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세대
8화

에필로그 ; 오피스 빅뱅에 답하는 조직

세대론은 자신과 다른 세대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이지만 한편으로 특정 세대가 갖게 된 특성의 다양성이나 배경을 간과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MZ세대는 그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는 MZ세대를 이해하기 어려운 세대로 정의했고 MZ세대는 편견에 둘러진 채 다른 세대와 분리됐다. 다른 세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존중,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권의 외국인을 만나듯 새로운 세대에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세심한 접근이 없다면 세대 차이는 쉽게 갈등으로 발전한다.

코로나 시기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방식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많은 MZ세대들은 일과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었다. 기존의 회식, 평가, 조직 문화 등에 의문을 표하게 된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2023》은 MZ세대의 직장관 변화와 조직 문화의 격변이 노동 시장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이른바 ‘오피스 빅뱅’이다.[1] 기존의 조직 운영 방식은 MZ세대에게 소구할 수 없다. 이들의 번아웃을 막기 위해 조직은 문화와 제도, 복리 후생 등 기업의 구조 전체를 정비해야 한다.

번아웃을 유발하는 요소에는 분명 개인적 상황도 있지만 그보다는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MZ세대는 단순히 멘탈이 약하거나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4년생이 수능을 보고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등의 이른바 ‘좋은 직장’을 갖게 될 확률은 2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다섯 명 중 한 명만이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2] 게다가 높은 경쟁률로 인한 스펙 인플레이션과 기업 규모에 따른 연봉 및 복지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그 확률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지금의 MZ세대는 소수의 승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탈락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그들을 번아웃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있다. 번아웃은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사회에게도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조직은 모두가 악순환에 빠지기 전에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제도를 정비할 책임이 있다.

번아웃에는 만병통치약이 없다. 모두가 다른 이유로 괴로워하며, 모든 조직은 각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심하고 지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몇 가지 질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 우리 조직은 왜 어려울까? 구성원들은 왜 힘들까?

모두가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모두가 남고 싶은 기업이 탄생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중이 한 명도 없는 절은 지속하기 어렵다. 시각을 바꿔 절을 다시 설계해 보는 건 어떨까. 부디 이 책이 번아웃을 겪는 모든 이에게 건강한 조직을 선사하는 해독제가 되길 바란다.
[1]
김난도 외 9인, 《트렌드 코리아 2023》, 미래의창, 2022, 171쪽.
[2]
신재용, 《공정한 보상》, 홍문사, 2021, 17-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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