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차이나, 쇼크 차이나

10월 7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인구 감소다.

  • 세계은행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퍼센트로 전망했다.
  •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하지만 잘못 짚었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건 인구 감소다.

NUMBER_ 2.8퍼센트

반토막 날지 모른다. 중국의 야심찬 목표 말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퍼센트 안팎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망은 우울하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2.8퍼센트로 예상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22개 개도국의 평균 전망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아시아개발은행도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0.4퍼센트였다.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은 어쩌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나.
BACKGROUND_ 침체와 침체
  • 부동산 시장; 부동산 규제가 경제 위기로 되돌아오고 있다. 중국은 가상경제가 아닌 실물경제에 집중한다는 ‘탈허향실’ 기조 아래 부동산 규제를 시작했다. 이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 채무불이행 사태를 낳았고, 다른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현재 중국 내 짓다 만 주택은 200만 채가 넘는다. 입주하지 못한 중국인들은 모기지 대출 상환 거부 운동을 하고 있다. 중국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곧 중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진다. 

  • 내수 시장;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도 치명적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은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과를 봤다. 모든 나라의 전망치가 암울하던 중국은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9월 한 달 봉쇄를 겪었거나 여전히 봉쇄 중인 도시가 30여 곳이다. 여기엔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도 포함된다. 전체 경제의 70퍼센트를 내수에 의지하는 중국에서 봉쇄로 인한 국내 소비 감소는 성장률 하락과 직결된다.


RECIPE_ 유턴

당국은 지금까지의 흐름에 역행하며 부동산과 내수 시장 안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연일 내놓고 있다. 중국 중앙 은행인 인민은행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생애 첫 모기지 금리를 0.15퍼센트 내렸다. 세무총국은 '주택 교체 지원을 위한 개인소득세 정책'을 내놨다. 기존 주택을 팔고 1년 내 신규 주택을 사면 개인소득세를 환급하는 것이 골자다.

  •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금지됐던 노점상까지 부활했다. 리커창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들을 위해 노점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상하이 등에서 노점상이 허용됐고, 관영 언론은 지방관리들이 야시장을 찾아 꼬치를 먹는 모습을 내보내고 있다.


KEYPLAYER_ 시진핑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위기에 전 세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지금 누구보다 경제 안정이 절실한 건 시진핑 주석이다. 3연임이 결정되는 20차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그간의 통치를 이어올 수 있던 건 공산 이데올로기가 아닌 경제발전이다. 그런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시 주석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경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EFFECT_ 일대일로 수정

시진핑 주석은 2013년부터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에 손대기에 이르렀다. 그간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개도국에게 돈을 빌려주고 철도, 항만 등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다.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한 스리랑카, 잠비아 등이 하나둘 디폴트를 선언하며, 중국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중국은 이들과의 채무 조정 협상에 나서기 위해 그간 거부해왔던 ‘파리클럽’ 참여까지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ANALYSIS_ 피크 차이나

이런 갈급한 행보는 중국이 지금의 경제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한 이후로, 40년 동안 연평균 9.6퍼센트라는 어마어마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피크 차이나’ 논의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성장의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중이란 분석이다.


RISK_ 인구 변화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건 경제성장률만이 아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중국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전체인구는 약 14억 명이다.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중국에서 인구는 곧 경제성장률이다. 유엔은 중국 인구가 14억을 정점으로, 어느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중국 출생율은 지난해 1.15명까지 추락했다. 그런가 하면 60세 이상 인구는 10년 새 8600만 명 이상 늘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진행되며 생산가능인구도 줄고 있다. 피크 차이나 논의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INSIGHT_ 인구경쟁력
  • 피크 차이나 논의는 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 등 미국 국제정치학자들로부터 시작됐다. 핵심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미국을 따라잡고자 했던 중국의 야심이 경제와 함께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인구가 감소하는 반면, 미국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내년이면 중국이 인구 1위 타이틀을 인도에게 넘겨주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도는 인구와 내수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인도는 영국을 제치고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인구는 경쟁력이다.

FORESIGHT_ 인구 쇼크 차이나

물론 피크 차이나가 현실이 됐다고 단언할 수 없다. 중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정치적인 리스크 해소와 함께 중국 경제도 회복세에 들어갈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주목해야 하는 건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경제성장률이 위기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줄어가는 인구가 진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멀리 봐야 한다. 하지만 그게 바다 건너 미국, 인도는 아닐 것이다. 권력의 꼭대기에 오른 시진핑이 봐야 할 건 중국 경제의 미래고, 그 미래를 결정짓는 건 나라 안에 있을지 모른다.


중국 부동산 위기를 낳은 헝다 사태에 더 알고 싶다면〈땅으로 헝한 자는 다 땅으로 망한다〉, 인구와 경제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제조업 쇼크〉, 시진핑의 리더십을 되돌아 보고 싶다면《미·중 전쟁을 막아라》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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