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전쟁

10월 20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금의 게임은 전략적 콘텐츠다. 인디 게임의 매력은 미래 게임의 표준이 될까?

  • 구독 형태의 게임 서비스가 플랫폼과 게임사 단위로 확대하고 있다.
  • 그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은 다름 아닌 인디 게임이다.
  • 서비스로서의 게임이 주목받는 시대, 인디 게임의 전략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BACKGROUND_ 게임 구독 서비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단한 지금 게임 산업의 화두는 구독형 서비스다. X박스의 게임 구독 서비스인 ‘게임 패스(Game Pass)’는 2021년 1월 기준 250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애플은 작년 10월 통합형 구독 서비스인 ‘애플 원’을 출시하며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아케이드(Arcade)’를 생태계 내부로 들여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0월 19일, 캘리포니아 게임 스튜디오 론칭 계획을 발표하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굵직한 콘텐츠 테크 기업들이 게임 시장 선점을 위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KEYPLAYER_ 인디 게임

구독 서비스에 뛰어든 게임 플랫폼이 주목하는 것은 AAA게임이 아닌 인디 게임이다. AAA게임은 이른바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블록버스터 게임을 만들어 수백만의 판매량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의 종류를 말한다. 연출과 스토리, 영화 같은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러나 인디 게임은 다르다. 개인과 소규모 집단이 적은 돈과 시간을 들여 게임을 제작한다. 자체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게임 제작 비용을 충당하기도 하며, 배급사를 비롯한 제3자의 개입 없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을 선보여 구독자를 유지하고 확장해야 하는 플랫폼의 입장에서 인디 게임은 놓치면 손해인 시장이다.
MONEY_ 260억 원

지난 9월 10일, 카카오게임즈는 투자 조합인 코나벤처파트너스와 함께 26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인디 게임 업체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설립 3년 이내이거나 연 매출 20억 원 이하인 창업 초기 개발사와 총 제작비 5억 원 이하의 저예산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지원 대상이다. 성남시가 주최하는 인디 게임 행사인 ‘인디 크래프트’는 인디 게임 개발자를 지원하기 위해 1억 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멘토링과 전문가의 피드백, 홍보 지원 등도 함께 이뤄진다.
ANALYSIS_ 웹2.0

인디 게임의 발전은 웹의 발달과 궤를 같이 했다. 소규모 업체, 혹은 개인이 개인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모델이 인디 게임의 비즈니스 구조인 만큼, 그를 원활히 작동하게끔 하는 기반이 필요했다. 소비자가 창작자가 되고, 창작자와 소비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결과물을 만드는 웹2.0이 그 핵심에 자리했다. 디지털 배급의 원활함과 제작 환경의 변화가 인디 게임 시장이 확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 스팀(Steam) ; 2003년, 미국의 컴퓨터 및 비디오 게임 개발사인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스팀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멀티 플랫폼을 내놓는다. 현재, 2억 명 이상의 스팀 유저는 FPS, RPG, 레이싱과 인디 게임을 스팀 내에서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누구나 게임을 올리고, 구매하고, 홍보할 수 있는 창구인 스팀은 인디 게임의 판매와 구매 창구가 됐다.
  • 제작과 배급 ; 스팀 출시 이후, 인디 게임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제작사, 배급사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2002년 설립된 비디오 게임 개발 및 배급사인 ‘스마일게이트’는 인디 게임 유통을 위한 런처 ‘스토브’를 통해 인디 게임을 배급했다. 게임사 ‘네오위즈’는 퍼블리싱 전담 조직을 통해 게임 품질 관리, 플랫폼 론칭, 언어 현지화,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좋은 스토리와 콘셉트만 있다면 전 세계의 게임 플레이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RECIPE_ 매력

그렇다면 AAA게임에게는 없는 인디 게임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난 한 달간 뜨거운 반응을 불렀던 인디 게임인 ‘트롬본 챔프(Trombone Champ)’는 마우스와 드래그를 통해 트롬본을 연주하는 단순한 리듬 게임이다. 다른 리듬 게임과는 달리 트롬본 챔프에는 음 보정이나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없다.
  • 바이럴 ; 트롬본 챔프의 리드 개발자인 댄 베치토(Dan Vecchitto)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롬본 챔프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게임은 대체로 잘 못 할 때 더 재미있어요.” 엉성함이 가져오는 재미는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닿기에 유리한 바이럴 전략이 됐다. 엉성한 플레이 영상은 유튜브의 게임 채널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도 일종의 밈이 되어 떠돌아 다녔다. 완벽하지 않은 플레이를 유도하는 것이 하나의 특이한 지점이자 재미 요소가 된 셈이다.
  • 간단함 ; 방법이 간단하다보니 트롬본 챔프를 처음 해보는 이도 플레이 방법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방향키에 익숙한 이든, WASD에 익숙한 이든 마우스와 드래그만 있으면 트롬본을 연주할 수 있다. AAA게임은 방법이 복잡하다. 조작 방법을 익혀야 하고, 그래픽에 익숙해져야 한다. 오버워치와 배틀 그라운드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멀미를 감수해야 하지만, 트롬본 챔프에는 그런 과정이 없다.
  • 성취감 ; 진입 장벽이 낮은 것은 간단한 게임의 장점이지만, 한편으로 간단한 게임은 유저의 성취욕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트롬본 챔프는 ‘수집’으로 이 난점을 타파했다. 음악을 전부 연주하면 화폐를 획득하고, 해당 화폐로 유저는 카드 팩을 구매할 수 있다. 카드에는 트롬본 연주자의 사진, 음악과 관련한 사진도 있지만 아무런 연관이 없는 카드도 등장한다. 트롬본을 불어 번 돈으로 개코원숭이에게 제물을 바칠 수도 있다. 에스콰이어의 작가인 카메론 셰릴(Cameron Sherrill)은 자신이 트롬본 챔피언의 타이틀을 얻었을 때의 희열을 기사로 기고하기까지 했다.

STRATEGY_ 뾰족한 타깃

상술한 인디 게임의 특성은 트롬본 챔프가 아닌 인디 게임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2021년에 열린 구글 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서 톱3에 선정된 게임 ‘고양이와 스프’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힐링 게임으로, 사실상 유저가 힘을 들여야 하는 요소가 없다. 고양이들이 음식을 만들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구경하는 식이다. 마을을 꾸미거나 미션을 해결해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인디 게임은 수백만 명의 추상적인 유저를 상정하지 않는다. 엉성한 연주를 즐거워하거나 고양이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걸 구경하고 싶어 하는 뾰족한 타깃을 만든다. 타깃이 뾰족하니 게임은 간단해진다. 진입 장벽이 낮으니 팬덤을 늘리기도 좋다. 뾰족한 타깃팅이 역으로 확장의 동력이 됐다.
RISK_ 탈-인디 게임?

빠르고 저렴하게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고 바이럴이 가능한 인디 게임 시장은 거대 플랫폼과 게임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6개월 동안 인디 게임 개발사인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포함해 세 개의 게임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고양이와 스프 게임의 개발사인 ‘하이디어(HIDEA)’도 200억 원대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네오위즈에게 인수됐다. 인디 게임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거대 게임사의 인디 게임사 인수는 주목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신화를 만든 인디 게임의 시초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현재 최고의 게임으로 이름을 올린 ‘마인 크래프트’는 2009년 인디 게임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다. 마인 크래프트의 개발자 마르쿠스 페르손(Markus Persson)은 게임 회사에서 일했지만 정작 마인 크래프트는 페르손이 퇴근한 이후와 주말에 탄생했다. 트롬본 챔프를 개발한 댄 베치토 역시 마찬가지다.
INSIGHT_ 새로운 것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끌린다. 트롬본 챔프는 기존 리듬 게임의 문법을 의도적으로 비틀었고, 게임에서 플레이라는 요소를 최소화한 방치형 게임은 힐링과 P2E라는 새로운 기능을 얻을 수 있었다. 인디 게임의 목표가 대형 게임사의 품에 안기는 것이라면 결국 인디 게임도 팔릴 만한 요소에 치중하기 쉽다. 그러나 인디 게임이 기존 게임의 문법에 익숙해진다면 그 새로움은 순식간에 진부해진다. 무리한 광고 삽입, 과금 유도, 자극적인 홍보가 사례다. 언제나 인디는 자본과 대중 사이에서 진동했다. 그 사이에서 적절한 영역을 지배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공의 비결이다. 소니와 MS는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않겠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FORESIGHT_ 전략적 콘텐츠

지금의 소비자는 다양하고, 쉽게 질리고, 빠른 시간 안에 무언가를 성취하기를 바란다. 소셜 미디어들 사이를 오가는 바이럴도 빼놓을 수 없는 유인 요소다. 틱톡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지금의 게임은 게임보다는 전략적 콘텐츠에 가깝다. 넷플릭스의 OSMU, 아마존의 커머스, 애플의 생태계 진입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서비스로서의 게임(GaaS), 구독형 게임과 같은 변화는 이런 맥락과 맞닿는다. 엔데믹 이후의 시대는 긴 시간 동안 몰입해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보다는 쉽게 진입하고, 쉽게 끊을 수 있는 게임을 원한다. 미래의 게임은 체류 시간보다는 다양함과 새로움을 충족해야 한다. 인디 게임의 장점은 머지않아 미래 게임의 기본 요소가 될 수 있다.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새로고침할까?⟩를, 게임사의 정치적 움직임이 궁금하다면 ⟨새로운 게임으로 번지점프⟩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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