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살리기 대작전

11월 24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15년간 디즈니를 이끈 전설의 밥 아이거 CEO가 복귀했다. 디즈니 심폐 소생술은 성공할까.

  • 디즈니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충격적이었고, 이사회는 밥 체이펙 CEO를 해임했다.
  • 15년간 디즈니를 이끈 전설의 인물 밥 아이거 CEO가 복귀했다.
  • 디즈니 심폐 소생술은 성공할까? 주목할 것은 테마파크다.

BACKGROUND_ Iger → Chapek → Iger
2020년 2월 25일, 밥 아이거(Bob Iger) 디즈니 CEO가 사퇴를 발표했다. 차기 CEO 자리엔 밥 체이펙(Bob Chapek) 디즈니파크 이사회 의장이 올랐다. 아이거는 신임 CEO 보조 명목으로 2021년 말까지 이사회 의장직으로 남았다. 2022년 11월 20일, 디즈니는 체이펙을 해임하고 아이거를 재선임했다. 참고로 체이펙은 올해 6월까지만 해도 이사회 만장 일치로 임기가 3년 연장됐었다.
KEYPLAYER_ 밥 아이거
  • 디즈니 전 CEO였다. 이제는 현 CEO다. 1974년 ABC에 앵커로 입사 후 15년 만에 ABC엔터테인먼트의 대표직을 맡았다. 1996년 ABC가 디즈니에 합병되며 ABC의 회장을 맡았고 디즈니 인터내셔널 회장, 디즈니 사장을 거쳐 디즈니 총괄 CEO 자리에 올랐다. 때는 2005년, 아이거는 55세였다.
  • 그 후로 15년간 디즈니를 이끌었다. 2006년 픽사 인수, 2009년 마블 인수, 2012년 루카스필름[1] 인수, 2019년 21세기 폭스 인수 건을 성사시킨 전설이다. 2005년 홍콩 디즈니랜드, 2016년 상하이 디즈니 리조트 개장 등 아시아권 테마파크를 확장하며 부동산 산업에도 힘을 줬다.[2]
  • 그랬던 아이거는 왜 사퇴했나. 디즈니 측은 “D2C 전략에 집중하는 동시에 21세기 폭스 인수를 계기로 새 CEO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모호한 이유를 남겼다. 트리거가 될 만한 사건이 부재한데 임기 2년을 앞두고 급작스레 사퇴한 점, 차기 CEO로 지목되던 케빈 메이어 D2C&인터내셔널 의장이 아닌 체이펙이 CEO에 올랐다는 점에서 여론은 술렁였다.

MONEY_ 40
반면 체이펙 해임 이유는 명확하다. 경영 실적 부진이다. 디즈니 주가는 올해 무려 40퍼센트 하락했다.[3] 11월 8일 컨퍼런스콜, 체이펙이 발표한 디즈니플러스의 올해 3분기 손실은 14억 7000만 달러였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사회에겐 충격적인 3분기 성적표였다. 매체는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주가는 하루 만에 13퍼센트 하락했다.
DEFINITION_ 영화관, 놀이공원, OTT
디즈니는 영화관이자 놀이공원이자 OTT다.  극장과 테마파크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B2B에서, OTT 생태계가 붐을 일으키며 소비자들에게 직접 콘텐츠를 공급하는 D2C로 선회했다.
  • 영화관 ; 판데믹과 OTT의 여파로 시네마 시장은 연일 하락세였다. 유일한 희망은 블록버스터였다. 2021, 2022년 북미 박스 오피스 매출의 21퍼센트는 마블이 담당했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흥행 또한 마블 효과였다.
  • 놀이공원 ; 테마파크 및 관련 상품 매출은 디즈니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2020년 3분기 디즈니파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퍼센트 감소했다.
  • OTT ; 그런 상황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공격적인 투자는 옵션이 아닌 필수였다. 디즈니플러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1억 6400만 명으로 업계 2위다.[4]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넷플릭스와 차이를 좁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2024년 기준 구독자 수 2억 6000만 명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 8월 체이펙은 목표치를 2억 4500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STRATEGY_ 광고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OTT 업계는 구독자 수 증가에 힘썼다. 스포츠 채널 유치, IP 발굴 등 콘텐츠에 힘을 실었다. 이제는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 광고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도 광고형 구독 모델을 선보인다. 둘의 전략은 다르다. 넷플릭스는 가격을 낮춘다. 광고를 보면 돈을 적게 낸다. 디즈니는 가격을 올린다. 광고를 안 보고 싶으면 돈을 더 내야 한다.[5]
CONFLICT_ 체이펙 vs 아이거
그러나 신임 CEO 아이거의 생각은 다르다. 다가오는 12월 8일로 예정된 요금 인상도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체이펙 ; 수익성에 집중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고 디즈니랜드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올해 8월엔 디즈니플러스와 디즈니파크를 통합한 디즈니 프라임 멤버십 도입 계획을 내놓았고, 디즈니플러스에서 영상을 시청하다 나온 아이템의 QR코드를 통해 인앱쇼핑으로 이어지는 커머스 전략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디즈니는 테마파크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놀이기구 예약 제도 패스트패스(FastPass)를 폐지하고 지니플러스(Genie+)라는 이름의 유료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에 디즈니 골수팬들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체이펙은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돈을 쓰기보단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대규모 비판 여론을 형성했으며 체이펙을 해고하라는 청원에 11만 명이 서명했다.
  • 아이거 ; 체이펙과 경영 철학이 다르다. 아이거는 2019년 출간한 본인의 자서전에서 다음 세 가지 전략을 강조한다. 1)고품질 콘텐츠에 집중할 것, 2)기술을 수용할 것, 3)글로벌 회사로 전환할 것. 그중에서도 재임 15년간 가장 강조했던 것은 고품질 콘텐츠였고 픽사와 마블, 21세기 폭스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한 배경도 여기 있다. 재임 당일 아이거는 체이펙의 오른팔로 불리던 카림 다니엘 디즈니플러스 사장을 해임했고,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수에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가 좋으면 요금이 비싸도 유저가 몰린다는 입장이다.

RECIPE_ 테마파크
아이거의 재임에 환호하는 팬들이 가장 기대감을 표하는 부분은 파크 재단장이다. 코로나19 때 도입한 예약제와[6] 지니플러스를 폐지하고, 기존 무료 패스트패스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외에도 연간 이용권, 공항 셔틀, 매직밴드 등 과거의 서비스들도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마파크는 디즈니만의 강점이다. 다른 OTT는 갖추지 못한 것이다. 파크 입장료뿐 아니라 리조트, 관련 상품 매출 등 디즈니파크에서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출은 디즈니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부러웠던 넷플릭스는 지난해 6월 샵을 론칭했다.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다.
INSIGHT_ 팬덤, 향수, 부동산
디즈니의 테마파크는 팬덤이자 향수이자 부동산이다.
  • 팬덤 ; 넷플릭스가 샵을 론칭한 목적은 상품 판매가 아니다. 〈오징어 게임〉 후드티를 팔아서 얻고 싶은 건 돈이 아닌 팬덤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을 쏟고 게임을 만드는 목적도 세계관의 확장이다. 테마파크는 이러한 세계관의 결정체다.
  • 향수 ; 돈으로 인형은 살 수 있어도 향수는 사지 못한다. 70년 역사의 디즈니는 몇 세대에 걸쳐 각자만의 동심을 선물해 줬다. 사람들은 향수 앞에서 지갑을 연다. 디즈니랜드 1일 입장료 25만 원의 자신감은 여기서 나온다.
  • 부동산 ; 어떤 OTT도 부동산 사업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한다. 파크 건설 비용이 엄청날 뿐 아니라 건설 허가, 자치권, 세금 등 지역 사회와의 마찰은 필연적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규모 테마파크 플로리다 디즈니월드가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플로리다 공화당 측에 제공한 정치 후원금은 약 480만 달러였다.

RISK_ 문화 전쟁
지난해 여름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는 논란에 휩싸였다. 안내 방송의 ‘신사, 숙녀, 소년, 소녀 여러분’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dreamers of all ages)’로 성중립화하며 보수 진영의 불만을 산 것이다. 이어, 올해 4월 플로리다 동성애 교육 금지법(Don‘t Say Gay Bill) 논란에 침묵한 것에 대해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사우던캘리포니아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이자 전 디즈니스튜디오 임원 마틴 캐플런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디즈니 브랜드의 임무는 항상 분명했다. 그것은 바로 가족 고객을 기분 상하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디즈니는 미국의 상징이자 동화같은 삶의 레퍼런스였다. 귀여운 캐릭터와 권선징악 플롯으로 판타지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침묵이 이제 용인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판타지로서의 디즈니를 넘어 성숙한 기업으로서의 디즈니를 원한다.
FORESIGHT_ 케이블
아이거에게 주어진 임기는 2년이다. ‘후임자 발굴(developing a successor)’을 명목으로 돌아왔으나 디즈니 체제 전반을 손볼 것으로 점쳐진다. 당면한 첫 번째 과제는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둔 케이블 사업을 정돈하는 것이다. 한때 디즈니의 히든카드처럼 여겨지던 ESPN과 훌루를 매각·분할하는 안과 내년 예정된 NBA 방송권 재계약 조건을 검토할 예정이다. 엔데믹으로의 간절기,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디즈니의 근 미래는 아이거 CEO의 덜고 남기는 기술에 달렸다.

디즈니의 내부 사정에 대해 궁금하다면 〈디즈니 더하기〉를, 영화 시장의 혁신이 궁금하다면 〈영화를 플레이하다〉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1]
〈스타워즈〉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제작한 영화사다.
[2]
현재 아시아권 디즈니랜드는 세 곳으로 일본 도쿄, 홍콩, 중국 상하이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도쿄 디즈니랜드는 1983년에 지어졌다.
[3]
지난해 11월 23일 디즈니 주가는 151.03달러를 기록했다. 디즈니플러스 론칭의 화력이었다. 올해 연이은 하락세를 보이다 11월 9일, 주당 86.75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다. 최근 아이거 CEO의 재선임 소식에 디즈니 주가는 9퍼센트 가량 상승했다.
[4]
국내 시장 상황은 다르다. 디즈니플러스는 꼭 1년 전, 2021년 11월 12일 국내에 상륙했으나 현재 OTT 업계 상위권은 1위 넷플릭스에 이어 2, 3, 4위를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같은 토종 OTT가 차지하고 있다.
[5]
미국 기준 넷플릭스 월 구독료는 베이직이 9.99달러, 광고형이 6.99달러다. 디즈니플러스는 월 기본 구독료를 10.99달러로 인상하되, 기존 구독료 7.99달러를 그대로 낼 경우 광고 시청이 필수다.
[6]
코로나19 이후 인원을 제한하기 위해 입장 예약 제도를 도입했다. 티켓을 소지해도 사전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