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서 무, 무에서 유

9월 1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친환경 소재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투자 불황기, 돈의 흐름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 이 와중에 친환경 신소재 스타트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 스타트업은 불모지였던 소재 산업에서 어떻게 두각을 나타냈나. 또 돈의 흐름은 무엇을 말하나.

BACKGROUND_ 혹한기

스타트업계는 지금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시장의 유동성은 얼어붙은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감지되기 시작한 실리콘밸리의 투자 급감 현상은 기어코 국내로 넘어왔다. 지난해 4분기에 걸쳐 지속 성장했던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올 1분기 들어 꺾였다. 투자자들의 눈은 더 예리해졌다. 유망 기술 분야라면 자금이 모이던 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가능성이 아닌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이런 와중에 1년 새 5배가 넘는 투자금을 유치한 산업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MONEY_ 414억

스타트업 창업 초기 3~7년은 흔히 데스밸리, 죽음의 계곡이라 불린다. 이 시기만 넘으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유저해빗, 닷페이스 등 데스밸리를 넘은 창업 3~7년차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실패해 문을 닫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신소재 관련 스타트업계는 올해 8월까지 총 414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억 원에 비하면 5배 증가했다. 특히 친환경 소재 스타트업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죽음의 계곡보다 더 한 상황에서의 414억 원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DEFINITION_ 소재 산업

소재 산업은 핵심 소재 개발에만 성공하면 오랜 시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모험에 가깝다.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불확실성도 크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전체의 7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는 건 일본의 대기업 도레이다. 2006년 미국의 보잉과 대규모 장기계약을 체결하기까지 도레이는 30년 적자에 시달렸다. 이러한 특성 탓에 소재 산업은 스타트업 불모지였다. 그런 소재 산업에 스타트업이 뛰어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RECIPE_ 폐기물 감축

많은 친환경 스타트업이 뛰어든 리유저블 산업은 자원 순환의 가장 기초적인 시도였다. 이번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기술을 살펴보면, 넓은 의미에서 자원 순환이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활용해 신소재를 만든다. 친환경 소재는 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기존 소재 산업보다 접근성이 낮다.
  • 엘디카본 ; 폐타이어를 열분해해 친환경 카본 블랙을 만드는 친환경 기업이다. 8월 18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 에이엔폴리 ;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만든다. 2020년 25억 원 시리즈A 투자에 이어, 8월 106억 원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ANALYSIS_ 유에서 무, 무에서 유

폐기물 활용은 기업의 니즈와도 맞아 떨어진다. 큰 규모의 사업장이 만들어내는 폐기물은 ESG 경영의 골치거리다. 현재 기업 ESG 평가는 명확한 기준이 없이 평가 기관에 따라 달리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 배출량은 절대적 측정 가능한 요소 중 하나다. 따라서 기업에게 폐기물 감축은 꽤나 중요하다. 넘쳐나는 폐기물은 스타트업에겐 자산이자 기회다. 친환경 소재 산업이 폐기물 감축과 신소재 개발을 오가는 실험의 장이 된 이유다.
REFERENCE_ 스타스테크

폐기물 감축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스타스테크다. 불가사리는 다른 해양생물을 닥치는 대로 먹고, 천적도 없어 어민들의 오랜 골칫거리다. 지자체는 매년 불가사리 3000톤을 소각한다. 불가사리를 그냥 두면 해양 폐기물이다. 스타스테크는 이를 활용해 친환경 제설제를 만들었다. 나아가 차량 부식을 유발하는 염화이온을 억제해 기존 제설제의 문제도 해결해, 2022년 1월 ‘이달의 한국판 뉴딜’로 선정되기도 했다. 실제 100억 원대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KEYPLAYER_ 버추얼랩

스타트업의 연구개발 부담을 줄여줄 스타트업 또한 등장했다. 버추얼랩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머터리얼스 스퀘어라는 R&D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T 전문가가 아니어도, 웹 브라우저만 있다면 누구나 시뮬레이션 방법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타트업 기업은 가상의 공간에서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하면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소재 개발에서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버추얼랩은 소재 산업에서 스타트업의 역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INSIGHT_ 마른 돈줄의 흐름

투자자들이 더 예리한 눈으로 살피는 지금, 일각에선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제야 심사대에 올랐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투자사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는 최근 “유니콘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선언했다. 대신 ‘켄타우로스형’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와 가능성을 모두 보겠다는 뜻이다. 불황기 말라붙은 돈줄에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 투자의 흐름은 친환경 소재 스타트업으로 향하고 있다.


FORESIGHT_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과연 이러한 투자 흐름은 이어질까? 멈출 순 있어도 거스를 수 없는 게 친환경 흐름이다. 전쟁과 경기 불황이 환경보다 실리적인 선택으로 이끈다 해도, 친환경이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치임은 변하지 않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7월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다.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말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기후 위기다. 소재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 신소재는 더욱 그렇다. 투자도 친환경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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