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착용 불량
[1]과 스키니진 착용. 현지시간 9월 1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마사 아미니(Mahsa Amini)’라는 22세 쿠르드인 여성이 위 이유로 이란의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에 체포 및 구금됐다. 그는 사흘 만인 9월 16일 사망했다. 사인은 주장에 따라 심장 마비 혹은 뇌사, 원인은 불명이다. 구치소 연행 도중 경찰이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쳤다는 목격담도 있고, 구타가 아닌 질환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사 소견도 있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체포·구금은 중요한 변인이다. 이란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
DEFINITION_ 이란의 봄?
이란에서 여성 인권 침해는 일상다반사다. 이란의 시위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 시위를 바라보는 세계 전문가들의 견해는 심상치 않다. 이란 이슬람 정권의 전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방송사 CNN은 현지시간 10월 7일 〈이란의 ‘여성 혁명’은 베를린 장벽과 같은 순간이 될 수 있다(Iran’s ‘women’s revolution’ could be a Berlin Wall moment)〉라는 제목으로 이를 엄중히
경고했다. 이 시위는 무엇이 다르고 어떤 이유로 커졌기에 ‘이란의 봄’
[3]이 거론되고 있을까? 이 시위의 의미와 여파를 제대로 보려면 몇 가지 키워드가 필요하다.
RECIPE_ 변인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월 4일, 해외 기업에 이란의 사업 전략을 조언하는 테헤란의 사업가 모스타파 파자드의 발언을
실었다. 그는 이 시위의 원동력으로 “여성, 기술, 빈곤의 삼각관계”를 꼽았다. 이 시위가 보이는 특징도 여기에 기인한다. 먼저 10대를 포함한 MZ 세대의 참여율이
높고, 가부장 사회임에도 남성 역시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며, 반정부 시위의 성격을 띤다. 여기에 아미니의 배경에서 기인한 소수 민족 갈등 및 분리 독립 문제, 빈곤의 배경이 되는 미국과의 갈등이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다. 특히 미국과의 갈등은 이란 핵협정이 주축이다. 최근 중국, 러시아, 북한이 핵 사용을 언급했고, 중동 내 이란의 적성 국가들이 다시금 핵 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그 여파를 잘 살펴야 한다.
RISK_ 쿠르드
시위의 시작은 9월 18일 아미니가 살던 ‘코르데스탄(Kordestān)’주의 사케즈와 주의 수도 사난다즈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사실 코르데스탄은 페르시아어 표현으로, 아랍어로는 ‘쿠르디스탄(Kurdestān)’
[4]이다. 이곳은 이란 북서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골머리를 썩는 그 쿠르드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쿠르드인은 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전 세계 약 3800만 명 정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많이 분포하는 곳은 튀르키예로 1500만 명 정도가 살고, 이란 코르데스탄의 약 150만 인구 중 대부분이 쿠르드인이다. 튀르키예의 쿠르드족은 ‘쿠르드노동자당(PKK)’이라는 무장 단체를 중심으로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튀르키예는 쿠르드족을 탄압해왔다. 이란은 쿠르드 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코르데스탄에서 쿠르드인들의 자치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는데 마사 아미니의 사망은 이 불문율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란의 쿠르드족이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이란 역시 분리 독립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이 시위의 숨겨진 위협이다.
BACKGROUND_ 히잡의 진짜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