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위안화... 뭘로 하시겠어요?

10월 28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미국과 갈등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페트로 달러가 저물고 페트로 위안 시대가 올까?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이 위기에 처했다. 두 나라의 동맹과 갈등, 그 중심엔 석유가 있다.
  • 사우디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석유를 위안화로 거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지금의 갈등은 페트로 달러 위기의 신호탄일까?

BACKGROUND_ 석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맹이 7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우디는 중동 내 친미 성향이 가장 짙은 나라다. 두 나라의 관계는 1945년 에너지 동맹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동맹을 지탱하는 건 1974년 페트로 달러 협정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국토 안보를 보장하고, 석유대국 사우디는 그 대가로 세계 모든 시장에서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하기로 했다. 페트로 달러로 미국은 세계 석유 패권을 거머쥐었다. 페트로 달러는 미국이 세계 원유 시장을 통제하고 기축통화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됐다. 석유로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던 두 나라가 석유로 갈등하고 있다. 이건 사우디가 미국의 석유 패권에 도전장을 냈다는 뜻이다.
ANALYSIS_ 신경전
  • 갈등은 지난 10월 5일 오펙플러스(OPEC+)의 석유 감산 결정에서 시작됐다. 사우디가 속한 오펙플러스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평소보다 200만 배럴 감축하기로 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최대 감산폭이다.

  • 원유 생산량 감축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러시아 원유 수출가격에 상한선을 만들려던 미국의 계획에 차질을 준다. 사우디는 경기 침체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를 돕는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 유가 하락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1500만 배럴을 방출했다. 추가 방출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리고 사우디와의 관계 재설정을 선언했다.


DEFINITION_ OPEC+

세계 3대 산유국은 미국, 사우디, 러시아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손을 잡는다면 석유 패권국인 미국에 큰 위협이 된다. 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 오펙(OPEC); 국제석유자본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고 석유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석유수출국기구다. 매년 2차례 이상 대표자 회의를 진행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등이 속한다.
  • 오펙플러스(OPEC+);  오펙은 비회원 산유국들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멕시코 등이다. 세계 3대 산유국 중 미국을 제외한 두 나라가 오펙플러스에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RISK_ 중간선거

흔들리는 유가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 석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미국은 석유 생산 물량이 가장 높은 동시에 소비 물량도 높은 나라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산 석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우디와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동순방에서 사우디를 찾은 이유기도 하다. 
EFFECT_ 바이든의 결심

지난 7월 사우디 방문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이는 바이든에게 큰 결심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해왔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에서 추방돼 워싱턴포스트에서 사우디를 비판하는 칼럼을 써온 인물로 2018년 살해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위해 문제 삼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동안 빈 살만 왕세자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그런 바이든 대통령이 굴욕을 감수하며 사우디로 향한 이유는 하나, 유가 안정이었다.
CONFLICT_ 사우디의 뒤통수 때리기

빈손 순방’이란 비판이 많았지만,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총리와 원유 증산 ‘비밀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기대와 달리, 오펙플러스는 감산 결정을 내렸다. 미국이 반발하고 나서자 중동 국가들은 “경제 논리에 의한 것”이었다는 성명을 내놨다. 그리고 그 배경엔 사우디의 비공식적인 압박이 있었다. 사우디가 의도적으로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미국과 사우디는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KEYPLAYER_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살만은 지금까지의 사우디 총리와 다르다. 유학길에 오르는 보통 사우디 왕족과 달리, 빈 살만은 2017년 왕세자로 책봉된 후 국왕 옆에서 대부분의 국사를 챙겼다. 필요하다면 정적과 비판자를 숙청하며 2022년 9월, 37세의 젊은 나이로 국가수반인 총리가 됐다. 사우디의 권력을 쥔 빈 살만 총리의 별명은 미스터 에브리씽(Mr.Everything)이다. 빈 살만 총리가 그리는 사우디의 미래 또한 지금까지와 다르다.
  • 인권 후진국 탈피; 대중 공연과 영화 상영을 재개했다. 또한 여성의 운전과 축구장 입장을 허용하고 여성 우주인 양성계획을 발표하는 등 여성의 사회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 아람코 기업공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재무상태를 공개했다. 2019년 아람코 기업공개(IPO)에 나선 것이다. 올해 2분기, 아람코는 기업공개 이후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다.
  • 네옴 시티; 아람코 IPO를 통해 얻은 자금으로 석유에 의존해온 경제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새로운 미래’라는 뜻의 네옴 시티는 그 일환으로, 100퍼센트 친환경 주거, 관광특구 개발 프로젝트다. 빈 살만 총리는 사회 개방을 위해 월드컵, 엑스포 등 대규모 국제 행사 유치에도 나서고 있는데, 네옴시티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됐다.

INSIGHT_ 관계 재설정

다시 한번 말하지만, 빈 살만은 지금까지의 사우디 총리와 다르다. 관계 재설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건 바이든 대통령이나 막상 움직임에 나선 건 빈 살만 총리다. 에너지 장관을 내세워 시진핑 주석의 주력 사업인 ‘일대일로’ 사업 관련 공동 투자에 관해 논하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는 이로써 관계의 키를 언제까지나 미국이 쥐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FORESIGHT_ 페트로 위안?
  • 중국은 이미 사우디산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다. 사우디는 중국에 원유를 수출할 때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위안화 결제 논의는 오래 전 시작됐지만, 미-사우디 관계가 흔들리며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으로부터 가스 대금을 달러 대신 루블화와 위안화로 받고 있다.

  • 페트로 달러에 대한 도전은 이미 시작했다. 중국은 기축통화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물론 지금의 ‘킹달러 시대’는 그 위협을 무색하게 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속에서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며,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담은 전 세계가 나눠서 지고 있다. 달러 패권의 부정적 효과가 계속되면 언젠가 대안이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날이 온다면, 지금의 갈등이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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