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발전

12월 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올해 세계 풍력 발전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풍력은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로 거듭날까?

  • 올해 세계 풍력 발전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예정이다.
  • 한국 풍력 발전은 기술 존속과 자원 유출의 위험이 있다.
  • 풍력 에너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의 고도화다.

BACKGROUND_ 재생 에너지

재생 에너지[1] 전환은 글로벌 과업이지만 그 목적은 각기 다르다. 누군가에겐 자원 고갈과 기후 위기에 대비한다. 누군가는 탄소세를 비롯한 경제 위기를 우려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엿본다.
DEFINITION_ 풍력
재생 에너지다.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육상 풍력과 해상 풍력으로 나뉜다. 설치 기간이 비교적 짧고 대규모 설치 시 발전 단가가 낮다는 게 장점이다. 발전기 실점유 면적이 적어 부지 활용성이 높다.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단점으로는 계통 안정성 외에 생활권 침해(소음·진동·그림자), 조류 폐사, 생태계 교란, 폐기물 처리비 등이 지적된다.
NUMBER1_ 1000기가와트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설치된 풍력 발전은 누적 874기가와트(GW)다.[2] 세계풍력에너지협회(WWEA)는 올해 하반기까지 합치면 연간 총 110기가와트를 보급할 것으로 전망한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예상 누적 설치 용량은 955기가와트다. 그렇게 되면 내년 전 세계 풍력 발전 보급량은 1000기가와트를 가뿐히 돌파한다.
NUMBER2_ 2기가와트
우리나라의 풍력 발전량은 어느 정도일까. 2021년 말 기준 전국 풍력 발전은 1.7기가와트(1705.2메가와트) 수준으로 매우 낮다. 신규 설비 용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5년(224.35메가와트)였다.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2021년 63.6메가와트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풍력산업현황
KEYPLAYER_ 중국
  • 세계는 중국에 집중한다. 중국은 2020년 에너지 연구·개발에 80억 달러, 한화 약 10조 6000억 규모를 투자했다. 당시 기준 중국은 세계 재생 에너지 기술 분야 특허의 75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다.
  • 중국의 재생 에너지 시장은 전반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52와트 풍력 발전 설비를 신규로 설치했다. 세계 신규 설치량의 55.9퍼센트를 차지하는 규모다. 2019년 이후 육·해상 풍력 모두 신규 설치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3]
  • 전 세계 풍력 발전 설치 순위는 중국, EU, 미국이 부동의 1·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재생 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부지가 압도적으로 넓다. 풍력 발전의 내수 시장은 대부분 자국 업체로 이뤄져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최근엔 광저우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발전소를 설치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MONEY_ LCOE
풍력의 원료(바람)는 공짜다. 관건은 발전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중국 풍력 발전기의 특징은 크기다. 기술 발전으로 발전기가 점차 대량화되고, 이에 따라 LCOE(균등화 발전 비용)가 적게 든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중국 풍력 발전 단가가 2026년쯤엔 석탄 화력 발전 단가와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CONFLICT_ 해상 풍력 단지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12기가와트 규모의 해상 풍력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전북 서남권을 중심으로 해상 풍력을 키우는 프로젝트다.
  • 수산업 ; 이는 곧 업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어민들은 선박 통항 장애, 어로 활동 금지에 따른 피해를 우려한다. #수산업계입장
  • 풍력산업 ; 재생 에너지는 미래 산업이다. 발전 단가와 별개로 투자와 지원금이 몰린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국내 풍력산업계를 구성하는 기업 및 기관들이 모인 조직이다.
  • 국회 ; 정치적 레토릭은 어업과 풍력산업의 관계를 갈등 구조로 가시화했다.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내 풍력 사업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1년 반째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해 10월 10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제출한 ‘해상풍력 관련 수산업 실태조사 및 공존 방안 모색 연구’를 공개했다. 2020년 11월 기준 국내 68개 발전소에서 추진된 해상 풍력 발전으로 인해 서·동·남해안에 걸쳐 어민 12만 1395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RISK1_ 생산업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풍력 발전 시장에선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34.3퍼센트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였다. 이어 유니슨(15.4퍼센트), 두산 중공업(13.4퍼센트), 지멘스가메사(10.0퍼센트)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4] 생산업체의 60퍼센트 이상을 외국계 기업이 쥐고 있다. 기술 존속에 따라 에너지 산업 자체가 해외 자본에 넘어갈 우려가 제기된다.
RISK2_ 자원 유출
더 큰 문제는 자원의 해외 유출이다. 공공재로 운영하는 발전 사업이 투기성 해외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는 세금 유출 및 전기세 인상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경북 영양 풍력 단지는 국내 민간사업 풍력 발전으로는 최대 규모다. 지난 2013년, 호주계 세계 최대 인프라 투자사 맥쿼리(Macquarie)[5]는 영양의 풍력 발전소를 매입했다. 5년간 운영 후 매각했다. 경북 영덕군 풍력 발전 단지도 비슷하다. 맥쿼리는 2011년 독일 풍력 발전 업체 유니슨(Unison)이 운영하던 영덕 소재 풍력 발전기를 전량 사들였고 2019년 매각했다.
  • 맥쿼리는 에너지 기업이 아니다. 펀드 회사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맥쿼리가 영양 풍력 발전에서 취득한 신종자본증권 이자 규모는 약 580억 원이다. 평균이자율 17퍼센트 선이다. 영덕의 경우 더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25퍼센트의 이자율로 매년 44억 원의 이자 비용을 취했다. 펀드사가 높은 이자를 챙기니 발전소는 당연히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 올해 8월 부산 해운대구의회가 부산 청사포의 해상 풍력 발전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해당 사업의 펀드사는 GIG(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다. GIG의 지배회사는 맥쿼리다. 참고로 GIG 최우진 전무는 한국풍력산업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공공재를 활용한 펀드사의 고리 대금업은 또 한 번 현실이 될 수 있다.

INSIGHT_ 자원
석탄이나 석유는 가격을 지불하고 원료를 구입한다. 반면 바람은 공유 자원이다. 원료가 공짜다. 그 자체로 지역 사회의 일부이자 주민의 재산이다. 공유 자원(resource)을 공공재(goods)로 보는 인식과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1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처음으로 ‘풍력 발전 지구’ 제도를 도입했다. 제주특별법 제 304조에선 “도지사는 제주자치도의 풍력 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다. 또한 2017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사업 허가 및 지구 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발표했다. 핵심은 공적 자원 사업체가 개발 이익 공유화 계획을 지자체에 선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6]
FORESIGHT_ ESS
현 정부의 시선은 원전 기술 개발 및 수출을 향한다. 이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원전의 대체재가 부재하다는 여론의 증거다. 주민 수용성 논란을 넘어 풍력이 유의미한 에너지 자원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정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주목할 것은 에너지 저장 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다. 대규모 중앙 집중형 에너지 공급을 탈피한 분산형 에너지 저장 방식이다. 과잉 생산량을 저장하거나 다른 지역에 위치한 발전소로 가능하다. 국내 ESS 시장은 2년 전 화재사고와 함께 중단했으나, 세계 재생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며 관련 안전 계획이 발표되고 있다. ESS를 비롯한 기술의 고도화로 풍력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가 국민적 신뢰를 얻을 때, 한국의 에너지 시장도 글로벌 흐름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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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로도 불린다. 대표적으로 1)태양에너지(태양광·태양열), 2)풍력, 3)수력, 4)지열, 5)바이오매스가 꼽힌다. 지난 2018년 우리 정부는 재생 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신재생 에너지’라는 표현을 폐기하고 ‘재생 에너지’ 기조로 전환했다. 참고로 신재생 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 에너지’라는 서로 다른 두 에너지 영역을 합해서 일컫는다.
[2]
*1기가와트(GW)는 어느정도일까? 1000메가와트(MW)이자 100만 킬로와트(kW)다. 중간 크기의 도시가 1기가와트를 소비하고, 미국 전체가 1000기가와트를 소비하며, 전 세계가 5000기가와트를 소비한다. ‘와트(W)’와 ‘와트시(Wh)’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링크 참조.
[3]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 규모는 누적 1064기가와트였다. 전체 에너지 설비의 무려 44.8퍼센트를 차지한다. 1위인 수력 다음으로 풍력이 2위를 차지했다.
[4]
글로벌 시장에서의 순위는 약간 다르다. 풍력 터빈 시장은 상위 다섯 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60퍼센트 이상을 점유한다. 미국의 GE, 덴마크의 베스타스, 중국의 골드윈드, 스페인의 지멘스 가메사, 독일의 에너콘이 해당한다. 지난해엔 GE(미국)가 베스타스(덴마크)를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2위는 골드윈드(중국)가 차지했다. 최근 5년간 10위권 업체들은 그 안의 순위 변동은 있으나 상위권을 대폭 벗어난 적은 없다.
[5]
맥쿼리는 그간 서울, 부산을 비롯해 한국의 대형 인프라 사업에 다수 참여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등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했을 때 인천공항을 인수할 우선 후보로 맥쿼리가 꼽히기도 했다. 최근엔 도로나 교량, 철도보다 해상 풍력과 자원 재활용 등 대중의 관심이 적은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6]
풍력=공공재라는 인식은 논의의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공유 자원의 수익화 논란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제주도 내 여러 해상 풍력 발전 단지는 여전히 그 기준의 모호함과 공공재를 통한 사익 창출, 주민 수용성 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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