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이모지

11월 28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비즈니스에서 이모지는 소통 수단과 상품으로 정착했다. 디지털 소통의 시대에 이모지는 어떤 문제인가?

  • 구글이 메시지에 이모지로 반응하는 기능을 특정 이모지에서 모든 이모지로 확대했다.
  • 이모지는 모바일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다.
  • 이모지는 유용한 소통의 도구일까, 불명확한 소통을 불러오는 방해물일까?

DEFINITION_ 이모지

이모지(emoji)는 일본에서 처음 개발된 전자 처리 그림 문자와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모티콘과 달리 이모지는 이미지 자체가 하나의 문자로 취급된다. 현재 유니코드 15.0에 등록된 전체 이모지는 3664개에 이른다. 2015년 유니코드 컨소시엄은 iOS와 안드로이드, 각종 SNS 등에서 사용되는 모든 형태의 이모지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모바일 시대의 가속화와 소통의 DT와 함께 이모지는 새로운 언어가 됐다.
EFFECT_ 누구나, 어디서나

이모지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iOS6에서 이모지 키보드가 출시된 2012년 이후다. 이미지이자 문자인 이모지는 단숨에 소통을 지배했다. 마케팅 플랫폼 ‘Emogi’가 발표한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인구의 92퍼센트가 매일 이모지를 사용한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만 매일 9억 개 이상의 이모지가 전송된다. 비즈니스 대화에서도 이모지의 힘은 커졌다. 젊은 세대가 직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이모지를 통한 소통은 분위기를 만들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워크와 관련한 소식을 전하는 매체인 ‘INC.’에 따르면 76퍼센트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이모지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제 이모지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특성, 그 이상이다.
ANALYSIS_ 언어로서의 이모지

이모지가 새로운 언어가 된 이유에는 모바일과 플랫폼의 시대라는 점이 주효했지만 그 외의 요소도 있었다. 이모지는 간편하게 정보에 답할 수 있는 도구였으며 타인과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쿠션 역할을 했다. 클릭 한 번에 광의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이모지는 팬데믹 이후 시작된 원격 근무의 든든한 수호자였다. 
  • 확인 ; 사무실에서는 육성으로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원격 근무 환경에서는 일종의 노동이 됐다. 이모지를 사용한 메시지는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녹색 네모 속에 있는 체크 표시가 대표적이었다. 직원은 굳이 키보드로 손을 옮기지 않아도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체크할 수 있었다.
  • 감정 ; 또한 이모지는 텍스트로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을 쉽게 전달했다. 이 역시 대면 소통이 어려울 때 더 빛났다. ‘슬랙(Slack)’의 제품 관리 수석 이사인 올리비아 그레이스(Olivia Grace)는 “이모지가 업무에 생기와 깊이, 재미를 더할 수 있다”고 답했다.

RECIPE_ 상품으로서의 이모지

이모지는 무엇보다 컬러풀하고 팝(pop)하다. 이모지를 통해 텍스트 콘텐츠의 톤을 부드럽게 조성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정체성을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몇몇 SNS는 이모지의 특성을 활용해 제품의 아이코닉한 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상품으로서의 이모지가 탄생한 것이다.
  • 아이콘 ; 뉴스레터의 시대에서 이모지는 브랜드의 얼굴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아이콘으로 기능했다. 메일함에 쌓이는 수많은 뉴스레터 사이에서 마치 웹사이트의 ‘파비콘’과 같은 역할을 했다. MZ세대의 뉴스레터로 유명한 ‘뉴닉’이 대표적이다. 뉴닉의 대표 캐릭터인 고슴도치 이모지는 매일 발송되는 뉴스레터의 가장 앞에 놓인다. 안티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는 비리얼은 이모지를 ‘릴모지(Realmoji)’로 변형해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표정으로 이모지를 만들도록 했다. 릴모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비리얼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 소속감 ; 대표적인 업무 협업툴 슬랙의 이모지는 원격 근무에서의 간편한 소통을 도왔지만 한편으로는 팀 내의 소속감을 높이는 역할도 했다. 슬랙에서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이모지 외에도 채널 내에서 원하는 이모지를 직접 등록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의 몰입감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는 간단하고도 직관적인 방법이었다. 구글이 메시지에 모든 이모지로 반응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정적인 이모지에서는 형성할 수 있는 라포(rapport)가 한정돼 있지만 수백 가지 이상의 이모지에서는 특정 커뮤니티, 특정 개인, 특정 조직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CONFLICT_ 역기능

팬데믹의 흐름을 타고 이모지는 업무와 메시지 공간에 공격적으로 침투하며 재빠르게 언어의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비효율과 동상이몽이 그 공간을 채우기도 했다. 이모지는 이미지를 통한 소통이다. 직관적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보니 기존 언어에도 존재했던 몇 가지 불일치와 갈등이 강조됐다. 듀오링고(Duolingo)와 슬랙(Slack)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퍼센트가 이모지를 오해해서 받아들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5퍼센트는 눈물을 흘리는 얼굴을 ‘기쁘다’고 인식했고 25퍼센트는 ‘슬프다’고 인식했다.
  • 세대 ; 세대마다 이모지는 다르게 인식됐다. 인디아나대학교의 수잔 헤링(Susan C. Herring)과 애쉴리 다이나스(Ashley R. Dainas)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응답자는 이모지를 문자 그대로인 정보값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응답자는 커뮤니케이션을 유화하고 어조를 덧붙이는 정도의, 추상적이고 관습적인 기능으로 이해했다. 같은 언어를 세대에 따라 다른 기능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불필요한 오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피부색 ; 2018년 에든버러대학교가 진행한 트위터 데이터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피부색을 제공하는 이모지 중 창백한 피부색이 가장 적게 사용됐다. 대부분의 백인은 심슨의 피부색과 같은, 노란색 이모지를 택했다. 잡지 《와이어드(Wired)》의 작가인 메건 오기블린(Meghan O'Gieblyn)은 백인이 창백한 피부색의 이모지를 사용하는 것을 “인종적 자부심”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슨의 피부색과 같은 노란색은 가치중립적인 피부색이 되어 이모지 세계를 잠식했다. 유니버셜의 언어로 출발한 이모지도 사회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RISK_ 불명확

두 손이 맞붙은 합장 이모지에는 정중하게 거만한 이미지가 덧붙었다. 사용하는 이의 의도와 달리 메시지를 받는 이는 문제의 이모지를 조롱과 거만함으로 인식했다. 왜 이모지는 모두에게 다르게 인식될까? 고도의 추상화를 거치지 않는 선에서 이미지는 대개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표현한다. 그러나 언어는 다르다. “손을 들었다”는 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것이 언어라면, 맥락 없이는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모지는 불명확함은 이것에서 비롯한다. 이모지는 그림이자 언어이기 때문이다. 두 손을 든 이모지, 눈물을 흘리는 이모지, 재채기를 하는 이모지의 의미는 그것이 덧붙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이 맥락을 이해하는 것에 외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TV 뉴스 진행자인 파올로 커나한(Paolo Kernahan)은 이모지 시대의 소통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즉각적인 디지털 통신의 시대에 우리는 신속함과 편리함을 위해 명확함을 포기했다.”
INSIGHT_ 온라인의 소통

소통에서의 명확함은 직장의 효율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미 ‘심심한 사과’로 시작된 문해력 논란으로 언어가 어느 정도의 갈등을 빚어낼 수 있는지 목도한 바 있다. 이모지가 디지털 시대의 보편적 언어라면 그러한 갈등과도 멀지 않다. 데이터 분석 기관 ‘펄스펙투스 글로벌(Perspectus Global)’이 16세에서 29세 사이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엄지를 치켜세운 이모지는 Z세대가 생각하는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이모지였다. 엄지 척 이모지는 쉽게 말해 세대 차이의 조롱 섞인 표현이었다. 한편으로 이모지는 동시에 특유의 장점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샛길이 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업데이트된 iOS 15.4는 남성과 유사한 외모의 임산부 이모지를 만들었고, 유니코드는 “인종은 피부색이 아니며 젠더는 머리 길이가 아니”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2017년에는 이모지 소통의 확산에 따라 기후 위기를 드러내는 이모지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모든 언어는 테두리를 만들고 그를 넓히며 공통의 기반을 형성한다. 언어의 힘은 독재자만의 것도, 소수자만의 전략도 아니다. 언어는 중립적이다. 중요한 건 언어를 말하고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능력이다.
FORESIGHT_ 협업툴과 이모지

다시 구글 메시지로 돌아가보자. 구글의 메시지 반응 이모지 확대는 구글의 새로운 메시징 프로토콜인 ‘RCS’를 확산시키기 위한 일종의 사은품이었다. 구글의 표준 메시지 기술인 RCS는 기기와 OS를 넘어서 심리스한 메시지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언제, 어디서도 구동될 수 있다는 통일성은 무엇보다 협업툴일 때 강력한 장점이 된다. RCS가 구글의 메시지 협업툴을 꿈꾼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이모지 기능 확대는 무엇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를 겨냥한 시도다. 슬랙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근로자 85퍼센트, 중국의 근로자 74퍼센트, 미국의 근로자 71퍼센트가 이모지 없는 메시지는 불완전하다고 느꼈다. 직장에 Z세대가 많아질수록 이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에 따른 동상이몽은 모두가 해결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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