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정거한 자율주행

10월 31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모든 미래 기술에 돈이 몰리는 건 아니다. 자율주행의 미래는 멀어지고 있다.

  •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 모빌아이는 나스닥에 안착했다.
  • 포드와 폭스바겐이 밀어주던 아르고 AI는 해산했다.
  • 자율주행 기술을 향한 투자에 부정맥이 감지된다.

DEFINITION_ 자율주행

운전자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이자 ‘자동차(Automobile)’라는 명칭의 완성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주행이 아닌 이동 경험에 초점이 맞춰진다. 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거주 공간으로 확장된다. 종국엔 개인의 차량 소유가 필요 없어지고 ‘자가용’은 구시대 언어가 된다. 휴먼 에러[1]가 없어져 사고와 교통 체증이 획기적으로 준다. 이동의 패러다임만 바뀌는 게 아니다. 물류, 운송업[2], 보험[3], 정비[4], 대중교통, 단거리 항공[5], 호텔[6], 도심 부동산[7], 군사 등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율주행은 기술뿐 아니라 제도와 도시 인프라 전반을 바꾸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고도화에 따라 레벨이 있다. L1(레벨1)부터 L5까지다. #자율주행기술레벨
RECIPE_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
Full Self-Driving ⓒTesla
차를 움직이고 세우는 건 쉽다. 위치 확인도 쉽다. 관건은 도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눈, 판단하기 위한 뇌다. 이를 ‘센서’라고 한다. 자율주행은 AI, 빅데이터, IoT, GPS 같은 기술의 집약체지만 특히나 센서가 핵심이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크게 세 가지 방법론을 내세운다.
  • 레이더(RaDAR) ; RAdio Detection And Ranging. 전자파를 쏴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반사된 전자파를 분석한다. 장거리 탐지가 가능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이다. 다만 파장이 커서 작은 물체를 측정하기 어렵고 정밀하지 못하다는 게 단점이다. 부도체 인식도 어렵다. 그럼에도 운전자 보조용으론 우수하다.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에 많이 쓰인다.
  • 라이다(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빛을 쏴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실험 중인 자율주행차 위에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 이것이다. 차량이 피해야 할 장애물을 3D로 분석할 수 있다. 자율주행을 대표하는 기술로 가장 정밀도가 높다. 안개나 비 등 악천후에 영향을 받는 게 단점이다. 전자파보다 감지 범위도 짧다. 가장 최신의 라이다도 몇 백 미터로 알려진다.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저렴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비싸 상용화가 어렵다.
  • 카메라(Camera) ; 카메라로 감지하는 기술이다. 사람처럼 보면 되는 것이다. 차선, 신호등, 표지판 인식이 가능하고 멀리 볼 수 있다. 관건은 카메라로 인식한 이미지 정보의 실시간 분석이다. 동물의 시각 정보 인식을 딥러닝으로 구현한 컨볼루션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통해 정교해지고 있다. 장비의 가격도 저렴하다. 디테일은 좋지만 악천후나 어둠 등에 취약하다.

CONFLICT_ 어데 센씨입니꺼?
Why Elon Musk Hates LIDAR and Tesla Won’t Use It ⓒNewsthink
자율주행의 경우 국가별, 기업별 갈등을 넘어 기술 분화에 따른 경쟁 구도가 특징이다. 기술에 따라 비즈니스의 비전도 다르다.
  • 구글 웨이모(Waymo)는 완전 자율주행을 활용한 로보택시를 꿈꾼다. 테슬라는 차량 생산 능력에 기반해 B2C로 운전자에게 적합한 자율주행차를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 어떤 센서를 주력으로 하느냐에 따라 비방전도 벌어진다. 웨이모는 라이다, 테슬라는 카메라를 주력으로 쓰는데, 일론 머스크는 라이다를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말한다. 다만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 순위에서 10위권 밖이다.
  •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 순위는 구글 웨이모, 엔비디아, 아르고 AI, 바이두, 크루즈, 모셔널(현대차와 앱티브의 합작사) 순이며 모빌아이가 뒤를 쫓고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획기적인 이유는 카메라와 분석 AI만을 이용해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는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한 대에 3~4달러인데 라이다는 가장 싼 것도 400달러가 넘는다.
  • 물론 많은 자율주행 기업들이 레이더, 라이다, 카메라를 적절히 조합해 기술을 구현한다. 다만 카메라와 라이다로 나뉘는 기술 진영의 경쟁은 미래 자율주행 기술의 메인스트림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BACKGROUND_ 스탠리
Inside the First DARPA Grand Challenge 2004 ⓒHomestead Engineering
센서만큼 분석 능력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린 계기가 있었다. 자율주행의 시작을 알린 2004년 3월 캘리포니아 남동부 모하비 사막에서 펼쳐진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The DARPA Grand Challenge)다.[8] 240킬로미터의 트랙에서 완주한 차량은 없었다. 2005년에 재개된 대회에서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교수가 이끄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스탠리(stanley)가 우승했다. GPS 기반의 다른 차량과 달리 주행 도로 위의 장애물을 직접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먹혀들었다.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자율주행의 아버지’가 된 세바스찬 스런 교수는 향후 구글에 합류했고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KEYPLAYER_ 모빌아이

그런데 ‘자율주행의 아버지’로 불리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히브리대 교수다. 그가 1999년에 창업한 기업이 모빌아이(Mobileye)다. 인텔이 2017년에 인수했다. 모빌아이는 전술한 ADAS를 최초 개발했고 현재도 ADAS 시장의 60퍼센트 점유율을 갖고 있다. 테슬라가 한때 사용했던 ‘아이큐(EyeQ)’라는 자율주행 칩을 만든 회사다.[9] 돈독했던 두 회사는 2016년의 오토파일럿 사고[10]의 책임 소재 공방으로 결별했다. 모빌아이는 센서로 카메라를 쓰다가 라이다, 레이다를 겸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 처리하는 칩을 올해 초 공개하기도 했다. 배달 스타트업 유델브(Udelv)와 함께 무인 배달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저렴한 라이다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 혹한기 속에 모빌아이의 상장 소식이 있었다. 
MONEY_ 230억 달러

투자 심리는 살아있었다. 모빌아이는 현지시간 10월 26일 나스닥에 안착했다. 모빌아이의 상장은 포르셰에 이어 올해 최대 규모일 것으로 예견된 IPO였다. 2014년에 이스라엘 기업으로는 역대 최고 금액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한 모빌아이는 3년 뒤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하며 상장 페지했다. 당시 모빌아이는 적자였지만 흑자전환의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 IPO는 5년 만의 재도전이었다. 모빌아이는 공모가 21달러에서 출발해 상장 첫날 37퍼센트 오른 28.9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흥행이었다. 시가 총액 역시 170억 달러에서 230억 달러로 올랐다.
STRATEGY_ 허허실실

그런데 웃을 일이 아니다. 모빌아이의 상장은 이대도강이고 흥행은 안분지족이다. 다행히 허허실실이 통했다. 지난해 말 인텔이 전망한 모빌아이의 시가 총액은 500억 달러였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이 내려앉으며 인텔은 눈을 낮췄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IPO 직전 모빌아이의 발행 주식을 대폭 축소하고 기업 가치를 200억 달러 아래로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됐다. 기업 가치가 3분의 1로 주저앉았지만 타이밍을 늦출 순 없었다. 이미 기술주·성장주의 폭락이 심한 상황에서 소폭 강세를 보이는 틈을 탔다. 경기 침체가 닥칠지 모르는 2023년은 지옥이기 때문이다.
ANALYSIS_ 긴급수혈

인텔은 주력인 반도체 부문 때문에 급전이 필요하다. 경쟁자 AMD와는 프로세서로 경쟁 중이고, 기술적 약세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공장을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텔의 퍼포먼스는 악화일로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로 3분기 실적은 망가졌다.[11] 이번 IPO로 조달한 8억 6100만 달러는 부채 일부 상환과 R&D 등 기업 운영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인데 반도체 부문에 수혈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인텔은 모빌아이가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며 모빌아이를 위한 조치임을 공언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어쩌다 찬밥 신세가 됐을까?
RISK_ 아르고 AI
포드와 아르고 AI의 4세대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 ⓒFord Motor Company
자율주행 기술 투자에 부정맥이 생겼다는 또 다른 신호가 있다. 아르고 AI의 해산 소식이다. 상술했듯 자율주행 업체 순위에서 톱 3에 드는 선두주자로 자율주행 L4~L5를 주력으로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16년 설립돼 포드와 폭스바겐의 지원[12]을 받아 성장했다. 기업가치가 70억 달러(9조 9300억 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 신호가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1700명의 직원 중 15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현지시간 10월 26일 글로벌 IT 전문 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아르고 AI는 최근 전체 회의를 열어 임직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사업 중단을 통보했다. 포드가 아르고 AI의 투자로 입은 손실은 27억 달러에 달한다. 해산에 따른 비용으로 적자 전환을 하기도 했다. 존 롤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자율주행 대신 ADAS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언했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보다 실현 가능한 L2~L3를 노리겠다는 의미다.
INSIGHT_ 미래 기술의 역설

기술은 세상을 바꾼다. 미래 기술에 돈이 몰리는 이유다. 그러나 세상도 기술을 바꾼다. 수익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L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에선 돈이 빠져나가지만 우주 기술엔 다시 돈이 몰린다. 인류를 달에 보내려는 계획은 한동안 등한시됐다. 국제 관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기후 위기나 테라포밍 등의 의제가 부상하자 인류는 다시 ‘문러시’를 벌인다. 우주 기술 발전이 수반하는 기술적 이점은 크지만 자율주행 기술만큼 그 수혜가 전방위적일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우주 기술엔 천문학적인 돈이 쓰인다.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지만 결국 우주 기술엔 국가 경쟁력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내맡겨진 자율주행 기술은 돈에 크고 돈에 가로막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자율주행차 개발에 투입된 금액은 1000억 달러(142조 원)이다. 다만 웨이모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의 시가 총액은 지난 2년 동안 81퍼센트 줄어들며 400억 달러(57조 원)가 증발했다. 자율주행에 닥친 위기는 미래 기술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FORESIGHT_ 자율주행 쇼크

아르고 AI의 폐업으로 많은 IT 전문 매체들은 자율주행의 시대가 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일부 외신은 이를 2008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한 ‘베어스턴스 파산’ 사태에 비유한다. 아르고 AI와 모빌아이의 찝찝한 상장 외에도 테슬라 역시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운전자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과장 광고한 혐의를 조사받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회의감으로 투자 이탈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던 많은 미래 기술의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웹 3.0으로 불리는 디파이(DeFi) 생태계와 메타버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메타(Meta) 역시 주주들로부터 메타버스에 돈이 낭비되고 있다는 일침을 들어야 했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는 많은 미래 기술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주과 경기 침체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롤러코스터 위의 빅테크〉를, 모빌아이의 상장과 함께 주목받았던 포르셰의 IPO가 궁금하다면 〈제로백의 시대를 넘어〉를,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궁금하다면 〈반도체의 기정학개론〉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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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 탓으로 일어나는 오류를 의미한다. 시스템의 성능, 안전 또는 효율을 저하시키거나 감소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간의 모든 잠재적 행위를 총칭한다.
[2]
공급망 병목 현상 등에서 운전수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사라진다. 운전수의 교통 사고 확률도 줄어든다. 완전자율주행 단계가 되면 운전수라는 직업이 사라질 위험도 있다.
[3]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차 사이에 일어나는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의 보험 상품이 재편될 것이다. 사고가 줄어들면 보험사의 이익이 단기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추후 보험에 대한 수요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4]
자율주행차는 사고율을 포함해 고장률도 낮다. 자율주행차는 사실상 달리는 스마트폰과 같다. 많은 문제가 소프트웨어에서 비롯된다. 자율주행차의 차 상태는 클라우드 서버에 실시간 보고되므로 선제적 수리가 가능하고 많은 부분이 원격으로 이뤄질 것이다.
[5]
자율주행 시대엔 차량 정체가 크게 감소한다. 따라서 단거리 항공 수요가 크게 감소하며 노선에도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6]
자율주행차는 차를 거주 공간으로 확장한다. 따라서 이동을 하며 숙박이 가능하다. 침대를 완전히 펼치고 자면서 이동하면 거점을 중심으로 발달한 호텔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7]
부동산 업계는 역세권이라는 말처럼 교통 편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이러한 접근성 차이는 자율주행 시대의 등장으로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교통 인프라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8]
다르파는 미국 국방부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이다.
[9]
현재 테슬라는 FSD(Full Self Driving)칩이라는 자체 개발 칩을 쓴다.
[10]
자율주행차 주행 중 트럭과 충돌한 사고다. #관련기사
[11]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퍼센트 줄어든 153억 4000만 달러(21조 7982억 원), 영업 이익은 85퍼센트 줄어든 10억 2000만 달러(1조 4495억 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인텔은 감원과 비용 절감에 애를 먹고 있다. 겔싱어 CEO는 판매 관리비와 운영비 등을 포함해오는 2025년까지 최소 80억 달러(11조 360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2]
포드는 2017년에 10억 달러, 폭스바겐은 2020년에 26억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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