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의료 시장이 열렸다

10월 14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LGBTQ+ 의료 서비스 폭스헬스가 3000만 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성 소수자 의료 서비스는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까?

  • LGBTQ+ 전문 의료 서비스 폭스헬스(FOLX Health)가 3000만 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 비대면 진료를 통한 시간 단축, 심리적 부담 완화 등이 장점이다.
  • 블루 오션의 관점으로 접근할 때 성 소수자 의료 시장은 빠르게 클 수 있다.

DEFINITION_ 폭스헬스
  • 성 소수자 전문 의료 서비스 플랫폼이다. 최초로 LGBTQ+[1] 대상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12월 유료 회원 수 1100만 명을 확보했다. 2022년 10월 기준 미국 41개 주에서 서비스한다. 최근 3000만 달러 펀딩에 성공했다
  • 서비스 절차는 간단하다. 내게 필요한 약물 혹은 치료법을 택한다. 필수 신체 정보를 제출한다. 그럼 폭스헬스는 전문 의료인을 매칭해 준다. 온라인 메시지 상담 혹은 오프라인 방문도 가능하다. 약물이나 처방전, 의료 용품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 HIV나 에이즈와 같은 성병에 한정된 서비스가 아니다. 독감, 피부염 진료 등 일반 진료도 가능하다.

EFFECT_ 심리, 정보, 효율
  • 심적 부담 ; 일반 병원 내원 시 성 정체성이 잘못 받아들여지는(misgender) 경우가 많다. 해당 서비스 이용 시 환자가 본인의 성 정체성을 설명 혹은 해명할 부담이 없어진다.
  • 개인 정보 ; 커뮤니티 특성상 호르몬 대체 요법(HRT)[2], 프렙(PrEP)[3] 처방 등이 흔하다. 특정 약물을 처방받을 때 신변 노출에 대한 부담이 적다. 원격 의료(telehealth) 기반이기 때문이다.
  • 의료 정보 ; 성 소수자 의료는 음지의 영역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가 다수 유통된다. 정확한 정보와 더불어 내 몸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효율 ; 시공간의 제약이 줄어든다. 교외에 거주하는 사람도 이용 가능한다.

KEYPLAYER_ 리아나 구즈만(Liana Douillet Guzmán)
현 폭스헬스 CEO다. 올해 2월 합류했다. 라틴계 레즈비언으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이력이 특이하다. 폭스헬스에 오기 전 블록체인닷컴(Blockchain.com) COO였다. 블록체인 회원 수를 2년간 400만에서 4000만으로 늘리는 등 폭발적인 성장에 기여했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스킬쉐어(Skillshare)의 CMO도 역임한 바 있다. 2021 포브스 선정 탑 마케터 50인에 꼽혔다. 참고로 기존 폭스헬스 CEO A.G.브라이튼슈타인(Breitenstein)은 의료 산업에서 꾸준한 커리어를 쌓아 온 사람이다. 웰스카이(Wellsky), 빔(Vim) 등 다수 헬스 케어 산업의 이사진을 겸했다. 기존 폭스헬스의 방점이 오로지 ‘헬스’에 찍혀 있었다면, 구즈만을 투입해 마케터의 감각을 더한 것이다.
STRATEGY_ 커뮤니티 + 플랫폼
  • 전문가 ; 성 소수자 의료 기관은 원래도 있었다. 건강 관리 팁, 성 재정의 수술을 해주는 의사 리스트 등을 아카이빙한 의료 사이트는 물론, 젠더 다양성을 연구하는 클리닉 등이다.
  • 커뮤니티 ; LGBTQ+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집단 중 하나다. 정체성을 공유하고 정서적 유대를 얻기에 최적화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성 소수자가 헤테로섹슈얼보다 온라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폭스헬스의 전략은 이 둘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음지의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꺼내 콘텐츠화했고, 독자를 소비자로 치환해 전문가와 연결했다. 그 결과 두 집단의 수요를 잇는 플랫폼이 탄생했다.
CONFLICT1_ 트랜스젠더
성 소수자를 위한 의료 서비스가 꼭 필요할까? 많은 LGBTQ+가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신체적 변화가 큰 트랜스젠더의 경우 더욱 그렇다. 다음은 2020년 미국 기준 자료다. #2020LGBTQ커뮤니티실태조사
  • 트랜스젠더 3명 중 한 명은 적절한 케어를 받기 위해 ‘트랜스젠더’가 무엇인지 병원에서 설명해야 했다.
  • 성 소수자 중 15퍼센트는 차별에 대한 공포로 인해 병원 진료를 미루거나 거부한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이 수치는 30퍼센트로 올라간다.
  •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진료를 받지 못한다고 응답한 성 소수자의 비율은 전체 중 30퍼센트였다. 트랜스젠더로 범위를 좁힐 경우, 이 수치는 50퍼센트로 올라간다.

CONFLICT2_ 발병률
  • 발병률의 차이도 있다. 통계에 따르면 성 소수자는 헤테로섹슈얼에 비해 실제로 건강이 좋지 않다. 2018년 미국 심장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성 소수자가 심혈관 건강이 좋을 확률은 헤테로섹슈얼에 비해 36퍼센트 가량 낮았다. 2021년 동 기관은 LGBTQ의 심장병 발병률이 높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원인은 차별과 트랜스포비아(transphobia)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였다.
  • 스트레스는 또 다른 질병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흡연이나 음주를 택하기 때문이다. 18~28세 성 소수자의 약 44.6퍼센트가 지난 한 달간 최소 한 번 이상 폭음(binge drinking)을 했으며, 10.2퍼센트가 최근 두 달간 다섯 번 이상 폭음을 했다고 답했다.
  • 담배도 마찬가지다. 2020년 전체 성인 중 담배를 피웠다고 응답한 사람이 18.8퍼센트였던 반면, 성 소수자의 경우 25퍼센트였다. 실제로 담배 산업은 흑인이나 여성과 같은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오랜 세월 전략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다. 성 소수자도 여기 해당한다. 가장 좋은 대목은 프라이드먼스(Pride Month)다.[4]

MONEY_ 1350만 달러
처우는 나아지고 있다. 전 세계 최대 규모 LGBTQ 커뮤니티가 있는 미국 뉴욕의 경우[5] 지난 4월 케이시 호출(Kathy Hochul) 뉴욕 주지사가 2023년 예산안에 ‘LGBTQ+ 건강 및 복지를 위한 예산’으로 1350만 달러를 책정하며 화제가 됐다. 한화 약 195억 원이다. 전년 대비 무려 800만 달러를 추가한 금액이다.
RISK1_ 원격 진료
폭스헬스는 원격 진료 기반이다. 더욱이 호르몬제, PrEP와 같이 인체에 파급이 큰 약물을 주로 처방한다. 약물 부작용, 의료 데이터 추적 등 일반적인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과 비슷한 문제가 예상된다.
RISK2_ 젠더 디스포리아
성 소수자 의료가 양성화되며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은 청소년 이슈다. 현재 폭스헬스가 청소년에게 성 관련 약물을 처방하진 않는다. 미국 내 미성년자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처방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성 재정의 수술을 전문가로부터 상담받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트랜스 유스(trans youth)[6]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7]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입장이 갈린다. 폭스헬스와 같은 성 소수자 전문 플랫폼의 성공은 일부 대중이 기피하고픈 논쟁의 씨앗이 될 것이다.
NUMBER_ 0
한국은 어떤가? 한국에선 성 소수자에 대한 공식 집계가 나온 적 없다. 성 소수자 의료 기관도 매우 적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 소수자를 전문 진료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은 살림의원(서울 은평구), 무지개의원(서울 마포구), 순천향대 서울병원 젠더클리닉(서울 용산구), 고려대 안암병원 젠더클리닉(서울 성북구), 강동성심병원 LGBTQ+ 센터(서울 강동구) 정도다.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INSIGHT_ 블루오션
  • 2021년 3월, 국내 최초 성 소수자 의료에 관한 강의를 개설하며 화제가 됐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윤현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료인들이) 조금만 더 배우면 원래 알고 있는 지식과 의료 행위를 성소수자를 위해 어떻게 적용할지 알 수 있다.” 성 소수자 의료 서비스가 생기기 위한 첫발은 의료인들의 인식 전환이라는 것이다.
  • 그러나 인식의 전환보다 빠른 것은 자본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한국 성 소수자 의료 서비스는 압도적인 블루 오션이다. 사회적 금기라는 이유로 정부도 기업도 의료진도 선뜻 나선 적 없다. 성 소수자 의료 시장의 수요와 잠재력을 확인하는 순간 ‘페인 포인트 해소’의 명목으로 플랫폼 산업은 발 빠르게 뛰어들 것이다. 폭스헬스가 그랬듯 말이다.

FORESIGHT_ 범용성과 확장성
성은 성 소수자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생식 건강 관리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면서도 사회에선 암묵적으로 터부시되는 의료 분야다. 현재는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의 하위 영역으로 진료 및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관련 연구도 부족한 편이다. 만약 폭스헬스를 비롯한 성 소수자 의료 서비스가 발달한다면, 일반 대중의 성생활 및 생식 건강 관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 연구가 세분화될 것이다. 일상 속 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처음엔 소수를 위해 시작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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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esbian(여성 동성애자), Gay(남성 동성애자),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트렌스젠더), Queer(퀴어), Intersexual(인터섹슈얼), Asexual(무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성 소수자를 통칭하는 용어. 
[2]
Hormone Replacement Therapy. 특정 성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과할 시, 호르몬을 투여해 그 양을 조절하는 요법이다. 주로 갱년기 여성 혹은 트랜스젠더에게 많이 처방된다.
[3]
Pre-Exposure Prophylaxis.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예방 차원에서 복용하는 특수 약품.
 
[4]
성 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을 가리킨다. 미국 뉴욕, 캐나다 토론토를 비롯해 전 세계 대도시에서 퀴어 축제가 열린다.
[5]
2021년 기준 뉴욕 대도시권(New York metropolitan area)의 총 인구는 1977만 명이다. 그 중 LGBTQ+ 인구는 약  75만 6000명이다. 즉, 뉴욕 인구의 약 3.7퍼센트가 LGBTQ+에 해당한다.
[6]
자신이 태어날 때 갖게 된 성별을 혹은 성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청소년. ‘트랜스젠더 유스(transger youth)’의 준말이다.
[7]
출생 시 지정된 자신의 신체적인 성별이나 성 역할에 대한 불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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