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앱의 조건

12월 8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마이크로소프트가 슈퍼 앱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조차 위챗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 미국 테크 매체 《디 인포메이션》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슈퍼 앱 개발 가능성을 보도했다.
  • 일론 머스크는 늘 슈퍼 앱 X를 만들 것이라 공언해왔으며 트위터를 슈퍼 앱으로 만들고자 한다.
  • 그들은 왜 슈퍼 앱을 꿈꿀까? 플랫폼의 위기 속에서 슈퍼 앱의 조건은 무엇인가?

DEFINITION_ 슈퍼 앱

슈퍼 앱은 우리의 일상과 관련한 수많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단일 앱을 의미한다. 스위스 군용 칼에 비유된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Everything App(모든 것의 앱)’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플랫폼이 슈퍼 앱을 꿈꾼다. 슈퍼 앱의 장점과 특징은 뭘까?
  • 락인(Lock-in) ; 이미 투자된 기회 비용이 늘어나면 쓰던 것을 쓰게 된다. 앱 내의 미니 앱 생태계 속으로 강력한 락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 개인화(Customization) ;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UX)을 만들 수 있다. 앱 내에서 기능을 발견하고 쓰거나 제거하면 된다. 데이터 공유와 단일 사용자 인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각 서비스마다 로그인을 반복할 필요가 없고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 심리스(Seamless) ; 개인화와 연결된다.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 수 있다. 비대면으로 IT 기술이 발전하며 ‘끊김이 없다’는 뜻의 심리스는 중요한 가치가 됐다. 서비스를 넘나들 때마다 해당 서비스의 문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
  •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 ; 미국의 IT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Gartner)는 슈퍼 앱이 궁극적으로 챗봇, 사물 인터넷(IoT) 기술 및 메타버스와 같은 몰입 경험을 지원하도록 확장될 것이라 말한다. 심리스의 연장선이다.

STRATEGY 1_ MS의 도전

뜻밖의 기업이 도전장을 던졌다. 현지시간 12월 6일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슈퍼 앱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쇼핑, 메시지, 웹 검색, 뉴스 및 기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앱이다. 이에 근접한 MS의 서비스는 검색 엔진 ‘빙(Bing)’과 메시징 기반 협업툴 ‘팀즈(Teams)’다. 장점을 엮어볼 구석이 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는 이미 빙의 검색 서비스와 팀즈·아웃룩의 상호 작용을 강화하고 있다. MS는 왜 슈퍼 앱을 만들까? 
  • 견제구 ; 보도에 따르면 MS의 경영진은 이 앱을 통해 수십 억 달러의 광고 사업과 빙 검색을 강화하고 팀즈에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길 원한다. 모바일 시장에서 이미 지배적 위치에 있는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에 맞서려는 시도다.
  • B2C ; 이제껏 MS가 내놓은 제품은 소프트웨어(MS Office)나 클라우드(Azure) 등으로 대부분 B2B였다. 슈퍼 앱 출시를 통해 B2C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면 수익 창출의 기회도 늘어난다. MS는 이 보도와 관련한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STRATEGY 2_ X 생태계

예측 불허의 인물도 도전장을 던졌다. 트위터의 CEO 일론 머스크는 늘 슈퍼 앱 ‘X’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흉금을 드러냈다. 트위터를 슈퍼 앱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확히는 트위터로 인해 X의 출시년도가 3~5년 앞당겨질 것으로 봤다. 머스크는 왜 슈퍼 앱을 만들까?
  • 페이 시스템 ; 머스크는 과거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X.com)을 설립한 적이 있다. 그는 경영에서 물러난 후 지불 결제 시스템 부활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테크 전문 미디어 프로토콜(Protocol)[1]은 트위터를 향한 그의 계획이 엑스닷컴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논평한 바 있다. 
  • 블록체인 ;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위시했지만 동시에 그가 꿈꾸는 트위터는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플랫폼으로 보인다. 정보에 대한 주도권이 이용자 개인에게 있고 분권형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소셜 미디어다. ‘트위터 블루’를 도지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언으로 미루어 보아 암호화폐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슈퍼 앱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 스피커 ; 항공 우주(SpaceX), 우주 인터넷(Starlink), 전기차(Tesla). 인공지능(Open AI) 등 미래 산업의 정점엔 머스크가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개인 자산이 3000억 달러를 돌파한 그가 유일하게 없는 것은 스피커다. 트위터 인수로 그에겐 스피커가 생겼다. 암호화폐 시세를 오르내리게 한 그의 영향력은 슈퍼 앱 내에서 극대화된다. 슈퍼 앱은 ‘X 생태계’의 화룡점정이다.

REFERENCE_ 텐센트

MS와 머스크의 슈퍼 앱 계획은 텐센트의 모바일 전략을 따른다. 디인포메이션은 MS가 텐센트의 위챗(WeChat)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언급했고 머스크 역시 지난 6월 트위터 직원과의 회의에서 위챗을 극찬한 바 있다. 위챗은 소셜 미디어, 핀테크, 쇼핑, 모빌리티 호출, 게임 등을 한데 묶은 중국인들의 필수 앱으로 월간 활성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다. 텐센트는 위챗 전까지는 포털 서비스와 게임 퍼블리싱이 주력 사업이었으나 2011년 위챗을 출시하며 모바일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같은 위챗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스마트폰과 OS를 손에 쥔 애플을 위협한 사건이다.
CONFLICT_ 위챗 vs 애플
  • 위챗 페이 중단 사건(2017) ; 위챗은 위챗 내 콘텐츠 발행자에게 돈을 보내는 ‘잔샹(赞赏)’이라는 이름의 팁(Tip) 기능이 있는데 이는 자체 기능이다. 인앱 결제를 통하지 않아 수수료(결제 금액의 30퍼센트)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애플은 2017년 4월 해당 기능을 중지시킨다. 텐센트는 역으로 위챗 내에서 아예 송금 관련 기능을 송두리째 삭제했는데, 이 때문에 아이폰 내 위챗은 메신저가 되어버렸다. 중국인 아이폰 유저는 양자택일에서 위챗을 선택한다. 결국 애플은 중국 내 점유율 감소로 고전하다 1년 만에 해당 기능을 복구하게 된다.
  • 위챗 퇴출 행정명령(2020)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8월 틱톡과 위챗 등 8개의 중국 앱을 보안 문제를 들어 미국에서 퇴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불똥은 애플에 튀었다. 아이폰은 중국 내 화웨이 독식을 뚫고 점유율을 늘려가던 참이었다. 당시 진행된 웨이보의 여론 조사에서는 80만 명 이상의 응답자 중 90퍼센트가 넘는 중국인이 위챗이 없는 아이폰을 쓰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애플과 디즈니 등은 백악관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행정명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6월 해제했다. 2021년 1~3분기까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10퍼센트대를 차지했던 애플은 위챗 복구와 화웨이의 빈틈을 타 4분기에 점유율 22퍼센트로 올라섰다. MS와 머스크가 슈퍼 앱을 원하는 이유는 이처럼 애플을 흔들 수 있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KEYPLAYER_ ASIA N’ MEA

광고 대행사 덴츠(Dentsu)의 한 전략 수석은 슈퍼 앱에 대해 재밌는 말을 했다. “당신이 미국에 산다면 슈퍼 앱에 대해 들어 봤을 것이다. 만약 아시아에 산다면 아마 하나쯤 쓰고 있을 것이다.”[2] 2021년의 말이지만 아직 유효하다. 슈퍼 앱은 아시아에서 주로 성공을 거두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프리카와 중동(MEA)이 뒤따르고 있다. 위챗을 포함해 인도의 페이티엠(Paytm), 싱가포르의 그랩(Grab), 인도네시아의 고젝(Gojek), 베트남의 잘로(Zalo) 등이 모두 슈퍼 앱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야놀자, 토스, 당근마켓 중 단 하나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북미권에선 슈퍼 앱이 생겨나지 못했을까?
RISK 1_ 규제
What is a super app, and why haven't they gone global? | CNBC Explains ⓒCNBC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북미나 유럽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가 심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유럽의 GDPR과 DMA법은 빅테크의 저승사자로 불리고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X) 역시 규제의 입김이 세다. 대표적 예로 유럽은 메타(Meta)와 구글에 이용자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광고에 썼다는 이유로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메타는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지난 11월 28일 3700억 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부과받았다. 이용자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분석해 활용해야 하는 플랫폼 특성상 개인정보에 대한 의식이 높은 북미나 유럽권에서는 슈퍼 앱이 등장하는 것이 어렵다.
RISK 2_ 슈퍼 앱 전략의 함정

슈퍼 앱이 발달한 지역에서도 위험은 있다. 보통 슈퍼 앱으로 가는 길은 한 가지 분야의 서비스를 선점한 뒤 연계 혹은 파생 서비스를 파고들며 확장하는 방식이다. PC 시대에 성격이 다른 서비스를 넓게 벌리는 슈퍼 플랫폼 전략과는 차이가 있다. 한 분야의 시장 선점을 하는 과정에서 초기 플랫폼 사업자가 주로 채택한 방식은 아마존식 GBF(Get Big Fast)다. 수익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며 규모를 키우는 이 방식은 아마존을 미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50퍼센트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슈퍼 앱 전략은 고품질 상품을 독점 계약해 네트워크 효과를 늘리면서 고객에게 혜택을 주어 끌어들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파격적인 보조금 지급은 플랫폼 간 가격 경쟁으로 이어졌다. 학계는 슈퍼앱 전략이 모호성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성장과 수익의 동시 추구는 마치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성장을 꾀하려는 ‘지속 가능 성장’과 닮았다.
INSIGHT_ 로컬라이제이션

슈퍼 앱의 딜레마는 지역성에 있다. 기술 개발은 가능하지만 지역을 초월한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소셜 미디어는 많지만 글로벌 슈퍼 앱은 없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소셜 미디어는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고 네이버는 국내 이커머스에 그치지 않고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글로벌 C2C를 확대하려 한다. 다만 슈퍼 앱은 일상적인 것에 천착해야 한다. 자주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에서 일관되고 간소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별로 다른 문화와 개인정보 규정, 금융 생태계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대상이 아닌 로컬라이제이션의 대상이다. 서구형 슈퍼 앱이 나오기 힘든 진짜 이유다.
STRATEGY 3_ MS와 X의 돌파구

슈퍼 앱을 꿈꾸는 MS와 X의 전략은 어때야 할까?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딜로이트(Deloitte)의 기사는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 슈퍼 앱이 성공한 이유로 차량 호출, 메시지, 디지털 지갑과 같은 여러 서비스를 초기에 통합해 지배력을 늘렸기 때문에 견인력을 얻었다고 분석한다. 서구 시장의 플랫폼이 주로 버티컬 앱의 형태로 이미 확고한 위치를 나눠 가진 것과 대조된다. X가 트위터의 사용자를 잃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로만 슈퍼 앱을 구상한다면 현지화의 딜레마를 깰 수 있다. 기사는 또한 B2B 환경에서 슈퍼 앱 구성이 더 쉬울 것이라 진단한다. 경쟁자가 적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데카콘 야놀자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는 MS의 전략이 될 수 있다.
FORESIGHT_ 스마트폰 안의 스마트폰

슈퍼 앱 계획을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앱의 등장은 이미 혁신이었다. 지금의 슈퍼 앱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스마트폰 안의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슈퍼 앱도, 스마트폰도 앱을 제공한다. 달랐던 것은 단일한 사용자 인증 절차와 결제 시스템 정도다. 그러나 이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애플은 애플 페이를 확대하고 있고 하드웨어에 통합된 자체 기능과 인증 서비스를 강화하며 역으로 스마트폰을 슈퍼 앱화하고 있다. 여기에 OS 역시 잠재적 위협 요소다. 위챗처럼 OS 사업자를 위협할 수준의 확고한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모바일 생태계를 쥔 애플, 구글 등의 OS 사업자에 취약하다. 무너지는 산업의 경계 속 모바일 시장 잠재적 승자는 스마트폰과 앱, OS를 모두 갖춘 애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가 직면한 위기를 살펴보려면 〈빅테크 수난 시대〉를,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며 트위터에 생긴 변화가 궁금하다면 〈나는 네가 트위터에 저지른 일을 알고 있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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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토콜은 테크 분야의 폴리티코(Politico)를 표방했던 매체다. 지난 11월 15일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새 뉴스가 발행되지 않는다. 
[2]
“If you live in the US, you’ve probably heard of superapps. If you live in Asia, you’ve certainly used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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