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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했다. 코인 시장에 남은 참여자들은 어떤 가능성을 보는가?

  • 세계 2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했다. 
  • 비트코인을 비롯해 코인 시장 전체가 하락하고 있다.
  • 블록체인 생태계의 참여자들이 주목하는 가상 자산의 가치는 재화가 아닌 거버넌스다.

DEFINITION_ FTX
암호화폐 거래소다. 파산 전까지만 해도 세계 2~4위로 꼽혔다.[1]
  • FTX의 CEO 샘 뱅크먼프리드는 2017년 암호화폐 투자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세웠다. 여기서 번 돈으로 FTX라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었다. FTX에선 자체 토큰 ‘FTT’를 발행했다.
  • FTX는 이 토큰을 알라메다 리서치에 빌려 줬다. 알라메다는 대량의 FTT를 담보로 실물 시장에서 달러를 빌렸다. 그 달러로 다시 FTX거래소에서 토큰을 추가 매입했다.
  • 그 결과 FTT의 가격이 올라갔다. FTT를 대출받았던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가치도 함께 올랐다. 알라메다와 FTX는 이 순환 구조를 반복하며 몸값을 키워 왔다.

BACKGROUND_ 2022.11.07.~2022.11.11.
이번 FTX 파산 사태의 트리거는 창펑자오(Changpeng Zao)의 한 트윗이었다. 창펑자오는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CEO다.
  • 11월 7일 월요일 ; 오전 6시 49분. 창펑자오는 5억 8000만 달러 규모의 FTT를 전량 매각하겠다는 트윗을 게시했다. FTT 가치는 하루 만에 80퍼센트 폭락했다.
  • 11월 8일 화요일 ; 창펑자오는 “포지션 변동을 고지했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트윗을 올렸으나 유저들의 불안은 여전했다.
  • 11월 9일 수요일 ; 창펑자오는 FTX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 11월 10일 목요일 ; 창펑자오는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FTX의 재무 구멍이 상상 이상이더라”는 이유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저들은 출금을 시작했다. FTX는 출금을 막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출금이 정상화되며 대규모 현금이 빠져나갔다. FTX 자원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모든 방법을 강구 중”이라 해명했다.
  • 11월 11일 금요일 ; FTX는 파산 신청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알라메다 리서치의 전직원이 퇴사했다. 다가오는 11월 26일 FTX는 상장 폐지 예정이다.

MONEY_ 66조 원
이번 FTX 파산 신청은 암호화폐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현 시점 FTX의 부채는 최대 6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알라메다 리서치를 포함한 FTX 관련 130여 개의 업체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상태다. 관련 투자자는 10만 명, 최대 피해국은 일본과 한국으로 예상된다.[2]
REFERENCE_ 셀시어스
코인 전문 매체 더티버블미디어는 “알라메다는 셀시어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보도했다. 셀시어스(Celsius)는 올해 7월 파산한 암호화폐 대출 업체다. 파산 신청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7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높은 이자로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법정화폐를 대출해 주며 업계 거물로 꼽혔다. FTX와 플라이휠이 유사하다. 셀시어스는 루나-테라 코인 사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면하지 못했다. FTX 또한 자산 가치에 의문이 제기되자 시장의 신뢰를 잃고 무너졌다. 코인계 리만 브라더스 사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EYPLAYER_ SB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는 FTX의 창립자이자 CEO였다. 1992년생, 30세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 후 헤지펀드 제인스트리트캐피털에서 트레이더로 일했다. 2017년 알라메다를, 2019년 FTX를 세웠다. 미국과 일본 간 차익 거래로 2억 4000만 달러 가량의 수익을 얻었다. FTX 거래소의 가치를 2년 만에 180억 달러 규모로 올렸고 소프트뱅크와 코인베이스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22 포브스 선정 세계 400대 부자에 최연소(30)로 꼽혔다.
STRATEGY_ 샛별
FTX의 성공을 사기성 베팅이었다고 치부하긴 어렵다. 초심자와 베테랑 모두를 매료하는 거래소 자체의 메리트가 있었다. 수수료가 저렴했고 제공하는 코인의 가짓수도 많았다. 마진 거래가 가능해서 실력 있는 투자자는 큰 차익을 낼 수 있었다. 교차 증거금 제도[3]도 차별화했다. 이외에도 레버리지 토큰, 주식, 외환 등 타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한 코인계의 스타트업과 같은 포지션이었다.
CONFLICT_ CZ
그렇다면 창펑자오는 왜 FTX의 플라이휠에 문제를 제기했을까?
  • 창펑자오는 뼛속부터 개발자다. 대학에서 컴퓨터학과를 전공했다. 일본 도쿄주식거래소와 블룸버그 트레이드북에서 시스템 개발자로 일했다. 2013년 비트코인의 존재를 접한 뒤 이듬해 집을 팔아 비트코인에 처음 투자했고, 블록체인인포의 개발 책임자로 합류하며 이 시장에 발을 들였다. 2017년 바이낸스 설립 당시 탈중앙 금융의 가치를 강조하며 “신용이 좋고 사용자가 많은 암호화폐만 엄선한다”고 밝혔다. 창펑자오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거래를 잘 모른다. 하지만 거래 시스템은 잘 안다.” 창펑자오가 바이낸스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억만장자가 되는 게 아니었다. 건전한 크립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 반면 뱅크먼프리드는 트레이더 출신이다. 공격적인 시장 개척으로 자산을 불려 왔으며 정치권 및 스포츠 업계와의 링크도 강하다.[4] 업계 2위 CEO가 포브스 부자로 이름을 날리고 ‘암호화폐=레버리지 투자’라는 공식이 굳어질 경우,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은 투기 시장으로 오독될 소지가 크다. 지난 몇 달간 창펑자오와 뱅크먼프리드는 트위터 신경전을 벌여 왔다. 파산을 막고자 뱅크먼프리드는 바이낸스가 보유한 FTX 코인을 개당 22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으나 바이낸스는 거절했다. 창펑자오의 트윗은 우연이 아닌 최후의 견제였다.

RISK_ 2차 크립토윈터
암호화폐 시장은 자본시장법으로 규제되지 않는다. 감시 관리 체제의 부재가 이번 FTX 사태에서 드러나며 코인 시장 전반에 타격을 줬다. 비트코인 가격은 2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FTT뿐 아니라 알라메다가 투자해 온 솔라나, 1인치, 알파, 세럼 등 각종 코인도 휘청인다. 올해 들어 파격적인 금리 인상에 5월 루나-테라 사태까지 겹치며 위축된 코인 시장은 2차 크립토윈터를 예견한다. 설상가상으로 연준의 유동성 긴축 기조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INSIGHT_ 실험장
  • 암호화폐는 필요할까? 웹 3.0의 미래를 그린다면 우문이다. 대체 불가능 토큰(NFT), 탈중앙화 금융(Defi), 탈중앙화 거버넌스(DAO), 메타버스의 개념이 회자되는 것은 웹 2.0에서 채워질 수 없는 시대적 갈증의 증거다.
  • 대만의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권력’과 ‘기능’을 구분한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 필요한 것은 모든 화폐를 한번에 통제할 감시 권력이 아니다. 서로를 주시하는 기능의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할 때, 정부 없는 거버넌스(governance without government)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 누군가는 우주에 투자하고 누군가는 사막에 투자한다. 마찬가지로, 코인 시장 참여자들에게 이 생태계는 미래 사회의 실험장이다.

FORESIGHT_ 존 레이 3세
FTX의 새로운 CEO 존 레이 3세는 파산·회생 전문가다. 2001년 엔론 사태 당시 엔론의 파산 절차를 진행하며 200억 달러를 성공적으로 상환했다. 월가에 맞선 전력이 있으며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거래위원회에 대항할 법률적 전문성을 갖췄다. 바이낸스가 FTX를 견제한 이유는 라이벌 거래소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함이 아닌, 크립토 생태계 전반이 도약하기 위함이었다. 바이낸스의 자충수는 적절한 선택이었을까? 답은 FTX의 회생을 책임질 존 레이에 달렸다.


암호화폐 시장이 궁금하다면 《비트코인 제국주의》를, 탈중앙화된 거버넌스가 궁금하다면 《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와 오드리 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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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래량, 신뢰도 등 기준에 따라 순위가 달라진다. 현재 코인마켓 기준 1위는 바이낸스, 2위는 코인베이스 익스체인지, 3위는 크라켄이 차지하고 있다. #코인마켓거래소순위
[2]
데이터 분석 기업 시밀라웹에 따르면 지난 8~10월 FTX 사이트의 국가별 트래픽 1~5위는 일본, 한국, 독일, 싱가폴, 영국이었다.
[3]
타 거래소에선 일부 스테이블 코인만 교차 증거금으로 허용하는 반면, FTX에선 다양한 암호화폐의 교차 증거금을 허용했다.
[4]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의 2등 후원자로 유명하다. 참고로 1등은 마이클 블룸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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