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트위터에 저지른 일을 알고 있다

11월 15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버림받는 것은 쉽다. 한 사람의 잘못된 신념이 트위터를 망가트렸다.

  •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망가트리고 있다.
  • 대량 해고, 파란 딱지 사태 모두 그의 신념에 기반한 결정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신념이다.
  • 광고주와 트위터리안은 떠나고 극우 세력과 혐오 표현이 늘고 있다. 트위터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BACKGROUND_ 떠나는 광고주

트위터가 망가졌다. 연이은 광고주의 이탈이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대형 광고대행사 옴니콤이 자사 고객들에게 트위터 광고 지출 중지를 권고했다. GM, 아우디, 화이자, 제너럴밀스, 유나이티드 항공 등 많은 대기업은 트위터 광고를 이미 중단했다. 트위터는 광고로 먹고산다. 매출의 약 90퍼센트가 광고 매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트위터라는 기업의 존폐와 직결되는 심각한 시그널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멕시칸 패스트푸드 업체 치폴레멕시칸그릴이 트위터 광고를 중단하며 밝힌 입장에 답이 있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 트위터의 방향성을 파악하기 전까지 유료 콘텐츠를 철회한다”라는 것이다. 즉, 트위터의 새로운 리더십을 광고주로서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세면대를 들고 출근한 새 CEO, ‘일론 머스크 리스크’다.
CONFLICT_ 해고

일론 머스크는 도대체 트위터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그의 행보를 따라가면 트위터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먼저, 대량 해고가 있었다. 전체 인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정규직 3700여 명에 지난 3일 해고를 통보 했고, 계약직의 약 80퍼센트에 해당하는 4400여 명도 해고된 상태다. 별도의 면담 등은 없었다. 이메일로 통보하거나 회사 업무 시스템 접근 권한을 중단하는 방식의 통보였다. C 레벨 임원들은 줄줄이 사직서를 냈다. 최고 정보보안 책임자(CISO), 최고 개인정보 책임자(CPO), 최고 준법감시 책임자(CCO) 등은 물론이고 신뢰·안전 담당 글로벌 책임자인 요엘 로스도 퇴사를 결정했다.
MONEY_ 25조 원

표면적인 이유는 트위터 인수에 돈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다. 동시에 트위터가 돈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머스크는 트위터가 매일 400만 달러(약 53억 원)가량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가 지난 4월 트위터 인수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팔아치운 테슬라 주식은 총 19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한다.
ANALYSIS_ 표현의 자유

그런데 이면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잘려 나간 직원들은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 소속인 경우도 있었지만, 콘텐츠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신뢰·안전팀, 커뮤니케이션 부서 등이 대량 해고의 타깃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AI) 윤리, 인권 등의 부서는 통째로 사라졌다. 혐오 발언이나 가짜 뉴스 등을 추적하고 걸러 왔던 외주 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의도를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무신론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에게 종교가 있다면 아마도 ‘표현의 자유교’쯤 될 것이기 때문이다.
KEYPLAYER_ 일론 머스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디지털 공론장을 지켜 민주주의에 기여하겠다.”

정치인의 출사표가 아니다.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후 일론 머스크의 발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위터리안 중 한 명인 머스크는, 트윗 한 줄로 테슬라의 주가를 출렁이게 하고 암호화폐 시장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 그에게 제동을 걸었던 것이 바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다. 지난 2018년 머스크가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증권 사기 혐의로 고발당한 것이다. 이후 일론 머스크는 회사 변호사와 상의하고 트윗을 게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잠자코 있지 않았다. 항소를 진행하는 한편, 지난 3월에는 트위터가 “언론의 자유를 잘 보장하고 있는지”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한 것이다. 결국, 머스크는 지난 4월 트위터 인수를 선언했다.
WHY_ 인정욕구

자신의 한마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과 대중이 있다. 자신의 영향력이 실시간으로 증명된다. 그런 환경에서 트윗을 날리고 싶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자유란 머스크에게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자아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인플루언서는 스스로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금과옥조처럼 받든다.
RECIPE_ 독립의 조건

그런데 그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면 독립을 해야 한다. 광고주로부터의 독립이다. 이런 머스크의 시각은 지난 4월 9일 올린 트윗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트위터가 생존을 위해 광고에 의존한다면 트위터의 정책을 좌우할 기업들의 힘이 세진다”고 밝힌 것이다. 이 트윗을 올리고 닷새 후, 머스크는 트위터의 인수합병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렇다면 트위터는 이제 전략이 필요하다. 먹고 살 전략이다.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수입의 감소를 감당하려면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RISK_ 해고의 대가

그래서 발생한 것이 바로 ‘파란 딱지’ 사태다. 트위터는 계정 소유자의 신원을 트위터 측이 확인했다는 표시로 파란색 체크 표시를 붙여줬다. 대부분 기업이나 유명인, 인플루언서 등이 대상이다. 그런데 이 체크 표시를 돈을 낸 사람들에게만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확히는 지난 2021년 6월에 출시한 ‘트위터 블루’라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체크 표시를 주겠다는 이야기다. 가격은 기존 약 5달러에서 8달러로 인상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제대로 된 계정인지, 사칭 계정인지를 검토하고 걸러낼 직원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사달이 났다. “인슐린이 무료”라는 트윗이 제약사를 사칭한 계정을 통해 게시되었다. 주요 제약사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당연하고 절박한 환자들은 무의미한 절망을 맛봐야 했다.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사칭 계정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미국 등에 무기를 팔지 않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쯤 되면 주가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가 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직원들을 해고한 통에, 머스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유료화 전략은 이렇게 무너졌다. 출시 하루 만에 중단된 것이다.
INSIGHT_ 착각의 비용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일론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할 권리’, ‘선동할 권리’, ‘가짜 뉴스를 퍼뜨릴 권리’를 혼동한 것일지도 모른다. 트위터를 떠난 광고주가 갈 곳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틱톡부터 광고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넷플릭스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게다가 경기 침체와 팬데믹 종료에 따른 비대면 시장의 축소가 예상됨에 따라 온라인 광고비 자체도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명인들이 속속 트위터를 떠나고 있다. 가수 토니 브랙스턴, 배우 우피 골드버그,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유명한 체슬리 설렌버거 전 기장 등이 공식적으로 트위터와의 절교를 선언했다.
FORESIGHT_ 생존의 문제

그러나 떠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극우 인사들이 트위터에 복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슬람 혐오 동영상을 올렸던 영국 극우 정당 ‘브리튼 퍼스트’의 트위터 계정이 복구되었고, 미국의 극우 인사들의 팔로워 수도 급증했다. 트위터상의 혐오 표현 또한 당연히 늘어났다. 플랫폼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실현하고 싶었던 ‘표현의 자유’의 모습이 이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머스크는 이번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지지하라”는 트윗을 게시한 바 있다. 트위터가 망가지는 동안 사과를 한 것은 머스크가 아니라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였다. 그는 트위터의 대안이 될 새로운 소셜미디어, ‘블루 스카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탈중앙 플랫폼이다. 현재 또 다른 탈중앙화 소셜미디어, ‘마스토돈’ 또한 주목받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IT 기업과 플랫폼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론 머스크의 신념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아니, 트위터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고민을 함께 해 보시고 싶다면 〈월계수 잎이 된 소셜 미디어〉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