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계열 운동가다. 법률적 지식을 기반으로 2005년 공정한 대응 프로젝트(Project on Fair Representation)를 설립하고 투표권, 교육, 고용 등에 목소리를 내왔다. 2013년부터 어퍼머티브 액션에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 왔다.
- 고소인도, 변호인도 아니다. 우선 불만을 가진 잠재적 고소인을 찾는다. 이들을 변호사와 연결한다. 그들이 제기하는 소송을 통해 블룸은 법적 선례를 만드는 활동을 한다.
- 이번 하버드대학과 UNC를 고소한 단체가 바로 블룸이 만든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다. SFFA는 2014년 하버드와 UN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2021년 2월,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사회에서 인종적 분류와 선호를 종결”하는 것이 불룸의 목표다. #《월스트리트저널》기고
REFERENCE_ 소송
대입 절차의 어퍼머티브 액션 논란은 최근 일이 아니다.
- 예일대 ; 어퍼머티브 액션을 적용 중이다. 2020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예일대가 백인과 아시안을 차별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예일대는 2003년 그루터 대 볼린저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 따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당 소송은 2021년 2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철회했다.
- 미시간대 ; 과거엔 적용했으나, 폐지한 대표적인 사례다. 위 그루터 대 볼린저 사건의 배경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 초부터 “백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절됐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에 의해 몇 차례 소송이 제기됐으며, 2006년 미시간 국민 발의(MCRI·Michigan Civil Rights Initiative)로 인해 주립대를 포함한 공공 기관 내 모든 어퍼머티브 액션은 폐지됐다.
- 캘리포니아 공대 ;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는 발의안이 이미 1996년 통과했다. 칼텍은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이 높기로 유명한 대학이다. 2020년 기준 아시안 학생 비율은 무려 48퍼센트를 기록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될 경우 아시안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사례로 흔히 회자된다.
- 이외에도 애리조나, 플로리다, 아이다호, 네브래스카, 워싱턴 등을 포함한 아홉 개 주는 공공 기관 차원에서 주립 대학 입시의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고 있다.
NUNBER_ 21.7퍼센트
이번 논란에서 피해자 집단으로 꼽히는 것은 아시안계 미국인이다. 미국 대학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차지하는 실제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 전체 평균 ; 전체 평균과 상위권 대학 평균이 다르다. 2016년 미 국가교육통계센터가 미국 대학생 국적 비율을 조사한 결과, 백인이 53퍼센트, 라틴이 20퍼센트, 흑인이 15퍼센트, 아시안이 7퍼센트였다.
- 하버드 평균 ; 그러나 하버드 2021년 입학생 중 아시아계 미국인의 비율은 무려 21.7퍼센트였다. 만일 오직 실력 중심 평가를 진행했더라면(어퍼머티브 액션을 도입하지 않았더라면) 이들 비중은 40퍼센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드러났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적용한 대학이 최근 미국 사회 내 비판적 여론을 의식할 경우, 이 수치는 2026년경 적어도 27.6퍼센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CONFLICT_ 6:3
어퍼머티브 액션은 유지될까? 법정의 여론은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현재 연방법원의 대법관은 아홉 명 중 여섯 명이 보수 성향이다. 트럼프 정부 시절의 재편 결과다. 10월 31일 진행된 심리에서 논의는 극명히 갈렸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계 대법관은 대학이 입시에서 인종뿐 아니라 40여 개의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퍼머티브 액션을 적극 옹호했다. 보수계 입장은 달랐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다양성(diversity)이라는 단어를 꽤 많이 들었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은 대학 입학을 “제로 섬 게임”에 비유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인종 중립적” 방식으로 과연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RISK_ 중간 선거
- 바이든은 트럼프 뒤집기에 골몰해 왔다.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인종 평등, 기후 변화.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과 함께 내세운 4대 국정 과제다. 불과 두 달 만인 2021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정부의 행정 명령을 속속들이 뒤집기 시작했다.
- 인종 평등의 슬로건도 그 일환이다. 멕시코 국가 장벽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슬람 국가로부터의 이민 제한을 폐지했으며 1100만여 명의 불법 이민자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바이든 정부의 무리한 이민 정책 이면엔 전 정부의 인종주의적 경향성을 전복하고 싶은 고충이 있다.
- 다가오는 11월 8일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바이든은 어깨가 무겁다.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목소리를 내고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강행했으나 지지율은 하락세다. 공화당은 기회다. 기존 202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 주 단위 선거에서의 선전 기세를 몰아 미국 정치의 주도권을 다시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즉 어퍼머티브 액션 논란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대학 내 인종 평등의 슬로건을 입증할 수 있는 상징이다. 반면 공화당 입장에선 실력과 공정이라는 잣대로 보수 엘리트의 마음을 사로잡을 유인책이자, 중간 선거의 결과를 점칠 수 있는 지표다.
REFERENCE_ 로 대 웨이드
지난 6월 24일 임신 24주 이전까지 임신 중단을 인정했던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뒤집혔다. 상술했듯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 당시의 개편으로 대법관 9인은 보수 6인, 진보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오랜 판례가 뒤집힘으로써 가치의 분열을 촉발한 낙태권 시위 사태는 지금의 인종 다양성 논란과 닮아 있다. 다양성이라는 성역을 수호한다는 당위처럼 여겨지던 어퍼머티브 액션에 본격적인 비판의 화살이 가해진 것은, 사회적 합의가 끝났다고 여겨지던 가치가 다시 분열하기 시작한 미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INSIGHT_ 교육
어퍼머티브 액션이 훌륭한 인재 영입에 방해가 된다면,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해당 논란을 두고
여성할당제나
블라인드제와 유사한 결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이들은 다른 선상의 문제다. 비즈니스와 교육은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성할당제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성평등과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함이 아니다. 기업 성장과 이윤 추구에도 도움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했던 공공 연구 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또한 출신과 배경을 제쳐두고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교육에서 다양성은 수단이 아닌 목적이다. 백인 중심의 식민사관에서 히스패닉 역사학자들의 비중이 많아지고, 황무지와 같던 흑인 보건·의료 분야에서 아프리카계 의학자가 많아지는 것은 사회적·금전적 이윤을 창출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다양성이 다양성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연구와 교육이라는 분야의 특수성이며, 대입 절차에서의 어퍼머티브 액션이 중요한 이유 또한 그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FORESIGHT_ 중간 선거 이후
2003년 그루터 대 볼린저 사건 당시 미시간대학교 측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평등보호조항 위반이 아니”라고 밝히며 “25년 후엔 이런 조치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첨언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사회는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 여전히 제도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만, 볼린저의 말처럼 의도적 조율과 개입이 영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제도의 존폐는 시대의 가치를 설정하고 실현하는 한 정부의 실력을 드러내는 지표다. 어퍼머티브 액션이라는 깁스를 찬 미국 사회는 교육 현장의 인종 다양성을 확보할 또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중간 선거 이후, 내년 6월 판결까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