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 작품은 지역 미술 공모전에서 1등 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뒤늦게 작가가 미드저니를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작가는 딱히 사실을 숨긴 것도 아니었다. 다만 심사위원들은 미드저니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AI를 이용해서 온전히 작업했다는 의미인 줄 몰랐을 뿐이다.
DEFINITION_ 재현의 기술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두고 벌어진 논쟁의 핵심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히 AI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본인의 기술이 들어간 본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이 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시기획자 임은우 씨는 “사진 기술의 발명 이후 미술에서 재현의 기술은 힘을 잃었다”고 이야기한다.
OPINION 1_ 단순 장식물
이 작품, 1등으로 선정되었는데?
제임스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수상한 분야는 ‘디지털 예술’이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심사에 고려되었다 할지라도 사람이 직접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낸 작품으로 간주하여 평가되었을 것이다. 해당 공모전은 순수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적인 측면에 주목한 자리였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작품을 예술작품으로써 분석해 본다면?
이 그림은 초현실주의적 특징을 보인다. 서로 다른 맥락에 있던 소재들이 혼재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를 구현한다. 192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는 시기의 초현실주의 미술은 당대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 연구와 더불어 전쟁의 영향으로 기성 사회의 제도와 통념 등에 반발하며 이성에 억눌려왔던 무의식 세계, 상상의 세계를 해방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시대적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렇지 않다. 시대적 맥락과 의의를 벗어난 채 형식적 답습에 천착하고 조형적 효과만 취한다는 점에서 단순 장식물에 그칠 수 있다.
AI가 그렸다는 점을 포함해서 평가해 보면 결론이 달라지나?
AI가 그린 그림을 평가해야 한다면 그것은 별도의 논의가 된다. 평가를 위해서는 예술의 경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AI가 그린 그림에 관한 논의에는 한계가 생긴다. 예술적 가치 보다는 기술 발달 정도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향후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리고 예술의 경계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에 따라 논의가 확장될 것이다.
REFERENCE 2_ 러다이트 운동
인간은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한다고 느낄 때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과 기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목격한 순간, 인류의 반응은 다름 아닌 ‘파괴’였다. 1800년대 초반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에 밀려난 영국 노동자들이 일으켰던 ‘러다이트 운동’ 얘기다. 노동자들은 망치로 기계를 고장 내거나 부쉈다. 공장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러다이트 운동이 산업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21세기에 우리는 또 다른 러다이트 운동을 목도하게 될 가능성 앞에 서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는 “소득 불평등이 커지는 한편, 기술의 진보가 가속화하면서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기술 반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술 분야에서는 어떨까? AI는 작가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일까? 혹은 그저 최첨단의 도구일 뿐일까?
OPINION 2_ 창작의 주체
임은우 씨는 미술계 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고 이야기한다.
현대 미술의 관점에서 AI는 도구인가, 창작의 주체인가?
관련해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시각차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