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사이즈를 재정의하다

9월 13일 - FORECAST

다양한 체형을 위한 인클루시브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적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성장할 수 있을까?

  • 다양한 체형을 위한 인클루시브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 사람들의 체격 변화, 보디 포지티브 캠페인, 소셜 미디어 등의 영향이다.
  • 수요가 적은 인클루시브 패션 시장은 지속 가능할까?

BACKGROUND_ 왜 지금 인클루시브 패션인가
  • 실제로 체형이 변했다. 판데믹 기간 동안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이 몸무게가 늘었다’라고 답한 미국 성인은 전체 응답자의 42퍼센트였다.
  •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보디 포지티브 운동의 여파도 크다. #bodypositive
  • 소셜 미디어가 활발하지 않았더라면 인클루시브 패션 시장도 지금만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틱톡에서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소개하며 화제의 인물이 된 레미 베이더(Remi Bader)가 대표적이다.

DEFINITION_ 인클루시브 디자인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은 성별, 나이, 장애 유무와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의류 디자인을 뜻한다. 신체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목적이다. 체형이 큰 사람을 위한 플러스 사이즈,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 이번 포캐스트에선 사이즈의 의미에 한정해서 썼다.
NUMBER_ 00-40 
  •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니버설 스탠다드(Universal Standard)는 00부터 40사이즈(24~70인치)까지 제공한다.[1] 속옷 전문 브랜드 이티(Yitty)는 도메인 화면에서부터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맞아 준다. 리한나의 펜티 뷰티(Fenty Beauty)는 플러스 사이즈를 비롯해 퀴어, 인종 등의 다양성을 소재로 자유로움을 브랜딩했다.
  • 대형 리테일에서도 사이즈 옵션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18년 월마트는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 테라앤스카이(Terra & Sky)를 출시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백화점 체인 콜스(Kohl's)는 메인 카테고리에 플러스 사이즈 카테고리(Women's Plus Size, Men's Big & Tall)를 도입했다. 노드스트롬(Nordstrom)은 무려 39개의 사이즈 옵션을 제공한다.

CONFLICT1_ 비만세
  • 일부 의류 브랜드는 플러스 사이즈의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다. 제조 과정에서 천을 더 많이 쓰고 약간의 공정이 추가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혹은 규격 외 사이즈는 온라인으로만 주문 가능하고, 추가 배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규격 체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불하게 되는 추가 비용이 ‘비만세(Fat Tax)’다.[2]
  •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갭(Gap)의 캐주얼 브랜드 올드 네이비(Old Navy)는 지난 2014년 3XL 사이즈 이상의 의류를 약간 높은 가격에 판매하다 소비자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이후 모든 사이즈의 가격을 통일했다. 지난 2020년 인도 인플루언서 디엣 사비야(Diet Sabya)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스토리 또한 화제가 됐다. “플러스 사이즈 의류의 경우 교환 및 환불이 어렵다”는 쇼핑 사이트 방침을 캡쳐해 올린 뒤, “마른 사람들은 돈을 적게 내도 되나”며 가우리앤나이니카(Gauri & Nainika)와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저격한 것이다.

CONFLICT2_ 속도
저널리스트 지나 토닉은 리파이너리29와의 인터뷰에서 플러스 사이즈 여성이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행에 맞는 옷의 플러스 사이즈가 만들어질 때쯤이면, 유행은 이미 다른 스타일의 옷으로 넘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은 트렌디해 보이기 위해선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성실하게 쇼핑해야 한다는 것이 토닉의 입장이다.
CONFLICT3_ 스테레오타입
  •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베타니 러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은 플러스 사이즈를 배척하는 것과 다름없다.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이 미니멀한 스타일로 옷을 입는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플러스 사이즈 패션 시장의 경우 과도한 여성성(hyper femininity)을 부각한 옷들로만 가득하다는 것이 러터의 지적이다.
  • 작가 스테파니 예보아는 “플러스 사이즈 옷은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왔다”고 말한다. “패션 업계는 플러스 사이즈 여성들의 옷이 둘 중 한 가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줌마 같은 푸근한 옷, 혹은 말괄량이 같은 옷. 엠파이어라인 드레스나 헐렁한 셔츠 원피스, 나비 모양 따위의 촌스러운 패턴이 박혀 있는 오프 숄더 티셔츠를 벗어나지 못한다.”
  • 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디자인에 있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인클루시브 패션 시장의 한계였다. 일례로 지난해 타깃(target)에서 제작한 할머니 풍의 인클루시브 디자인 드레스를 입고 밈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었다.

MONEY_344억 달러
인클루시브 시장은 현재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34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20년에 비해 21.2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아직 시장 자체가 열리는 시기다. 코니(Kearney) 컨설팅사의 패션 부문 총괄자 브라이언 에릭(Brian Ehrig) 또한 플러스 사이즈 시장의 성장을 확신한다. “미국인의 평균 체형이 플러스 사이즈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재는 전체 의복의 오직 20퍼센트만이 플러스 사이즈로 만들어진다.” 에릭은 2023년 1년간 최소 4퍼센트에서 8퍼센트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견한다.
RISK_ 지속가능성
  •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지난 2018년 2월, 의류 브랜드 로프트(LOFT)는 플러스 사이즈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혀 소비자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경영 악화가 겹치며 불과 3년 만에 해당 제품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 여러 사이즈를 취급하는 것은 매 절차에서 추가 비용이 든다. 제품 생산 단계에선 생산 공정을 다양화하고 마케팅 단계에선 모델을 여럿 고용해야 한다. 유니버셜 스탠다드에 인클루시브 사이즈를 처음 도입한 알렉산드라 월드만은 “심리스 디자인을 비롯해 몇몇 디자인은 플러스 사이즈로 처음 만들 때 기존 노하우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 또한 어렵다. 수요가 그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올드 네이비는 올해 3월 “2022년 1분기 플러스 사이즈 제품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요가 많지 않았다”며 “일부 매장에서 해당 옵션은 철수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INSIGHT_ 포스트-보디 포지티브
  • 플러스 사이즈 ; 엄밀히 말하면 플러스 사이즈는 플러스가 아니다. 미국 여성의 68퍼센트가 사이즈 14 이상을 입는다. 브라이언 에릭의 말처럼, 의류 시장이 사람들의 실제 체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사이즈를 마련하는 것은 업계의 부담이지만 ‘평균 사이즈’의 스펙트럼이 지금보다 넓어지리라는 것은 예정된 미래다.
  • 포스트-보디 포지티브 ; 레미 베이더는 “나를 보디 포지티브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매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나는 내 몸을 완전히 받아들인 상태에서 소셜 미디어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아직 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기 위해 이런 저런 탐색(navigate)을 시도하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즉, 인클루시브 패션을 보디 포지티브 캠페인의 일환이자 사회적 움직임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 시각이다. 새롭게 등장한 하나의 디자인일 뿐이다.

FORESIGHT_ 비만 사회
이때까진 글로벌 플러스 사이즈 시장에서 남성 의류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2027년에는 여성 의류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7.6퍼센트로 가장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 원인은 패션 트렌드 변화도, 보디 포지티브 운동도 아니다. 여성 비만 증가다.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따르면 2030년엔 미국 성인의 절반 가까이가 비만일 것으로 예상한다. 그중 특히 여성,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리고 저소득층일수록 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재 시장의 수요가 적다는 것은 기우다. 다가올 미래에 인클루시브 디자인은 문자 그대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고체중이 뉴노멀이 된 사회에선 플러스의 기준도 바뀐다.



인클루시브 디자인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의자의 폭정〉을 추천합니다.
소수를 배려하는 동시에 다수를 위한 디자인에 대해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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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6년 기준 미국 여성 평균 허리 사이즈는 38.6인치(뉴메릭 사이즈 18호)다.
[2]
*정부에서 국민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패스트 푸드에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와는 다른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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