홀더인 ‘Prepstothepros’로부터 증정 받은 BAYC #1597과 M2 세럼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MAYC #13195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PFP NFT 업계에서는 홀더들이 NFT를 유명인에게 자발적으로 증정하여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무시당하지만, Prepstothepros의 행보는 BAYC의 가치 제고에 기여했다. 마크 큐반은 받은 BAYC를 방치하지 않고 M2 세럼을 사용해 MAYC까지 만들어 냈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알렉스 오하니언, 오픈씨의 CFO 브라이언 로버츠(Brian Roberts) 등도 BAYC를 보유하고 있으며,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문페이를 통해 BAYC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페이의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과 미국 셀럽들의 스타트업 업계 투자 열풍이 맞물려 BAYC는 수많은 셀럽을 멤버로 맞이할 수 있었다. 이는 대중에게 BAYC의 브랜드 매력도를 제고했다. 셀럽이 멤버가 되자 대중들에게 BAYC는 더 이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원숭이 이미지가 아니었다. 일종의 새로운 명품에 가까웠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멤버십 혜택이나 상업적 사용권, 콜라보레이션 등의 요소가 더해지며 고객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 하지만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NFT의 가격 역시 수급에 큰 영향을 받는다. BAYC는 1만 개, MAYC는 약 2만 개, BAKC는 약 1만 개로 그 수가 한정돼 있다. 셀럽들의 합류와 홍보가 뜨거워질수록 유가랩스의 NFT 컬렉션들의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다. 유가랩스는 글로벌 셀럽들을 BAYC 커뮤니티에 유입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셀럽과 함께 굿즈를 제작하거나 그들을 APE FEST에 초대 가수로 초청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BAYC의 행보를 지켜본 다른 PFP NFT 프로젝트들도 그들의 커뮤니티에 글로벌 셀럽을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셀럽들은 왜 BAYC나 다른 NFT를 구매했을까? 그저 새로운 종류의 명품을 갖고 싶었기 때문일까? 사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셀럽들은 사업가나 투자가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다.

캐머런 윙클보스는 앞서 언급했듯 암호 화폐 거래소와 NFT 거래소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BAYC 또는 다른 NFT를 구매해 관심을 부르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대중이 시장으로 유입된다면 그의 거래소 역시 더 많은 거래 수수료 수익을 거둔다.

패리스 힐튼, 기네스 펠트로, 저스틴 비버, 스눕 독,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 등은 문페이의 시리즈 A 라운드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이 BAYC를 구매함으로써 문페이가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실적을 높인다면 셀럽들이 가진 지분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다. 세레나 윌리엄스도 비슷한 케이스다. 그의 남편 알렉스 오헤니언은 2020년 레딧을 떠나 ‘776’이라는 벤처캐피털을 창업했다. 776은 2022년 초 웹3.0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 부부의 NFT 구매로 NFT 및 웹3.0 시장이 더욱 대중화된다면 776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가치가 향상될 것이다.

팀발랜드는 구매한 BAYC를 바탕으로 가상의 가수를 만들어 냈다. 엔터테인먼트 계열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훌륭한 엔터테이너가 지치고 늙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BAYC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더불어 초기 팬덤을 형성하기에 용이한 훌륭한 커뮤니티까지 형성하고 있었다.

마크 큐반은 수년 전부터 암호 화폐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인 기업가 중 한 명이다. 실제로 다양한 NFT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 같이 비교적 뒤늦게 시장에 합류한 이들은 BAYC나 MAYC를 통해 업계 인플루언서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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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box는 이더리움 기반의 샌드박스형 게임이다. 회사명과 게임 유형의 명칭이 같아 헷갈릴 수 있다. 샌드박스형 게임은 유저들에게 높은 자유도를 선사함으로써 유저들이 스스로 게임을 재창조하고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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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C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135ETH를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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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P NFT 프로젝트들은 민팅 시점에 각 NFT의 이미지를 공개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비공개로 둔다. 이후 특정 시점에 일종의 이벤트처럼 일괄 공개하는데, 이를 리빌이라 부른다. 민팅부터 리빌 사이에는 마치 게임에서 가챠 아이템(랜덤 박스 아이템)을 구매하듯이 좋은 이미지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PFP NFT를 구매하는 컬렉터들이 많아 해당 NFT 컬렉션의 가격이 대체로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리빌 이후에는 실제 이미지에 실망하고 매물로 내놓아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물론 해당 NFT 컬렉션의 전반적인 질이 우수하다면 가격 하락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다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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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부두 중에 하나로 현재는 공원과 스포츠 복합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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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초순 기준으로 바닥 가격은 6ETH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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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us Li, 〈Bored & Hungry, The First Bored Ape Yacht Club Restaurant Has Officially Opened〉, HYPEBEAST, 2022.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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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마스크는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암호 화폐 지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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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십 등급에 따라 행사 가능한 보팅 파워(Voting Power・투표권)에 차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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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리랩스는 그들의 첫 번째 책(Book 1)의 작가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닐 스트라우스(Neil Strauss)를 합류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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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서비스는 유저가 화이트 레이블 제품에 자신의 디자인을 적용하여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저는 디자인만 담당하면 되고 나머지 프로세스를 POD 서비스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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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유가랩스가 작성했던 블로그 페이지가 삭제돼 상세한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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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업체의 NFT 시장 진출 사례가 궁금하다면 더 헌드레즈의 사례를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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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NFT를 판매할 수 있는 오픈씨와는 달리 슈퍼레어의 승인을 받은 아티스트들만이 NFT를 판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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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으로 실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주황색 비니를 착용한 원숭이 이미지의 크립토펑크를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다. ‘인투 더 메타버스’ 공개 이후 지머니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들은 2021년 4월에 프로젝트 준비에 착수했다. BAYC와 픽셀 볼트는 이후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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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스 코믹은 픽셀 볼트가 만드는 NFT와 실물의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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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워는 이더리움 트랜잭션(Transaction)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기 위해 설계된 옥션 시스템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사용하려는 수요가 높을 때 우선순위를 점하기 위한 가격이 치솟게 된다. NFT 퍼블릭 세일에서 민팅하려는 사람들이 몰렸을 때 가격 상승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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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에서 트랜잭션을 발생시킬 때 지불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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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된 토큰들은 더 이상 유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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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PFP NFT를 제공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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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0 업계 또는 특정 프로젝트에 초기에 합류한 이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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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셀럽들 간에 입소문을 타고 자발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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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BAYC의 바닥 가격은 39ETH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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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화이트사이드는 사실 9월 3일에 이미 BAYC #3133을 48.5ETH에 구매한 상태였다. 그는 BAYC 외에도 두 개의 MAYC와 하나의 BAKC를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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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BAYC #590을 구매했고 이를 그의 트위터 프로필 이미지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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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NFT 아트 ‘첫 5000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785억 원)에 판매되어 크게 화제가 됐다. NFT를 게임에 사용하여 가장 유명해진 사례가 크립토키티라면 NFT 아트를 본격적으로 알린 이는 비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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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카드, 은행 송금, 애플 페이(Apple Pay) 등으로 암호 화폐를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암호 화폐 시장의 대중화를 돕고 있다. 또한 셀럽들에게는 NFT 구매를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concierge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지미 팰런은 그의 쇼에서 크립토 업계의 페이팔(Paypal)과 같은 회사라고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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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가치 34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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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소토 라이트는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과 마찬가지로 직접 셀럽들을 만나 BAYC로의 온보딩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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