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미래

10월 5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오세훈 서울 시장이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를 제안했다. 저렴한 인력 수입은 저출산이라는 시대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오세훈 서울 시장이 저출산 해결책으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를 제안했다.
  • 돌봄의 범위, 동일 노동-차등 임금, 내국인 도우미 일자리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진다.
  • 저렴한 인력 수입은 저출산이라는 시대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DEFINITION_ 외국인, 육아, 도우미
오세훈 서울 시장이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를 제안했다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1)외국인 도우미를 고용해 2)육아 비용을 낮춰 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 육아 도우미가,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 도우미로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는 발언 또한 화제가 됐다.
KEYPLAYER_ 오세훈
  • 오세훈 시장이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제안한 배경엔 저조한 출산율이 있다. 지난 8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은 전국 0.75였다. 서울 기준 무려 0.61이다. 사상 최저치다.
  • 1000만 인구의 육아와 돌봄을 고민해야 할 오 시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 9월 18일엔 ‘엄마 아빠 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14조 7000억 원을 투입한다. 핵심은 육아 조력자 돌봄 수당이다. 친인척이 월 40시간 이상 아이를 돌볼 경우 아이 한 명당 월 30만 원의 돌봄 수당을 지원한다. 혹은 민간 아이 돌봄 기관에서 이용할 수 있는 30만 원어치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 이외에도 ‘아픈 아이 일시돌봄·병원동행 서비스’, ‘서울키즈오케이존’ 등의 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제시한 외국인 도우미 제도 또한 육아 문제를 타개할 방안 중 하나다.

NUMBER_ 17
가사 인력 부족은 오랜 문제였다. 공급을 확보하고자 정부는 올해 6월 가사근로자법을 도입했다. 가사를 노동으로 인정하고, 최저 임금을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해당 법률 시행 이후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도우미 공급 기관은 2022년 8월 기준 17곳에 불과했다. 17개 기관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5~30명 내외의 소규모 업장이었다. 국내 가사 도우미 인력 규모는 정부 추산으로 15만 명, 업계 추산으로 40만 명이다. 이 중 정부 인증 방식을 택한 도우미는 고작 200~600명 안팎이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수요 대비 공급은 0.4퍼센트에 불과하다.
CONFLICT1_ 평등권
외국인 도우미 제도는 가사 인력난을 풀 열쇠가 될까? 일차적인 비판 여론은 평등권에 주목한다. 해당 제도는 저렴한 노동력을 전제로 한다. 동일 노동-동일 임금 원칙에 반한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TBS와의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제안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CONFLICT2_ 공공알선
  • 우리나라 외국 인력 고용은 고용허가제 기반이다. 외국인 인력 고용 시 민간 기관의 알선이 개입하지 않는다. 공공 기관이 외국 인력을 도입한다. 인력난이 심각한 제조업 등 3D 업종 고용을 돕는 취지로 2004년 시행됐다.
  • 그런데 가사 및 돌봄 분야는 제조업, 운송업 등과 성격이 다르다. 생활권과 밀접한 노동이며 고용주의 선호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해당 분야에 있어서 공공 알선 방식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CONFLICT3_ 비용
  • 오세훈 시장이 언급한 싱가포르는 외국인 도우미 제도의 이상적인 레퍼런스다. 싱가포르 정부는 1970년대 말부터 적극적으로 이주 가사 노동자를 모집해 왔다. 이민정책연구원의 〈싱가포르 정부의 이주가사노동자 도입과 관리방식〉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외국인 도우미 제도와 국내 상황을 비교한다.
  • 싱가포르의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려면 정교한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주 가사 노동자의 비용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 우선 싱가포르에는 최저 임금 개념이 없다.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원리다. 출신 국가, 언어 수준 등을 고려해 임금이 다르게 책정된다.[1]
  • 기타 비용도 간단치 않다. 월급 외 600달러선의 업체 알선비, 월 60달러 선의 고용 부담금을 지불한다. 노동자의 건강 보험 및 병원비도 고용주가 온전히 부담한다. 이주 가사 노동자 체류 관리의 책임 또한 정부가 아닌 고용주에게 있다. 고용주는 이주 가사 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정부에 약 5000달러의 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 외국인력고용법(Employment of Foreign Manpower Act)에 명시된 의무 사항을 위반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싱가포르에서 이주가사노동자를 고용하려면 ‘재정 상태가 양호(not be an undischarged bankrupt)’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RISK_ 불법 체류
절차적 까다로움을 거쳐서라도 저임금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가 현실화된다고 가정하자. 예상되는 부작용은 불법 체류다. 외국인 노동자가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나와 수익성이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가사 노동자로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이 입국 이후 다른 일터로 이탈할 가능성을 외면하긴 어렵다. 대표적으로 불법 유통업, 유흥업 등이 있다. 돌봄 노동 인력 수급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더러 노동자 관리의 수고로움은 더해질 것이다. 국내 불법 체류 외국인은 이미 2020년 12월 기준 39만 2196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INSIGHT_ 값싼 인력의 딜레마
  • 외국인 가사 도우미 인력을 국내에 도입하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해당 논의가 몇 년째 이어져 온 것은,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달성하는 시장 경제의 논리 외에는 현 인구 문제에 해답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 정치는 대중의 수요를 반영한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제안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는 오 시장이 아닌 서울 시민의 갈증을 반영한 결과다. 갈증 속엔 가사 노동 분야의 ‘값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딜레마가 숨어 있다.
  • 글로벌 이주 노동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정부는 포용과 공존을 말하고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꿈꾸지만 난민 혐오와 불법 체류자에 대한 편견, 3D 업종을 담당하는 ‘외노자’에 대한 대중의 조롱 섞인 시선은 건재하다. 외국인 인력을 둘러싼 모순적 태도는 가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대는 가사와 돌봄을 노동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저렴한 인력에 대한 염원은 여전하다. 0.75라는 역대 최저 출산율까지 겹쳤다. 사회적 위기는 이중적 태도의 면죄부처럼 작용한다.

FORESIGHT_ 관계로서의 가족
  • 돌봄은 비싸야 한다. 모든 관계는 시간과 비용을 담보로 하며, 육아는 그 위에 정서적 공감까지 덧대는 관계다. 저렴한 노동력을 전제로 한 외국인 도우미 제도가 위험한 발상인 이유다.
  • 그렇다면 돌봄의 빈틈은 누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의 백지선 저자는 새로운 가족 개념을 제시한다. 그가 제시하는 가족은 ‘돌봄을 전제로 한 관계’다. 전통적인 가족처럼 한 집에 살 필요 없다. 친인척이나 이웃, 지역 커뮤니티 등으로 제한을 두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선택을 양보하고 시공간을 맞춰가는 것이다. 가족은 구성원이 아닌, 구성원 간의 노력하는 관계를 통해 완성된다.
  •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 논의의 발단은 돌봄 인력의 부족이다. 다르게 말하면 가족의 붕괴에서 시작했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는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돌봄의 형태는 자본과 관심의 등가 교환이 아니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고민할 때,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이주 노동자의 문제가 궁금하다면 《다문화 쇼크》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궁금하다면 〈내가 되고 싶은 가족을 찾아서〉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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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임금은 싱가포르 직업소개협회(AEAS·Association 
of Employment Agencies)와 송출국의 정부 협의하에 결정된다. 필리핀 출신 가사 노동자의 임금은 지난 2013년 협의에 따라 500달러로 결정됐다. 인도네시아 출신 가사 노동자의 경우 2016년 협의에 따라 550달러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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