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포캐스트가 1주년을 맞았습니다.

10월 19일 - FORECAST

북저널리즘 포캐스트가 1주년을 맞았습니다.


2021년 10월 19일 첫 포캐스트를 발행했습니다. 꼭 1년 전입니다. 포캐스트는 북저널리즘이 새롭게 시도하는 미디어 형식 실험이었습니다. 10여 개의 키워드로 1개의 주제를 분석합니다. 맥락을 해설하고 미래를 전망합니다. 매일 아침 회의에서 선정된 주제에 에디터의 관점을 녹여 키워드로 표현합니다.

1년 동안 세계, 테크, 컬처, 경제, 정치, 사회, 워크, 지구의 여덟 가지 분야에서 200개 주제를 다뤘습니다. 에디터는 어떤 이유로 그 주제를 선택했나요? 디자이너는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일러스트를 제작했나요? ​​​​​​북저널리즘의 독자는 당시 그 이슈를 어떻게 바라봤나요? 지금, 그 이슈는 어떻게 됐을까요?

다시 읽고, 생각해 보면 좋을 포캐스트를 북저널리즘 팀이 소개합니다.

신아람 에디터의 픽, 〈플랫폼이 필요해서 트위터 좀 샀어〉

ㅡ 2022년 4월 7일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21세기의 혁신을 묻는 사람들에게 일론 머스크만큼 매력적인 인물도 없을 겁니다. 종잡을 수 없는 행적과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언사로 비난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머스크는 미래에 관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온 장본인입니다. 페이팔, 스페이스X, 스타링크, 테슬라까지 말이죠. 때문에 그가 트위터의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이번에는 대체 어떤 대단한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4월의 포캐스트, 〈플랫폼이 필요해서 트위터 좀 샀어〉이야깁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뉴스는 지루한 논란거리로 전락해 있습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의사를 철회하고, 그 철회를 다시 철회하는 동안 트위터의 주가는 속절없이 널뛰기를 반복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우주선들은 성공적으로 성층권을 뚫고 솟아올랐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머스크 개인의 사적인 스캔들이 터진 것은 물론이고 테슬라의 실적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죠. 테슬라 주주들은 트위터 인수를 놓고 오락가락하는 머스크의 행보가 불만입니다.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테슬라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저는 아직, 트위터를 손에 쥐게 될 일론 머스크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소식을 접했던 4월, 포캐스트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상상했던 엉뚱한 미래가 현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트위터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상 말이죠. 일론 머스크 자신도 트위터를 발판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앱, ‘X’를 만들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바 있죠. 우주 관광을 현실로 만든 그라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물론, 머스크가 만들 미래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는 유심히 지켜볼 일입니다.

이현구 에디터의 픽, 〈톨레랑스는 죽었다〉

ㅡ 2022년 4월 26일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제가 꼽은 지금, 놓쳐서는 안 될 포캐스트는 〈톨레랑스는 죽었다〉입니다. 프랑스의 지난 대선을 다뤘습니다. 지금 유럽 정치는 그야말로 소용돌이 같습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지난 프랑스의 대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한참 전부터 유럽의 우경화는 심각한 상태였죠.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는 마린 르 펜이라는 극우 정당의 후보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결선까지 초접전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극좌, 극우로 여론이 심하게 갈라진 여론,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사례는 우리 사회와 정치 지형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톨레랑스는 정말 죽었을까요?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한 달 직후인 5월 41퍼센트의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7월 국내 보도에 따르면 10퍼센트대 지지율을 보이는 등 체면을 구겼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로 세계 리더들의 지지율은 동반 하락 중이죠. 하지만 핑계를 댈 시간은 없습니다. 대선 이후 열린 6월 총선에서 집권 중도연합이 1위를 하긴 했지만 제1야당으로 떠오른 좌파 연합이 2위, 르 펜의 국민연합(RN)이 3위의 의석 수를 확보했습니다. 좌파 연합의 대표는 장 뤽 멜랑숑으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대표인데 여긴 극좌 성향입니다. 여전히 대립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극우 정당의 약진은 프랑스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지난 9월 총선에서는 이탈리아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Fdl·Fratelli d'Italia)’의 조르자 멜로니 후보가 사실상 차기 총리를 확실시하며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이 총선에서 크게 승리하며 제2 정당으로 약진하기도 했죠. 영국의 새로운 총리 리즈 트러스는 극우 성향은 아니지만 마거릿 대처를 방불케하는 정통 보수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길어지고 에너지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극우 정당의 약진은 더 심해질 것 같네요. 북저널리즘에서 더 많은 국제 관계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이다혜 에디터의 픽, 〈해결된 적 없는 미래〉

ㅡ 2022년 4월 27일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해결된 적 없는 미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를 다룹니다. 가습기 물에 첨가하여 사용하는 물질에 독성이 발견되면서 2011년 파장이 시작됐는데요. 피해자만 95만 명, 사망자 2만 명입니다. 재난 사고 중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인데 지난 10년간 피해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캐스트를 쓰면서도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이슈는 올해 4월 25일 피해자 단체가 서울 종로구에서 시위에 돌입하며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요?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는 피해자 측의 피해 조정안에 무응답이었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불매에 대한 의견을 남겨 주셨죠. 안타깝게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옥시에 거금의 투자액이 꾸준히 유치됐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애경산업 또한 피해 조정안에 무응답이었으며, SK케미칼은 공정거래위원회위와의 유착 관계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24일, 공정위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대한 심의를 개최합니다. 기존 일정을 앞당긴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달 말 공소 시효가 만료됩니다. 피해자 단체는 여전히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남은 2주 동안 피해자 보상은 어떤 형태로 이뤄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사건이지만, 화제성이 컸던 사건일수록 거리를 두고 곱씹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져왔습니다.


정원진 에디터의 픽, 〈Z세대는 참지 않지〉

ㅡ 2022년 6월 17일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Z세대는 참지 않지〉는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학생 시위를 다뤘습니다.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시진핑 타도” 구호까지 나오는 데 비해, 당국의 다소 유한 대처에 관심이 모였는데요. 포캐스트는 시위를 이끄는 지우링허우(九零后)를 중심으로 이 사건을 해석했습니다.

중국의 90년생, 지우링허우는 이전 세대와 다릅니다.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얻고 다양한 요구를 표출합니다. 중국 정부도 이 부분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완벽한 검열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지우링허우란 새로운 세대가 그간 검열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던 내부 통제에 균열을 내지 않을까, 댓글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는데요. 한편으론 중국 청년 세대 사이에서 자포자기 정서가 퍼지고 있다는 논의도 나왔죠. 2022년 7월 중국의 16~24살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19.9퍼센트를 기록했는데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다’는 뜻의  탕핑(躺平)을 넘어 ‘될 대로 되라’는 뜻의 바이란(摆烂)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최근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가 시작되고 주요 도시에서 “시진핑 독재에 반대”하는 낙서가 발견되고 있다는 건데요. 당국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대응하고 있지만, 해당 사진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중입니다. 과연 중국의 지우링허우는 참지 않는 세대일까요? 자포자기한 세대일까요? 무엇이든 앞으로 시진핑 주석에게 큰 도전이자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김지연 리드 디자이너의 픽, 〈언어의 줄다리기〉

ㅡ 2022년 9월 1일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포캐스트 일러스트는 북저널리즘 팀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한 컷 카툰입니다. 나무, 술잔, 오랑우탄 같은 캐릭터에 팀원들의 성격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그중 나무는 이연대 대표의 캐릭터로 “크고 원대한 어젠다를 가지고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하는” 특성을 반영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나무 캐릭터에는 팀 외부에선 나무로, 팀 내부에선 씨앗 버전으로 임한다는 속성이 있습니다.

언어의 줄다리기〉는 젊은 세대의 문해력 논란엔 언어의 시대성이 있다는 점을 짚습니다. 팀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가장 어린 사람을 등장시켜 표현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세대론을 나이 차로 표현하는 건 너무 거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연대 대표의 캐릭터를 등장시켰어요. 한 사람이 두 버전으로 나뉘는 캐릭터 덕분에 세대를 나이로 나누지 않고 행태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오롯이 포캐스트여서 할 수 있었던 표현이어서 내심 재밌었는데요. 웹에서는 포캐스트 캐릭터 설명을 발행한 적이 없어 이렇게나마 이야기합니다.

김혜림 에디터의 픽, 〈신뢰 종말 시대의 음모론〉

ㅡ 2022년 9월 8일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지금, 한국에서 코로나 백신에 미생물 형태의 괴생명체가 산다고 믿는 이가 7퍼센트입니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화학 무기로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믿습니다. 코로나 뿐만이 아닙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세상의 진실이 숨겨져 있고, 그 숨겨짐 자체에 미지의 진실이 있다고 믿습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잘 알려진 미국의 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음모론과 편집증적 스타일이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정하지 않고 그것이 누군가의 의지에 의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정의했습니다. 믿음 아래에서 작동하는 증거는 증거로서의 역량을 잃고, 힘을 잃은 증거와 믿음으로만 소통하는 이들은 서로를 향한 대화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나의 믿음을 부정하고, 증거를 의심하는 이는 온전한 ‘악’이기 때문이죠.

언제나 믿음은 존재했지만 지금의 음모론적 믿음은 대화를 파편화시키고, 그 속에 가둔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커뮤니티는 알고리즘을 통해 선택된 자신만을 위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를 확산합니다. 동시에 언론은 신뢰를 잃고, 언론과 플랫폼을 오가며 파편화된 논의를 일반화합니다. 한편으로는 음모론을 믿는 이들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증거와 진실에 대한 믿음을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사회에서 경험한 분리감과 세상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음모론은 신뢰가 종말한 시대에서, 신뢰를 찾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시사IN의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언론 매체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응답자의 28퍼센트가 언론을 신뢰하지 않거나, 모르거나, 응답을 거부했습니다. 대중이 함께 논의하고 좇을 수 있는 광장이 소멸하는 것은 지금 지구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기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기후 위기, 차별, 혐오, 인권, 자유의 문제가 그 사례입니다.

과거의 음모론은 병증으로, 혹은 프로파간다와 선동으로 읽히며 일부 극단의 문화로 논의됐습니다. 그러나 작가이자 지식인인 장 르노 카뮈가 백인대체주의를 외치고, 그 결과로 흑인과 LGBTQ+를 향한 총기 테러가 빈번합니다.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방송에 나와 “조지 부시는 흑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발언한 칸예 웨스트는 이제 White Lives Matter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마약과 연관 짓습니다. 〈신뢰 종말 시대의 음모론〉을 작성하며 어쩌면 음모론적인 구조가 웹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의 등장 이후의 소통과 믿음을 잠식해버린 것은 아닐지 생각했습니다. 미래의 광장을 위해 우리는 어떤 소통을 고민해야 할까요?
북저널리즘은 이제껏 생산해 온 뉴스의 장점들을 모아 새로운 지식 정보 형태들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포캐스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텍스트에서도, 일러스트에서도 작은 변형들을 계속 시도하는 중입니다. 지식 정보의 더 나은 내용과 형식을 고민하는 실험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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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포캐스트들은 10월 19일 하루 동안 전체 무료로 공개됩니다. 포캐스트를 같이 읽고, 생각을 나누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북저널리즘 링크를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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