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선거 101

11월 11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레드 웨이브는 없었고 유권자의 마음은 복잡하다. 미국 중간 선거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된 미국 중간 선거가 예상외의 접전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 대선에 가까운 선거 자금이 쓰였고, 여전히 트럼프의 영향력은 강했다.
  • 인플레이션과 경제 위기 속,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균형’이었다.

DEFINITION_ 미국의 길

미국 중간 선거는 상원, 하원, 지방 선거를 총칭한다. 4년에 한 번 실시한다. 상원의 3분의 1과 하원 전원을 새로 뽑는다. 상원은 임기가 6년, 하원은 2년이기 때문이다. 지방 선거는 임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은 경우 주지사와 지방 의회 선거가 같이 이뤄진다. 대선에 버금가는 선거로 집권 행정부의 중간 평가이자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국내외 정책의 향배와 추진력을 결정짓는 선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위기, 글로벌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중국과의 갈등, 북한, 중동과 태평양 정책, 유럽연합(EU)과의 관계 등이 영향을 받는다. 미국과 반도체, 전기차와 배터리, 대북 정책 등에서 폭넓게 이해관계가 있는 한국 역시 예의주시해야 하는 선거다.
NUMBER_ 1:1
Republicans underperform in 2022 midterm elections ⓒCBS News
중간 선거는 야당이 유리한 선거다. 흔히 ‘집권당의 무덤’으로 표현되는 이유는 여당이 정권 심판론의 직격타를 맞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2년 내내 낮은 지지율을 유지했고 거시 환경에 따른 진통이 컸다. 상·하원 모두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된 이유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 예 웨스트(Ye West)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들 역시 공화당을 지원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하원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석권, 상원은 동률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지사는 공화당이 소폭 앞섰다. 주별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치르는 곳이 있어 완전한 결과는 12월에나 나올 수도 있다. 공화당의 신승, 민주당의 선전으로 표현될 만큼 민주당에 어려운 선거였다. #미국중간선거실시간현황
MONEY_ 23조 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양당이 광고비로 지출한 금액은 75억 달러(10조 5000억 원)다. 만만치 않게 격렬했던 지난 2018년 중간 선거에 사용된 40억 달러의 두 배 가까운 돈이다.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2020년 대선 당시 광고비는 90억 달러다. 그에 가까운 금액이 쓰인 것이다. 이번 선거로 발생한 연방과 주(州) 지출을 합하면 167억 달러(23조 원)가 넘는다. 역대 가장 비싼 선거다. 공화당의 TV 광고에서 가장 많이 송출한 단어는 ‘세금’, 민주당의 광고에선 ‘낙태’였다. 
ANALYSIS_ 여론의 다이내믹

정당 지지율은 비슷했다. ABC뉴스 산하의 통계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1]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설문 조사에서 46.9퍼센트가 공화당을, 45.7퍼센트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다만 여론이 집중하는 의제는 심상치 않았는데 악시오스(Axios)의 조사를 보면 그 역동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체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의제는 일자리(Jobs), 세금(Taxes), 총기류(Firearms),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임금(Wages), 범죄(Crime) 등이었다. 이는 공화당에 유리한 의제지만 대개 민주당에도 핵심적인 사안이다. 중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대외 변수로 인해 출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국내 정책에 관한 의제 중 변화폭이 큰 키워드는 임신 중단(Abortion), 학자금 대출 면제(Student Loan Forgiveness), 유가(Gas Prices), 경제(Economy), 인플레이션(Inflation), 이민(The Border/immigration) 등이다. 지난 6월 말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 번복’ 사건을 기점으로 임신 중단에 관심도가 급격히 상승하다 떨어졌고, 유가나 경제, 인플레이션, 이민, 등 공화당에 유리한 키워드의 관심도가 상승했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는 학자금 대출 면제 신청자 수가 늘어나며 해당 키워드의 관심도가 크게 올랐고, 위 공화당의 키워드는 관심도가 줄었다.
STRATEGY 1_ 공화당의 전략

키워드를 살펴본 이유는 양당의 선거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을 아프가니스탄에서 급히 철군해 지정학적 불안을 키우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예산을 지나치게 소비하며, 금리 인상을 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막지 못한 무능한 정부라 일갈한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11월 통과된 ‘인프라 법(IIJA)’[2]에 의해 지난 8월 1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 예산을 집행했는데, 증세를 비판하는 공화당에 좋은 구실이 됐다. 
  • 범죄 프레이밍 ; 특히 유효했던 것은 공화당이 9~10월부터 공세를 시작한 범죄 프레이밍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민주당 집권 이후 범죄율이 늘어났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범죄율 증가가 실재하는지, 민주당의 정책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각종 외신의 분석이 잇따랐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펜실베니아, 뉴욕, 위스콘신 등에서 실제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감소가 나타났다.
  • 제 3의 지형 ; 놀라운 것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히스패닉을 움직였다는 점이다. 텔레문도/LX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여겨지는 론 드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주지사에 대한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율은 민주당 경쟁자보다 높았다. 허리케인 이언의 대응 및 그의 도전적인 정치 스타일의 수훈이었다. 드샌티스는 베네수엘라 이민자 50명을 텍사스에서 메사추세츠 마서스 빈야드로 이주시킨 전력이 있지만 히스패닉 유권자는 이마저 긍정했다. 악시오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해당 유권자층은 사회 문제보다 아메리칸 드림과 경제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CONFLICT_ 1.6 v. 헌터

중간 선거의 중요도와 별개로 한 꺼풀 들어가 보면 이 중간 선거는 단두대 매치였다.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쥐면 다른 한쪽의 문제를 휘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난 대선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의 특별검사제도처럼 미국 하원은 ‘조사위원회(Committee)’를 구성할 수 있는데, 그간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임신 중단, 투표권 등의 의제로 청문회를 열어왔다. 
  • 가장 집중 조사가 이뤄진 것은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미국 의사당 점거 폭동 사건’이다. 1.6 조사특별위원회의 주재로 폭동 세력과 트럼프, 공화당과의 연결 고리를 밝히는 것에 주력해 왔다. 지난 10월 13일에는 트럼프 소환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 민주당의 주요 약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다.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가스 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가 되었다는 의혹과 재직 당시의 자금 수수와 탈세 의혹을 받고 있다. 중국공산당과 관련된 중국 기업과의 유착 의혹도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승리할 경우 1.6 특위를 해체하고 헌터 바이든의 ‘차이나 게이트’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KEYPLAYER_ 도널드 트럼프
Trump: The Comeback? ⓒBBC News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 이상 신호가 감지되며 트럼프의 그림자는 늘 바이든을 따라다녔다. 트럼프는 늘 미묘한 스탠스를 취하며 공화당 인사들을 뒤에서 지원해 왔다. 그의 컬트적 인기가 공화당에 득인지 실인지 공화당 내부에는 논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사실상 많은 공화당 주자가 트럼프와 오월동주했다. 지난 2021년 11월 버지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글렌 영킨이 대표적이다. 트럼프와 선을 그으면서도 그의 지지자 역시 혹할만한 민생 이슈를 부각해 온건 보수와 극우 포퓰리즘을 동시에 충족했다. 트럼프의 지지층 결집 노력은 계속됐다. ‘표현의 자유’를 표방하는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출시했고, 더 적극적으로 공화당 후보들을 발굴해 유세를 지원했다. 마침내 그가 11월 15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이번 중간 선거가 사실상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임이 드러났다.
STRATEGY 2_ 민주당의 전략

민주당은 선거 전략 수립이 무색할 정도였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임박하고 고물가·고유가에 ‘바이든플레이션’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성과 강조에 나섰다. 악시오스의 키워드 조사에서 높은 관심도를 자랑하는 ‘헬스 케어(Health Care)’를 포함, 복지와 지출에 초점을 맞췄다. 공화당과 초당적 공감대를 이루는 IRA 역시 뒷심을 더했다. 그러나 숨은 전략은 따로 있었다.
  • 트럼프 키즈 ; 앞서 영킨의 사례는 트럼프라는 카드를 영리하게 사용한 예다. 다만 모든 이가 그랬던 건 아니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지원한 친트럼프 성향의 후보들은 300명이 넘는다. 트럼프는 이들을 위해 6주간 TV 광고에 200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 그런데 이들을 홍보한 건 트럼프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공화당 경선 당시 이들 후보가 더 상대하기 쉽다고 판단해 광고비를 들여 이들을 전폭적으로 홍보했다. 그렇게 경선에 승리한 트럼프 키즈들은 이번 선거에서 미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역으로 트럼프까지 위기로 몰아넣게 됐다.
  • 샤이 바이든 ; 트럼프는 ‘레드 웨이브’를 기대했지만 이는 과거 바이든이 ‘샤이 트럼프’를 예측하지 못한 것의 반복이었다. 임신 중단권의 여파는 그만큼 컸고, 민주당의 숨은 지지층도 여전했다. 게다가 유럽 선거와 미국 사회에서 드러난 우경화를 우려한 반트럼프의 결집이 유효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이 극우 성향의 음모론자에게 피습당한 것 역시 무당파의 위기감을 자극했다.

INSIGHT_ 유권자의 마음

미국 정치를 지탱해 온 합의의 정신은 양극화로 변질했고 1.6 폭동부터 이어진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폭력성이 미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가운데 유권자들은 의회에 나름의 ‘균형’을 선사하며 정치권에 또 한 번 과제를 안겼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트럼프를 위시한 극우 포퓰리즘의 패배가 두드러진 선거였다는 점이다. 미국의 무게추는 아직 기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바이든은 웃었지만 공화당의 하원 석권으로 사실상 국정 운영 및 입법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을 향한 청문회 역시 예고되어 있으며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인프라 법의 안정적 추진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불확실성의 감소로 시장은 웃었다. 다만 전쟁의 영향권인 유럽은 미국 정부의 지출 감소가 반가울 수 없다. 바이든 정부는 대중·대북 정책의 수위를 꾸준히 높여 왔기에 이 기조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장 겨울을 앞에 두고 에너지 위기 직격탄을 맞을 유럽과 무기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에 미 의회가 관심을 거두면 푸틴은 또 한 번 장기전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 공화당이 IRA를 계승할 것이라는 점 역시 한국으로선 반갑지 않은 뉴스다. 공화당은 주로 화석 연료 등 전통적 에너지 산업과 결탁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을 막을 정도의 위험 감수를 원치는 않는다. 미국은 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보여 온 나라다.

FORESIGHT_ 레거시, 트럼피스트
Who is Ron DeSantis? ⓒReuters
중간 선거가 끝나면 미국 정치권은 대선 준비에 돌입한다. 민주당이 바이든을 재신임할 경우 가장 유력한 공화당의 상대는 현재 드샌티스다. 트럼프는 벌써 견제에 들어갔다. 드샌티스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 지역민의 호감도를 올렸는데 당시 봉쇄를 주장했던 민주당의 정책을 남미의 사회주의와 연결지으며 주의 비상 사태 선포를 반대한 바 있다. 이러한 모습은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의 호감에도 일조했다. 다만 그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과 함께 15주 이상이 경과한 임신의 중단을 금지하는 법에 서명했으며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리그를 막는 법안도 발효시킨 바 있다.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역시 금지했다. 다양성의 큰 후퇴다. 그가 트럼프와 선을 긋는 것과 별개로, 미국 사회의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사라져도 트럼피스트라는 레거시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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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Nate Silver)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다. 독특한 선거 예측으로 유명하다. 선거 예측 정확도를 바탕으로 조사 기관의 신뢰도를 A+부터 F까지 분류해 가중치를 두는 방식이다. 따라서 다양한 여론 조사 결과를 종합해 하나의 결과를 보고 싶을 때 많이 인용된다. 2008년 개인 블로그로 시작해 《뉴욕타임스》, ESPN을 거치며 ABC뉴스에 편입됐다.
[2]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H.R.3684.), 혹은 초당적 인프라 법안(Bipartisan Infrastructure Bill)으로 부른다. 도로, 교량, 대중 교통, 철도, 항구, 공항, 광대역, 식수 및 폐수 기반 시설을 현대화하는 총 5500억 달러 규모의 거대 예산안이다. 약 15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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