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정신병원 약물 치료를 둘러싼 논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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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레이첼 아비브
에디터 신아람
발행일 2022.10.19
리딩타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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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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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마음에 찾아오는 병도 적절한 방법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그 적절한 치료 방법이란 무엇일까? 정신 질환의 치료를 위해 약물을 얼마나,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논쟁이 정신병원을 법정에 세웠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면 병원과 의료진이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정신 질환은 어떨까? 치료를 받았음에도 우울증과 함께 깊이, 더 깊이 가라앉아 버리게 된 미국의 의사 레이 오셔로프는 정신병원을 법정에 세웠다. 1982년이었다. 자신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병원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정신 의학계에 큰 질문을 던졌다. 치료 방식에 약물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환자의 상태에 병원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논의는 모든 것을 바꿨다.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약물 처방이 상식이 됐다.

그러나 한 번 부서진 삶은 쉽게 치유되지 못했다. 소송은 레이 오셔로프의 판정승으로 끝났고, 그의 우울증도 치료되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병을 앓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 20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원문: 완결
저자 소개
저자 레이첼 아비브는 뉴요커(New Yorker) 전속작가이다. 저서로는 《우리 스스로에게 낯선 사람들: 불안정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Strangers to Ourselves: Stories of Unsettled Minds)》가 있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그 병원의 고집스러운 믿음
2. 약물 치료의 결과
3. 법정에 선 정신병원
4. 치료되지 않은 남자


에디터의 밑줄

“거의 40년 동안 체스넛로지의 병원장이었던 덱스터 불러드(Dexter Bullard)는 자신의 병원이라면 미국의 다른 병원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바로 환자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동떨어져 있든 간에, 모든 환자의 정신을 분석해내는 것이었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심리학과 정신 의학이 가진 잠재력에 대한 믿음은 한계가 없어 보였다. 심리과학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틀을 제공했다.”

“레이의 모친은 그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해 달라고 체스넛로지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체스넛로지의 정신과 의사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약물 요법은 문제에 대한 통찰이 결여된 피상적인 방식이며 싸구려 치료 행위에 불과했다.”

“우울증이 화학적 불균형 때문이라는 이론은 1965년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과학자였던 조셉 쉴드크로트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그가 발표한 논문은 미국 정신의학저널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문헌이 되었다.”

“레이는 태만과 의료 과실 혐의로 체스넛로지를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클리닉과 의학계 내 개인적 평판의 문제, 그리고 아이들의 양육권을 잃게 된 이유는 체스넛로지가 자신의 우울증 치료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983년 12월 23일, 중재위원회는 체스넛로지가 진료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제 이 사건은 본 소송으로 진행될 수도 있었다.”

“미국의 가장 저명한 정신과 의사들은 계속해서 이 사건을 정신 분석학에 대한 최후의 심판으로 취급했다. 《프로작에게 듣는다(Listening to Prozac)》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피터 크레이머(Peter Kramer)는 훗날 이 사건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과 비교하며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90년대 초에는 관리 의료(managed care)가 보험업계를 장악했다. 보험 회사들은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검토용 치료 계획을 제출할 것과 환자들이 나아지고 있다는 수치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환자들의 고통에 대한 장문의 우아한 서술은 증상에 대한 체크리스트로 대체됐다. 정신건강은 협업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되어야만 했다.”

“체스넛로지의 환자들이 대여섯 가지의 약품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사례가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그중에서 어떤 게 효과가 있는지를 누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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