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로서의 미디어, 위키백과

10월 2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위키백과가 편집자를 늘리려 한다. 토론 테이블의 크기를 키우겠다는 뜻이다.

  •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Wikipedia)’가 더 많은 신규 편집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
  • 신규 편집자를 위한 편집 튜토리얼, 하이퍼링크 추천 등의 방식이 도입됐다.
  • 온라인 집단 지성의 정점으로 불리는 위키백과에서 미래의 미디어는 무엇을 배울 수 있나?

DEFINITION_ 위키백과

2001년 시작된 위키백과는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편집할 수 있는 오픈 백과사전이다. 위키백과를 운영하는 재단인 ‘위키미디어(Wikimedia)’는 ‘나무위키(Namuwiki)’ 혹은 타 빅테크 기업과 달리 기부금을 통해 지원 받는 비영리 단체다. 한 달 동안 순수 방문자 수가 17억 명에 달하고, 영어부터 11만 명이 사용하는 크리(Cree)어까지 318개의 언어를 제공한다.
REFERENCE_ Wiki

위키백과가 온라인 백과사전의 표준으로 자리 잡기 이전에도 다수의 힘을 빌려 정보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럿 있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운영된 ‘누피디아(Nupedia)’는 위키백과의 전신으로 여겨진다. 누피디아와 위키백과는 모두 불특정 다수가 협업을 통해 직접 내용을 추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웹 사이트의 형식인 ‘위키(Wiki)’를 택했다.
RECIPE_ 아마추어

누피디아와 위키백과의 차이는 승인 절차 여부였다. 누피디아는 일곱 단계에 걸친 승인 프로세스를 통해 전문 편집자의 검토를 받아야 했다. CDSC(Community Data Science Collective)의 연구원 벤자민 마코 힐(Benjamin Mako Hill)에 따르면 위키백과는 승인 단계를 없앰으로써 모두가 즉각적으로 정보를 수정 및 추가할 수 있게 했고, 편집자를 익명으로 처리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누피디아는 현존하지 않는 최고의 웹사이트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살아남은 건 위키백과였다. 누피디아와 달리 위키백과는 공신력을 인용하고 참조하는 아마추어의 힘을 예견했다.
NUMBER_ 문서와 편집
  • 650만 개 ; 위키백과에 수록된 문서는 650만 개에 달한다. 등록된 문서는 셀 수 있지만 그 문서에 덧붙는 출처, 하이퍼링크 등의 데이터는 무한한 수준이다. 위키백과가 다시 논문, 단행본 등의 다른 정보로 이동하며 위키백과의 서술이 재인용되기도 한다. MIT의 닐 톰슨(Neil Thompson)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위키백과의 콘텐츠는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학생과 연구자 모두 인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유명 논문에 쓰인 300단어 중 한 단어는 위키백과의 영향을 받았다.
  • 상위 50퍼센트 ; 위키백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담겨 있지만 위키백과의 토론과 편집에 참여하는 이는 그에 비하면 극소수다. 단 한 번이라도 편집해본 이는 가입한 사용자 4천만 명 중 상위 50퍼센트에 해당한다. 위키미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위키백과에 로그인 한 편집자의 84퍼센트는 남성이었으며, 전체 편집자의 20퍼센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다. 상위 10위 안에 진입한 유럽, 북미가 아닌 국가는 3퍼센트를 차지한 인도가 유일했다.

RISK_ 편향

집단 지성은 다양성과 독립성을 장점으로 갖지만, 현대의 집단은 모두를 포용하지 않는다. 정보의 인용, 접근, 재생산 모두에 편향의 위험이 존재한다.
  • 인용의 편향 ; 북미, 유럽권 국가의 남성이 위키백과를 대부분 편집한다는 통계 바깥에도 편향이 자리한다. 인용하는 기사 자료, 출처가 대표적이다. 접근 가능한 사이트를 통제하는 국가의 경우 위키백과가 인용하거나 참조할 수 있는 자료가 현저히 줄어든다. 중국 위키백과는 천안문 시위 15주년을 앞둔 2004년 차단됐다.
  • 접근의 편향 ; 전 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63퍼센트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인터넷 보급률은 평균보다 낮다. 중앙아프리카의 보급률은 25퍼센트로, 나머지 75퍼센트는 인터넷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여기에 웹 페이지 차단과 폐지 등의 정치적 움직임이 더해진다면, 지금의 위키백과는 결코 모든 집단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복잡한 UI로 인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한계, 모국어로 제공되지 않는 수많은 문서의 장벽도 무시할 수 없다.
  • 재생산의 편향 ; 위키백과가 인용과 확산을 통해 또 다른 데이터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지금, 편향은 사이트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달리(DALL-E)’는 ‘동양화풍’이라는 키워드를 삽입하지 않는 이상 텍스트를 서양화로 산출한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시대에 위키백과의 편향은 단순한 정보 전달의 한계에만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STRATEGY_ 시도

활성 편집자의 수를 늘리기 위한 위키백과의 시도는 편향의 위험을 줄이고 새로운 지식이 순환하는 백과사전으로 남아있기 위한 움직임이다. 위키미디어 재단은 세 가지의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 신규 가입자가 복잡한 UI에 헤매지 않고 직접 링크를 걸거나 편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가입 직후 관심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활발한 참여를 독려한다.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퀘스트와 게임적 요소를 통해 비교적 쉽게 위키백과의 문서에 링크를 달거나 내용을 수정하고, 새로운 문서를 만들 수 있다.
INSIGHT_ 바이럴과 공신력 사이

위키백과의 설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는 위키백과의 원칙으로 신뢰도 높은 출처를 꼽았다. 그는 가짜 뉴스와 극단적 게시물이 클릭과 바이럴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탓이라고 밝혔다. 작년 지미가 밝힌 위키백과의 원칙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지금의 미디어 환경 때문일 테다. 이미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클릭과 바이럴에서 무관하기 어렵고 공신력에 대한 합의는 요원하다. 지난 9월 29일, 위키백과의 편집자들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배포하는 미국의 ‘폭스뉴스(Fox News)’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격렬히 토론했다. 열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위키백과의 커뮤니티는 폭스 뉴스의 신뢰도가 불분명하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폭스 뉴스는 CNN을 넘어서 미국 케이블 시청률 1위를 달성한 미디어다. 이 간극에서 다양한 질문이 덧붙는다. 폭스 뉴스는 공신력 있는 미디어일까? 모두가 알고리즘과 바이럴을 통해 세상을 감각하는 지금, 신뢰도와 공신력은 무엇일까?
FORESIGHT_ 참고서로서의 위키백과

더 버지는 위키백과의 업데이트가 지식 순환에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장기적으로 지속시키고 확장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위키백과는 토론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사용자 모임인 사랑방 섹션에서는 현재 발생하는 사건, 혹은 수정해야 할 표현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물을 수 있다. 새로운 기능은 기존의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더 많은 이가 의견을 밝히고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드려는 시도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모두가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공유지로서의 토론 공간을 위협한다. 위키백과의 격렬한 토론과 합의 방식은 공고함에 도전할 수 있다. 더불어 그러한 도전이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보 접근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키백과의 토론 테이블을 키우고 더욱 많은 이가 그 테이블에 앉는 일을 불편해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위키백과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정의하는 문서를 제공하고 있다. 토론을 통해 문서를 완성하는 위키백과의 방식은 미래 미디어와 시민사회의 접근 방식에 하나의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위키백과가 가진 공유와 참여의 힘, 자세한 승리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스무 살 위키피디아, 공유와 참여의 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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