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의 넥스트 스텝

11월 8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마켓컬리가 화장품 가게를 정식 오픈했다. 상장을 앞둔 컬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 마켓컬리가 뷰티 커머스 ‘뷰티컬리’를 정식 오픈했다.
  • 최근 서비스명을 ‘컬리’로 변경하며 사업 확장 의사도 보였다.
  • 내년 2월 상장을 앞둔 컬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BACKGROUND_ (마켓)컬리
신선 식품 전문 쇼핑몰이다. 2014년 더파머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5월 마켓컬리를 선보였다. 핵심 전략은 두 가지, 산지 직송과 샛별 배송이었다. 저녁에 주문한 신선 식품이 다음날 새벽 우리집 앞에 도착해 있다는 개념은 국내 커머스 시장에서 전례 없는 혁신이었다. 2021년 12월 누적 회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0월 28일에는 서비스명을 ‘컬리’로 바꾸며 사업 확장 의사를 본격 내비쳤다.
DEFINITION_ 뷰티컬리
‘처음 만나는 뷰티 플랫폼’을 표방한다. 지난 7월 28일 마켓컬리의 하위 채널로 시작했다. 11월 7일 독자적인 서비스로 정식 출범했다. 올리브영, 화해와 같은 기존의 뷰티 전문 플랫폼, 혹은 쿠팡이나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사의 뷰티 카테고리와 무엇이 다를까. 뷰티컬리가 내세우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다양성(Variety) ; 입점된 브랜드의 폭이 압도적으로 넓다. 로드샵(아모레퍼시픽)·국내 럭셔리(설화수, 헤라)·해외 럭셔리(겔랑, 에스티 로더) 브랜드부터 국내 신생 럭셔리(논픽션, 탬버린즈) 브랜드와 비건 코스메틱(달바, 멜릭서)까지 갖췄다.
  • 타이밍(Timing) ; 화장품에도 샛별배송을 적용한다. 오후 11시 전에 주문하면 이튿날 새벽 7시까지 배송된다.
  • 큐레이션(My Favorite Beaty) ; “직접 써보고 선별한 제품만” 들여놓는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쿠팡이나 SSG 닷컴과 같이 뷰티 품목을 대거 취급하는 종합 물류 플랫폼과는 차이를 둔다.

RECIPE_ 김슬아, 프리미엄
  • 김슬아 ; 컬리를 이끌어 온 김슬아 현 컬리 CEO는 1983년생 여성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졸업, 미국 웰즐리대학 정치학 학사 후 골드만삭스와 맥킨지앤드컴퍼니, 테마섹홀딩스, 배인앤드컴퍼니 등 유수 컨설팅 및 금융회사를 거치며 비즈니스 감각을 키웠다. 컬리의 전신 더파머스를 창업한 2014년 당시는 더욱이 여성 리더 불모지의 시대였다. 화려한 학벌과 경력을 갖춘 김슬아 대표는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그 자체로 샛별이었다.
  • 프리미엄 ; 마켓컬리가 각광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프리미엄이다. 쿠팡이 참치캔이라면 마켓컬리는 물기 어린 양상추다. 가공이나 냉동을 거치지 않은 식품들을 다양하게 취급한다. 해외 제품이나 브랜드 디저트 등 다른 플랫폼에서 구하기 어려운 먹거리도 입점시켰다. 독자적으로 유통하는 제품은 ‘컬리온리(Kurly Only)’라는 이름으로 브랜딩했다. 비싸도 맛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MONEY_ 1조 원
그러나 컬리의 기업 가치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현재 업계가 분석하는 몸값은 약 1조 원이다. 지난해 프리IPO 때 인정받은 기업 가치 4조 원이 반의 반토막이 됐다.
  • 지난 8월 22일, 쏘카는 거래 첫날 참패를 경험했다. 시초가보다 6.07퍼센트 낮은 2만 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함께 거론된 것은 마켓컬리였다. ‘K 유니콘 특례 상장 후보’라는 꼬리표가 둘을 하나로 묶었다.[1]
  • 하루 뒤인 8월 23일, 마켓컬리는 유가 증권 시장 상장 예비 심사에 통과했다. 6개월 내에 상장을 마쳐야 한다. 내년 2월 말까지다. 얼어붙은 시장에서 상장을 강행하는 것이 컬리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다. 동종 업계의 CJ올리브영도 상장을 잠정 보류 중이다. 상장 철회설에 컬리 측은 해명 보도를 냈다. 이번 뷰티컬리는 기간 내 원하는 몸값을 따내야 하는 적자 유니콘이 던지는 기회의 카드다.

ANALYSIS_ 비식품
컬리는 왜 몸값 올리기 전략으로 뷰티 산업을 택했을까. 리오프닝 수혜주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는데 말이다. 우선 화장품은 보관이 쉽다. 배송도 간편하다. 과대 포장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된 것 또한 컬리가 식품 배송 업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또 커머스에선 객단가가 중요하다. 단가가 높을 때 수익이 발생한다. 식품에선 어렵다. 기껏 해야 축산 분야가 유력하다. 반면 화장품은 단가 경쟁에서 유리하다. 뷰티컬리가 특히 국내외 럭셔리 브랜드에 힘을 주는 이유다. 메인 페이지에 ‘브랜드관’을 띄우고 ‘스몰 럭셔리’를 강조한다.
KEYPLAYER_ 제니
뷰티컬리 공식 소개 영상. ⓒ컬리 유튜브.

뷰티컬리 론칭은 단순히 취급 품목을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컬리의 타깃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기존 마켓컬리의 모델은 전지현이었다. 뷰티컬리의 모델은 블랙핑크 제니다. 전지현은 43살이고 제니는 27살이다. 기존 마켓컬리의 이용자는 판매 품목 특성상 3040 여성이 많았다. 컬리는 뷰티컬리를 통해 소비자 풀을 2030, 더 넓게는 1020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CONFLICT_ 올리브영, 오아시스닷컴
채널이 확장되며 컬리의 경쟁자도 두 배로 늘었다. 뷰티컬리의 막강한 경쟁자가 올리브영이라면 마켓컬리의 떠오르는 강적은 오아시스마켓이다.
  • 올리브영 ; 국내 퀵커머스 3대장은 쿠팡, 컬리, 쓱닷컴이다. 이 중 컬리가 뷰티 시장을 선점했다. 그런데 이 3대장 외에 H&B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다. CJ올리브영이다. 60분 내 배송을 보장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는 물론 온오프라인 옴니 채널 전략을 펼친다. 뷰티컬리가 갖추지 못한 것이다.
  • 오아시스마켓 ; 신선 식품 빠른 배송을 추구한다. 마켓컬리 2인자 격이었다. 그런데 물류 데이터의 디지털 혁신을 내세우며 새벽 배송계의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메쉬코리아(배달 대행 업체 부릉의 운영사)가 보유하고 있던 브이마켓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본격 퀵커머스 사업 확장을 예고해 화제를 모았다.

RISK_ 노동, 창고, 김슬아
  • 노동 ; 컬리 물류 센터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노동자 블랙리스트부당 해고, 과로 등 여러 이슈가 회자됐다. 일각에선 컬리가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근로 환경이 악화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창고 ; 유통사의 핵심은 허브다. 컬리 물류는 단순 연결이 아니다. 재고를 모두 사입하고 보유한 상태에서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서울 송파, 경기 김포, 경남 창원 세 군데에 물류 센터가 있다. 증설이 아닌 유지만 해도 고정비가 엄청나다. 설상가상으로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물류센터 공실률은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 김슬아 ; 컬리는 지분의 절반이 외국계 회사 것이다. 김슬아 컬리 CEO의 지분율은 컬리 2021 감사 보고서 기준 5.75퍼센트에 불과했다. 김 대표의 엑시트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투자자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INSIGHT_ 브랜딩, 가격
  • 브랜딩 ; 컬리만의 큐레이션은 마켓컬리가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것이다. 그런데 뷰티컬리엔 거의 모든 가격대의 화장품이 입점되며, 겔랑, 랑콤 등의 럭셔리 브랜드는 마켓컬리가 출범 초기 내세운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다양성과 프리미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브랜딩의 혼선이 빚어진다.
  • 가격 ; 컬리는 유통사다. 브랜드가 아니다. 그래서 브랜드 로열티라는 게 존재하기 어렵다. 배달 플랫폼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가치소비와 체험과 레퍼런스를 좋아하지만 같은 제품이라면 저렴한 곳을 택한다. 가격이 중요하다. 그런데 수많은 플랫폼 중 컬리 앱을 켤 동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네이버에 브랜드 코스메틱을 검색하면 개인 사업자부터 대형 유통사까지 판매처가 쏟아진다. 커머스 공룡들은 이미 뷰티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들과 가격 경쟁을 하려면 뷰티컬리의 출혈은 예정된 미래다.

FORESIGHT_ 패션컬리
  • 마켓의 꿈을 버린 컬리의 목표는 물류 시장 자체를 장악하는 것이다. 컬리가 노릴 다음 물류는 패션이다. 뷰티와 패션은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다. 둘 다 나를 위한 선물이자 투자이자 여행이다. 타깃이 비슷하고 함께할 때 시너지도 크다. 리텐션이 높다는 점에서도 패션은 화장품보다 새벽 배송의 더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분야다.
  • 그걸 공략한 게 무신사다. 패션 커머스 무신사는 올초 뷰티 산업에 뛰어들었다. 모델이 착장한 아이템과 함께 메이크업 제품도 함께 소개한다. 무신사에게 패션의 완성은 코스메틱이듯, 컬리에게 뷰티의 확장은 패션일 수 있다. 컬리의 상장 기한은 내년 2월까지다. 뷰티컬리의 어깨가 무겁다. 화장품으로 몸값을 키운 컬리가 상장에 성공한다면, 컬리의 넥스트 스텝은 패션이다.


[1]
2021년 한국거래소는 시가 총액 1조 원 이상, 2년 연속 20퍼센트 이상 매출이 증가한 기업에 한해 적자 기업이라도 유가 증권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하며 완화된 규정이다. 해당 제도의 대표적인 예비 수혜자로는 쏘카와 컬리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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