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유튜브
완결

피리부는 유튜브

모바일 시대, 최고의 베이비시터는 유튜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을 사로잡는 알고리즘은 전혀 완벽하지 않다.

©Illustration: YouTube/Guardian Design
해리 조(Harry Jho)는 월스트리트의 10층 사무실에서 일했다. 이곳의 한쪽 구석에는 트레드밀 데스크(treadmill desk)[1]가 쌓여 있고 다른 쪽에는 동요 콘텐츠를 촬영하기 위한 형형색색의 의상과 녹색 스크린이 걸려 있다. 그는 규제 전문 변호사였지만 아내인 소나(Sona)와 함께 마더구스클럽(Mother Goose Club)이라는 유튜브 미디어 제국도 운영하고 있었다.

소나는 예전에 공중파 TV 방송국에서 아이들을 위한 짧은 영상을 제작했다. 그러다 부부는 자신들이 직접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했다. 한때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 조 부부는 텔레비전 방송에 교육학적인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려면 입술이 움직이는 걸 봐야 하지만, 바니와 친구들(Barney &Friends)의 주인공인 공룡 바니(Barney)의 입술은 절대로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베이비 아인슈타인(Baby Einstein)은 주로 장난감만 보여준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인 조 부부는 어린이 TV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얼굴이 자신의 두 아이들과는 그다지 닮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들은 마더구스클럽을 만들었다. 그들은 스튜디오 한 개를 마련하고, 다양한 배우들을 고용했다. 그들에게 동물 의상을 입히고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Itsy Bitsy Spider)’와 ‘똑딱똑딱(Hickory Dickory Dock)’ 같은 동요를 부르게 했다. 텔레토비(Teletubbies)와 비슷했지만 그것보다는 덜 비현실적이었고 덜 엉뚱했다. 조 부부는 부모들에게 DVD를 판매해 추후에 TV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구매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려고 했다. 당시에 유튜브는 동영상을 저장하기 편리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조는 2008년에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는데, 그때만 해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2년 뒤, 그는 일을 마친 후에 유튜브 계정의 수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조회수가 1000이었다. 다음날에 확인했을 때는 1만이 돼 있었다. 당시 유튜브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영상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가 처음으로 텔레비전 대신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어.’

2011년 봄에 조는 구글(Google)의 유튜브 사업부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는 이메일의 내용을 믿을 수 없었다. 유튜브의 관계자와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오래전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한 행사에서 구글의 직원이 그에게 명함을 건네준 적이 있었다. 조는 이걸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적힌 이메일 주소를 확인하고는 낙담하고 말았다. 명함에는 support@google.com이라는 공식 메일 계정만 있을 뿐, 해당 직원의 이름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튜브의 직원이 맨해튼에 있는 구글의 사무실로 와달라는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그렇게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조에게 조만간 진행될 사이트의 디자인 개편안을 보여주고 몇 가지의 팁도 알려줬다. 그러다 결국 조는 물어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던 질문을 던졌다. “대체 저를 왜 부르신 건가요?”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이 뉴욕 최대의 유튜버인 것 같기 때문입니다.”

조에게는 뜻밖의 소식이었다. 그와 아내는 점잖은 옷과 안경을 착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는 전문직이었다. 유튜브 인플루언서보다는 오히려 학부모처럼 보였다. 그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우연히 세계 최대의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구축한 돌발 스타였다. 2010년에 세계는 아이패드를 처음 만났다. 이 휴대기기에는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지칠 대로 지친 부모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유튜브 앱이 깔려 있었다. 곧이어 유튜브는 여러 동영상을 순차적으로 하나씩 보여주는 자동 재생 기능을 추가했다. 구글과의 미팅 이후, 조 부부는 그들의 채널에 더욱 많은 트래픽이 몰리는 걸 확인했다. 유튜브 측은 그들이 유튜브의 광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줬다.

2012년에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더 오래 시청하는 동영상에 유리한 방식으로 랭킹 및 추천 시스템을 변경했다. 그러자 마더구스클럽의 옆에는 금세 동반자들이 생겼다. 현재 블루 토이즈 클럽 서프라이즈(Blu Toys Club Surprise)로 이름이 바뀐 블루컬렉션(Blucollection)이 시작이었고, 그 다음에는 어떤 남성이 바닥에서 장난감 인형을 갖고 노는 동영상만 게시하는 익명의 계정도 추가됐다. 조 부부는 그런 영상들이 자신들의 동영상 옆 사이드바에 하나씩 나타나는 걸 지켜봤다. 비슷한 영상들이 뒤를 이으면서 사이드바 전체에 가득 깔렸다. 그리고는 이런 영상들이 유튜브를 장악하는 것도 지켜봤다.

 

아이들이 봐선 안 될 것


아이들이 무엇을 보는지 부모들과 관계 당국은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 왔다. 1970년대에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가 방영되는 데 도움을 줬던 지지자와 교육자들로 구성된 한 단체는 미국 내 어린이 TV에서의 상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들은 아이들이 프로그램의 내용과 광고를 구분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토요일 아침에 방영되는 만화에서는 제품 선전을 할 수 없었다. 1990년에 키드비드(Kid Vid, 어린이용 텔레비전 프로그램)라고 불리는 법안[2]은 더 나아가서 방송국들이 아이들을 위해 기준 시간 이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내보내야 하며 광고가 방송되는 횟수에도 시간 제한을 두도록 했다. 방송국들은 이 규정을 피해 보려고 시도했지만, 규제 당국에서는 방송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다 인터넷이 도래했다. 1995년에 《타임(Time)》은 금발의 남자아이가 키보드 앞에 있는 으스스한 모습을 표지에 실었는데, 아이의 두 눈은 저질스런 공포로 빛나고 있으며, 그 밑에는 “사이버포르노(Cyberporn)”라는 위협적인 단어가 보인다. 《타임》은 이렇게 질문했다. “아이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면 인간의 성생활에서 가장 불결한 측면에 노출되지 않을까?” 인터넷 규제안을 제정했던 국회의원들은 성과 폭력의 위협에 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미디어에서 교육 콘텐츠의 균형이나 걷잡을 수 없는 소비지상주의가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과 같은 우려 사항에 대해서는 무시했다. 프라이버시 관련 활동가들은 은밀한 파놉티콘(panopticon, 원형감옥)을 연상시키는 구글의 쿠키(cookie)[3]와 같은 웹 트래킹(web tracking) 기술을 우려하여 미국 의회에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을 규제할 방안을 촉구했다.

웹사이트들은 공개적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여 마케터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인정보를 내놓게 했다. 영화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의 홍보 웹사이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이 착한 네티즌이라면 고든(Gordon) 국장의 고담(Gotham)시 인구 조사를 도와주세요.” 1998년에는 ‘어린이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이 제정되며 활동가들이 소소한 승리를 거뒀는데, 이 법안에서는 웹사이트의 타깃광고(target ad)가 13세 미만 아이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는 걸 금지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텔레비전을 관리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아닌 연방거래위원회(FTC)에 그 권한을 부여했고, 텔레비전 방송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광고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규정은 없었다. 올드 미디어(old media)에는 출연자에 대한 규정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아역 배우들이 TV나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했으며, 아이들이 버는 수입에 대한 기준도 설정해 뒀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분명히 온라인으로 유입되고 있었으며, 그런 아이들과 함께 거대한 키즈 엔터테인먼트 복합체(kids’ entertainment complex)도 활발히 생겨나고 있었다. 유튜브는 이러한 이주 행렬을 초기에 알아봤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기 전에, 유튜브의 부사장이자 전직 카툰네트워크(Cartoon Network)의 프로듀서였던 케빈 도너휴(Kevin Donahue)는 유튜브의 창업자들[4]에게 어린이 버전 유튜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창업자들은 먼저 사내 변호사에게 가보라고 했고, 변호사는 이 아이디어를 파기했다. 웹사이트가 아동보호 관련 규정을 지키려면 거의 곡예에 가까운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유튜브는 직원의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회사의 법무 인력들을 저작권 문제 같은 사안에 전부 투입해야만 했다. 그래서 유튜브가 생각해낸 방법은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사용자들에게 해당 콘텐츠의 시청 연령이 13세 이상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유튜브의 서비스 이용 규정에 의하면 이곳은 해당 연령 이상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었으며, 서류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구글 역시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오랜 강적이었던 야후(Yahoo)는 한때 야훌리건스(Yahooligans!)라는 어린이 웹사이트를 운영한 적이 있고, 구글에서도 1년에 몇 번씩 누군가는 어린이 친화적인 버전의 구글 검색 서비스를 제안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는 “무엇이 어린이 친화적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난제를 절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유튜브는 2006년 16억 5000달러에 구글에 인수되면서 그 편대에 합류했다. 자녀를 가진 직원들 몇 명은 동요 부르기나 ABC 학습, 장난감 놀이 등 명확하게 아기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동영상들을 발견했는데, 그러한 영상의 질적인 측면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당시 그곳에 근무했던 엄마 한 명은 그런 동영상들이 “완전히 쓰레기 같은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쓰레기들을 청소하기 위한 제안은 모두 유튜브의 수석 제품관리자였던 헌터 워크(Hunter Walk)를 거쳐야만 했다. 워크는 유튜브의 젊은 문화적 특징에 포용적이었으며, 아이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장난감 제조사인 마텔(Mattel)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으며, 한때는 어린이 서점에서도 일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어린이 친화적인 버전의 유튜브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에 어린이용 프리미엄 자료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 상태로 어린이 버전을 만들면 형편없는 케이블 텔레비전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유튜브에는 ‘향수 어린’ 고전 TV 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어린이용 콘텐츠는 없었다. 물론 직원들은 유튜브 초창기에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른 프레드 피글혼(Fred Figglehorn)[5]같은 채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TV에 싫증을 느낀 10대들이라고 확신했고, 13세 미만의 아이들은 유튜브의 작은 글자로 된 권고문에 따라 보호자의 지도하에 시청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동영상들이 점점 쌓여 가면서, 유튜브의 일부 직원들은 뭔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 어떤 직원들은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의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직원들은 수학 강의나 기발한 과학 해설 방송 등 유튜브에 넘쳐나는 약간 나이 많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 동영상들을 홍보하려고 했다. 워크는 학교에서 유튜브를 활용할 수 있게끔 교육자와 정치인에게 로비하면서, 양질의 자료들이 상위권에 올라갈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들은 건전한 콘텐츠를 홍보하던 와중에도, 자신의 담장 안에서 태어난 기이한 괴물이 또 다른 방향으로 강하게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1995년 《타임》 매거진의 표지. ©Photograph: Matt Mahurin/Time

 

새롭고 이상하며 옳지 않은


유튜브의 마케팅팀은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크게 유행하는 내용들을 매주 ‘최신 트렌드(What’s Trending)’라는 보고서로 정리하여 사내에 돌렸다. 영업팀 역시 유튜브 광고 수입 100위 차트를 만들어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상한 채널 하나가 트렌드 보고서에 등장하더니, 수입 차트에서도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디즈니컬렉터BR(DisneyCollectorBR)이라는 채널이었다.

이 유튜버는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거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크게 인기를 얻은 어느 동영상을 보면 디즈니(Disney)의 프랜차이즈 상품인 장난감 달걀 두 다스에 카메라가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성의 조용한 목소리가 각각의 달걀을 “미키마우우우우스”와 같이 하나씩 꼼꼼하게 설명하고는 그것의 포장을 벗겼다. 그녀는 부드럽고 건조한 목소리로 달걀을 감싼 호일을 벗겨낸다. 안쪽의 초콜릿 부분이 드러나자, 기분 좋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 다음에는 안쪽에 장난감이 보물처럼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캡슐이 나온다. 그러고는 다른 달걀로 옮겨간다.

디즈니컬렉터BR의 기세는 유튜브에서 처음 보는 유형이었다. 2014년 여름에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를 끈 동영상은 4분 동안 킨더 에그(Kinder Egg)의 포장을 벗기는 내용이었으며, 그 조회수는  9000만 회를 기록했다. 이 채널에 있는 동영상들의 전체 조회수는 무려 24억 회에 달했다. 유튜브의 온라인 랭킹 시스템인 튜브필터(Tubefilter)는 이 채널이 유튜브 스타인 퓨디파이(PewDiePie)와 케이티 페리(Katy Perry)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시청 횟수를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곧이어 이 채널은 골드(Gold) 버튼을 받았다. 어느 리서치 기업의 추산에 따르면 이곳은 유튜브 광고로 1년에 1300만 달러를 긁어모았다고 한다. 이곳의 동영상들은 뭔가 기이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담고 있었고, 아이들 두뇌의 뉴런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그 원리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유튜브의 그 누구도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박싱 동영상은 기술 관련 리뷰어들 사이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었으며, 그런 영상에서 그들은 아이팟(iPod)이나 스마트폰 등을 마치 숭배의 대상처럼 대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특이할 것 없는 제품인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Kinder Surprise Egg)가 토템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했다.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는 안쪽에 들어 있는 조그만 장난감이 기도를 막을 위험이 있어 미국에서 유통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디즈니컬렉터BR의 트렌드를 뒤쫓는 유튜버들은 이 제품을 마치 밀수품처럼 이베이(eBay)를 통해서 구입하기 시작했다.

다른 유튜버들은 이런 기이한 트렌드를 두고 ‘얼굴 없는 채널(faceless one)’이라고 불렀다. 초기에 히트한 유튜브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채널들은 구글의 핵심적인 유입 통로인 ‘검색’을 통해서 조회수를 끌어 모았다. 디즈니컬렉터BG의 동영상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뒤죽박죽 적혀 있었다. “공주 달걀, 겨울왕국 달걀, 스쿠비 두, 헬로 키티, 앵그리 버드, 리틀 프린세스 소피아, 곰돌이 푸, 토이 스토리, 플레이도 서프라이즈 에그.” 그야말로 키워드 범벅이었다. 또 다른 폭발적 트렌드인 장난감 언박싱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동영상들도 비슷한 방식을 따랐다. “초코 장난감 서프라이즈 매쉬엄스(Mash’ems) & 패쉬엄스(Fash’ems) DC 마블 어벤저스 배트맨 헐크 아이언맨.” 이런 제목들은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아이들이나 그 부모들을 겨냥해서 지은 것이 아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제목들은 정보를 긁어모으고 빨아들이는 알고리즘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수많은 미디어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디즈니 역시 자신들의 소중한 자료들을 유튜브에 올리는 걸 거부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튜브 검색창에 ‘겨울왕국 엘사’ 또는 ‘마블 어벤저스’라고 입력하면(디즈니는 2009년에 마블을 인수했다), 알고리즘은 ‘얼굴 없는 채널’들을 보여줬다.

얼굴 없는 채널은 디즈니컬렉터BR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익명 계정이다. 초기의 다른 유튜버들은 일반적으로 실제 이름 또는 최소한 얼굴을 공개해서 유명세를 추구했다. 그들에게는 매니저, 에이전트,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트위터 계정이 있었다. 유튜버들은 광고 수익을 지급 받기 위해서 이 회사에 법률상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제공했지만, 유튜브 측은 보안상의 이유로 직원들이 이런 정보에 접근하는 걸 막아놓고 있었다. 그러다 디즈니컬렉터BR이 등장하면서 유튜브 측은 전례 없던 상황을 마주했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조차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채널에 대하여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튜브의 직원이 해리 조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질문했다. “당신은 혹시 그 사람들이 누군지 아시나요?”

조는 구글의 수익금이 흘러들기 시작한 이후에도 월스트리트의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금액이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부부가 운영하는 채널은 여름이나 연말 등의 성수기에는 유튜브 광고를 통해서 70만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다른 기간에는 수익이 15만 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니 어떻게 직원들을 대규모로 채용하고 그들에게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할 수 있었겠는가? 조는 만약에 유튜브가 그들의 유일한 수익원이었다면, “우리는 스트레스 때문에 미쳐버렸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유튜브의 불가해한 알고리즘 역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조가 만드는 유형의 프로그램들과 다른 것들을 구분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마더구스클럽의 유튜브 페이지는 한때 공포영화 〈엑소시스트(Exorcist)〉의 스핀오프 신작 프로모션에 의해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루에게 곧바로(Skip To My Lou)’ 영상의 바로 옆에 악마에게 홀린 소녀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썸네일이 나타났던 것이다. “우리는 어린이 채널입니다.” 조의 말이다. “(여기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영상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는 유튜브 측에 항의했지만 헛된 노력이었다. 결국엔 그가 직접 해결책을 찾아냈다. 유튜브에 채널 광고비를 지불하자 〈엑소시스트〉의 트레일러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채널의 트래픽까지 솟구쳤다.

2014년이 되자 유튜브에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 영상이 넘쳐나면서, 사이드바에서 아이들에게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는 알고리즘의 비밀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 부부는 맨해튼에 있는 그들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그들은 키워드로 범벅이 된 화려한 동영상들이 자리 잡고 있는 관련 콘텐츠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디즈니컬렉터BR을 비롯하여 그와 유사한 수많은 채널에서 만든 영상들이 있었다.

조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런 영상은 우리도 정말 저렴하게 만들 수 있어. 방 하나만 세팅하면 되잖아. 그리고 이런 장난감들을 수천 달러어치 사 오면 돼.”

그들은 관련 콘텐츠 목록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러다 회의실에 함께 있었던 친구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포르노 같아. 이건 토이 포르노(toy porn)야.”

아이디어 회의는 중단됐다.
2016년 블루컬렉션의 동영상 캡처 화면. ©Photograph: YouTube

 

알고리즘을 속여라!


유튜브에 어린이용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2015년에 회사는 유튜브 키즈(YouTube Kids) 앱을 선보였다. 이 앱의 버튼은 아이들의 작은 손가락에 맞게 좀 더 크고 몽글몽글했으며, 부모들이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타이머가 내장돼 있었다. 유튜브 측은 이 앱이 “구글의 제품들 가운데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최초의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유튜브는 아이들이 웹사이트가 아니라 앱을 통해서만 동영상을 시청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린이 콘텐츠는 ‘얼굴 없는 채널’보다도 더욱 이상한 무언가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유튜브의 인기 채널 중에 캐나다의 퀘벡시 일대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며 핼러윈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단조로운 주택가에서 다양하고 별난 행동을 벌이는 웹스 앤 티아라스(Webs & Tiaras)[6]라는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의 동영상들은 대화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대체로는 곤경에 처한 〈겨울왕국(Frozen)〉의 엘사(Elsa)와 스파이더맨(Spider-Man) 사이의 로맨스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채널의 운영자는 자신을 에릭(Eric)이라는 가명으로만 밝히고 있다. (이 채널의 인기에 대해서) 일부 유튜버들은 봇 트래픽(bot traffic)[7]을 의심했다. 그러나 좀 더 그럴듯한 가능성은 웹스 앤 티아라스가 유튜브 알고리즘의 거대한 혼란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아이들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었지만, 주류 제작사들의 콘텐츠가 여전히 유튜브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는 〈겨울왕국〉이나 슈퍼히어로 시리즈물 등을 공식적인 형태로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부모들이나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엘사’나 ‘스파이더맨’을 입력하면 웹스 앤 티아라스의 인기 동영상들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나타났던 것이다. 웹스 앤 티아라스 채널과 계약했던 디지털 스튜디오의 임원이었던 필 란타(Phil Ranta)는 2017년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동영상들 가운데 일부는 한 아이가 50번까지도 반복해서 봤을 겁니다. 이런 특징이 그런 수치를 끌어내는데 정말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웹스 앤 티아라스는 마법의 공식을 터트렸다. 그것은 바로 배우들에게 코스튬 의상을 입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검색어 두 가지를 기이하게 조합하는 것이었다. 란타의 말에 따르면 그런 다음에는 다른 여느 선량한 유튜버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인기를 끌었던 걸 계속해서 반복하면 된다”고 한다. 웹스 앤 티아라스는 매우 기괴했다. 그들의 동영상에는 엘사의 의상을 입은 배우가 닭발을 가졌거나 ‘두뇌 뱃살(brain belly)’을 갖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러나 예전에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었던 란타는 이 채널이 “아주 무해하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무성영화나 아이들을 위한 동화극장처럼 운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을 철창 속에 가두는 것과 같은 이야기 전개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란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어린 아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우와, 내가 사랑하는 엘사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스파이더맨이네. 그런데 뭐야? 두 사람이 감옥에 있네? 이건 내가 전에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야.’” 그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클릭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공으로 수많은 모방 채널들이 생겨났다. 어떤 채널은 말도 안 되는 별난 행동을 하며 서로 경쟁하는 (이게 또 다른 트렌드이다) 유튜브 장난꾸러기들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이 시점이 되자 슈퍼히어로 장르는 훨씬 더 기괴해졌다. 엘사가 스파이더맨을 변기에 내려 버리고, ‘악마 산타’가 엘사를 납치하고, 스파이더맨이 엘사에게 이상한 액체를 주입했다. 엘사가 출산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대하여 어느 블로거는 2017년 2월에 이렇게 썼다. “그들의 시나리오에 포르노 설정이 있을 거라고 반쯤은 예상해도 된다.” 저명한 유튜버들은 유튜브를 휩쓸고 있는 이런 당혹스러운 트렌드에 대한 동영상들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당시 디즈니의 디지털 네트워크 부문에서 일하는 어느 임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디즈니가 유튜브에 공개하는 프로모션 영상들의 총 조회수는 한 달에 약 10억 회 정도였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엘사가 등장하는 아마추어 동영상은 매달 130억 회의 시청 횟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바로 그해, 마더구스클럽의 크리에이터인 해리와 소나 부부는 유튜브의 최고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못된 아기(bad baby)’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카테고리에는 반항적인 아기들이 등장하는 비교적 얌전한 애니메이션 영상에서부터 아이들이 과식하고 토하는 모습을 실제 촬영 장면으로 보여주는 역겨운 내용도 있었다. 일리노이 남부에서 두 명의 딸을 홀로 키우는 아빠인 그렉 치즘(Greg Chism)이 개설한 토이 프릭스(Toy Freaks)라는 채널은 후자에 특화돼 있었다. 치즘은 학교에 다닐 나이인 두 명의 딸들을 아기처럼 입혀놓고 장난을 했다. 동영상을 보면 그는 딸들과 함께 쪽쪽이를 입에 물고는 ‘못된 아기’ 시나리오를 연기했는데, 이 영상이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일으켰다. 어느 영상에서는 딸들 가운데 하나가 이빨이 흔들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피를 내뱉는 장면을 보여 줬다. 해당 영상에서 치즘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딸을 차분한 목소리로 안심시키고 있지만, 피가 낭자한 동영상의 스틸컷만 본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알 수 없다. 토이 프릭스는 유튜브 차트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2017년 3월, BBC는 비판적인 기사를 발행했다. 이에 깜짝 놀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유튜브에서 폭력적이며 끔찍한 동영상들을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짝퉁 페파 피그(Peppa Pig)가 치과에서 고문을 당했다. 미키 마우스는 대변을 갖고 장난을 쳤다. 미니 마우스는 사지를 절단당해서 피가 흥건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런 동영상을 그저 아이들의 만화로만 판단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이면에 있는 초인적인 인공지능(AI)은 흔히 ‘블랙박스(black box)’ 시스템으로 묘사되곤 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충격적인 아동용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하여 유튜브의 직원 대다수는 그들이 이 블랙박스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 직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것은 자체적인 생명력을 갖게 됐고, 그 누구도 진정으로 그걸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2016년 웹스 앤 티아라스의 동영상 캡처 화면. ©Photograph: YouTube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2017년 여름 시즌이 되자, 유튜브의 한 팀에서는 문제가 되는 어린이용 동영상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괴기하고 충격적인 콘텐츠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직원들조차도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토이 프릭스의 성공으로 수십여 개의 모방작들이 생겨났다. 유튜브 측은 이를 ‘레플리카 콘텐츠(replica content)’라고 불렀다. 일부는 ‘못된 아기’처럼 알고리즘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서 ‘키워드 떡칠(keyword stuffing)’을 했다. 동영상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이 알고리즘의 눈에만 보이는 태그를 붙이는 이런 방식은 오래 전부터 스패머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었다. 유튜브 직원들은 미성년자가 출연하는 ‘못된 아기’ 동영상들을 지켜봤다. 일부는 끔찍할 정도의 불편함을 느꼈다. 일종의 처벌로 화면에서 어린이들의 얼굴을 면도하는 트렌드를 따르는 동영상들도 다수 있었다. 면도하는 건 진짜였을까 아니면 가짜였을까? 그건 확실치 않았다. 어떤 채널에서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잔뜩 먹여서 부풀어 오른 배를 보여줬는데, 그건 마치 포르노를 연상시켰다. 유튜브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아동 착취와 성적 페티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 이런 동영상들이 해당 규정을 위반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유튜브는 부모들에게 의지해서 아이들을 유튜브 키즈(YouTube Kids)로 몰아가려 했지만, 이 앱의 상대적으로 미미한 트래픽을 보면 이러한 전략은 통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유튜브 직원들은 ‘경계선 페티시(borderline fetish)’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관리자들과 알고리즘이 그런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동영상을 찾아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다. 또한 아이들 캐릭터에 ‘성인 테마’가 섞여 있는 영상들에도 새로운 라벨을 부여했다. 기이한 페파 피그 콘텐츠나 스파이더맨과 엘사가 뒤섞인 수많은 영상들이 여기에 해당했다.

2017년 9월, 유튜브 본사에서 엔지니어들과 홍보담당자들, 그리고 신뢰 및 안전성(Trust and Safety)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소집됐다. 이들은 모두 ‘문제적 콘텐츠’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크리에이터들과는 소통을 더욱 잘 할 수 있는 계획안을 갖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기술 기업들은 이러한 유형의 위기대응 조직에 ‘작전상황실(war room)’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의 임원들은 이 새로운 조직이 ‘상시 작전상황실’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첫 번째 전투 계획들 가운데에는 사이트에서 토이 프릭스와 같은 ‘경계선 페티시’ 콘텐츠를 소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내린 판단은 아이들이 화면에 등장하라는 지시를 받거나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는 너무 빨리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회사는 그해 초에 네오나치(neo-Nazis)와 테러리스트들이 만든 극단적인 동영상에 광고가 나타나면서 촉발된 ‘광고 보이콧(advertising boycott)’ 시위의 여파에서 여전히 회복하는 중이었다. 이 스캔들로 인해 크리에이터 수천 명의 수입이 줄어들었다. 유튜브 측은 무엇이든 성급한 변화는 크리에이터들을 겁먹게 하거나 광고주들을 다시 떠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해 가을에 어느 광고대행사가 문제투성이의 어린이 콘텐츠에 대해 불평했지만, 유튜브 관계자들은 상투적인 답변만을 들려줄 뿐이었다.

그러던 바로 그때 대형 산사태가 들이닥쳤다. 무인기 및 전쟁에 대해 글을 쓰는 영국의 작가인 제임스 브리들(James Bridle)이 아이들에게로 관심을 돌린 것이다. 브리들은 블로그 사이트인 미디엄(Medium)에 “인터넷에서 뭔가 잘못됐다(Something is wrong on the internet)”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장문의 작품을 게시했다.

브리들의 글은 명쾌하고 상세했지만, 거기에 포함된 시각 자료만으로도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브리들의 게시글은 우선 서프라이즈 에그 언박싱, 동요 부르기, 짝퉁 페파 피그 등 각각 수백억의 조회수를 기록한 카테고리의 스틸컷 이미지를 보여줬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 보였다.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캔디 색상의 스틸컷들이 연달아 이어졌는데, 그런 동영상들은 모두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겨냥하여 맞춤형으로 제작된 것이었으며, 그 내용은 ‘못된 아기’ 장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만화, 디즈니 캐릭터들의 몸뚱이가 각각 분리되어 화면에 떠다니는 ‘틀린 머리(wrong head)’와 같은 훨씬 더 비현실적인 콘텐츠들이었다. 스파이더맨과 엘사와 슈퍼히어로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기이한 장난들이 뒤섞인 토이 프릭스의 유사품들이 방대하게 퍼져 있었다. 브리들은 이런 세태를 “산업화된 악몽 생산(industrialised nightmare production)”이라고 부르면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을 이런 콘텐츠에 노출시키는 것은 학대이다. (중략) 그리고 지금 현재, 바로 여기에서, 유튜브와 구글은 이런 시스템의 공범이다.”

조 부부와 같은 오랜 유튜버들은 이런 트렌드가 부상하는 걸 지켜봤지만, 아기들의 부모나 심지어 구글의 직원들까지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온라인상의 모든 것을 추적하는 유튜브 내부의 직원들은 트위터에서 브리들의 게시글에 대한 이야기가 아찔할 정도로 급증하는 것을 목격했다. 《더 타임스(The Times)》는 그렉 치즘의 동영상에 자신들의 제품 광고가 나오는 걸 본 광고주들이 분노하며 광고비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기사를 작성했다. 해당 기사의 제목은 “유튜브에서의 아동 학대(Child abuse on YouTube)”였고, 부제목은 “구글이 불편한 동영상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고 있다”였다.

《더 타임스》의 기사가 게재된 후 유튜브의 임원들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결국 토이 프릭스를 포함하여 270개 이상의 계정을 삭제했다. 치즘은 성명을 발표했는데, “우리의 동영상 촌극에서 누군가는 부적절한 즐거움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 자신도 상당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사법기관은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혐의로 치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일리노이주 경찰청장인 리치 밀러(Rich Miller)는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의 잘못을 입증할 수 있는 적절한 범죄 요건을 찾아낸다는 것이 때로는 힘들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결과적으로 치즘에게는 어떠한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2019년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 사이먼스(Joe Simons) 위원장이 유튜브에 1억 7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Photograph: Andrew Harnik/AP

 

아이를 위한 유튜브라는 허상


해리와 소나 부부는 고통스러운 충격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2020년을 시작했다. 이전의 2년 동안 유튜브는 아이들과 연관된 자체적인 규정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면서 엘사와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괴상한 동영상을 비롯하여 다른 불편한 콘텐츠들을 없앨 수 있도록 유튜브의 시스템을 재편했다. 광고주들은 안심했다. 그러나 마침내 규제 당국이 유튜브에 들이닥쳤다. 2019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어린이 사생활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튜브 측에게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결정의 실질적인 의미는 유튜브가 13세 미만의 아이들을 겨냥한 동영상에 더 이상 타깃광고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이들 대상의 채널은 매출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조 부부는 줄어든 광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따로 아껴 뒀던 아이템으로 더욱 많은 동요 동영상을 촬영하기로 계획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고, 촬영은 불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했기에 모든 분야의 마케터들이 지출을 중단했다. 조 부부는 광고 수익이 바닥을 치는 걸 목격했다.

그런데 자가격리가 오히려 유튜브의 시청에는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유튜브 전체에서 가장 많은 시청 횟수를 기록한 상위 10개의 채널 중 절반이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내용이었다. 해리 조는 팬데믹 이후 1년 동안 시청 횟수가 급증하면서 마더구스클럽의 운영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장밋빛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내보내지 않을 만큼은 됩니다.” 

규제 당국과 여론의 압력 역시 유튜브로 하여금 질적인 측면에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유튜브 측은 키즈 앱을 알고리즘의 무질서 상태로 내버려 두는 걸 중단하고,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유튜브는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아이들의 나이에 맞는 사용자경험(UX)을 개발하고 모든 연령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아동 발달 전문가들과 협업을 했습니다.” 회사는 어린이 유튜버들을 위한 기금을 개설했고,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겸손함이나 호기심, 절제심과 같은 덕목을 보여주는 동영상 제작에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튜브 측은 어린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프라인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콘텐츠에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조는 2021년에 이렇게 인정했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는 가장 깨끗한 알고리즘 환경입니다.” 그는 유튜브가 알고리즘에 대한 맹신을 어느 정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마치 사람이 실제로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이다.
[1]
러닝머신(트레드밀)에 업무용 책상을 결합해 놓은 기기
[2]
미국 내 어린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Regulations on children's television programming in the United States)
[3]
웹사이트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사용자의 기기에 저장되는 정보
[4]
채드 헐리(Chad Hurley), 스티브 천(Steve Chen), 자베드 카림(Jawed Karim)
[5]
프레드 피글혼은 네브레스카의 10대 소년이 만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다.
[6]
웹스 앤 티아라스(Webs & Tiaras)라는 채널의 이름에서 웹(web)은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을, 티아라(tiara)는 엘사가 쓰고 있는 작은 왕관을 의미하는 것이다.
[7]
인간이 일으키는 것이 아닌 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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