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의 차세대 스타

9월 26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핀뚸뚸가 알리바바를 잡고 아마존을 노린다. 핀뚸뚸는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 핀뚸뚸가 중국 국내 사용자 규모 면에서 알리바바를 잡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 알리바바에 이어 아마존을 위협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란 정체성이 가지는 위험성이 크다.
  • 핀뚸뚸는 라이징스타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이커머스계 스타가 될 수 있을까?

BACKGROUND_ 라이징스타
  • 라이징스타가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1,2위인 알리바바와 징둥은 모두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 이들을 위협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2015년에 설립된 기업, 핀뚸뚸(拼多多, Pinduoduo)다. 핀뚸뚸[1]는 설립 2년 만에 2억 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다. 그리고 2020년, 연간 활성 사용자수 7억8800만 명을 넘어섰다. 사용자 규모 면에서 업계 1위 알리바바[2]를 따라잡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이다.
  • 무서운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 9월 1일, 핀뚸뚸는 해외 브랜드 ‘테무(Temu)’ 사이트 오픈과 함께 미국 진출을 알렸다. 테무는 9월 중순 미국 내 신규 다운로드 쇼핑 앱 1위를 기록했다. 설립한 지 10년도 안 된 이 기업은 어떻게 알리바바를 잡고, 아마존까지 위협하고 있을까? 

DEFINITION_ 핀뚸뚸

중국 3대 이커머스 플랫폼에 올라선 핀뚸뚸는 성장세가 유명세를 앞섰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다. 구글 출신 황정 전 CEO가 창업했으며, 설립 3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시작은 농산물 중심이었다. 중국 내 소규모 농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핀뚸뚸의 직거래 전략은 현재 농산물뿐 아니라 다른 제품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핀뚸뚸는 ‘모으다’라는 뜻의 拼(pin)과 ‘많이’라는 뜻의 多多(duoduo)가 합쳐진 단어다. ‘많이 많이 모으다’라는 뜻이다. 이름을 보면 핀뚸뚸의 전략이 보인다.
STRATEGY_ 하침시장(下沉市场)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핀뚸뚸는 확실한 후발주자다. 2강체제가 공고한 상황에서, 알리바바와 징둥은 고급화 전략으로 경쟁하고 있었다. 핀뚸뚸는 틈새시장을 노렸다.
  • 1~5선 도시 ; 중국은 행정 구역과는 별개로 도시를 5선으로 구분하고 있다. 공식분류 체계는 아니지만, 도시의 경제 발전도를 알 수 있는 지표다. 1선으로 갈수록 경제 규모가 큰 도시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이 1선 도시에 속한다. 
  • 하침시장 ; 3~5선 도시를 통틀어 하침시장이라 부른다. 여기에 속하는 도시는 총 228개로 중국 전체인구의 70퍼센트가 거주하고 있다.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이다. 핀뚸뚸가 하침시장에 눈을 돌린 건 ‘많이 많이 모으다’라는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전략이었다.

RECIPE1_ 공동구매

핀뚸뚸는 사람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사람이 모일수록 제품 가격이 저렴해지는 소셜 커머스를 활성화했다. 핀뚸뚸에서 물건을 사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혼자 사거나, 팀 리더가 되거나, 만들어진 팀에 합류하는 것이다. 24시간 내 2명 이상의 소비자가 매칭되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많이 모일수록 할인폭이 커진다.
RECIPE2_ 소셜미디어 
  • 소통 ; 소비자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핀뚸뚸는 위챗과 손을 잡았다. 위챗 활용은 소비자의 적극성을 낳았다. 소비자들은 공동구매가 성사되기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위챗을 통해 공동구매 링크를 공유한다. 지인들까지 자연스레 핀뚸뚸로 유입되는 바이럴 효과가 생긴다. AI를 활용해 위챗 지인 기반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을 살려, 핀뚸뚸는 모바일 버전만 운영하고 있다.
  • 게임 ; 이렇게 모인 소비자를 묶어 두기 위해 핀뚸뚸는 게임을 활용했다. ‘뚸뚸과수원’은 핀뚸뚸 앱 내에 있는 온라인 게임이다. 출석 체크, 공동구매 링크 공유, 물건 구매 등으로 얻은 포인트로 가상의 나무를 기를 물과 비료를 구매할 수 있다. 나무가 자라면 실제 과일 한 박스가 집으로 배달된다. 게임을 하기 위해 앱을 켜는 사람이 매일 1100만 명 이상이다. 핀둬둬는 스스로 ‘코스트코에 디즈니를 합친 회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RISK_ 또 후발주자

중국 내 성공을 가져다 준 핀뚸뚸의 전략이 미국에서도 통할까? 핀뚸뚸는 ‘테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문을 두드렸다. 유아용품, 홈 앤 가든, 펫 카테고리도 있지만, 주 판매 품목은 의류다. 유통과정을 줄이고 중국 내 제조업체에서 직접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미국에 많다. 알리바바의 라자다(Lazada)와 텐센트의 쇼피(Shopee)가 그것이다. 핀뚸뚸는 이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다.


REFERENCE_ 쉬인

중국 패스트패션 온라인 플랫폼 쉬인(SHEIN)은 핀뚸뚸가 참고해야 할 기업이자,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기업이다. 2008년 설립된 쉬인은 패스트패션계 후발주자라 할 수 있다. 소비자와 제조업체를 바로 연결하는 C2M 방식으로 자라와 H&M로 대변되는 패스트패션 양대산맥에 균열을 내고 있다.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쉬인은 작년 미국 내 신규 다운로드 앱 1위를 차지했다.

  • 저렴한 가격;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쉬인의 평균 제품 가격은 7.9파운드, 한화로 1만 2000원이다. 유통망을 없애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 패스트-패스트 패션 ; 쉬인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와 판매 추이를 실시간으로 생산에 도입한다. 잘 팔리는 제품은 더 만들고 잘 안 팔리면 바로 단종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CONFLICT_ 불투명한 생산과 유통

쉬인을 보면 중국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핀뚸뚸의 전략은 미국에서 통할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획기적인 전략만큼이나 위험성도 크다.

  • 짝퉁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미국 내 쉬인 상대 저작권 침해 소송은 50건이 넘는다. 핀뚸뚸도 무관치 않은 문제다. 2019년 핀뚸뚸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위조품 판매 의심 블랙리스트에 오른 바 있다.

  • 996 ; ‘9시 출근, 9시 퇴근, 주6일 근무’라는 뜻으로 중국 IT기업의 초과근무를 일컫는 신조어다. 스위스 변호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광저우에 위치한 6개 쉬인 공급업체의 직원은 주당 75시간 근무한다. 핀뚸뚸도 996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2021년 핀뚸뚸의 식료품 판매 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사망했다. 원인은 과로사로 추정된다.


INSIGHT_ Still Rising

핀뚸뚸가 중국 이커머스 내 라이징스타로 관심을 모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 경쟁력을 확인했을 뿐,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보면 중고 라이징 스타다. 가능성은 양날의 검이다. 앞선 문제로 볼 수 있듯, 성장에 대한 압박은 언제든 무리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FORESIGHT_ 선발주자

  • 새로운 도전에 앞서 핀뚸뚸는 시작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핀뚸뚸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현재 알리바바, 징둥과 차별화되는 부분 또한 이 분야다. 핀뚸뚸의 농산물 매출은 2019년 23조 원 규모로 알리바바와 징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핀뚸뚸를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농가는 60만 곳이 넘는다. 농산물 공동구매 서비스 ‘뚜어뚜어마이차이’는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핀뚸뚸의 성장세에 기여한 바 있다. 핀뚸뚸는 AI를 활용한 식품산업 스마트화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핀뚸뚸의 정체성은 여기 있다.
  • 다시 말해, 농산물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핀뚸뚸가 선발주자다. 핀뚸뚸는 의류 산업 중심의 미국 진출로 다시 후발주자가 되길 선택했다. 어쩌면 핀뚸뚸는 제2의 알리바바, 아마존에 몰두해 더 큰 걸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 시장을 이끌 것이냐 따라갈 것이냐. 스타와 라이징스타의 차이는 여기서 갈린다.
[1]
핀둬둬, 핀듀오듀오 등 다양하게 쓰인다. 본문에선 현지 발음과 가장 가까운 핀뚸뚸라고 썼다.
[2]
알리바바의 연간 활성 이용자는 7억 7900만 명이다.

해외로 진출하는 중국 빅테크 기업의 사정을 알고 싶다면 〈공동 부유의 경영학〉을, 아마존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승리가 아니면 죽음뿐〉,《아마존의 둘째 날》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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